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남아공 월드컵, 독일의 문어 한 마리가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당시 이 문어는 남아공 월드컵 16강, 8강은 물론 결승전 결과까지 족집게처럼 맞추며 화제의 중심에 올랐는데요. 과장 조금 보태 경기 결과보다 문어가 어느 팀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더 많은 시선이 쏠릴 정도였습니다.
LCK에도 이처럼 '승부 예측'을 진행하는 회사가 있는데요. 바로 '팀 스노우볼'입니다. 그런데 이 회사, 어딘가 심상치 않습니다. 구상하고 있는 그림과 계획이 무척 크기 때문이죠. 과연 팀 스노우볼이 그리고 있는 '꿈'은 무엇일까요? 윤윤현, 김진일 대표와 LCK 데이터 시장과 통계의 함정, 그리고 편견에 대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본 콘텐츠는 디스이즈게임과 오피지지의 협업으로 제작됐습니다
디스이즈게임: 팬들 사이에서 조금씩 이름을 알리고 있지만, 여전히 낯설어하는 분도 있을 듯합니다. 먼저 자기소개부터 부탁드리겠습니다.
윤윤현: 안녕하세요. 회사 운영이나 자금 쪽을 맡고 있는 팀 스노우볼 윤윤현 대표입니다.
김진일: 경영과 데이터 분석, 머신 러닝 등을 담당하고 있는 팀 스노우볼 김진일 대표입니다. 반갑습니다.
팀 스노우볼에 대해서도 알려주세요. 언제 설립됐고, 몇 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등 간략한 소개가 곁들여지면 좋을 듯합니다.
윤윤현: 저희는 비투비 비즈니스를 목표로 설립된 회사입니다. 준비 과정에서 북미나 유럽은 이미 <리그 오브 레전드> 전력 분석관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각 팀당 한 명 정도에 불과하거나 이제야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저희가 할 수 있는 부분을 통해 한국팀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출발하게 됐습니다.
김진일: 현재 팀 스노우볼은 웹, 데이터, AI 개발, 전략분석관, 기획팀을 포함 총 13명의 팀원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 프로게이머 '막눈' 윤하운과 '단' 김승후가 전략분석관 역할을 수행하고 있죠.
생각보다 인원수가 많은 느낌이네요.
김진일: 글쎄요... 저희 업무가 알려진 것보다는 훨씬 많은 편이라, 사실 이정도 인원으로는 조금 벅찬 편입니다. 팀원분들께 늘 죄송스러운 마음이에요.
축구, 야구 등 기성 스포츠 데이터를 다루는 사이트는 자주 봤지만, e스포츠 데이터나 승부예측은 확실히 낯선 느낌입니다. 불안정성이 담보된 시장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이 길을 선택한 계기가 있을까요?
김진일: 사실 승부 예측은 저희가 준비하고 있는 수많은 콘텐츠 중 하나에 불과해요. 현재 농심 레드포스에 제공하고 있는 e스포츠 데이터 외에도 일반 유저분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데이터도 추후 선보일 예정입니다. 모든 걸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시면 될 듯해요.
윤윤현: 승부 예측을 시작한 건 저희의 e스포츠 데이터가 정말 신뢰성이 있는지 파악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더해, 팀 스노우볼은 야구에서 선수 기량을 파악할 때 쓰는 '세이버메트릭스'의 개념을 e스포츠에서도 쓸 수 있게끔 준비하고 있는데요. 이를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승부 예측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기성 스포츠와 e스포츠 '승부예측'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뭐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윤윤현: 야구를 예로 들어보죠. 야구는 30대 후반까지도 충분히 선수로 활동할 수 있는 반면, e스포츠는 선수 수명이 굉장히 짧습니다. 심지어 선수들의 기량이 한 달 사이에 크게 성장 또는 하락하기도 하죠. 때문에 e스포츠는 정통 스포츠와 달리 한 경기 한 경기를 세심히 관찰해야 하고 모든 데이터를 꼼꼼히 따져가며 원인과 결과를 분석해야 합니다.
김진일: 개인적으로 정통 스포츠는 변수라 부를 수 있는 부분이 딱히 없다고 생각해요. 반면,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는 특정 선수가 어떤 챔피언을 활용하고 누구와 맞붙고 어떤 조합을 상대하냐에 따라 수많은 결과가 파생될 수 있죠.
