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리그 오브 레전드> 올스타전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올스타전은 한 해를 마무리하며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들이 모여 즐기는 무대로, 2013년부터 2020년까지 7년간 꾸준히 펼쳐진 유서 깊은 행사로 꼽힙니다.
올스타전에 엮인 이야깃거리도 풍성한데요. 첫 올스타전에서 나왔던 '인섹킥'이나, 페이커의 제드 하드캐리 등은 전 세계 e스포츠 팬을 설레게 하곤 했죠. '롤드컵 시드권'이 걸려 있었던 2013 올스타전부터, 인플루언서와 올스타 선수들이 함께 즐겼던 2019년 등 올스타전에 엮인 다양한 이야기를 한데 모았습니다. / 김승주 필자(사랑해요4), 편집=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본 콘텐츠는 디스이즈게임과 오피지지의 협업으로 제작됐습니다.
첫 번째 올스타전은 지금과 달리,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 펼치는 '또 다른 롤드컵'의 형태였습니다. 우승을 차지한 올스타팀이 속한 지역에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진출권이 추가로 배정됐기 때문이죠. 게다가 최하위 성적을 거둔 지역에는 8강 직행 시드가 제공되지 않는 페널티도 있었습니다.
사실 처음 올스타전 투표가 시작됐을 때만 해도 이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팬들은 개성 있는 선수들의 합을 보고 싶어 했고, '로코도코' 최윤섭과 '막눈' 윤하윤 등 독특한 색깔을 지녔던 선수들에게 표가 몰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투표 개시 1주일 뒤 위와 같은 사실이 알려지며 당시 한국 최고의 원거리 딜러와 탑으로 꼽힌 '프레이' 김종인과 '샤이' 박상면 쪽으로 흐름이 기울었죠.
2013 한국 올스타로 선정된 선수들 (출처: 라이엇 게임즈)
선수들도 팬들의 기대에 응답했습니다. 예선전에서는 유럽 올스타를 만나 인섹의 환상적인 리 신 활용과 유기적인 팀워크를 통해 4강에 진출하고, 4강에서는 북미 올스타를 상대로 18분 만에 1만 골드 차이를 내는 등 압도적인 전력을 과시하며 결승까지 진출했죠. 결승 상대는 만만치 않은 힘을 보유한 중국 올스타였지만, 한국은 중국마저도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꺾으며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특히, 한국 올스타는 다양한 명장면을 선보이면서 전 세계의 e스포츠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기도 했는데요. 인섹은 리 신의 궁극기 '용의 분노'로 환상적인 스킬 활용을 선보이며 속칭 '인섹킥'이라는 칭호를 얻었고, 샤이는 결승전에서 제이스를 픽해 3연속 상대 탑을 솔로 킬 내며 많은 시청자에게 한국 탑 라이너의 강력함을 각인시키기도 했습니다.
2014 올스타전은 독특하게도 대회가 '올스타 인비테이셔널'과 '올스타 챌린지'라는 두 가지 형태로 진행됐습니다. 먼저 올스타 인비테이셔널은 5개 지역 리그 우승팀을 초정해 대결을 펼치는 방식이고, 올스타 챌린지는 지역별로 2명을 선발해 총 10명의 선수를 팀 아이스와 팀 파이어 두 팀으로 나눠 경기를 치르는 형식이었습니다.
또한, 작년 올스타전에 대한 비판을 받아들여 2014년부터는 올스타전 우승팀이 추가 시드권을 가져가지 않도록 조항이 바뀌었죠. 선수들이 휴식기에도 올스타전에 걸린 시드권을 위해 강도 높은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이 많은 비판을 샀기 때문입니다.
팬들은 시드권을 위한 피 말리는 혈전보다는 투표로 선정된 선수들이 이벤트전에 걸맞게 경기를 즐기는 것을 원했고, 라이엇 게임즈도 이런 비판을 수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14 올스타전 인비테이셔널 한국 대표 팀으로는 윈터 시즌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SKT T1 K가, 그리고 올스타 챌린지에는 샤이와 매드라이프가 각각 팬 투표로 선정됐는데요.
SKT T1 K가 한국 대표팀으로 선정되긴 했지만, 팬들은 기대보다 우려 가득한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봤습니다. 당시 한국은 스프링 시즌이 종료되지 않은 상황이었고, 따라서 전년도 윈터 우승팀이었던 SKT T1 K가 대표로 선정됐지만 스프링 8강에서 탈락하는 등 다소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걱정은 기우였던 걸까요. SKT T1 K는 말 그대로 압도적인 모습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이 가장 강력한 국가임을 당당히 증명했습니다. 특히 조별 리그에서 프나틱을 상대로 보여준 '롤드컵 우승 스킨 조합'은 지금도 손꼽히는 명경기로 화자 되고 있습니다. 페이커가 제드로 정글러를 처치하고 바론을 스틸 하는 장면 역시 <리그 오브 레전드>와 페이커를 대표하는 명장면 중 하나로 남아있죠.
이에 더해, 2014 올스타전에선 프랑스 팬들의 관중 문화가 많은 관심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프랑스 관객들은 선수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연호해 주거나 낯선 챔피언이 등장하면 열정적인 함성을 보내는 등 올스타전의 흥을 돋우어 주었는데요. 특히 올스타전에서 생일을 맞이한 페이커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장면은 큰 화제가 됐습니다.
