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인디 게임의 스팀 진출이 눈에 띈다.
특히 최근 가장 화제를 모았던 작품은 <트릭아트 던전>, <배틀 소서러>를 만든 국내 게임 개발사 '지원플레이그라운드'의 좀비 서바이벌 액션 게임 <젤터>다. <젤터>는 3인칭 탑 뷰 시점에서 진행하는 좀비 서바이벌로 디테일 있는 도트 그래픽과 화려한 액션을 갖춘 게임이다. 이런 요소가 주목을 받으면서 크라우드 펀딩 1주일 만에 모금액 2만 달러(약 2,000만 원)을 돌파한 바 있다.
<젤터>또한 좀비 서바이벌 게임으로써, 주인공을 습격해오는 좀비 무리 사이에서 은신처와 생존용품을 만들며 살아남아야 한다. 화려한 액션을 볼 수 있었지만, 아쉬움도 남았다. 10월 24일 얼리 액세스로 출시된 <젤터>에 대한 소감을 정리해 본다. /편집= 디스이즈게임 김재석 기자
앞서 밝혔듯 <젤터>는 기본적으로 서바이벌 게임이다. 그러면서도 샌드박스의 성격을 가지는데 주어지는 목표나 퀘스트 등은 없으며, 유저 스스로 세운 목표를 하나하나 달성해 나가는 것이 게임의 주요 재미이다.
일단 게임을 시작하면 권총 외엔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는다. 플레이어 직접 재료를 모아 은신처를 구축하고 자기 방호 수단을 갖추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젤터>는 재료 수급 방식이 조금 독특하다. 상자를 열거나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대신 <마인크래프트>처럼 오브젝트를 직접 파괴해야 자원을 얻을 수 있다. 자동차를 파괴하면 고철이 나오고, 쓰레기통을 파괴하면 플라스틱이 나온다. 쓰레기나 박스 더미를 파괴하면 아이템이 튀어나온다.
물론 모든 오브젝트를 하나하나 파괴해 나가다 보면 맵 전체엔 남는 물건이 없어질 것이기에 자연적으로 수급되는 자원도 있다. '나뭇가지'나 '돌덩이'는 일정 시간마다 해당 오브젝트 주변에 떨어진다. 이런 자원의 경우에는 오브젝트를 파괴하기보다는 자동으로 떨어지는 자원을 수급하는 것이 더 효율이 높다.
하지만 구리, 플라스틱, 고철 같은 상위 재료는 직접 도시에 들어가 해당 물체를 하나하나 파괴해서 획득해야 한다. 따라서 숲속에 홀로 있는 것이 안전할지라도,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위험하지만 많은 재료를 얻을 수 있는 도시 속으로 만반의 준비를 갖춘 후 들어가게 된다.
또 좀비를 직접 사냥해 자원을 구할 수 있다. 개중에는 희소한 자원을 떨어트리는 경우도 있고, 옷이나 총알 같은 아이템을 주는 경우도 있다. 때에 따라서는 제작 대신 좀비를 직접 사냥해 아이템을 구할 필요성도 있다.
특히 인벤토리를 획기적으로 늘려주는 배낭의 하위 아이템인 '군용 바지' 같은 아이템도 좀비가 드롭하는 경우가 있어, 운이 좋다면 좋은 장비를 손쉽게 구할 수 있기도 하다.
"액션 게임은 총만 쏴도 재밌어야 한다."
개발사가 <젤터>를 개발하면서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이라고 한다. 확실히, <젤터>는 타 좀비 서바이벌과 비교해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액션이 눈에 띈다.
기존 좀비 서바이벌 게임이 '현실성'을 강조해 느린 전투를 주로 선보였다면, <젤터>는 탑뷰 액션 게임다운 빠른 템포의 전투를 구현해 냈다. 플레이어는 빠른 속도로 시가지를 누비며 화면을 뒤덮을 정도로 몰려오는 좀비 떼들을 말 그대로 '신나게' 죽일 수 있다.
액션 하나는 정말 재미있다.
좀비도 단순한 공격만을 하진 않는다. 플레이어 근처에 다가오면 자폭 공격을 시도하는 좀비도 있으며, 원거리에서 체액을 발사하는 좀비도 있다. 맵 구석구석에 숨어 있다가 플레이어가 다가오면 소리를 질러 근처의 좀비를 끌어모으는 아기 좀비도 존재한다. 이런 좀비를 만났을 경우엔 재빨리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눌러 공격을 회피해야 한다.
액션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사운드'와 '타격감', '이펙트'도 꽤 충실하다. 실내, 실외에 따라 총소리도 구분되어 있고, 좀비는 총에 맞으면 피를 흘리거나 산산조각 나기도 하는 등 액션 게임이 갖춰야 할 요소는 전부 갖추고 있다.
고티어 무기, 예를 들어 라이플의 경우에는 좀비를 관통하는 효과도 있다. 덕분에 라이플을 만들어 일렬로 몰려오는 좀비 떼를 학살하다 보면 타 좀비 서바이벌 게임에서 느낄 수 없는 쾌감이 느껴진다.
화사한 도트 그래픽도 눈에 띈다. 도트를 메인으로 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주기 위해 쉐이더나 그림자 효과에 대해서도 심혈을 기울였다는 것이 보인다. 도트와 그래픽 퀄리티는 확실히 평균치 이상을 보이고 있다.
아쉽게도 <젤터>가 얼리 액세스 발매를 통해 긍정적인 부분만을 보여준 것은 아니다.
실제로 <젤터>의 스팀 평가(10월 27일 기준)를 보면 호평과 비평이 산재한 '복합적'을 유지하고 있다. 많은 기대를 받아 온 작품이었던 만큼, 얼리 액세스의 퀄리티에 관해서 다양한 견해가 오가는 모양새다.
좀비, 서바이벌, 크래프팅, 액션. 개인적으로는 만들기는 만들긴 까다롭지만 인디 게임을 위한 최고의 재료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액션 부분에서는 나쁘지 않은 모양새를 보여 준 만큼,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아 하나하나 고쳐갈 수 있다면 분명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젤터>는 이제 정식 발매를 위한 한 걸음을 막 내디뎠을 뿐이니까. (동류 게임인 <프로젝트 좀보이드>도 7년째 얼리 액세스 딱지를 못 떼고 있지 않은가?) 액션 부분에서는 충분히 합격점을 보인 만큼 <젤터>가 어떤 길을 걸어나 갈진 지켜봐 줄 필요성이 있다.
개발사가 약속한 대로 꾸준한 업데이트가 이뤄질 수 있다면 초창기의 부정적 평가는 충분히 뒤집고도 남을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