그렇다면 두 스포츠가 비슷한 부분도 있습니까?
윤윤현: 확실히 기세가 오른 팀은 좋은 성적을 올릴 확률이 높습니다. 현재 LCK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한화생명e스포츠도 그렇고요. 정통 스포츠 역시 연승을 달리는 팀에게는 무형의 힘이 붙는다고 생각합니다.
김진일: 어떤 스포츠건 선수 한 명이 플레이한다기보다 모든 구성원이 함께 시너지를 내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도 그렇고 야구나 축구 역시 개개인의 힘이 합쳐져야만 승리로 연결되니까요.
방금 말씀 주신 부분도 그렇고, 데이터를 다루다 보면 숫자로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이 적지 않을 듯한데요. 이런 것들은 어떻게 반영하시는 편인가요?
윤윤현: 라이엇 게임즈가 제공하는 공식 데이터는 물론 저희 나름의 비저닝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여러 가지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선수들이 디나이를 당하는 시간이나 팀적으로 얼마나 투자를 받았는지와 같은 항목은 물론, 다섯 명이 팀적으로 잘 움직이고 있는지도 파악하고 있어요.
e스포츠 데이터에 있어 팀 스노우볼만이 갖고 있는 장점을 어필해보신다면요?
김진일: 팀 스노우볼이 자체적으로 비저닝한 데이터야말로 저희가 가진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회사와 확실히 다른 만큼, 남다른 결과를 뽑아낼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
e스포츠 데이터가 아직은 주류 시장이 아니다 보니, 첫 삽을 뜨는 과정이 굉장히 어려웠을 법한데요.
윤윤현: 그렇죠. 일례로 맵에 돌아다니는 챔피언의 이미지를 얻으려면 수 만장에 달하는 라벨링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데요. 회사 설립 초기엔 금전적으로 힘들다 보니 팀원들이 직접 모든 걸 라벨링 해야 했습니다. AI의 아버지는 사람이라는 말이 딱 이해되더라고요. (웃음)
그 과정에서 팀원들에 '확신'을 심어주는 게 어렵진 않으셨습니까.
김진일: 작업을 마친 뒤 결과물을 손에 들고나면 분위기가 좋아지더라고요. 또한, 그 결과물이 저희가 가고자 했던 방향과 일치했기에 으쌰으쌰 해서 함께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본격적으로 업무 이야기를 해보죠. 예상 승률을 도출함에 있어 가장 비중이 높은 항목은 무엇인가요?
윤윤현: 패치 버전에 따라 메타는 물론, 승리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도 굉장히 많이 바뀝니다. 따라서 특정 항목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긴 어려워요. 팀마다 캐리 역할을 수행하는 라인이 다르기도 하고요. 결국 캐리하는 선수를 위해 팀이 어떻게 판을 짜느냐가 중요한 셈입니다.
숫자는 물론이거니와 LCK 전반에 관한 이해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업무인 듯합니다. 필요한 인재를 모으는 작업이 어렵진 않았습니까?
윤윤현: 과거 외부 도움 없이 저희끼리 데이터를 도출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결과를 놓고 보니 프로팀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더라고요. 그저 저희가 만들고 싶었던 걸 만들었을 뿐이었던 겁니다. 이후 저희는 데이터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실제 프로를 경험해본 사람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수많은 프로게이머분께 컨택했습니다. 그중 가장 먼저 회신이 온 게 '막눈'이었죠.
2021 LCK 스프링은 유독 반전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전에 비해 승부 예측 작업도 훨씬 까다로워졌을 것 같은데요.
윤윤현: 조금 난감했던 부분이 몇 개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케스파컵에 2군을 출전시킨 T1과 젠지의 경우, 승부 예측의 방향을 잡는 것이 어려웠어요. 이 외에도 얼마 전 펼쳐진 프레딧 브리온과 담원 기아의 경기 역시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가 일어났죠.
김진일: 여담으로 프레딧 브리온과 담원 기아의 경기는 저희에게 무형적 추진력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프레딧 브리온이 담원 기아를 이길 수 있었던 건 상대를 잘 분석하고 약점을 파고들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처럼 수치로는 증명되지 않는 '전략적' 부분을 잘 분석해서 저희와 협약을 맺은 농심 레드포스 측에 제공할 수 있다면 이런 '반전'을 또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보고 있어요.
