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기대를 모았던 <피파 온라인>이 오픈베타테스트를 시작한지 2주가 지났습니다. 사실 이 시점의 게임은 체험기를 쓰기가 좀 난감합니다. 오픈베타라는 게 언제 끝날지 모르고, 그 기간 동안 게임이 어떻게 변할지 예상할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이번 글은 2주라고 기간을 한정시켜 봤습니다.
말 그대로 2주 동안 <피파 온라인>의 오픈베타테스트를 즐겨보고 적은 체험기입니다. <피파 온라인>의 전부가 아닌, 현재의 모습만 표현했다고 생각해주세요. /디스이즈게임
매치모드
지난 2차 클베 체험기와 별 다른 점이 없습니다. 초보리그, 2부 리그 같은 채널이 생겨서 자신의 실력에 맞는 채널에 입장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리그든 입장에 제한이 없어서 그냥 MMORPG의 서버처럼 유저를 분산시켰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친구나 클럽, 쪽지, 로비에서의 채팅 같은 기능은 아직도 제공되지 않고 있습니다. 때문에 여전히 커뮤니티가 필요 없는 게임이죠. 아이템샵도 아직 열리지 않아서 그냥 다른데 신경 쓸 것 없이 대전만 원하는 유저들이 죽어라고 대전만 할 수 있는 분위기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매치메이커 시스템이 없어서, 원하는 상대와 대전할 수 없는 불편이 있습니다. 현재 지원되는 것은 전적으로 상대의 실력을 가늠한 다음, 방을 만들어서 그를 초청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유저들은 당연히 갈수록 실력이 늘어갈 텐데,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고수와 하수를 분간하기조차 어려우니 원하는 상대와 대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좀더 정밀한 매치메이커 시스템, 혹은 잘 구분된 리그를 바라봅니다.
커리어모드 – 트레이드
커리어모드도 2차 클베와 별로 다른 점이 없습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드디어 트레이드(컴퓨터팀과의)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아직 경매, 아이템샵, 랭킹 같은 기능들은 제공되지 않고 있네요.
트레이드는 내가 가지고 있는 선수를 파는 경우와 다른 팀의 선수를 사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파는 것은 간단합니다. ‘내팀선수단’ 항목에서 원하는 선수를 골라 판매를 누르면 ‘내판매목록’으로 해당 선수가 이동합니다. 이때 다른 팀(컴퓨터)에서 이 선수를 원하면 이적료를 제시하면서 영입의사를 밝힙니다. 수락하면 이적료를 받고 선수를 팔게 됩니다. 그런데 컴퓨터팀들은 워낙 짜서(-_-), 유저팀의 선수에게는 이적료를 반 정도밖에 지불하지 않습니다. 나쁜 놈들이죠.
능력치 낮은 선수라고 자꾸 팔아버리면, 체력문제 때문에 시즌진행이 어렵죠.
다른 팀의 선수를 사오는 경우는 조금 복잡한데, 우선 ‘입찰 포인트’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입찰 포인트란 쉽게 설명해서 다른 팀의 선수를 사올 수 있는 권리를 나타냅니다. 10경기마다 5점이 주어지고, 30점이 쌓이면 더 이상 획득할 수 없습니다. 내가 전북으로 플레이중이고 서울의 박주영을 사오고 싶다고 가정해봅시다. 박주영은 평균 능력치가 82이므로 8점의 입찰 포인트가 필요합니다. 또 서울팀을 꼬시기 위한 이적료, 박주영을 꼬시기 위한 연봉도 제시해야 하고요. 이 조건이 모두 만족하면 ‘입찰’을 할 수 있습니다.
‘입찰’을 했다고 해서 박주영이 무조건 우리 팀으로 오는 것은 아닙니다. 능력치가 높을수록 콧대도 높기 때문에 두배, 세배의 연봉을 불러도 오지 않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어떤 조건에 의해서 입찰이 성공하고 실패하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군요.
예외적인 경우도 있는데, 상대팀(컴퓨터)이 박주영을 팔기 위해 이적시장에 내놓은 경우입니다. 이때는 입찰포인트가 단 1포인트만 필요하며, 일단 입찰하면 대부분 성공합니다. 하지만 컴퓨터들도 바보는 아니어서 이적시장에 나오는 선수들은 능력치가 매우 낫거나 나이가 많은 선수들뿐이더군요.
