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 그것도 MMORPG가 모처럼 ‘홍수’를 맞았습니다. 지난 9월 <에오스>와 <드라켄상>의 OBT에 이어서 10월에만 5개의 MMORPG가 CBT 혹은 OBT를 준비하고 있죠. 영상만으로도 기대를 모으는 김대일 대표의 신작 <검은사막>부터 동양판타지에 집중한 <아스타>, 마니악한 유저를 겨냥한 <다크폴>, 수차례 리뉴얼을 거치며 완성도를 높인 <이카루스>, 전작 이상의 PvP를 내세운 <아크로드 2> 등 특징도 다양합니다.
대부분의 CBT나 OBT가 연말에 집중되는 걸 고려한다면 이례적인 일정인데요. 비슷한 시기에 다수의 MMORPG가 모이다 보니 ‘즐기는 입장’에서도 고민이 많습니다. 적어도 2~3일은 플레이해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MMORPG를 모두 해 볼 수도 없고, 10GB 단위를 오가는 클라이언트를 매번 받기도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그래서 디스이즈게임은 기자의 플레이 경험을 바탕으로 10월 공개되는 MMORPG의 특징들을 모아봤습니다. 뻔히 알려진 객관적인 정보들보다는 플레이 위주의 ‘솔직한’ 소감들을 적었으니 자신에게 맞는 게임을 고를 때 참고가 됐으면 합니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동양판타지와 무난한 게임성의 만남. 아스타
Pre OBT 일정: 10월 11일 ~ 12일OBT 일정: 10월 16일추천 대상: 기존 MMORPG에 익숙하거나 관심이 있는 유저
지스타 2012에서 공개된 <아스타> 플레이영상
10월 대격돌(?)의 첫 포문을 여는 건 <아스타>입니다. NHN엔터테인먼트에서는 몽환적인 그래픽과 개성 넘치는 시스템을 강조하면서 홍보하고 있지만 여기선 그런 상투적인 설명은 일단 넘어갑니다. <아스타>를 간단히 설명하면 정말 동양적인 세계관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비슷한 무난한 시스템을 지닌 MMORPG입니다.
푸른색 비늘이 가득한 몸에 자웅동체라는 설정을 지닌 용족부터, 화를 주체 못 하는 도깨비, 황천과 아수로 나뉜 세상, 이를 뒷받침하는 어지간한 중편 소설 하나 분량의 시나리오까지. 세계관과 설정 하나는 정말 방대합니다. 단순히 초가집과 도깨비 몇 마리 가져다 놓고 동양 판타지라고 우기는 건 아니란 뜻이죠.
종족에 따라 배경과 이야기가 다르고, 지역에 따라 건축양식이나 문고리까지 달라질 만큼 작은 부분에도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참고로 <아스타>의 개발사인 폴리곤게임즈는 각종 CG영상 작업으로 유명한 폴리곤비주얼웍스에서 분사한 회사입니다. 그만큼 작은 부분까지 꼼꼼한 그래픽과 설정들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동양의 느낌을 잘 살린 배경과 달리 시스템과 게임진행은 평범합니다. 초반부에는 종족마다 시작지점까지 다를 만큼 많은 공을 들였지만, 전투나 던전, 파티플레이 등에서 크게 특징을 살리진 못하고 있습니다. PvE 콘텐츠에서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죠.
지난 테스트에서는 이를 위해 능력치를 영구적으로 올리는 ‘단련’과 추가 효과를 부여하는 ‘수호령’ 시스템을 넣었는데요. 호평보다는 악평이 더 많았습니다. 그래픽에서 주는 독특한 인상을 얼마나 게임의 재미로 이어갈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기존 MMORPG에 익숙하거나 세계관에 관심이 많은 유저라면 추천합니다. 신선한 게임, 호쾌한 액션을 원하는 유저와는 약간은 거리가 있겠네요. 양방언 작곡가가 곡을 맡은 만큼 배경음악은 정말 좋습니다. <아스타>는 10월 11일부터 2일간 ‘캐릭터 정보가 유지되는’ Pre OBT를, 16일부터 OBT를 진행합니다.
올해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 검은사막
1차 CBT 일정: 10월 17일
추천 대상: 하이엔드급의 MMORPG를 기다리는 유저
지난 9월 쇼케이스에서 공개된 <검은사막>의 플레이영상
<C9>과 <R2>의 김대일 대표가 만들었다는 점. 필드에서 MORPG 수준의 논타겟팅 전투를 구현했다는 점. 이 두 가지만으로도 올해 최고의 기대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검은사막>이 17일부터 첫 번째 CBT를 시작합니다.
