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유비소프트가 베트남 다낭에 게임 개발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유비소프트에 따르면 베트남은 기술개발에 대한 정부의 노력이 뛰어나며, 인재양성에 매우 적합한 환경이라서 베트남에 현지 스튜디오를 세웠다.
같은 해 한국의 엔씨소프트도 베트남 호치민에 3D 그래픽 개발사를 설립했다. 무슨 이유로 해외 글로벌 기업들이 베트남으로 게임 개발 회사를 차리는 것일까?
베트남에서 21년 동안 3D 게임 그래픽 스튜디오를 운영한 글래스에그 CEO 필 짠(Phil Tran)을 인터뷰했다. 글래스에그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포르자> 시리즈, EA의 <니드 포 스피드> 시리즈를 포함한 수많은 유명 게임 제작에 참여한 외주사다.
회사 소개와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글래스에그 CEO 필 짠: 게임 아트 스튜디오 글래스에그의 CEO 필 짠이다. 글래스에그는 1999년 설립한 회사로 단일 3D 아트 스튜디오로는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졌다. 36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의 <포르자> 시리즈, EA의 <니드 포 스피드> 시리즈 및 <플래닛 주>와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등의 시뮬레이션 게임을 포함해 다양한 게임 제작에 참여했다.
주로 어떤 부분의 제작에 참여하는가?
콘셉트 드로잉부터 3D 모델링, 리깅, 애니메이션, 텍스쳐링, 하드 서페이스 모델링, 캐릭터, 환경, 트랙 등등 전 세계 퍼블리셔와 개발자를 위한 아트 아웃소싱을 수행하고 있다.
게임 제작에 대한 특별한 철학이 있는가?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시스템 및 프로세스 구축에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무엇보다 사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글래스에그는 신뢰, 상호 이해, 팀워크, 존중, 긍정적 마인드, 공정성, 청렴함 7가지 핵심가치를 가지고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회사 포트폴리오에는 레이싱 게임과 시뮬레이션 게임이 많이 보인다. 이유는?
고객들에게 가장 손쉽게 아웃소싱 할 수 있는 것이 자동차였다. 첫 게임이 <25Hr 르 망>인데 21년 전에 만든 게임이다. 우리는 레이싱 게임에 필요한 모든 팀을 갖추고 있다. 지속적인 투자로 회사를 시작했을 때보다 훨씬 발전되고 확장되었다.
지금까지도 우리만큼 레이싱 게임 제작에 많이 참여한 회사가 없을 것이다. 우리 CTO는 업계 최고 3D 전문가다. 21년 동안 함께 6,000개 이상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3D 자동차의 세계 최고 전문가이며,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자부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최신작이 기억에 남는다.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자산이 되었지만, 기술 스펙 설정이 되지 못한 상황이었다. 고객은 모든 걸 감안하고 일단 만들기로 하였고 작업이 시작되었다. 고객은 특정 프로세스로 진행해달라고 요청하였지만 다른 프로세스들을 작업해 본 결과 가장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 기술 스펙이 나왔고 먼저 작업한 결과물은 작동하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일정보다 훨씬 늦어질 것 같았다. 하지만 고객은 어떠한 비난도 하지 않았다. 우리가 얼마나 최선을 다해 작업했는지 알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고객은 두 사람을 우리 팀에 파견 보내어 먹고 자고 동고동락을 함께 하며 작업을 진행하도록 했으며 우리는 눈 뜨는 순간부터 잠잘 때까지 일만 했다. 결국 기간 내에 일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끔찍한 사고였지만 잘 회복하는 회사의 역량을 볼 수 있던 추억이다.
코로나19로 인하여 많은 것이 바뀌었다. 어떻게 극복했는가?
