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의 가장 유력한 우승팀은 담원기아입니다."
e스포츠 데이터를 다루는 'WA.GG'는 기자와의 대화 내내 담담하지만 확실한 어조로 2021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이하 MSI)에 참가할 담원기아의 선전을 점쳤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담원기아는 2020 서머, 2020 롤드컵에 이어 케스파컵과 2021 스프링까지 거머쥐며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죠. 자연스레 LCK 팬들의 기대도 커지고 있습니다.
다만, 해외 매체의 생각은 조금 달라 보입니다. 실제로 한 해외 매체는 세계에서 가장 강한 팀으로 담원기아가 아닌 RNG를 꼽기도 했죠. LCK가 아니라 담원기아가 강한 거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과연 WA.GG가 MSI 우승팀으로 담원기아를 꼽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WA.GG 김진일 대표, 장동찬, 장민우 분석가와 함께 WA.GG가 선정한 2021 MSI 파워랭킹을 돌아봅니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본 콘텐츠는 디스이즈게임과 오피지지의 협업으로 제작됐으며,
WA.GG가 제공한 '2021 MSI 파워랭킹 데이터'를 기준으로 작성됐습니다.
Q. 디스이즈게임: 본격적인 대담에 앞서, WA.GG의 '2021 MSI 진출팀 적중률'이 어느 정도였는지 궁금합니다.
A. 김진일 대표: MSI에 참가한 열한 개 리그 중 라틴 아메리카(LLA)와 중국(LPL)을 제외한 아홉 개 지역 우승팀은 모두 맞췄습니다. 숫자로만 따지면 81.8%의 적중률이네요.
Q. LPL 우승팀은 아무래도 FPX를 꼽으셨던 모양입니다.
A. 맞습니다. (웃음) 2021 LPL 스프링 결승 시작 전, 저희가 예상했던 양 팀의 승리 확률은 53%(FPX) 대 47%(RNG)이었습니다. 큰 격차는 아니었던 셈이죠.
Q. 2021 LCK 스프링 결승에 대한 수치도 궁금해집니다.
A. 저희는 담원기아가 약 54%의 확률로 결승에서 이길 거라고 예상했었습니다. LCK가 상향 평준화된 데다, 상대 팀 젠지가 운영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스타일이다 보니 아주 큰 격차가 발생하진 않았어요.
Q. MSI 팀별 파워 랭킹을 선정함에 있어 어떤 항목을 활용하셨나요?
A. 아무래도 국제 대회다 보니 고려해야 할 게 많아서 굉장히 까다로웠는데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해당 팀의 기세였습니다. 자국 리그에서 얼마나 꾸준히 기량을 유지했는지, 고점과 저점이 얼마나 벌어져 있는지 등에 가중치를 뒀어요. 선수 능력치 편차도 꼼꼼히 파악했습니다.
Q.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리그는 전력이나 사용하는 메타도 전부 다른 만큼, 순위표로 나열하는 것도 어려웠을 듯합니다. 작업 과정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A. 매번 느끼지만, 국제 대회는 정말 어렵습니다. K리그와 프리미어리그를 직접 비교하는 게 어렵듯,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4대 리그와 타지역을 비교하는 것 역시 쉽지 않았어요. 따라서 저희는 2020 서머, 2020 롤드컵, 2021 스프링 등 최근 진행된 3개의 공식 대회 지표를 두고 각 리그의 수준을 비교한 뒤, 통일된 지표를 도출해 순위를 나열하고자 했습니다.
또한, 이번 MSI 파워 랭킹에는 라이엇 게임즈가 제공하는 API 외에 WA.GG가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있는 데이터도 들어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지원받은 시간'이나 '대미지 교환 시 공격적인 성향' 등 타 업체나 매체가 다루지 않았던 독특한 지표도 대거 포함되어있어요. 보시는 분들께 조금 더 설득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거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Q. 결과에 따라 평가가 엇갈리는 만큼 데이터를 다루는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리스크를 감수한 프로젝트였을 것 같은데요, 본인들의 파워 랭킹에 대해 얼만큼의 확신을 갖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A. 조금 민감한 부분이긴 한 데... 담원기아, RNG, 매드 라이온즈 등 1위부터 3위까지는 큰 이변이 없는 한 그대로일 것 같습니다. 다만, PSG 탈론과 C9은 파워 랭킹에서도 볼 수 있듯 그 격차가 매우 적은 편이에요. 당일 컨디션이나 상황에 따라 순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파워 랭킹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죠. 가장 '뚜렷한 특징'을 가진 지역은 어디였습니까.
A. LPL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LPL은 한국(LCK), 유럽(LEC), 북미(LCS) 등 4대 리그를 통틀어 '평균 경기 시간'이 가장 짧았습니다. 숫자만 놓고 봐도 무려 3분이나 짧았어요. 첫 번째 용 획득 시간 역시 LEC에 비하면 2분가량 빨랐습니다. 바론 획득, 첫 번째 포탑 철거 역시 타 리그보다 훨씬 빨랐죠. LPL이 실제로도 굉장히 빠르게 경기를 굴리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지표입니다.
