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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창간기획] 콘솔의 가치와 매출 사이, 점차 풀리는 '플랫폼 독점'

"멀티 플랫폼" 외치는 소니와 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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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현(춘삼) 2024-03-18 11:10:17
플레이스테이션(PS) 독점작이었던 <고스트 오브 쓰시마>가 5월 PC로 출시됩니다. <갓 오브 워>나 <호라이즌> 시리즈, <마블 스파이더맨>과 같은 타이틀은 이미 PC에서 즐길 수 있죠.

2023년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이하 소니) 실적 발표 자리에서 토도키 히로키 사장은 PS5 게임의 PC 이식 주기를 더욱 앞당기길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영업이익 개선을 위해 향후 "멀티 플랫폼"으로 나아가야 한다고도 말했죠.

소니에 앞서 적극적으로 멀티 플랫폼 정책을 펼쳐왔던 것은 Xbox의 MS입니다. MS는 2016년부터 'Xbox 플레이 애니웨어' 정책을 표방하며 하나의 게임을 구매하면 그 게임을 Xbox와 윈도우에서 모두 즐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스타필드>와 같은 퍼스트 파티 게임도 PC 플랫폼으로 동시 출시했고요.

결과적으로 2024년에는 소니와 MS, 양대 거치형 콘솔 회사가 모두 '멀티 플랫폼'을 기치로 삼은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독점작'의 시대가 저무는걸까요? 아니면 콘솔의 세대 교체기를 앞둔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까요? /디스이즈게임 안규현 기자


# 소니, MS 모두 "멀티 플랫폼으로"... 왜?

닌텐도 패밀리 컴퓨터(패미컴)

자사 플랫폼에만 특정 타이틀을 출시하는 '독점작' 전략은 다수의 기기가 경쟁했던 초창기 콘솔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기능했습니다. 닌텐도의 패미컴(NES) 이후 '기기를 저렴하게 판매하고, 소프트웨어로 수익을 얻는다'는 전략이 보편화되었고, 따라서 가격적인 면에서는 차별화를 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죠.

독점작은 하드웨어 판매를 견인하는 역할과,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막는 장벽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버추어 파이터>를 하려면 세가 새턴, <파이널 판타지 7>을 하려면 소니 PS를 구매해야 했으니까요. 

이러한 독점작 전략은 MS가 Xbox라는 브랜드로 콘솔시장에 등장한 2000년대에도 성행했습니다. MS는 2001년 <헤일로: 전쟁의 서막>과 <데드 오어 얼라이브 3>와 함께 PS의 아성에 도전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습니다. 아타리 쇼크 이후 패미컴으로 '대 콘솔 시대'를 열었던 닌텐도는 보다 폭넓은 유저층을 목표로 하는 가정용 게임기 Wii를 내놓았고, 매니아를 상대로 하는 콘솔 브랜드는 PS와 Xbox의 양강 구도가 형성되었죠. 

그 과정에서 Xbox는 <헤일로>, <크라이시스>, <세인츠 로우> 등 타이틀을 출시하며 살아 남았지만, PS를 뛰어넘지는 못했습니다. PS에는 (일부 타 플랫폼에 출시된 시리즈는 있지만) <언차티드>, <갓 오브 워>, <페르소나>, <파이널 판타지> 등의 걸출한 시리즈가 있었습니다.


그 결과 Xbox는 소니보다 한 발 먼저 멀티 플랫폼 정책을 펼쳤습니다. 'Xbox 에브리웨어'라는 이름이었죠. (보는 이에 따라 독점작 전쟁에서 패배한 MS가 노선을 바꾸었다고 평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MS는 멀티 플랫폼 정책의 효과를 톡톡히 봤습니다.

