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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7년 개발한 '헬다이버즈 2'가 1,200만 장을 팔고 성공한 이유는?

요한 필레스테드의 강연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승주(사랑해요4) 2024-05-30 16:29:53

1,200만 장 판매라는 기록적인 성공의 이유는 무엇일까?

<헬다이버즈 2>는 2024년 최고의 성공을 거둔 게임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개발 규모가 그렇게까지 크지 않은 개발사에서 만들어졌음에도 출시 12주 만에 1,200만 장 판매라는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뒀다. 이용자가 몰려 마비된 서버에 당황한 개발진이 "이 정도로 잘 팔릴 줄 몰랐다"는 내용이 포함된 공식 디스코드 안내문까지 냈었을 정도다.

마침 <헬다이버즈 2> 개발을 주제로 '노르딕 게임 2023'에서 애로우헤드 스튜디오의 前 CEO이자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로 활동하고 있는 '요한 필레스테드'가 강연했다.

요한 필레스테드는 <헬다이버즈 2>의 개발은 7년이 넘게 걸릴 정도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스튜디오 전체가 공유하는 확고한 스타일과 의지가 있었기에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고 전했다. 다음은 강연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 애로우헤드가 목표했던 핵심 소비자층


애로우헤드는 '모두를 위한 게임'을 만드는 곳이 아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자동차는 무엇일까? 여행을 떠나는 가족, 전쟁으로 떠나는 군인, 그랑프리 우승이 목적인 레이서, 광부, 부자. 어떤 그룹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최고의 자동차에 대한 기준은 다를 것이다. 주어진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즉, 이들 모두를 위한 자동차는 그 누구도 위한 자동차가 아니게 된다.

애로우헤드의 개발 모토 역시 같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다 보면 만들어지는 것은 결국 쓰레기 더미에 가깝다. 팬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애로우헤드의 목표다. 특정 플레이어 그룹을 정하고, 이들을 위한 게임을 만드는 것이다.

(출처: 노르딕 게임)

물론, 애로우헤드가 목표로 정한 계층에게 좋은 게임을 만들기란 쉽지 않다. 애로우헤드가 타겟으로 삼은 게이머는 수많은 게임을 플레이한 경험이 있는 '사회적인 너드'(Nerd)들이다. 이들은 게임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고 작은 것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리고 이들은 게임을 친구와 즐기는 사교 활동으로 여긴다. 친구가 하는 게임에 큰 영향을 받으며, 반대로 친구에게 자신이 하는 게임을 권하기도 한다.

'너드'라는 특성에서 보면, 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정말 관심이 많다. 가령 요한 필레스테드는 <워해머> 시리즈 너드다. 이런 너드는 설정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결과물이 나오면 화를 낸다. 너드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감정적인 애착을 갖는다.

애로우헤드는 이런 특성을 가진 사람들을 '감정가'(connoisseur)라고 부르며 핵심 타겟으로 삼고 있다. 감정가들은 다른 사람이 함께 게임을 플레이하도록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어필하고자 애로우헤드는 다른 게임에서 느낄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출처: 노르딕 게임)



# <헬다이버즈>의 영감은 '스톰 트루퍼'에서 출발했다.

애로우헤드가 처음 선보인 게임은 최대 4인이 협동할 수 있는 게임 <매지카>다. 이후 여러 게임을 출시하며 자신들이 설정한 목표가 맞다는 확신을 가졌고 2015년 <헬다이버즈>를 출시했다.

<헬다이버즈>를 처음 구상할 때, 애로우헤드는 80/90년대 대중 문화에서 등장하는 '악당'의 입장에서 플레이하는 협동 게임을  생각했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스톰 트루퍼'와 같은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플레이하는 것이다. 이런 캐릭터는 '플롯 아머'(주인공 보정)가 없다.

곧 <헬다이버즈>는 '플레이어가 외계 세력에 맞서 작전을 완수해야 하는 은하 전쟁 속의 분대원이 되어, 현실감 넘치는 전투를 수행하는 게임'이라는 목표 속에서 만들어졌다.