Q. 혹시 LPL이 '공격적인 플레이를 즐긴다'라는 세간의 주장을 뒷받침해줄 지표도 있나요?
A. 15분까지의 평균 교전 횟수를 볼 수 있는 '매치 토탈' 지표를 보면 될 듯한데요, LPL의 매치 토탈은 1.92로 4대 리그 중 가장 높았습니다. 합류 속도도 1.44로 가장 빨랐죠. 반면, LCK의 매치 토탈은 1.45로 4대 리그 중 가장 낮았고 타 리그에 비해 평균 킬 수도 2.44로 적은 편이었어요. 비교적 신중한 교전을 선호하며, 경기 초반엔 운영 위주로 게임을 풀어가는 LCK의 색깔이 수치로도 드러난 겁니다.
Q. LCK가 예년에 비해 '아주 빨라졌다'라는 평가가 있었음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네요.
A. 빠른 운영이 무조건 정답은 아니에요. 담원 게이밍(현 담원기아)이 2020 롤드컵을 들어 올릴 수 있었던 건 경기를 빨리 굴리는 팀을 상대하는 방법을 잘 준비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MSI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담원기아가 속도를 올리려 하는 팀에 대해 어떤 대처법을 준비했느냐가 핵심입니다.
Q. 본격적으로 파워 랭킹 이야기를 해봅시다. 몇몇 해외 매체와 달리 담원기아를 압도적 1위로 선정하셨습니다.
A. 담원기아는 저희 기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한 팀이었어요. 타 팀의 경우 담원기아의 점수를 100점으로 환산한 뒤, 이를 기준으로 수치를 변환해 순위를 나열하는 식으로 작업했습니다.
Q. 돌발 상황이 펼쳐지지 않는 한, 이번 대회는 담원기아와 RNG의 싸움이 될 듯합니다. 어떻게 전망하고 계십니까.
A. RNG는 하체에 힘을 주는 팀입니다. 지표를 살펴보면 RNG의 바텀 듀오는 매 경기 약 73초가량 타 라인의 지원을 받았어요. LPL 평균보다 약 8초 높죠. 이를 토대로 RNG의 바텀은 시즌 내내 적극적인 라인전을 펼쳤습니다. 상대 타워에 라인을 밀어 넣은 뒤, 서포터가 정글을 지원하는 그림도 자주 펼쳐졌죠.
반면 담원기아는 미드, 정글의 힘이 강해요.
그중에서도 '쇼메이커' 허수는 경기당 117초 정도의 팀적 지원을 받으며 경기를 풀어갔습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건 쇼메이커가 팀적 지원을 바탕으로 성장한 뒤, 이를 타 라인에 전파했다는 점입니다. 지표에 따르면 쇼메이커의 경기당 평균 타 라인 지원 시간은 약 '177초'로 리그 평균보다 무려 15초나 높습니다. 정글이 미드를 돕고, 미드가 다시 타 라인을 돕는 이상적인 구도가 형성된 셈입니다.
Q. WA.GG의 파워랭킹 중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4위에 오른 'PSG 탈론'입니다. 특히 북미의 C9을 제치고 상위권에 오른 게 이색적으로 느껴지는데요, 어떤 근거로 순위를 매기신 건지 궁금합니다.
A. PSG 탈론은 올 시즌 자국 리그에서 엄청난 경기력을 선보였습니다.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 동안 한 번밖에 패하지 않았어요. 반면 C9은 결승에서도 3:2로 힘겹게 이기며 가까스로 MSI에 진출했습니다. 스포츠에 있어 기세가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소입니다.
또한, 저희는 야구의 세이버메트릭스와 같은 '스노우볼 레이팅'을 개발 중인데요, 이를 토대로 두 팀의 정규시즌 그래프를 그려보니 아래와 같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초반 선전했지만, 중반부터 흔들린 C9과 달리 PSG 탈론은 정규 시즌 내내 꾸준히 좋은 경기력을 유지했어요. 꾸준함과 기세에서 앞선 PSG 탈론이 근소하나마 우위에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Q. MSI에서는 항상 크고 작은 이변이 발생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이변이 발생할 확률이 가장 높은 경기를 꼽아주신다면요?
A. 장동찬 분석가: B조의 PSG 탈론과 매드 라이온즈의 경기를 꼽고 싶습니다. 많은 분께서 매드 라이온즈의 승리를 점치겠지만, PSG 탈론이 자국 리그에서의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다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생각해요. PSG 탈론은 플레이오프 전 경기를 3:0으로 돌파한 반면, 매드 라이온즈는 결승에서 패패승승승 끝에 우승을 차지했어요. 그마저도 상대 팀의 미숙한 운영이 있었기에 가능했고요.