일단 영상에서 보여주듯 그래픽과 전투 하나는 일품입니다. 캐릭터의 묘사부터 날씨와 시간에 따른 변화, NPC의 움직임과 행동, 각종 이펙트와 빛의 표현까지 흠잡을 곳이 없습니다. 캐릭터의 시선이 화면을 좇는다거나 달리면서 방향을 전환할 때 몸이 반대편으로 꺾이는 등 세세한 부분까지도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전투에서는 <C9>에서 보여준 액션의 느낌을 그대로 옮겨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모션과 이펙트, 사운드의 깔끔한 조화를 통해 빠른 전투에서도 ‘때리는 맛’을 살렸죠. <C9>을 플레이한 유저라면 정말 친숙한 모션도 많습니다. MMORPG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수준급의 전투입니다.
시스템도 굉장히 다양합니다. 무역부터 하우징, 공성전에 MORPG 방식의 논타겟팅 전투와 마상 전투까지 들어있죠.
쉬운 게임을 표방하는 요즘 추세와 달리 ‘약간의 어려움에서 오는 사실적인 재미’를 추구한다는 점도 <검은사막>의 특징입니다.
예를 들어 말을 타고 달리기 위해서는 마구간에서 일일이 말을 꺼내야 하고, 만약 말에서 내려서 전투 등을 치렀다면 이후 다시 말이 있는 장소까지 걸어서 돌아와야 합니다. 요즘은 당연하게 여기는 퀘스트 위치표시 같은 기능도 없죠.
시스템 편의성이 낮고 전투도 논타겟팅 방식으로 이뤄지는 만큼 MMORPG 혹은 MORPG에 적당히 익숙한 유저에게 잘 어울릴 듯합니다. 하이엔드급의 MMORPG를 기다렸다는 유저들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참고로 <검은사막>의 1차 CBT는 i5 CPU와 GTX 550Ti 이상의 그래픽 카드, 6GB의 메모리. 40GB의 하드디스크 용량을 요구할 만큼 권장사양이 높습니다.
대규모 PVP에 집중한 아크로드 2
OBT 일정: 10월 17일
추천 대상: 전략과 단체행동에 집중하는 대규모 전쟁을 즐기는 유저
2012년 1차 CBT의 <아크로드 2> 플레이영상
웹젠의 신작 MMORPG <아크로드 2>도 10월 17일 OBT를 시작합니다. 게임의 이름부터 콘셉트까지 종족 간의 혹은 길드간의 PvP에 초점을 맞춘 MMORPG입니다. 이런 방식도 요즘은 드물죠.
게임 시스템도 PvP에 중심축을 두고 있습니다. 레벨 10이 되기 전부터 상대진영과 싸우는 퀘스트를 주고 이후의 레벨 업 과정에서도 꾸준히 ‘전장’에 뛰어들도록 유도하죠. 전장의 종류도 대규모, 소규모를 합쳐 20종이 넘습니다.
전장에 100명 이상의 인원이 참가하고 지형도 여러 갈래의 갈림길로 구성돼있다 보니 전략을 펼치기에 좋습니다. 좁은 통로를 소수 인원으로 사수한다거나 미끼로 적을 엮어 내는 등 대규모 전투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들도 많죠. OBT에서는 전장을 이용한 본격적인 ‘아크로드’ 시스템도 선보일 예정입니다.
다만 2개의 진영이 대립하는 상황인 만큼 인구비율이 어느 수준 이상으로 어긋나는 순간 대책이 없어진다는 게 단점입니다.
PvE도 정말 더도 덜도 아닌 MMORPG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개발 초기에는 자유롭게 무기를 바꾸며 전투를 벌이는 프리클래스 시스템을 내세웠지만 크게 신선하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주력무기가 생기는 만큼 부가적으로 원거리 무기나 회복을 위한 지팡이 정도를 들게 되는 수준이죠
마지막 테스트까지 투박하고 불편한 인터페이스와 각종 오류도 눈에 띄었습니다. 전장을 살리겠다는 의도는 확실하지만 OBT에서 어떤 마무리 작업을 거칠지가 관건입니다.
컨트롤보다는 전략과 단체행동에 집중하는 대규모 전쟁을 원하는 유저들에게 추천합니다. 다소 높은 연령대를 겨냥한 타이틀인 만큼 조작에서의 재미를 느끼기는 어렵지만, 대규모 전략만큼은 잘 잡아낸 MMORPG입니다.
펠로우와 비행콘텐츠를 느껴라. 이카루스
파이널 CBT 일정: 10월 23일
추천 대상: 신선한 MMORPG를 기다렸던 하드코어, 그리고 캐주얼 유저
<이카루스> 1차 CBT 플레이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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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메이드의 MMORPG <이카루스>는 10월 23일 마지막 테스트를 진행합니다. 약 10년에 걸친 개발기간과 3차례의 리뉴얼이 아깝지 않을 만큼 기본기는 충실한 MMORPG입니다.
