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너도 나도 온라인 FPS의 대열에 뛰어드는 모습을 보면 마치 가요계에서 ‘소몰이 창법’ 논란이 일고 있는 것과 비슷하게 되어가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스페셜포스>가 엄청난 흥행을 하고 그 왕관을 <서든 어택>이 이어받으면서 온라인 FPS 게임은 효자 장르로 인정 받고 있고, 이에 동참하려는 각 개발사들의 출사표도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점차 레드오션이 되어 가고 있는 이 장르에 싸이칸 엔터테인먼트가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페이퍼맨>, 그 이름부터 밀리터리 이미지를 농후하게 풍기는 다른 게임들과는 달리 조금 생경한 느낌인데요.
치열한 총성 속에 뛰어든 게임이니 무언가 색다른 점이 있어야 하는 건 당연하겠죠? 4월 5일부터 나흘간 가입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포커스 테스트가 있었는데요. 과연 어떠한 점에서 차별화를 시도했는지 직접 살펴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필진 쉬라즈
█ 깔끔한 그래픽과 귀여운 종이인형의 만남
<페이퍼맨>은 제목처럼 게임 속에 종이인형들이 등장합니다. 어렸을 때 여자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종이인형을 기억나시나요? 학교 앞 문방구에서 흔히 보던 그것 말입니다. 게임 속의 종이인형은 문방구의 그것과 상당히 유사한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단순히 캐릭터를 종이로 표현한 것이 다가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흥미로운 것은 다양한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을 지원한다는 점입니다. 온라인 FPS 게임들 가운데 그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죠. 종이인형을 오려서 옷을 갈아 입히던 것처럼 상점에서 아이템으로 판매되는 각종 의상과 액세서리를 구입하여 자신의 캐릭터를 입맛에 맞게 꾸밀 수 있습니다.
매우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기 때문에 개성강한 캐릭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완전히 여성취향의 게임이라고 선입견을 가질 분이 있을까봐 덧붙이자면 ‘절대 아니올시다’입니다. 이 종이인형들이 순정만화의 주인공처럼 눈썹이 징그럽게 길다거나 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만화를 즐겨보는 젊은 남녀 모두의 취향에 맞추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쪽 계통의 용어로 ‘모에’ 혹은 ‘로리로리’라고 표현하던가요? 캐릭터들이 꽤 귀여워서 FPS 게임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참고로 상당수 남자분들이 여자 캐릭터를 사용하고 있더군요. ^^;
캐릭터들이 너무 귀엽죠?
그런데 귀여운 캐릭터들이 우중충한 배경을 두고 뛰어다닌다면 무언가 어울리지 않겠죠? 많은 FPS 게임들이 비교적 어두운 색감을 보여주는데 반해 <페이퍼맨>은 상당히 밝은 모습입니다. 으스스한 공동묘지의 분위기도 만화적이라서 그다지 어둡게 보이지는 않았으며, 전반적으로 깔끔한 그래픽이 돋보였습니다.
█ 기본에 충실한 게임 플레이
캐릭터나 배경이 만화풍이라고 해서 게임 플레이도 저 머나먼 안드로메다에서 벌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게임의 컨셉트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 총기의 시각적 구현처럼 그래픽을 만화풍으로 바꾼 부분도 있지만 다른 부분은 상당히 FPS에 충실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실제 플레이는 흔히 즐기는 게임방식인 팀전과 서바이벌 모드가 있었으며 최대 16명까지 한 방에서 플레이 할 수 있었는데요. <서든 어택>을 비롯한 인기 있는 온라인 FPS 게임들의 공식에서 크게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캐릭터가 종이라는 점을 뺀다면 꽤 깔끔하게 만든 게임이라고 생각될 정도입니다.
시작할 때 사용할 무기를 선택하는 창, 다른 게임들과 비슷합니다.
사운드 면에서도 크게 흠잡을 부분은 없었습니다. 각 총기의 격발음도 무난했고 사운드 플레이라고 불리는 것도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밟는 곳의 재질에 따라서 발소리가 달라졌으며, 소리에도 원근감이 잘 반영되어 있었습니다.
특정 부위를 공격할 때마다 다른 킬 메시지가 표시됩니다. 그림은 하트브레이크 샷.
헤드 샷이나 하트브레이크 샷, 크리티컬 샷 등 맞는 부위에 따라서 세분화한 킬 메시지가 있었으며, 각각의 부위에 따라서 입는 피해의 크기도 다르게 구현되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무릎에 총을 맞는 것보다 배 쪽이 더 많은 피해를 입는다는 식입니다. 점사나 난사를 할 때 총알이 튀는 정도가 달라진다거나 수류탄을 던질 때 각도라든지 벽에 튕길 수 있다든지 하는 세세한 부분까지 흠잡을 데 없이 잘 구현되어 있었습니다.
적을 죽이거나 죽임을 당하면 이렇게 ‘쪽’이라는 게임머니가 튀어나옵니다.