2015 올스타전부터는 작년 '올스타 챌린지'에서 보여줬던 'Team Ice VS Team Fire' 대결 구도를 강화하는 형식으로 바뀌었습니다. 팀 아이스에는 유럽/중국/와일드카드 지역에서 꼽힌 선수들이, 팀 파이어에는 한국/대만/북미 선수들이 모여 다양한 매치에서 승패를 겨루는 방식으로 올스타전을 진행하게 됐죠.
다양한 게임 모드 역시 팬들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가령 'PICK 10'은 팬들이 뽑아준 챔피언으로 펼치는 경기였고, '단일 챔피언' 모드는 모든 선수가 같은 챔피언으로 플레이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암살자 챔피언만 선택할 수 있는 '암살자 모드'도 많은 관심을 모았죠. 루키, 페이커 등 '피지컬'로는 전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선수들이 모여 화끈한 경기를 펼쳤는데요. 암살자 모드에서는 최종 킬 스코어만 19 대 42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2017년에는 지역 대항전과 1:1 맞대결로만 대회가 진행되면서 다시금 진지한 올스타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갔습니다. 그만큼 많은 선수는 자신의 지역을 대표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올스타전에 임했는데요. 특히, LPL은 '타도 LCK'를 외치며 일찍부터 합숙에 들어가는 등 이번 대회에서 반드시 우승할 것이라는 포부를 내비쳤습니다.
그 덕분인지 LPL 대표팀은 마치 한 팀과 같은 팀워크를 선보이며 4강에서 LCK를 상대로 2:1 승리를 거둔 후, 대만과의 결승전에서도 풀세트 접전 끝에 우승을 차지하며 오랜만에 국제 대회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재미있게도 LPL 올스타전 대표로 나섰던 우지는 대회 이후 다른 국제 대회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며 실질적인 전성기를 맞이하게 됐죠.
다만 2017 올스타전은 팬들 사이에서 많은 논란을 불러왔습니다. 비시즌 기간에도 올스타전을 위해 선수들을 혹사시킨다는 문제가 제기된 것이죠. 정규 시즌에 롤드컵까지 소화해야 하는 선수들이 휴식 없이 프리 시즌 메타에 적응해야 함은 물론, 12월에 펼쳐지는 올스타전을 준비하는 건 너무 큰 부담이라는 주장도 많은 공감을 샀습니다.
게다가 리그를 대표한다는 사명감까지 따르다 보니 올스타전에서 패배하는 순간 선수들은 엄청난 비난을 받아야 했습니다. 덕분에 몇몇 선수들은 인터뷰를 통해 올스타전에 대한 중압감을 내비치기도 했죠. 결국 라이엇도 이 비판을 수용해 2017년 이후로는 진지한 형식의 올스타전을 진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올스타전에 대한 비판 덕분인지, 2018 올스타전은 다시 팬들과 선수들이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으로 바뀌었습니다. 프로게이머의 비중도 낮추고 유명인이나 은퇴한 유명 선수들의 비중을 높인 완전한 '즐겜' 형식의 올스타전이 기획됐죠.
지역별로도 팬들이 5명의 선수를 모두 선정하는 게 아니라, 인기투표로 프로게이머 2명을 선정한 후 라이엇이 선정한 '리그 파트너' 2~3인이 함께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또한, 경기 형식도 지역별 라이벌전, 자선행사 2:2 토너먼트, 돌격 넥서스! 등 결과에 상관없이 팬들과 선수들 모두 즐길 수 있는 형태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선수들도 진지한 모습으로 경기에 임하기보단, 웃고 즐기며 올스타전을 말 그대로 축제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죠.
2019년에는 라이엇 선정 '리그 파트너'에 다양한 인플루언서들이 선정되기도 해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요. 유명 방송인 '나라카일' 서지선이 '한국 vs 중국 5:5 결전'에 참여해 카시오페아로 활약하기도 했고, 아프리카 TV의 인기 <리그 오브 레전드> BJ '저라뎃' 정해성이 URF 모드에 출전해 그라가스로 승리를 따내며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라이엇 게임즈는 2020 올스타전에서 또 한 번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예전처럼 팬 투표로 최고의 프로 선수 5명을 선발해 올스타전을 진행하고, 각 지역별로 선정한 '전설적인 선수' 5명, 인플루언서 5명을 선발해 경기를 치르는 형식으로 바뀐 것이죠. 덕분에 LPL과 LCK 대표가 펼칠 경기에 많은 팬의 이목이 벌써부터 집중되는 상황입니다.
여담으로, 페이커는 이번 올스타전에서도 한국 대표로 선정되는 위용을 과시했습니다. 올스타전이 처음 시작된 2013년을 제외하면 모든 올스타전에 꾸준히 출전하며 자신이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의 아이콘임을 증명한 셈이죠.
다만, 이번 올스타전 역시 코로나19 여파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더샤이' 강승록 등 유명 선수들이 자가 격리 문제로 불참을 선언한 데 이어, 한국 탑 라인 투표 1위를 차지한 '너구리' 장하권은 건강상의 이유로 올스타전 출전이 무산됐죠. 게다가 이번 올스타전은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많은 팬은 기대 가득한 시선으로 올스타전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올해 개최된 '미드 시즌 컵'과 '롤드컵'이 온라인으로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큰 문제 없이 마무리됐기 때문이죠. 게다가 올스타전은 비시즌 기간에 진행되는 유일한 국제 대회이기에, e스포츠에 목마른 팬들은 더욱 큰 기대감으로 올스타전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