언더독의 반란이 일어나고 나면 승률 예측 과정에도 변화가 생기나요? 이를테면 프레딧 브리온은 담원 기아를 잡은 뒤, 예상외로 다시 연패에 빠졌습니다. 롤러코스터를 예측하는 건 쉽지 않을 법합니다.
윤윤현: 1년을 두고 보면 그러한 깜짝 이변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실제로 2020 스프링 시즌, 저희의 승부 예측 정확도가 68%였고 서머 시즌에는 87%까지 올라갔어요. 데이터가 쌓일수록 정확도 자체는 올라가기 마련입니다.
김진일: 조금이라도 정확한 정보를 드리고자 강팀과 약팀이 맞붙을 때는 내부적으로 또 다른 알고리즘을 만들어 승부 예측에 활용하기도 합니다.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딱 28일(인터뷰 날짜)까지만 놓고 보면 스프링 시즌은 누가 우승할 것 같습니까. (웃음)
윤윤현, 김진일: (동시에) 한화생명e스포츠 또는 담원 기아.
김진일: 28일 기준으로는 그렇습니다. 다만, 이건 말 그대로 인터뷰하는 오늘 날짜를 기준으로 내린 예측일뿐이에요. 따라서 시즌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결과도 충분히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사를 쓰다 보면 '통계에 함정이 있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이를테면 시야 점수가 높다 해도 승률과 직결되지 않으며 딜량이 낮은 선수를 두고 부진하다고 폄하할 수 없는 것처럼요. 종사자 입장에서 이러한 통계의 함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윤윤현: 저희도 처음에는 함정에 많이 빠졌습니다. 덕분에 기존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판에서 쓰고 있던 지표에 대한 연구를 먼저 진행했어요.
대표적인 예가 획득한 골드가 대미지로 전환되는 퍼센트를 뜻하는 '대미지 전환율'인데요. 이를 재검토했더니 오류가 하나 있더라고요. 라인전에서 골드를 적게 얻을수록 수치가 높게 나왔던 거죠. 때문에 하위권 소속 A 선수가 대미지 전환율 3위에 오르는 상황도 생겼습니다. 말 그대로 통계의 함정인 거죠.
물론 A 선수가 골드를 적게 얻었음에도 대미지를 잘 넣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데이터여야 한다고 판단했어요. 따라서 이를 보충할 수 있는 AI를 개발해 클래식 지표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고치고자 노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외에 '턴'에 대한 부분도 주시하고 있어요. 이를테면 특정 라인에 전령을 풀어주거나 갱킹을 가는 건 그 팀의 턴을 한 번 소모하는 거잖아요. 이는 해당 라이너의 캐리 역할을 기대하기에 일종의 투자를 하는 겁니다. 한화생명e스포츠의 '아서' 박미르가 '쵸비' 정지훈을 캐어하는 게 대표적인 예죠. 저희는 이처럼 투자를 받은 선수가 실제로 얼마나 승리에 기여했는지를 여러 요소를 통해 점검하고 있습니다.
김진일: 통계를 다루는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경제, 사회 부분에서 어느 특정 부분만 강조해 확대해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읽는 이를 함정에 빠뜨리는 거죠. 한 그루의 나무만 보는 게 아니라 숲을 보면서 다양한 지표를 볼 수 있어야 통계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데이터에 의미를 불어넣는 작업처럼 보이는데요. 수많은 지표 중 의미 없는 것도 있습니까.
김진일: 이 역시 통계의 함정에 빠질 수 있는 질문이에요. 처음에 말씀해주셨던 '시야 점수'에 관한 부분처럼 단편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여러 변수를 자체적으로 수집한 데이터와 비교해야 하기에 의미 없는 지표는 없습니다.
팀 스노우볼이 본격적으로 눈길을 끌기 시작한 건 한 커뮤니티에 올린 '롤드컵 분석 글' 덕분이었습니다. 현재 원본이 삭제된 상황인데, 시간이 흐른 지금 해당 글의 내용을 한 번 더 들려주실 수 있나요?