전투는 일반적인 타겟팅 방식이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적을 무력화시키고, 계속해서 조건부 스킬들을 사용해줘야 하는 만큼 손이 쉴 틈은 없습니다. 예를 들어 공격모션을 취한 적에게 일정량 이상의 대미지를 줘서 공격을 캔슬시키거나, 넘어트리고, 밀쳐내고, 경직시키는 등 다양한 상태이상으로 전투를 ‘자기 위주로’ 흐르게 만드는 식입니다.
조건에 따라 발동되는 스킬이 다양하고, 스킬도 많은데 거의 모든 스킬마다 1개씩의 상태이상 효과가 붙어 있어서 ‘어떤 스킬을 어떤 타이밍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계속 고민하게 됩니다. 타이밍에 맞춰 적의 공격을 반격하고 쓰러진 적에게 추가타를 날린 후 거리를 벌려 다음 공격을 피하는 등 타겟팅 전투로는 거의 ‘끝’에 달한 수준의 전투입니다.
크라이엔진 3로 교체하며 그래픽 퀄리티도 확 끌어올렸고 공중에서 뛰어 내리며 고삐를 잡거나, 특정 미끼로 유인하는 등 다양한 탈 것(펠로우)을 길들이는 재미도 좋습니다. 펠로우는 양부터 용, 참새(?), 곰까지 등에 올라탈 공간이 있어 보이는 몬스터는 모두 올라탈 수 있죠. 수집의 요소도 좋습니다.
특히 공중펠로우를 이용한 공중전은 <이카루스>의 최대 특징입니다. 거대한 블랙홀을 쏴서 파티를 끌어들이는 적이나 유도탄을 발사해서 회피기동(?)을 요구하는 적 보스 등 공중에 집중한 콘텐츠도 있죠. 다만 공중에서의 조작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고, 스토리나 지나치게 뻔하다는 점, 전투가 타겟팅으로는 만족스럽지만 선 판정 후 모션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는 점 등이 지난 테스트의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신선한 MMORPG를 원하는 하드코어 유저부터 논타겟팅은 어렵다는 유저까지 두루 추천합니다. 참고로 이번 테스트에서는 펠로우 기능이 대폭 강조될 예정입니다. 공중전의 재미를 얼마나 더 살릴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듯합니다.
극단적인 하드코어 MMORPG, 다크폴: 언홀리워즈
오픈 리허설 테스트 일정: 10월 28일
OBT 일정: 10월 30일
추천 대상: 정말 ‘극단적인 재미’를 느끼고 싶은 유저
<다크폴> 쇼케이스 소개 영상
10월에 공개되는 MMORPG 중 가장 독특한 게임 <다크폴: 언홀리워즈>가 10월 30일 OBT를 시작합니다. <다크폴>은 그리스의 게임개발사 어벤추린에서 개발한 하드코어 MMORPG입니다.
<다크폴>의 특징을 간단히 말하자면 한없이 죽고 죽이는 게임이죠. 지나가는 사람을 살해해도 큰 패널티가 없고, 죽은 사람이 보인다면 누구나 시체에서 아이템을 뺏을 수 있습니다. 뺏고 빼앗고, 죽고 죽이는 게 일상인 게임입니다. 덕분에 언제 어디서나 긴장감이 맴도는 쫄깃한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기회를 잘 노리면 맨몸으로도 상대를 처치할 수 있을 만큼 ‘컨트롤의 비중’도 높습니다. 특히 무기의 사정거리를 이용한 미묘한 심리전은 <다크폴> 전투의 묘미죠. 워낙 자유분방한 플레이가 가능하다 보니 플레이를 하다 보면 정말 별별 일이 다 생기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덕분에 해외에서는 마니악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참고로 <다크폴>은 2009년 북미와 유럽에서 출시됐고, 이번에 엠게임에서 들여온 <다크폴>은 그 후속작인 <다크폴: 언홀리워즈>입니다.
국내 MMORPG에서는 어지간해서는 보기 어려운 묘한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즐기다 보면 MMORPG보다는 ‘서바이벌 게임’에 가까운 느낌을 받는 게임입니다. OBT 이후에도 한국과 일본이 같은 서버를 사용하는 등 아예 ‘대놓고 싸워라’라는 콘셉트도 인상적입니다.
얼핏 보면 시대에 한참 뒤처진 듯한 그래픽과 알아보기 어려운 불친절한 인터페이스, 한 번 죽으면 영혼까지 탈탈 털리는(…) 시스템 등 요즘 온라인게임들과는 정 반대의 길을 걷고 있지만, 정말 ‘극단적인 재미’를 느끼고 싶은 유저’라면 추천합니다.
다만 세련된 무언가를 느끼고 싶은 유저에게는 절대 추천하지 않습니다. 여러모로 ‘멘붕할 요소’가 많거든요. <다크폴>은 10월 28일 OBT에 앞서 ‘캐릭터 데이터가 유지되는’ 오픈 리허설 테스트를 진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