또 입찰은 자국 리그, 즉 유저가 플레이하고 있는 리그에서만 가능합니다. 왜 외국리그에서 선수를 사올 수 없는지 이해가 되질 않네요. 앞으로 추가될 ‘경매’ 시스템은 유저끼리 선수를 사고 파는 것이라 외국리그에서도 선수를 사올 수 있겠죠. 그래도 ‘트레이드’에서 그걸 막아놓은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커리어모드 - PVP
2차 클베 체험기에서 제가 피를 토하면서 졸라댔던(^^) 커리어모드에서의 PVP가 드디어 추가됐군요(사실은 2차 클베 후반기에 적용됐습니다). PVP를 원하는 유저는 스케쥴 화면에서 ‘월드투어’라는 버튼을 누르면 됩니다. 1:1, 2:2, 1:1 4강 8강 토너먼트, 2:2 4강 8강 토너먼트가 제공됩니다. 원하는 것을 선택하면 자동으로 비슷한 레벨의 상대와 대전이 이뤄집니다. 앞에서 말했던 매치메이커가 여기에 적용된 것이죠.
일단 상대가 정해져서 선발선수를 설정하는 장면에 들어가면, 이전 화면으로 돌아갈 수가 없습니다. 돌아가면 3:0으로 진 것이 되죠. 즉, 상대를 고를 수 없습니다.
많은 고민이 있었다는 것은 알겠지만 그걸 감안해도 너무 부족하고 불편한 PVP 방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선 상대를 고를 수 없기 때문에 아는 사람들끼리 자신이 키운 팀으로 대결할 수가 없지요. 또 상대가 아무리 비매너(채팅 등) 유저라도 경기를 끝까지 마쳐야 하죠.
가장 아쉬운 부분은 상대에 대해 사전에 고민하는 단계를 아예 삭제해버렸다는 것입니다.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월드투어’ 방식은 랜덤하게 상대를 정해줍니다. 다시 말해서 자신의 상대가 어떤 팀일지 사전에 알 수 없고, 때문에 그 상대에 맞는 고민을 할 수가 없습니다. 만약 스케줄 방식(현재의 PVC와 같은)의 PVP라면 ‘아 다음 주에는 첼시와 대결하지. 주전선수들을 아껴둬야겠군’ 하는 식의 계산이 들어가겠죠.
<피파 온라인>의 핵심은 커리어모드고, 커리어모드의 핵심은 ‘자신만의 팀을 키워서 상대와 대전하는 것’에 있습니다. ‘자신만의 팀을 키우는’ 트레이드 기능은 아직 완벽하지 않고, ‘상대와 대전하는 것’은 랜덤방식이네요. 뭔가 많이 허전했던 커리어모드였습니다.
게임 자체에 대한 아쉬움 - AI
눈치채셨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여태까지 <피파 온라인>에 관한 체험기에서 게임 자체를 거론한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그라운드 밖에서 일어나는 일만 적었지, 그라운드 안에서 벌어지는 게임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하지 않았죠. 왜냐면 그 부분은 패키지용 <FIFA 06>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기 때문이고, 또 어떻게 변해나갈지 도저히 예측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오픈베타가 시작됐으니 조심스레 그 부분을 말해보려 합니다.
제일 먼저 얘기하고 싶은 것은 난이도에 관한 문제입니다. 현재 <피파 온라인>의 커리어모드에는 난이도 조절기능이 없습니다. 즉 유저가 난이도를 조절할 수 없다는 거죠. <피파 온라인>은 이 문제를 ‘PVC에서 유저가 압도적으로 승리하면 다음 경기의 난이도를 자동으로 올리는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압도적이란 기준이 좀 애매합니다. 3:0 이상이 되면 난이도가 올라가는 거죠. 즉 2:0으로 수십번을 이겨도 난이도는 그대로입니다. 이런 조건이 노출되자 처음의 난이도를 그대로 이어가면서 연승하는, 저 같은 '꼼수' 유저들이 생겨났습니다. (^^) 2:0으로만 이기면 되니까요. 난이도 조절기능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죠.
난이도가 올라간다 해도 문제입니다. 이 게임에서 난이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AI가 정밀해지거나, 포메이션이 견실해지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골키퍼의 반사신경이 높아질 뿐’입니다. 물론 AI도 높아지지만 그건 한 20%쯤? 난이도 조절을 너무 골키퍼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어제 저는 컴퓨터팀과의 경기에서 24개의 슈팅을 퍼부어댔지만 한 골밖에 못 넣었습니다. 컴퓨터팀은 달랑 3개의 슈팅을 날려서 2개를 성공시켰죠. 즉 유저팀의 골키퍼는 그대로이고, 컴퓨터팀 골키퍼의 능력만 엄청나게 상승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컴퓨터팀 골키퍼가 모든 면에서 뛰어난 것은 아닙니다. 1:1 상황에서 반대쪽 골포스트를 노리는 슛, 가까운 거리 45도 방향에서의 헤딩슛, 90도 각도에서의 중거리슛 등 각종 꼼수에는 여전히 무력합니다. 이건 재미없죠.
