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만한 아우 없다’, ‘1편보다 나은 속편은 드물다’, ‘원 히트 원더’. 모두 다른 분야에서 쓰이는 말이지만, 뜻은 비슷하다. 엄청난 흥행을 거둔 영화, 음악 등은 모두 속편이나 후속작에서 명성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말이다.
게임에서도 전작의 명성을 잇지 못한 게임은 많고, 에외도 나름 많다. 이런 화두를 던지는 이유는 이유는 <다함께 차차차2> 때문이다. 누적 다운로드 2,000만, 한 때 <애니팡 for Kakao>와 <드래곤 플라이트 for Kakao>의 뒤를 이은 흥행작 <다함께 차차차 for Kakao>의 후속작이다.
10일 출시된 <다함께 차차차2>는 카카오 플랫폼도 벗어나 실시간 대전과 한층 과장된 액션성을 앞세워 인기를 끌고 있다. 과연 <다함께 차차차2>는 전작보다 나은 속편일까? 아니면 그저 그런 후속작일까? 직접 체험해 본 바로는, 레이싱의 근본인 ‘달리는 쾌감’은 확실히 발전했다. /디스이즈게임 김진수 기자
■ 미드코어 요소 대거 투입한 캐주얼 레이싱
먼저 <다함께 차차차2>를 소개하자면, 전작 <다함께 차차차 for Kakao>의 기반에서 즐길거리를 대거 추가한 모양새다. 연료가 허락하는 한 가능한 멀리 진행해야 하는 방식은 ‘주행모드’라는 이름으로 들어가 있고, 대전모드와 보스전이 추가됐다.
<다함께 차차차 for Kakao>역시 다양한 성장요소 등을 도입한 바 있지만, <다함께 차차차2>는 조금 더 최근 게임들의 트렌드를 잘 쫓고 있다. <다함께 차차차2>를 플레이하면서 전작의 기억을 떠올려 본다면 그간 바뀐 모바일 게임의 트렌드를 느낄 수 있다.
주행모드는 연출 등 많은 부분이 발전한 점도 눈에 띈다. 부스터 발동 시의 카메라 워크나 점프 트럭(일종의 점핑 스팟)을 밟고 뛰면 잠시 비행하는 등 ‘시원하게 달리는 쾌감’을 보다 강조했다. 돈을 소모하는 대신 연료를 아껴 더 멀리 갈 수 있는 견인차 등도 <다함께 차차차2>의 주행모드를 보다 전략적으로 만들어준다.
대전모드는 구성이 조금 특이한 편인데, 마치 <캔디 크러시 사가>처럼 스테이지 방식으로 진행된다. 각 스테이지에 입장하면 다른 한 명의 유저와 1:1 대전을 벌이고, 2연승이나 3연승을 거두면 다음 스테이지로 진출하는 방식이다. 각 스테이지마다 ‘4성 자동차로 승리’같은 미션이 있고, 한 챕터의 모든 미션을 성공하면 ‘차량 뽑기권’을 보상으로 준다.
보스전은 <다함께 차차차2>에서 추가된 요소 중 가장 특이한 콘텐츠다. 일정 거리를 달린 뒤 보스가 등장하고, 차량에 장착된 무기를 사용해 보스의 체력을 모두 깎아야 한다. 보스는 일정한 패턴으로 유저를 방해하며, 클리어 시 차량 제작 재료를 얻을 수 있다.
차량 제작 및 아이템은 <다함께 차차차2>에서 지속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게 만드는 요소로 추가됐다. 차량 뽑기를 시도하다 같은 차량을 얻을 경우 해당 등급의 차량 제작권을 얻을 수 있고, 대전모드와 보스전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를 투입해 해당 등급의 원하는 차량을 제작할 수 있다.
아이템은 <모두의 마블 for Kakao>처럼 차량에 장착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공격력 15% 증가’나 ‘차차시 속도 20% 증가’등의 유용한 효과들을 가지고 있다. 아이템은 뽑기로 얻을 수 있으며, 다른 아이템을 재료로 강화할 수 있다.
이렇게 <다함께 차차차2>의 콘텐츠를 살펴보면, 캐주얼 레이싱이라는 기반 위에 한국에서 유행하는 미드코어 RPG의 콘텐츠 순환구조를 결합한 모양새다.
전작에도 그랬듯 골드를 사용해 차량을 업그레이드하는 요소는 그대로이나, 큰 틀에서 보면 플레이하면서 업적을 달성하고 차량을 제작하는 등 장기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게 만드는 미드코어 게임의 요소들을 듬뿍 추가했다. 플레이를 오래 할 수록 <모두의 마블 for Kakao>의 콘텐츠 구조와 흡사하다는 느낌이 든다.
