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이즈게임은 ‘넥슨컴퓨터박물관’과 함께하는 새로운 연재를 준비했습니다. 넥슨컴퓨터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수많은 소장품의 사연이나 박물관에서 있었던 크고 작은 에피소드는 물론, 컴퓨터와 관련한 IT업계 인사들의 이야기가 담길 예정입니다. / 디스이즈게임 편집국
# 내 인생의 컴퓨터│로봇 공학자 데니스 홍 교수
저는 ‘데니스 홍’입니다. UCLA 기계항공공학과 교수이자 로봇 연구소 'RoMeLa'의 소장으로 있습니다. 저는 로봇을 연구하고 로봇을 만드는 로봇 공학자 입니다.
# 인생 최초의 컴퓨터는?
'애플 2 플러스'는 애플이 만든 개인용 컴퓨터인 '애플 2' 시리즈의 두 번째 모델이다. 대한민국에서 '매킨토시' 이전 8비트 컴퓨터 시대의 애플이라고 하면 '애플 2 플러스'를 일컫는다. 본체와 키보드가 일체형이었으며, 테이프 레코더와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를 사용했다.
1987년 '매킨토시 2'와 함께 출시된 컴퓨터 '매킨토시 SE'. 'SE' 시리즈의 첫 모델이며 애플 데스크톱 버스 규격을 새로 도입하였고, 처음으로 키보드를 별매 할 수 있는 애플 컴퓨터였다.
제가 처음으로 'On' 했던 컴퓨터는 세운상가에서 판매하던 '애플 2 플러스'였습니다. 그런데 사실 제 가슴에 가장 와 닿았던 컴퓨터는 일체형 컴퓨터 '매킨토시 SE'였어요. 친구네 집에서 처음 봤는데 컴퓨터를 켜는 순간 컴퓨터에 나오는 그래픽과 사운드, 그리고 <다크 캐슬> 이라는 게임을 봤어요. 그걸 보고 완전히 혼이 빠졌죠. 그때 처음 마우스를 알게 되었고, 그래픽 인터페이스를 보게 되었어요. '매킨토시 SE'는 컴퓨터에 대한 생각을 바꿔놓은 컴퓨터였어요.
# 컴퓨터의 어떤 점이 좋았나요?
컴퓨터 게임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 당시에는 베이직(GW-BASIC)을 썼잖아요. 프로그램을 그럴듯하게 만들었는데 속도가 너무 느렸어요. 그래서 어셈블리어도 공부하고 모토로라 6502 칩도 공부하면서 그때 컴퓨터에 꽂혔어요.
그 다음에 매킨토시를 사용하면서 컴퓨터를 보는 관점이 바뀌었어요. 그 전에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사용한 도구로 인식했다면, 매킨토시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이미 있는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해서 제가 만들고 하고 싶은 것을 만드는 식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죠. 둘 다 도구이긴 했지만 도구에 대한 관점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 인생 게임이 있다면?
1994년 번지에서 출시한 매킨토시용 1인칭 슈팅 비디오게임 <마라톤>. 당시 출시된 다른 1인칭 슈팅 게임보다 더 빠르고 액션 지향적인 게임이었으며, 최대 8명까지 네트워크를 통해 경쟁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 데스 매치 모두가 가능했다. 1995년 최고의 멀티 플레이어 게임으로 Macworld Game Hall of Fame을 수상했다.
<마라톤>이라는 게임이 있었어요. <헤일로>를 만든 개발사 번지의 게임이에요. 그게 제가 제일 처음으로 한 FPS 게임이었어요. 그게 제가 대학원생 때였는데 처음으로 네트워크 게임을 한 거죠. 박사 과정 시절 플레이 했던 <마라톤>을 통해 네트워크 게임의 파워와 몰입감을 알게 되었습니다.
# 컴퓨터가 인생에 미친 영향은?
저는 로봇을 만드는 로봇 공학자잖아요. 7살 때 '스타워즈'를 보고 나서 C-3PO 휴머노이드 로봇, R2-D2 로봇이 너무 멋있는거예요. 그래서 집으로 가는 차안에서 부모님한테 “나는 커서 로봇 공학자가 될 거에요”라고 말하고 그 꿈을 쫓아 왔어요.
그런데 로봇은 기계적인 것과 그것을 판단하게 해주는 뇌가 있어야 하는데, 그 뇌가 바로 컴퓨터잖아요. 그걸 나중에 학습하면서 알게 되었죠. 그래서 컴퓨터 프로그램과 컴퓨터 공학을 배우며 로봇 공학 분야의 전문성을 기르게 되었고, 컴퓨터와 관련된 여러가지 재미있는 콘텐츠도 만들기도 했습니다.
# 로봇공학과 컴퓨터공학의 차이는?
로봇은 물리적으로 움직이는 기계이기 때문에 만드는데 굉장히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요. 하지만 컴퓨터는 재미있게도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에 아이디어가 있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구현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구현하면 그 자리에서 즉각적으로 리워드를 얻을 수 있는게 저의 전문 분야인 로봇 공학과는 상당히 다르다고 생각해요.
# 컴퓨터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Application. 컴퓨터는 처음엔 만들고 싶은 하나의 도구였다가 그 다음에는 인터넷이 연결의 도구가 되었고, 나중에는 로봇을 컨트롤 하는 두뇌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컴퓨터는 저한테 있어서 잔 혹은 컵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잔은 무엇을 담던 간에 새로운 것이 담기니까요. 건배!
# 넥슨컴퓨터박물관에 방문한 소감
옛날에 사용했던 IT 기계들이 있고 제가 예전에 플레이 했던 소프트웨어들이 구동되고 있는 것을 보니까 추억이 떠올라 재미있어요.
일반적인 역사 박물관의 소장품들은 물리적으로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전시가 되지만, 컴퓨터 IT 분야는 정말 빠르게 트렌드가 바뀌기 때문에 최근까지 선보여진 것들이 소장품으로 박물관에 전시된 걸 보며 IT 산업이 상당히 빨리 바뀌고 있다는 점을 느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