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연히 한 인디 개발사를 알게 됐다. 망고 프로토콜이라는 곳인데 스타일과 세계관이 확고한 개발사였다. 이렇게 개성 있는 개발사를 만나면 혼자 신이 난다.
최근 출시한 <콜로서스 다운>이라는 콘솔과 PC 게임을 먼저 접한 나는 누가 왜 이런 게임을 만드는지 궁금해졌다. 어린이 채널에서 볼 수 있는 귀엽고 정겨운 만화 같은 그래픽에 욕설 또는 19금 내용의 대화들, 또 게임 배경에 나오는 한글 간판도 의문이 갔다.
즐겁게 인터뷰를 수락한 설립자이며 아트 다이렉터인 마리오나가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라고 반갑게 인사했을 때 그녀에게 뭔가 특별한 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편집= 디스이즈게임 김재석 기자
마리오나는 미술을 전공했다. 망고 프로토콜이 개발하는 게임의 메인 캐릭터들은 그녀의 졸업 작품인 <사이코틱>에서 빌려온 것이다. 이 캐릭터들은 당시 마리오나의 복잡한 심경을 만화라는 소재로 표출한 것이라고.
마리오나는 졸작으로 제출했던 자신의 캐릭터를 잊지 않았다. 대학을 졸업한지 6년 이 지난 2012년. 그녀는 자신의 캐릭터를 바탕으로 한 게임을 만들기로 한다. 그렇게 지금의 남편과 함께 단둘이 3년을 들여 만든 것이 <메카티카>라는 이름의 게임이다.
2015년 출시된 게임은 처음엔 모바일 버전으로 출시되었지만, 모바일 게임이 익숙하지 않은 현지 사정 탓에 PC와 콘솔 출시를 결정하게 된다. 모바일로 게임을 내고 다른 플랫폼으로 내는 건 스페인에선 특이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부부 스튜디오였던 망고 프로토콜은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게임 개발에 뛰어들기로 작정한다. 소수 개발진을 영입해 두 번째 게임 <아가사 라이프>(위의 사진)를 개발한다. 2017년 세상의 빛을 본 게임은 한국의 BIC에 초청되고, 최우수 내러티브 상을 받으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망고 프로토콜은 놀랍게도 한국에서 주목을 받아서 성장세를 기록하게 됐다.
마리오나에 따르면, <메카니카>와 <아가사 나이프>는 한국어로 출시되었고 전체 플레이어의 17%가 한국 유저라고 한다. BIC에 참가한 경험을 토대로 한국어 번역 도움을 받았고 아시아권 유저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귀엽지만 성인스러운 게임은 단단한 팬덤층을 형성했다. 부산인디커넥트(BIC) 참가 경험은 망고 프로토콜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던 것이다.
2020년 말에 출시된 세 번째 게임 <콜로서스 다운>도 같은 세계관을 갖고 있다. 마블의 마지막 전투처럼 니카와 아가타 그리고 ‘커다란 돼지’가 함께 힘을 모아 1편 게임에서 완성된 무기 '메카니카'로 마음에 들지 않는 모든 것을 무찌르는 내용이다.
물론 내러티브도 중요하지만 마지막 게임은 1편과 2편의 완성편으로 시원한 결말과 슈팅 게임 플레이어에 집중하였다. "곧 한글판도 출시된다고 하니 조금 기다려 달라"는 마리오나의 메세지도 함께 전달한다.
이렇게 또 한 번 개인의 스토리를 담은 캐릭터를 창작하여 게임으로 생명을 주고 세계관을 구축하여 많은 유저에게 다른 경험을 시도할 기회를 주는 인디 게임 개발사를 만났다. 니카와 아가타가 유저에게 주는 영향이나 그들이 추구하는 세계관은 분명 흥미롭다. 망고 프로토콜 같은 개발사들이 계속 살아남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