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L은 ‘카오스’의 재림?
<다크니스 앤 라이트>(이하 DAL)는 <워크래프트 3>의 인기 유즈맵 셋팅 게임인 <카오스>를 모태로한 ‘온라인 대전 전략 공성 게임’이다. 장르명부터 심상치가 않아 <카오스>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게 도대체 뭐 하는 게임인가?’하는 의문이 갖기 쉬울 것이다.(사실 카오스도 외국에서 만든 유즈맵 게임인 DoTA에 그 뿌리가 있다)
게임의 기본 시스템을 간단하게 설명하면, 두 편으로 나눠진 유저들이 각자 자신의 주인공 캐릭터만 컨트롤한다. 각각의 캐릭터는 <워크래프트 3>의 영웅처럼 고유한 능력치와 스킬, 인벤토리를 갖고 있으며 상대편 유닛을 죽일 때마다 경험치를 얻어 레벨업을 할 수 있다.
유저의 캐릭터 외에도 각 진영의 기지에서는 자동으로 유닛이 생산되어 적 진영을 향해 돌격하는데, 이들은 인공지능에 따라서 움직일 뿐 유저가 강제로 조종할 수 없다. 즉 ‘온라인 대전 전략 공성 게임’이라는 명칭보다는 ‘롤플레잉의 비중이 큰 전략게임’이라고 하면 훨씬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사운드 카드 에러, 해결하고 났더니?
처음 <DAL>을 실행시켰을 때 필자를 가장 먼저 반긴 것은 로그인 창도 아니오 캐릭터 선택창도 아니었다. 그것은 ‘DNLSound.cpp’라는 파일에서 ‘Invalid Parameter’(무효한 매개변수)가 발생했다는 상당히 난해한 에러였다.
클라이언트를 언인스톨 하고 다시 설치해도 에러 메시지가 계속되었는데, 결국 사운드 카드 드라이버를 윈도우 설치시 자동으로 세팅된 것이 아닌 보다 최근의 드라이버로 새로 설치하자 문제가 해결되었다.
참고로 필자의 사운드 카드는 메인보드 내장형이 아닌 Creative SoundBlaster의 5.1채널 제품으로 그동안 윈도우 XP의 기본 드라이버를 사용해도 다른 게임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아마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요즘 메인보드 내장형 사운드 칩셋을 사용할 것이므로 <DAL>과의 호환성 문제가 없겠지만 혹시라도 별도의 사운드 카드를 장착해서 사용하는 유저라면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드라이버를 최신 버전으로 설치해야 할 것이다.
어쨌거나 사운드 카드와의 충돌 문제로 인해 <DAL>의 첫인상은 사운드쪽으로 무게가 실리게 되었다. 하지만 <DAL>의 BGM과 각종 효과음을 들어본 결과는 무척 실망스러웠다. 사운드의 기술적인 문제, 즉 음향효과에 입체감을 주는 ‘포지셔널 사운드’(Positional sound) 기능이나 공간감을 주는 ‘환경효과’(Environmental sound) 등은 전혀 없었고 배경음악이나 음향효과의 질적 수준도 요즘 나오는 국산 게임들과 비교했을 때 평균 이하였다.
사운드가 중요한 게임은 아니지만 그래도 좀 실망스럽다.
■ 일러스트와 너무나도 다른 게임 그래픽
<DAL>은 클로즈 베타를 하기 전부터 여러 컨셉 일러스트들이 공개되어 왔다. 일러스트만 놓고 봤을 때는 꽤 매력적인 이미지였지만 막상 게임에 들어가보면 일러스트와는 상당히 다른 느낌의 그래픽을 보게 된다. 한 마디로 제품을 구입했더니 포장에 있는 이미지와 내용물이 다르다고 할까?
처음 캐릭터 선택창에 나오는 3D 그래픽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물론 바로 위에 있는 2D 일러스트와는 여전히 이질적이지만 말이다. 진짜 문제는 게임에 들어가서부터다. 화면이 거의 90도 각도로 위에서 내려다보는 ‘탑뷰’(top-view)에 가까운 시점으로 고정되어 있다 보니 일러스트나 캐릭터 선택화면에서 보던 캐릭터의 이미지가 게임 내에서는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심지어는 일반 유닛과도 큰 차이점이 없다.
<DAL>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카오스>의 경우 <워크래프트 3> 엔진을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마우스 휠을 돌리면 시점의 높이와 각도가 조절되면서 다양한 화면을 볼 수 있고 시점의 좌우도 조절된다.
하지만 <DAL>의 시점은 각도가 고정된 상태에서 오로지 화면만 확대하거나 축소하는 기능만 지원되고 있다. 물론 이런 시점 조절 기능이 게임 플레이 자체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게임 내에서 캐릭터와 유닛들의 모습을 좀 더 자세히 관찰할 수 없어 컨셉이나 배경 스토리 속 캐릭터성이 한 풀 꺾이는 아쉬움이 남았다.