(출처: 노르딕 게임)



# 개발팀 확장에 대해 미리 준비해야 했다.

<헬다이버즈>의 속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애로우헤드는 이미 친숙한 개념의 게임을 <헬다이버즈>처럼 만들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개발은 2016년 시작했고, 3~4년 정도가 걸릴 것이라 예상했다. 문제는, 이 생각이 정말로 잘못됐었다는 것. <헬다이버즈 2>의 개발에는 "7년 11개월 26일"이 걸렸다.

처음 <헬다이버즈>를 개발할 때 프로젝트에는 10명 정도의 개발자가 있었다. 다른 게임을 병행 개발할 때도 비슷한 규모의 팀을 유지했었다. 그러나 <헬다이버즈 2> 개발을 시작할 때는 두 개의 팀을 합쳐 35명 정도의 개발자로 시작했고, 개발 막바지에는 10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20명 정도 이상의 개발 규모에 도전한다는 것은 경험이 없는 개발사엔 어려운 일이다.

늘어난 개발 인력 속에서 애로우헤드는 각 조직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이해하는 것을 어려워했다. 늘어난 규모에도 소규모 개발 조직의 업무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연관이 있었다. 

흔히 게임 개발에는 많은 고충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헬다이버즈 2> 역시 같았다. (출처: 노르딕 게임)

게임 개발에만 7년하고도 11개월, 26일이 소모됐다. (출처: 노르딕 게임)

소규모 개발 조직은 유연하다. 결정을 즉석에서 내릴 수 있고, 곧바로 실행한다. 그러나 개발 인력이 늘어나면 다르다. 디자이너중 한 명에게 무언가를 요청하면, 다른 조직에 속해 있는 엔지니어는 무엇이 결정된 것인지 알지 못한다. 이런 혼란이 계속해서 발생하면 구성원은 스트레스를 받고 생산성이 저하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애로우헤드는 대규모 조직의 방식을 따르고 싶지 않아 했지만, 사실 그런 조직의 방식이 나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 (대규모 게임을 만들기 위해선) 모든 것이 체계적으로 구성되어야 하며, 커뮤니케이션 경로가 명확하게 짜여야 한다. 다행히 애로우헤드는 극복해 낼 수 있었지만, 성장 단계에 있는 조직이 이를 등한시하면 2년 뒤에 반드시 후회할 일이 생긴다는 것을 깨우쳤다.

프로토타입도 명확히 만들어야 한다. 소규모 개발 팀 단위에서는 미완성된 부분을 남기더라도 개발팀이 충분히 머리에 기억에 두고 관리할 수 있다. 그러나 대규모 팀 단위에서는 "잠시만요! 게임 출시 전에 완료해야 할 개발 문서가 100개 넘게 남아 있어요"와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

(출처: SIE)


# <헬다이버즈 2>가 포기하지 않았던 '플레이어의 창의성'


<헬다이버즈 2>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멋진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소니와 함께 개발 예산을 두 배로 늘리면 좋을 것이라는 결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헬다이버즈 2>에 대한 도전은 쉽지 않았다. 이미 개발이 늘어진 상황이었다. 애로우헤드가 이를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용기(Grit), 동지애, 연민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연민이란, 게이머에 대한 연민이다.

개발자가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하는 이유는 게이머에게 '즐거울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멋진 것'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게임 개발에는 타협이 필요하지만, 애로우헤드는 최소한 몇 가지에서는 타협하지 않으려 애썼다. 튜토리얼에서 가르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시도할 수 있는 게임 환경을 만들거나, 다차원적인 재미를 제공하는 것이다.

'플레이어의 창의성'을 보장하는 것도 중요하다. 게임에서 창의성을 말하면 보통 <마인크래프트>와 같은 방식의 게임을 떠올린다. 하지만 액션 게임에서도 창의성 요소는 분명히 있다. 플레이어가 순간적으로 기지를 발휘해 멋진 결과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플레이어의 창의성이 발휘되려면 게임 메커니즘이 풍부하면서도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플레이어가 원하는 행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기발한 플레이가 나온다. 애로우헤드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기도 하다. 플레이어는 여기서 감정적으로 큰 울림을 받는다.