하지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적을 쓰러뜨리면 ‘쪽’이라고 하는 게임머니를 얻을 수 있는데 이것으로 상점에서 아이템을 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필자처럼 총을 잘 못쏘는 사람들은 팀전에서도 돈을 벌기 무척 힘들더군요.
또, 서바이벌 모드는 그다지 즐기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이것이 맵이 넓어 박진감이 떨어지기 때문인지 아니면 요즘 트렌드가 팀전 위주이기 때문인지는 개발사측에서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제대로 조준할 경우 상대의 캐릭터 테두리가 노랗게 변합니다.
또, 총을 쏘았을 때 상대방이 맞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피탄 사운드가 추가되고 정확히 조준했을 경우 상대의 캐릭터에 노란 테두리가 생기게 하는 등의 효과가 있었지만 실제 플레이에서 느끼기는 힘들었습니다.
█ 만화적인 상상력과 FPS 게임의 결합
플레이가 기본에 충실하기는 하지만 그렇기만 한다면 <페이퍼맨>은 다른 FPS 게임과의 경쟁에서 확실한 위치를 차지하기 힘들 것입니다. 여기에서 바로 만화적인 상상력이 등장합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 게임의 캐릭터들은 무거운 방탄복을 입은 험상궂은 남자들이 아니라 귀여운 종이인형들입니다. 과연 이 가벼운 인형들을 가지고 어떤 장난을 칠 수 있을까요?
다른 게임들은 총에 맞으면 피가 튑니다. 하지만 <페이퍼맨>의 캐릭터들은 종이파편이 튀면서 바람구멍이 나게 됩니다. 이걸 보는 건 때때로 참 재미있습니다. 채팅창에서 나는 어디에 구멍이 났다고 우스갯소리를 하는 테스터들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화염탄을 맞았을 때는 말 그대로 하늘이 노래집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수류탄을 맞았을 때입니다. 캐릭터가 종이라서 LPG라고 크게 쓰여진 화염수류탄을 맞을 경우 아주 그냥 활활 잘 타오릅니다. 특히 타고 남으면 까맣게 그을린 모습이 웃음을 자아내더군요. 에어뱅에 맞았을 경우는 펄렁펄렁 하늘로 날아올라서 빙글빙글 돌게 되는데요, 상대편이 쏘는 총알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기 때문에 아찔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체력이 얼마 남지 않으니 다 죽어 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남아 있는 체력에 따라서 캐릭터의 표정도 달라집니다. 100% 때는 무쇠도 씹어먹을 듯이 씩씩했던 얼굴이 점점 땀을 흘리고 괴로워하는 모습으로 변해가는 걸 보니 예전에 재미있게 했던 <울펜슈타인 3D>가 생각났습니다.
물론 <페이퍼맨>은 눈두덩이가 퍼렇게 변하지는 않습니다. 체력이 다 닳아서 쓰러지게 되면 바닥에 드러눕게 되는데 다들 울고 있더군요. 한 게임이 끝난 후에 나오는 결과 화면에 나오는 캐릭터들이 승패에 따라 울거나 웃거나 하는 모습도 코믹하게 다가왔습니다.
칼자국이 아니라 총알자국이 나 있군요. 옆의 캐릭터는 기분이 좋은 듯 합니다.
하지만 칼로 공격을 할 때 맞은 부분에 총알구멍이 생기는 것은 좀 의외였습니다. 찢어진다거나 하는 표현이 있으면 좋았을 텐데요. 물론 그것이 자극적이기 때문에 심의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겠군요. 참고로 <페이퍼맨>도 인기 있는 다른 FPS 게임처럼 시체 가지고 놀기가 가능합니다만, 당하는 사람은 꽤 자극을 받게 되니 자제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준비된 게임, 시장에서의 반응은?
<페이퍼맨>을 접했던 게이머들의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인 듯 합니다. 무엇보다도 종이인형만이 주는 독특함에 대한 호평이 많았는데요, 기존의 게임들이 가졌던 묵직한 느낌과는 다른 가벼움이라는 것이 크게 어필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특히 불특정 다수의 많은 인원을 대상으로 한 테스트가 첫날의 서버 불안정만 제외한다면 큰 탈 없이 아주 잘 이루어진 것도 좋은 반응에 영향을 준 듯 합니다. 개발사에서 꽤 많은 공을 들였다는 느낌입니다.
향후 시장의 반응은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기존 게임들에 익숙한 게이머들은 물론, 상대적으로 하드한 FPS 게임들에 합류하지 못했던 이들의 호평을 끌어낼 수 있으리라고 보여집니다. 또 캐릭터 꾸미기가 꽤 차별화되어 있으므로 <카트라이더>처럼 여기에 공을 들이는 게이머들도 상당수 있으리라 예상됩니다.
1차 포커스 테스트를 마친 <페이퍼맨>에게 일단 합격점을 줍니다. 물론 몇 가지 미흡한 점도 있지만 준비된 게임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입니다. 개발자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좋은 모습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