윤윤현: 당시 저희는 젠지와 G2 승부 예측이 왜 틀렸는지, 생각보다 강팀이지만 다소 빨리 떨어진 DRX에 관한 글을 작성했었습니다. 다만, 몇몇 분께서 다른 AI 프로그램을 보고 따라 했다는 등 다소 근거 없는 비난을 하셔서... 글을 삭제할 수밖에 없었어요.
여담으로 젠지가 G2와의 경기 내내 초반 인베이드 과정에서 점멸을 사용했잖아요. 사실 저희는 서머 시즌부터 젠지의 초반 인베이드 방어 패턴을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이에 대한 글을 작성한 적도 있었는데 반응이 안 좋더라고요. 반면 같은 내용으로 해외 유튜버께서 올린 영상은 호평 일색이었죠. 뭔가 시기적으로 조금 안 맞았나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웃음)
당시 팀 스노우볼은 DRX와 젠지를 굉장히 고평가했잖아요. 다만, DRX는 서머 시즌 들어 급격히 내리막을 걷고 있었고 젠지 역시 조별 예선에서 휘청거렸는데... 어떤 근거로 그런 평가를 내렸는지 궁금하네요.
김진일: 그룹 스테이지 이후 추이를 살펴보면 저희가 강팀으로 분류한 팀은 그래프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었습니다. 그걸 근거로 내린 평가였죠. 쑤닝 역시 그래프가 꾸준히 상승했기에 결승에 오를 거로 예측하기도 했고요.
G2가 젠지를 이긴 걸 보고 다시금 든 생각은 데이터 분석에 대한 아쉬움이었습니다. 실제로 G2는 굉장히 많은 분석가를 보유하고 있어요. 때문에 그 경기는 마치 G2가 "난 너희가 어떻게 플레이할지 훤히 보이는데?"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분석가의 힘이 잘 드러난 경기였습니다.
이후 팀 스노우볼은 농심 레드포스와 협업을 맺고 e스포츠 데이터를 제공하게 됐습니다. 어떤 과정으로 관계를 맺게 된 건지 궁금한데요.
윤윤현: 저희가 업무를 시작한 게 2020 서머 시즌이었고, 당시엔 하이프레시 블레이드(현 프레딧 브리온)와 협업을 했었어요. 이후 차기 시즌을 준비하면서 농심 레드포스와 연이 닿아 좋은 기회를 잡게 됐죠.
그렇다면 실제 경기에 있어 팀 스노우볼의 데이터가 어느 정도 효율성을 발휘하고 있는 것 같으세요?
김진일: 자평하기엔 조금 이르지 않을까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긴 하지만 단장님과 감독님께서 편하게 사용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계속해서 피드백을 받아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될 수 있게끔 연구하는 단계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직 LCK는 데이터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말이 많습니다. 업계 종사자 입장에서 LCK와 타 리그를 비교했을 때, 현실은 어떤 편인가요.
윤윤현: 과거보다는 훨씬 나아졌다고 생각합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가 연차로는 10년을 넘었잖아요. 고인물 게임이 아니라 '썩은물' 게임으로 진화하고 있죠. (웃음) 막눈 분석가가 과거 선수 시절에 "나중에는 스킬 쿨타임까지 계산해야겠네"라고 했다는데 이제는 정말 그런 시대가 됐습니다.
김진일: 구단에서도 데이터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고 파악됩니다. 그중에서도 저희와 협업 중인 농심 레드포스 같은 경우엔 데이터를 활용하는 수준이 굉장히 높은 편이에요.
한편으로는 '보이지 않는 편견'과 싸우고 있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이를테면 야구의 경우, 데이터 야구가 유행하자 모팀 감독이 "그럴 거면 AI가 감독하지 뭐하러 사람을 앉혀놨냐'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김진일: 저희는 '팀 스노우볼의 데이터를 무조건 써주세요'가 아니라 결정을 도와드리고자 하는 마음에서 데이터를 준비합니다. 농심 레드포스 배지훈 감독님께도 말씀드린 부분이에요.
윤윤현: 쉽게 말씀드릴게요. 저희 데이터로 경기에 임한다고 해서 무조건 이긴다는 보장은 없어요. 그저 팀 스노우볼의 데이터로 승률이 조금이나마 오를 수 있다면 도움이 되는 거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일하고 있는 거죠. 어떤 게 트렌드고 이 선수는 이런 스타일이라는 자료를 통해 팀을 서포팅하는 셈입니다.