베트남은 일찍부터 코로나19를 잘 통제하여 우리로서 행운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절정이던 작년 3주 동안 재택근무를 할지 말지 고민이 많았다. 정부도 필수적인 기업을 제외하고 재택근무를 권장했지만, 우리 회사는 필수적이라 생각했다. 정부가 기업들에 자세한 질문 시트를 제공해 해당 사업이 코로나19로부터 위험한지 평가할 수 있었다. 우리는 낮은 위험군에 속했지만, 직원들의 두려움을 고려하여 재택근무를 허용하면서도 사무실 출근을 유지했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 문제로 일의 효율이 85% 정도로 떨어지기는 했다. 그래서 의사와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교육 및 방역을 철저히 하고 90% 이상 직원을 다시 출근시켰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아무도 아프지 않고 일하고 있다.
작년에 베트남 다낭에 유비소프트가 게임 개발 센터를 열었다. 베트남은 외국기업들의 투자 관점에서 어떤 매력이 있는가?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 성공적인 코로나19 통제력, 활기찬 노동력과 거대한 잠재적 시장 때문이 아닐까? 베트남에는 거의 1억에 가까운 인구가 살고 있고, 무역 개방 덕분에 이제부터 베트남 시장이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믿고 있다.
반대로 단점도 있는가?
많은 사람이 베트남에 와서 돈을 잃는 모습을 보았다. 관료 부패, 행정 혼선, 불편함 등 여러 가지 불편을 호소하곤 한다. 맞는 말이지만 시간이 걸리는 문제다. 멈추면 안 된다. 더 중요한 것은 사업계획 문제, 지나치게 열광적인 예측, 관리의 실패 문제가 더 큰 문제다.
한국 게임회사가 베트남과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은 있는지?
많다. 현재 한국의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우리의 고객이다. 물량은 아직 작은 편이지만 이들 기업들이 아시아에서 매우 가파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았다. 또 우리는 작년에 중국 업체와 백만 달러 이상의 계약을 맺었다. 중국 고객들에겐 상대적으로 새로운 아웃소싱이지만 잘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 앞으로도 계속 한국과 베트남이 협력할 거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베트남 게임 시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앞으로의 전망은?
베트남 게임 시장이 너무 빨리 변화하고 있어 전망하기 어렵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MMORPG가 선호하는 게임이었고, 수많은 퍼블리셔가 게임을 서비스했다. 우리도 뛰어들었지만, 흥행 막바지였다. 쉽게 생각하고 들어간 만큼 흥행도 빠르게 멈췄다. 페이스북 게임들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많은 기업이 망했다.
베트남에서는 페이스북이 있는지 물어보지 않고 페이스북을 하고 있는지 물어본다. 그만큼 베트남에서 페이스북 위상이 대단하다.
베트남 게임 아웃소싱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기술 수준은?
정확한 규모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250개 IT 관련 대학과 187개 전문학교가 있어 매년 개발자가 3~4만 명씩 배출된다. 게다가 인건비도 미국 개발자 대비 90% 저렴하고 인도 개발자보다도 30% 정도 저렴하다. 또한, 인텔과 IBM, 후지쯔, 폭스콘 등의 글로벌 IT 기업도 베트남에 투자하고 있다. 기술 수준 또한 높은 편이다. 관련 내용(링크)
한국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 게임이 베트남 시장을 공략하려면 어떤 점을 공략하는 게 좋은가?
케이팝이 베트남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90년대 중반부터 베트남 사람들이 TV에서 한국 드라마를 접하는 것을 보았으며, 한국은 문화 상품 수출에 큰 강점이 있다. 게임 역시 문화적 상품이다. 베트남에서도 충분히 경쟁력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올해 계획이나 비전에 관해 이야기 바란다.
베트남을 대상으로 <글로위>라는 이름의 콘테스트 앱을 출시했다.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론칭했다다. 탤런트 콘테스트 앱인데 1월 31일에 첫 번째 챔피언이 탄생했다. 나는 늙었지만 스타트업은 언제나 나를 흥분시킨다. 아마 나는 스타트업 중독자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