■ 레이싱의 근본, 달리는 쾌감을 강조한 <다함께 차차차2>
<다함께 차차차2>에서 가장 눈에 띄는 콘텐츠는 바로 대전모드다. 주행모드에서도 부스터 연출이나 콤보를 쌓아 부스터를 발동시키는 ‘피버’등 여러 면에서 나아진 모습이지만, 연료 제한 때문에 초반에는 달리는 재미를 만끽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초반부터 달리는 쾌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모드는 대전모드다.
일단 대전은 연료 걱정 없이 ‘목표 지점까지 상대보다 빠르게 달린다’는 목표 아래 가능한 모든 테크닉을 동원하는 방식이다. 보다 빠르게 달리기 위해 가속 발판이나 아이템, 슬립 스트림을 이용하는 드래프팅과 ‘차차’ 콤보를 최대한 많이 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상대를 방해할 수 있는 스킬 사용이나 몸싸움 등도 살아 있다.
곡선 주행 구간이 도입된 점도 대전을 더욱 박진감 있게 만든다. <다함께 차차차2>는 다른 레이싱 게임의 코너워크 보다 훨씬 간략화 한 커브 구간이 나오는데, 속도가 빠를수록 많이 감속되는 개념이다.
곡선 구간에서도 차차 콤보나 가속 발판을 밟아 속도를 높일 수 있지만, 감속이 꽤 크기 때문에 오히려 속도가 느린 차량이 덕을 볼 수 있다. 때문에 빠른 속도로 앞서나가더라도 코너 구간이 다가오면 마음 놓을 수 없는 구조라 긴장감을 더해준다.
<다함께 차차차2>가 이렇게 코너워크를 구현한 것을 보고 있자면 일반적인 서킷 레이싱 게임과의 차별점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서킷 레이싱 게임이 ‘상대보다 빠르게 달린다’는 목표를 ‘아웃-인-아웃’같은 테크닉을 활용하면서 현실적인 조작과 움직임으로 눈길을 끈다. 반면 <다함께 차차차2>는 ‘상대보다 빠르게 달린다’는 목표를 차량의 스킬과 아이템, ‘차차 콤보’ 테크닉으로 달성하면서 편하고 시원하게 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덧붙이자면, <다함께 차차차2>가 가진 캐주얼함은 한 게임에 걸리는 시간에서도 드러난다. 일반적인 서킷 레이싱 게임이 2LAP 기준으로 3분에서 5분 가량 플레이하는 것과 비교하면 <다함께 차차차2>의 대전모드는 1분에서 2분 가량만 집중하도록 구성했다.
호불호가 나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개인적으로 긴 시간 집중하기 힘든 편이라 짧은 시간 빠르게 달리는 데만 집중하는 점이 마음에 든다. 짧은 시간 플레이하기에 피로감이나 부담이 적어 다시 플레이하기 쉽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결론적으로 <다함께 차차차2>의 대전모드는 레이싱 자체의 근본인 ‘상대보다 빠르게 달린다’를 강조하면서 승부를 가르는 요인들을 <다함께 차차차2>의 룰 안에서 캐주얼하게 풀어냈다. 짧은 시간, 연료 제한 없이 빠르게 달리는 데만 집중할 수 있어 주행모드보다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 스테이지 클리어와 대전의 결합, 유동적인 난이도와 성취감을 얻다
<다함께 차차차2>의 대전모드는 <캔디 크러쉬 사가>등 많은 게임들이 보여주고 있는 스테이지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각 스테이지마다 별도의 미션이 있고, 대전을 통해 2연승 또는 3연승을 기록하면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의 도입은 기존 스테이지 방식의 획일적인 레벨디자인을 벗어나 조금 더 유동적인 난이도 조절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반적인 게임의 대전 콘텐츠가 전적과 골드 외에 남는 것이 거의 없었던 반면,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더불어 이런 방식은 기존 스테이지 방식에 비해 장점이 있다. 바로 난이도의 변화다. 스테이지를 하나 하나 클리어하는 게임들은 ‘기획자가 설정한 난이도’를 따라가게 되어 있는데, 과거 패키지 게임에는 잘 어울리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모바일에서는 조금 다르다. 모바일게임은 결제만 하면 손쉽게 최고급 차를 얻을 수 있고, 이 때문에 기획자가 설정하는 난이도는 쉽게 망가질 수 있다.
이런 구조에서 난이도를 돈을 쓰지 않은 유저들의 성장 속도에 맞추면 과금 유저들에겐 너무 쉬운 것들이 되고, 반대로 돈을 일정 이상 써야 클리어할 수 있도록 난이도를 맞추면 일반 유저들에게는 너무 어려워진다. 이는 스테이지 진행 방식을 가진 다른 레이싱 게임들도 비슷하게 안고 있던 문제였다.
<다함께 차차차2>는 각 스테이지를 모두 대전으로 바꾸면서 미리 설정해둔 난이도가 가지는 문제점을 일부 해결했다. 매번 다른 상대와 매칭을 하게 되고, 매칭 전까지 상대 차량 등의 정보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긴장감이 생기고, 난이도는 대전 상대에 따라 바뀐다.