수비수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포츠게임에서의 AI라는 것은 자신이 조작하지 않는 선수들이 얼마나 능동적이고 상황에 맞게 움직여주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위닝 일레븐>의 AI가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한 팀의 선수 전체가 유저의 움직임에 따라 민감하게 움직여주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데 <피파 온라인>은 3명, 많아야 5명까지가 한계입니다. 나머지는 그저 공격 시에는 상대편 골문쪽으로, 수비시에는 아군 골문쪽으로 파도처럼 왔다갔다 할 뿐이죠. 특정한 지역에서의 슈팅, 특정한 공격루트, 특정한 수비방법에 취약하다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게임자체에 대한 아쉬움 – 성장방식
감독의 성장방식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원하는 팀을 감독하기 위해서, 원치 않는 팀과 원치 않는 선수를 이끌고 수백 경기(최상위 팀까지는 최소 3달이 걸린다는 군요)를 치러야 합니다. 물론 <피파 온라인>은 온라인게임이고 따라서 적절한 플레이타임을 보장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MMORPG의 최상위 던전을 초보시절부터 플레이하게 하면 유저들이 금방 질리는 것처럼, 차츰차츰 상위팀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했던 거죠. 그건 저도 충분히 동의합니다. 하지만 너무 오래 걸립니다. 만약 <카트라이더>에서 3달 동안 연습용 카트만 타야 한다면, <스페셜포스>에서 3달 동안 권총만 사용해야 한다면 어떨까요?
제가 왜 이 방식에 거부감을 느끼는지 하나하나 떠올려보겠습니다. 1) MMORPG에서 최상위 던전이 격파당하면 그보다 강한 던전을 제공함으로써 컨텐츠를 보충할 수 있지만, <피파 온라인>에서는 최상위 팀(브라질, 첼시, 맨유 등)들보다 강한 팀을 만들어낼 수는 없습니다. 외계인 팀이라도 꾸미지 않는다면 말이죠. 최상위 팀 이후의 컨텐츠는 뭘까요? 2) 그렇다면 팀이 아니라 선수를 모으는 데서 재미를 느껴야 하는데 입찰방식이 꽤나 까다로운 데다가, 원하는 방식으로 성장시킬 수도 없습니다(속도를 빠르게, 혹은 슈팅이 정확하게 하고 싶다는 등). 그 선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만 기쁨을 느낄 뿐이죠. 3) 그렇다고 자기가 획득한 선수와 힘들게 얻은 팀을 다른 사람에게 자랑할 수 있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현재 커리어모드에서 다른 유저에 관한 정보는 전혀 볼 수 없습니다. 4) 최후의 컨텐츠라고 할만한 PVP는 같은 의미로 재미가 반감합니다. 다른 유저의 정보를 볼 수도 없고, 다음 상대가 누군지도 알 수 없으니까 말이죠. 경쟁이라는 요소가 퇴색했다는 느낌입니다.
잘라 말해서, 지구방위대 이후의 컨텐츠는 무엇입니까?
제가 좀 툴툴거렸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온라인게임들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많은 장점을 가진 게임이 <피파 온라인>입니다. 특히 온라인게임으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이 정도로 게임성을 유지하고, 새로운 요소를 추가했다는 것은 굉장한 일이죠. 그것도 개발기간은 1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추가될 요소들도 많습니다. 경매에서는 서로의 선수들을 사고 파는 재미가 있을 것이고, 아이템샵은 전혀 다른 게임의 재미를 느끼게 해주겠죠. 개발팀은 꾸준히 커뮤니티성과 AI에 대한 보강을 약속하고 있으며, 저는 여전히 정상원 개발본부장과 김희재 개발팀장이 잘 해낼 것이고 믿습니다. 무엇보다도 한국 국가 대표팀이 가나에게 3:1로 완패했을때 달려가서 울분을 토해낼 수 있는 온라인게임은 누가 뭐래도 <피파온라인>입니다.
하지만 2주간 제가 직접 겪어본 <피파 온라인>은 무엇인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오픈베타테스트는 이제 시작단계, 체험기를 쓰기에는 조금 이른 시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피파 온라인>에 어떤 중요한 변화점이 있을 때마다 체험기나 프리뷰로 빠르게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