■ 가장 큰 문제는 ‘부족한 박진감’
그래픽과 사운드면에서 크고 작은 문제점들이 지적되었지만, 사실 이런 문제들은 첫 인상에만 영향을 줄 뿐 게임 자체가 재미 있다면 나중에는 크게 부각되지 않는 요소들이다. 예를 들어 1998년에 출시되어 이제 10년이 된 <스타크래프트>도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거친 2D 그래픽에 16비트 사운드를 사용하고 있는 ‘구시대적 유물’이지만 재미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즐기고 있지 않은가! 따라서 <DAL>도 게임 자체가 재미 있다면 그래픽이나 사운드에서 드러난 문제들은 상쇄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재미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박진감 측면에서도 <DAL>은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일단 유닛들의 움직임이나 전반적인 게임 흐름이 느리다. 유닛들이 공격하거나 공격받을 때, 또는 스킬을 사용할 때 그래픽 효과나 사운드 효과가 밋밋하다 보니 ‘이게 공격을 하는 건지 마는 건지’ 싶은 느낌이 들 정도다. 한 마디로 타격감이 거의 없다시피 한 것이다.
물론 이런 종류의 문제는 어떤 게임이건 클로즈 베타 초기에는 대개 부족하고 점차 완성버전에 가까워지면서 보완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어질 3차 클베와 오픈 베타 때에 나아질 것으로 기대해 본다.
타격감과 박진감이 너무 부족하다.
■ 카오스와 차별화가 부족한 게임 플레이
앞서도 언급했다시피 <DAL>은 <워크래프트 3>의 유즈맵 게임인 <카오스>를 모태로 개발된 게임이다. 따라서 게임플레이의 기본은 카오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사실 때문에 일부에서는 ‘베낀 게임’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사실 기존에 성공한 게임을 어느 정도 모방하거나 게임의 핵심요소를 차용하는 것은 늘 있어왔던 일이다. 그래서 해외의 게임개발 이론서에서는 성공한 게임이 구축한 핵심 요소들이 ‘장르화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마리오 카트>가 ‘귀여운 캐릭터’를 이용한 자동차 경주와 아이템을 통한 변수라는 핵심요소를 내세워 성공하자 그 뒤로 <레고 레이서> <초로Q> <리볼트> <카트라이더> 등의 게임들이 뒤를 이으면서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한 것도 좋은 예다.
그리고 <하프 라이프>의 모드 게임에 불과했던 <카운터 스트라이크>에서 설정한 ‘폭탄 설치 VS 폭탄 저지’ 사이의 대결 구도가 FPS 게임계 내에서 기본적인 게임 모드로 굳어진 것도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기존에 성공한 게임을 보고 만들더라도 얼마나 차별성을 갖느냐 하는 점이다. 베꼈다고 욕먹는 국산 게임들의 대부분은 바로 이런 점에서 부족했기 때문에 그 동안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2차 클베까지 보면 애석하게도 <DAL>은 아직 카오스와 비교했을 때 뚜렷한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유닛의 외형과 배경 그래픽 정도만 차이가 날 뿐 정작 게임의 재미를 좌우하는 핵심요소에서는 별다른 차이점이 없다. 플레이 타임을 <카오스>보다 줄여주는 ‘수호신’의 존재도 차별점이 되기엔 힘들어 보인다.
일단 지금까지 공개된 <DAL> 맵들은 게임방식이 <카오스>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런데 꼭 맵 구성이나 게임 방식까지 <카오스>를 모두 따라갈 필요가 있을까? 양쪽이 같은 지형, 같은 임무, 같은 조건을 가지고 싸우는 것만 할 것이 아니라 한 쪽은 공격, 한쪽은 수비로 확실하게 구분하는 맵이나 아니면 FPS 게임의 멀티 플레이에서 흔히 지원하는 ‘서바이벌 모드’나 ‘깃발 뺏기’ 등을 도입하는 맵을 만든다면 <카오스>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아이템 조합 시스템이 있긴 하지만 카오스와 크게 차별화되지 않는다.
■ 전적에 따른 랭킹 시스템이 변수 될까?
2차 클베를 마친 <DAL>은 부족한 타격감과 박진감의 보완과 차별화 되는 오리지널 요소를 얼마나 갖출 수 있느냐가 중요한 과제로 남았다. 하지만 DAL에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유저들이 만든 <카오스>와는 달리 <DAL>은 온라인게임으로 개발되는 독립된 게임인 만큼 유저의 전적이 기록되고 성적에 따른 랭킹 시스템도 지원된다. 따라서 <카오스>를 즐겨온 유저들의 승부욕을 자극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게임 외적인 측면에서 이런 랭킹 시스템이 얼마나 잘 구축되느냐에 따라서 <DAL>의 흥행에 긍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전적이 기록되고 랭킹이 매겨진다는 점이 변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