LCK 팬들에겐 굉장히 흥미로운 데이터일 텐데, 혹시 일반인에게도 오픈할 계획이 있으신가요?
윤윤현: 사실 저희는 e스포츠 승부예측, 데이터를 넘어 하나의 플랫폼을 조성하는 걸 꿈꾸고 있습니다. 프로게이머와 관계자는 물론 일반 유저분들도 즐길 수 있는 통합 데이터 플랫폼을 만들고자 해요. 장기적으로는 구독 형식으로 다양한 데이터를 일반 유저분들께 제공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요. (웃음)
현재 한국 e스포츠 데이터 시장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핑크빛 블루오션과 뿌연 안개 중 어디에 해당한다고 보십니까.
윤윤현: 짙은 안개는 아니고 옅은 안개 같은 느낌이랄까요. 이미 시장에 오피지지라는 너무 좋은 데이터 회사가 존재하기에 저희가 그들을 추월할 수 있다고 확언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저희는 저희가 잘할 수 있는 것 위주로 계속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옅은 안개라고 말씀드린 이유는 결국 팀 스노우볼이 어떻게 서비스를 발전시키느냐에 따라 미래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김진일: 같은 생각입니다. 완전히 개지도, 뿌옇지도 않다고 생각해요. 어찌 보면 팀 스노우볼이 선두 주자로써 e스포츠 데이터 시장을 뚫고 있는 상황이라... 개인적으로는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새벽이라고 보고 있어요. 그래서 앞으로는 조금 밝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갖고 있습니다.
조금 추상적이지만 e스포츠에도 수치를 통해 선수를 평가할 수 있으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야구의 WAR, WHIP, OPS와 같은 것들 말이죠.
김진일: 저희의 최종 목표가 e스포츠판 세이버메트릭스를 만드는 것입니다. 실제로 지금도 스노우볼 레이팅이라는 지표를 통해 선수들의 능력을 파악 중이기도 하고요.
이제 현실적인 이야기를 조금 해보죠. 스타트업이라는 힘든 환경에서 다소 생소한 e스포츠 데이터를 다루고 계십니다. 여러모로 수익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을 듯한데. 어떻게 해결하고 계시는가요?
윤윤현: 지금은 농심 레드포스와의 협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해외팀과의 계약을 통해 점차 영역을 넓혀갈 생각입니다.
그만큼 회사 차원에서도 여러 계획을 세우고 있을 것 같은데요. 향후 어떤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인가요?
윤윤현: 축구, 야구, 농구 팬들은 즐길 거리가 굉장히 많습니다. 네이버를 통해 해외 축구 승부 예측을 확인할 수 있으며 관련 게임도 다양하게 준비되어있어요. 반면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는 아직 그런 부분에서 많이 부족한 편입니다. 따라서 저희는 통합 플랫폼을 통해 정통 스포츠처럼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김진일: 실제로 통합 플랫폼의 일부분인 <리그 오브 레전드> 플랫폼을 두 달 이내에 오픈하고자 준비하고 있어요. 아마 해당 콘텐츠를 통해 재미있게 노실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다소 먼 미래일 수도 있지만... 나만의 구단을 운영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없으신가요. (웃음)
윤윤현: 정말 제대로 자리를 잡는다면 구단 운영을 해볼 의사는 충분히 있습니다.
김진일: 실제로 윤윤현 대표와 가끔 우리의 데이터 분석 기법을 통해 구단을 운영하면 어떨까 하는 이야길 나누곤 하는데요. 꿈을 갖고 있는 만큼, 충분히 생각해볼 만한 프로젝트가 아닐까 싶습니다.
윤윤현: 한편으로는 섣불리 추진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도 있어요. 농심 레드포스와 협업해보니 데이터 분석과 구단 운영은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구단을 운영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웃음)
마지막으로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팀 스노우볼을 바라볼 e스포츠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김진일: 팬분들께서 저희를 조금 신기하게 바라보시는 듯해요. (웃음) 저희는 승부 예측만 진행하는 회사가 아니라, 이를 기점으로 일반 유저분들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 콘텐츠를 준비 중인 회사입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면 좋은 콘텐츠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