강연에서 언급된 내용을 잘 보여주는 동영상

타인과의 협동 요소를 넣는 것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헬다이버즈 2>가 가격을 40달러로 설정한 이유다. 친구와 같이 게임을 하자고 설득하기 좋은 가격이기 때문이다.

'판타지'를 지키는 것도 게임 디자인에서 애로우헤드가 집중하는 부분이다. 여기서 판타지를 우선시한다는 것은 이렇다. 가령 스톰 트루퍼를 조작하면, 스톰 트루퍼가 아무런 도움 없이 갑자기 수십 미터를 도약하는 진기명기를 보여줘서는 안 된다. 일관적인 묘사가 중요하다.

드라마판 <왕좌의 게임>에서 발리스타로 용을 저격해 죽이는 장면을 생각해 보자. 용이 나온다는 것은 문제가 없다. 세계관의 설정 안에 있는 것이니까. 문제는, 약 1천 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사람이 조준경도 없이 발리스타로 용을 저격하는 데 성공하는 모습이 나왔단 것이다. 무언가를 보여줄 때는 설정의 제약을 넘어서지 않는 일관성과 핍진성이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너무나 심각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게임은 긴장을 풀고 즐기는 콘텐츠다. 그렇기에 애로우헤드는 도덕적인 요소를 넣어 세상을 바꾼다는 시도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 대신 무언가를 풍자하고 희화화하는데 집중한다. 이런 것들은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PvP 콘텐츠를 안 넣은 이유도 같다. 게임은 긴장을 풀고 즐기는 것이다.

<헬다이버즈 2>는 통제민주주의를 통한 온갖 패러디와 풍자로 가득하다. 
실제로 사람들이 <헬다이버즈 2>에 대한 긍정적인 인상을 받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출처: SIE)


# 라이브 서비스에 대한 꾸준한 자문이 필요

<헬다이버즈 2>의 성공 이유에 대해서는 많은 관점이 있다. 

누군가는 적절한 출시 타이밍을 이야기하고, 어떤 사람은 게임을 40달러에 팔았다는 것을 이유로 꼽는다. 요한 필레스테드는 이렇게 단순한 개념으로 <헬다이버즈 2>의 성공을 정의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해당 강연을 위해 몇 가지 가설을 생각해 내긴 했지만, 이 또한 결국 하나의 의견일 뿐이다. 

먼저, 사람들이 게임에 바라는 것이 그대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게임이 제공하는 판타지를 액션 영화처럼 연출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게임 내에 컷신은 없지만 사람들이 <헬다이버즈 2>가 영화 같은 게임이라고 부르는 이유기도 하다. 스타일과 기본기를 잘 구성하고,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출처: 노르딕 게임)

두 번째는 스튜디오 전체가 일치된 스타일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 계속해서 소통하고, 의견을 포용해야 한다. 게임은 개발자들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추가적인 수익 창출에 매몰되지 않고 라이브 서비스를 제대로 하는 것이다. 라이브 서비스 게임에 대한 의견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잘만 된다면 플레이어가 좋아하는 게임을 지속적으로 플레이하게 만들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된다. 

선불로 70달러를 청구했으면, 추가 스킨 결제를 위해 반드시 돈을 써야 한다고 요구해서는 안 된다. 개발사의 은행 계좌에 좋은 것이 아니라, 라이브 서비스에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 개발사 스스로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헬다이버즈 2>에도 소액 결제가 있지만, 게임 플레이만으로도 업데이트 콘텐츠를 구매할 재화를 얻을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은 해외 웹진과 커뮤니티에서 많은 호평을 받았다. - 기자 주)


(출처: 노르딕 게임)


가장 중요한 것은 팬덤과의 교류다. 팬들과 소통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소수의 악성 팬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1%에 불과한 악성 팬과의 소통이 두렵다는 이유로 나머지 99%와 소통을 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대부분은 게임에 대한 열의를 가진 착한 사람들이다.

물론, <헬다이버즈 2>가 PSN 사태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사건을 내고 사과한다고 해서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강력해질 수 있다. 위험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애초에 게임 개발 자체가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출처: 노르딕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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