2022년 말 기준, PS와 Xbox의 콘솔 시장 점유율은 각각 46%, 29% 수준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양사 플랫폼의 월간 이용자 수(MAU)는 Xbox가 우세였습니다. Xbox는 1억 2,000만 명을 기록했고, PS는 1억 1,200만 명을 기록했죠. Xbox 앱을 PC에서도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구독형 서비스 게임 패스도 꾸준히 성장했습니다. 2020년 1,000만 명​이었던 게임 패스 가입자 수는 2022년 1월 2,500만 명, 2024년 2월 3,400만 명으로 증가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MS 게이밍 부문 수장 필 스펜서는 월 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PC에서 (게임 패스의) 놀라운 성장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콘솔에서는 성장세가 안정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구독을 원하는 콘솔 이용자에게는 전부 도달했기 때문입니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스펜서의 말마따나 현세대 콘솔 기기 판매는 포화 상태에 접어들었습니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2022년 말 1억 1,200만 명이었던 PS의 월간 이용자 수는 2023년 1억 2,300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수명 주기 상으로도 황혼기에 접어든 만큼 안정세에 접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Xbox 시리즈의 상황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 결과 2023년 4월~12월기 소니는 전년 동기 대비 17.1% 감소한 1,842억 엔(약 1조 7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습니다. 프로모션으로 인해 하드웨어 판매 이익이 감소했고, 퍼스트 파티 타이틀 판매량도 감소했습니다. 더욱이 2025년 3월까지 기존 프랜차이즈의 신작 출시도 예정된 바가 없죠.

이러한 상황 속에 기존 타이틀을 PC에 이식하는 것은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입니다. 독점작을 통한 하드웨어 판매량 견인을 기대하기 어렵고, 거치형 콘솔 경쟁 또한 양강 구도로 굳혀진 상황. 굳이 2년 이상의 간격을 둘 필요도 떨어지죠. 

2022년 지역별 플랫폼 매출 비중 (자료: 2023 대한민국 게임백서)

세계적으로 콘솔 매출이 여전히 게임 시장의 중심을 지키고 있지만, PC 또한 무시할 수는 없는 규모입니다. 2022년 기준 세계 콘솔게임 매출은 590억 달러(약 78조 원)로 전체 게임시장의 25.1%를 차지했고, PC게임 매출은 360억 달러(약 48조 원)로 전체 게임시장의 17.5%를 기록했습니다. 

점차 강력해지고 있는 네트워크 효과 또한 플랫폼 확장의 한 이유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게임을 플레이한 경험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넘어, 재미있는 순간을 찍은 사진이나 영상을 공유하고 2차 창작 등을 통해 콘텐츠가 확대 재생산 되기 쉬운 환경이 도래했기 때문입니다. 

강력한 흥행을 유지 중인 <헬다이버즈 2>에서는 '통제 민주주의 전파'라는 사명에 이입한 플레이어들의 역할 놀이가 이뤄지고 있죠.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재밌는 '놀이'의 일환이지만, 아직 게임을 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뜻하지 않은 홍보 효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물론, 플레이어들의 자발적인 콘텐츠 재생산이 이뤄지려면 플랫폼 확장에 앞서 게임이 재밌어야 하겠지만요.

<헬다이버즈 2>는 소니가 퍼블리싱한 작품 중 최초로 PS5와 PC에 동시 출시된 타이틀입니다.


# '출시와 함께' 또는 '기다리면' PC로... 멀티 플랫폼 기조 계속 이어질까

'Xbox 에브리웨어' 정책을 펴는 MS는 게임 패스가 있는 한 퍼스트 파티 타이틀을 Xbox와 PC에 동시에 출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당시 미국 법원에 제출한 내부 문서에 따르면, MS는 PC 뿐만이 아닌 다양한 장치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유비쿼터스' 환경 구성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MS는 윈도우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죠.

아무래도 눈길이 가는 기업은 소니입니다. 지금은 PS5의 황혼기이고 대표 프랜차이즈 출시 예정이 없는 공백기이지만, PS6가 나오면 런칭 타이틀 공개와 함께 PS5 게임의 이식도 이뤄질 터입니다. 그때도 PC 이식이 이뤄질까요?

PS3로 출시된 <라스트 오브 어스>는 PS4와 PC/PS5 두 차례에 걸쳐 리마스터되었습니다.

상세한 매출 정보는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최소한 독점작의 PC 버전 발매가 이식에 들어가는 비용보다는 많은 매출을 확보해 준다는 것은 자명합니다. 게임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이 나날이 증가하는 상황 속, 추가적인 시장은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입니다. 

지난해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재판에서 미국 법원의 실수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출시된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의 제작비는 2억 2천만 달러(약 2,900억 원)였습니다. 2022년 출시된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는 2억 1,200만 달러(약 2,800억 원)가 들었고요. 