물론, 풀지 못한 문제점도 있다. 다른 레이싱 게임이 가진 ‘좋은 차=승리’라는 공식이다. <다함께 차차차2>에서 이런 문제가 더 심해지는 건 대전 기반이기 때문이다. 3성 차량을 들고 갔는데, 5성이나 6성 차량을 만나 아무것도 못 하고 지거나, 반대로 1성 차량을 만나 너무 쉽게 이기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다함께 차차차2>가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대전 등급 같은 것을 두고는 있지만, 직접 체험해 본 바로는 매칭이 매끄럽게 잘 된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다. 더불어 차량에 장착하는 아이템 역시 이런 격차를 더 크게 만든다.
차량 장착 아이템 중 ‘코너에서 그립 증가’, ‘차차시 이동속도 20%증가’ 같은 아이템의 효과가 강력한데, 아이템은 뽑기에서 얻을 수 있고, 등급을 올릴 수 없기에 좋은 아이템을 뽑은 유저와의 차이는 더 많이 벌어지게 된다. 마치 <모두의 마블 for Kakao>에서 엄청난 아이템 장착하고 있는 유저를 상대할 때 느끼는 허탈함을 경험하게 된다.
이런 문제는 꾸준한 매칭 개선 및 유저 유입을 통해 어느 정도는 개선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매칭 개선으로 재미를 살릴 수 있을지는 앞으로 <다함께 차차차 2> 개발진의 손에 달려있을 것이다.
■ 레이싱 게임의 문법과 따로 노는 보스전이 가장 아쉽다
앞서 영상기사로도 소개했듯 <다함께 차차차2>에서 새로 추가된 요소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보스전이다.
대전모드 스테이지를 일정 이상 클리어하면 보스전 입장 권한이 열리게 되고, 대전모드 클리어로 받은 티켓을 사용해 입장할 수 있다. 보스전에서는 제작 재료와 아이템 상자를 얻을 수 있어 차량 제작을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거쳐야 한다.
어쨌거나 <다함께 차차차2>에서 레이싱에 보스전을 넣는다는 발상은 좋게 보면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였다. 어차피 캐주얼 레이싱을 표방하는 만큼, 이색적인 콘텐츠가 있어도 나쁠 것이 없다. 하지만, <다함께 차차차2>의 보스전은 풀어가는 방식이 아쉽다.
<다함께 차차차2>의 보스전은 꽤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다. 보스가 나타나면 차량에 장착된 무기로 공격을 하고, 보스의 방해공작을 피해 대미지를 입히면 된다. 대부분의 보스 패턴은 ‘지정된 패턴 피하기’의 느낌에 가깝기에 패턴을 익히고, 반사신경을 필요로 하는 방식이다.
이를테면 누구나 당연히 90점에서 100점을 맞는 시험이라는 느낌인데, 이 때문에 지루하고 실수했을 때 스트레스가 큰 편이다. 같은 패턴의 연속적인 반복, 그리고 반사신경을 요하는 통에 보스가 굴리는 드럼통 등을 맞았을 때 상당히 기분이 나빠진다.
또 하나의 문제는 기존 <다함께 차차차2>에서 요구했던 테크닉과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는 구성이다. 대전모드에서 주행, 대전모드에서 쫄깃하게 즐기던 ‘차차’같은 테크닉들은 모두 보스전 앞에서는 무의미하다.
보스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면 차차 콤보가 올라가기는 하지만, 아무 효과도 없다. 차라리 차차 콤보를 이어갈 수록 대미지를 높이는 등 레이싱 테크닉을 보스전에서 접목할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현재로서는 ‘빠르게 달린다’는 레이싱 게임의 문법을 강조한 다른 콘텐츠와 달리, 보스전만 유독 액션 게임의 문법을 사용하고 있어 따로 노는 느낌이다.
결국 현재 <다함께 차차차2>의 보스전은 ‘달리는 쾌감’과 거리가 먼 만큼, 재료를 구하기 위한 짜증나는 콘텐츠에 불과하다는 느낌일 뿐이다. 그래서 <다함께 차차차2>의 콘텐츠 중 가장 아쉽다.
<다함께 차차차2>를 플레이 한 소감을 정리하면, 스테이지 방식을 섞은 대전모드의 도입으로 레이싱 게임이 갖춰야 할 달리는 쾌감은 매우 즐겁고, 재미있다. 하지만 대전모드의 매칭, 아이템 입수 경로와 필수적으로 거쳐가야 하는 보스전 콘텐츠가 아쉬워 오래 붙잡기는 망설여진다.
물론, 아직 <다함께 차차차2>가 출시 후 일주일 남짓 서비스한 게임인 만큼, 개선 가능성은 많다. 빠른 개선과 적절한 운영이 넷마블의 강점인 만큼, 아직 여유를 두고 지켜봐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