당시 소니의 글로벌 스튜디오 사장이었던 숀 레이든이 AAA급 게임에 대해 너무 비싸다는 이유로 "지속 불가능한 모델"이라고 표현했을 정도입니다. 

<고스트 오브 쓰시마>

다만 소니는 독점작이 갖고 있는 '하드웨어 매력도 향상' 효과를 잃지 않기 위해 PC 버전 발매 일정을 불규칙하게 설정하는 모습입니다. PC 버전 출시 소식은 발매를 앞둔 시점에서야 공개하죠. 5월에 출시되는 <고스트 오브 쓰시마> PC 버전 소식도 3월에야 알려졌습니다. 

<헬다이버즈 2>와 같은 라이브 서비스 게임의 경우 PS5와 PC에 동시 발매되는 것도 기대해 볼 수 있겠습니다. 물론 PC 버전이 출시되는 '간격'에는 어느 정도의 조정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4월 26일 PS5 독점 발매되는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


#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IP, 독자적인 위치 구축한 닌텐도


일반적으로 '콘솔 3사'로 묶이는 세 기업 중 닌텐도는 독자적인 위치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패미컴과 슈퍼 패미컴 시절 닌텐도는 화려한 전성기를 구가했지만, PS가 등장하며 발생한 (스퀘어로 대표되는) 서드 파티 제작사의 이탈이 뼈아프게 다가왔습니다.

거치형 콘솔 후속작 닌텐도 64와 게임큐브 이후로, 닌텐도는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가족 게임기'로서의 독자적인 노선에 보다 집중했습니다. 하드웨어 사양보다는 저렴한 가격 설정을 중시했고, 대신 Wii 리모콘이나 닌텐도 DS의 터치 스크린같은 조작 방식을 도입하며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었죠.

닌텐도의 전략은 최신작 닌텐도 스위치에 와서 빛을 발했습니다. 동시대 콘솔 기기에 비해 사양은 떨어지지만, 낮은 가격과 '휴대가 가능하다'는 강점을 보유했습니다. 닌텐도 Wii를 통해 얻는 노하우는 모션 인식 컨트롤러 조이콘에 녹여냈고요. 

이러한 과정을 거쳐 닌텐도는 자체적인 IP를 통해 닌텐도는 독점작으로 하드웨어 판매를 견인하는, 어떻게 보면 고전적인(?) 방식을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다양한 IP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닌텐도의 강점입니다. 


물론 닌텐도의 흥행이 단순히 'IP 빨'인 것은 아닙니다. 장르적 재미가 정립된 것으로 여겨졌던 분야에서 기대 이상의 게임을 여러 차례 선보였죠. <젤다의 전설>이나 <슈퍼 마리오브라더스 원더>와 같이 평가와 흥행 두 마리 토끼를 잡은 타이틀을 통해 말입니다.

성능이 낮은 대신 가격도 저렴하다는 점 또한 강점입니다. 저렴한 가격과 강력한 독점작을 기반으로 닌텐도 스위치는 총 1억 3천만 대 이상 판매되었는데요. 덕분에 낮은 성능에도 불구하고 타 플랫폼 게임의 이식이 활발히 이뤄지는 추세입니다. 자체적으로 거대한 시장을 구축한 셈이죠. 

여기에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과정에서 <콜 오브 듀티> 등 유력 IP의 닌텐도 스위치 이식이 결정되며 반사이익을 누리기도 했습니다.
서드파티 타이틀로는 스퀘어 에닉스 <옥토패스 트래블러 2> 등 인기 타이틀과 더불어 다양한 인디게임도 존재합니다.

닌텐도가 소니와 같이 플랫폼 확장 정책을 채택할 확률은 낮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닌텐도는 이미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기도 하고요. 독점을 해제했을 때 개별 타이틀만 구매해 즐기는 이용해 즐기는 이용자가 늘어나면 도리어 전체 타이틀 판매량이 감소할 여지도 있습니다. 

대신 닌텐도는 강력한 IP 파워를 바탕으로 게임 외적인 부분에서 확장을 꾀하고 있습니다. 2023년 개봉한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세계적인 흥행과 함께 후속작 제작이 확정되었고, 세계 각지의 유니버설 스튜디오 내에 테마파크 '슈퍼 닌텐도 월드'를 개장하기도 했습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내에 위치한 '슈퍼 닌텐도 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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