또한, 저희는 PSG 탈론의 미드-정글이 매드 라이온즈보다 우세하다고 판단했어요. MSI가 11.9로 펼쳐지는 첫 공식전이지만 '미드-정글'이 핵심이라는 기본 틀은 달라지지 않는 만큼, PSG 탈론이 이변을 만들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Q. 재밌는 포인트네요. 그럼, 순위는 낮지만 주목해볼 만한 팀이 있다면 어디일까요? 역시 DFM인가요?
A. DFM의 한국인 미드-정글 듀오는 일본(LJL)에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어요. 이 경기력을 국제대회에서도 보여줄 수 있다면 재미있는 흐름이 펼쳐질 듯합니다. 또한, 탑 라이너 '에비'와 미드 '아리아'는 한국 솔로랭크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둔 바 있어요. 개인 기량에서는 밀릴 게 없는 선수들입니다. 바텀 듀오가 조금 약하긴 한데... 이를 극복할 수 있다면 MSI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Q. 앞서 말씀해주셨듯 이번 대회는 11.9 패치로 펼쳐지는 첫 번째 공식 대회입니다. 경기 흐름이 어떻게 전개될 것 같으신가요?
A. 장민우 분석가: 정글의 변화를 눈여겨보면 좋을 듯한데요. 헤카림과 우디르 등 단단한 챔피언들이 물러난 뒤, 모르가나와 다이애나 등 AP 딜러 챔피언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도 한 번쯤 등장할 수 있다고 봐요. 서포터의 경우 그라가스, 렐, 쓰레쉬, 알리스타가 너프된 반면 룰루는 버프를 받았는데... 선수들이 어떻게 판단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네요.
Q. 선수 랭킹에 대한 이야기도 해봅시다. 포지션별로 어떤 항목을 고려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김진일 대표: 모든 걸 다 말씀드리긴 어려울 것 같고요. (웃음) 오늘은 미드 포지션에 대한 이야기를 드리려 합니다. 미드는 팀적 투자 대비 선수가 보여준 리턴값을 가장 중요시합니다. 해당 선수가 얼마나 많은 지원을 받았고, 그에 따라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에 따라 평가도 달라지죠.
이를테면 팀적 투자를 많이 했음에도 특별한 성과를 올리지 못하면, 팀 입장에서는 손해잖아요. 이 경우 자연스레 해당 선수의 평가는 내려갑니다. 반대로 지원을 받지 못했음에도 아슬아슬하게 살아가거나 상대 스킬을 많이 받아내는 플레이를 펼치면 좋은 점수를 얻게 됩니다.
Q. 통계로 반영하기 힘든 부분도 고려하셨나요? 이를테면 경험이나, 많이 떤다거나… 만약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순위에 반영했는지도 궁금합니다.
A. 장동찬 분석가: 말씀 주신 부분들을 직접적으로 반영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선수들의 개인 성향은 KDA나 교전 합류 시간 등에 간접적으로 포함된다고 생각해요. 이를테면 경험이 많은 선수는 신인에 비해 전반적인 지표가 좋은 편이에요. 선수들의 성향이 간접적으로나마 지표에 묻어나는 셈입니다.
Q. 순위를 막론하고 독특한 지표를 가진 선수가 있었다면 소개해주세요.
A. 장민우 분석가: RNG의 탑 라이너 '샤오후'를 꼽고 싶어요. 올 시즌 샤오후는 루시안으로 9전 9승을 기록하는가 하면, 오리아나와 신드라 등 독특한 카드도 자주 사용했죠. 플레이 스타일도 조금 색다른 편인데... 샤오후는 올 시즌 한타에 직접 참여하기보다 상대 라이너를 불러들이는 플레이를 자주 펼쳤습니다. 지능적으로 게임을 풀어간 겁니다.
A. 김진일 대표: 승률이 높은 것 외에도, 샤오후는 라인전에서 발생한 골드 차이를 운영으로 잘 끌고 가는 선수입니다. 특히 루시안을 플레이한 경기의 '15분 이후 분당 골드'(565.77)는 타 챔피언에 비해 상당히 높죠. 트리스타나(558.04)나 카밀(566.02)도 아주 좋은 숫자를 기록했고요. 스플릿 운영을 잘하는 선수라고 보시면 될 듯합니다.
Q. '칸' 김동하와의 맞대결도 굉장히 흥미롭겠네요.
A. 장민우 분석가: LCK에서도 칸을 뚫으려는 시도가 꽤 있었지만, 결국 실패했잖아요. 그런 것만 놓고 보면 어떻게든 칸이 버텨낼 거로 생각해요. 다만, 샤오후의 루시안은 주목해볼 필요가 있어요. 탑 라이너가 공식 대회에서 루시안으로 전승을 기록한 거니까요. 승부의 키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Q. 가장 유력한 결승 대진은 담원기아와 RNG일텐데... 만약 두 팀이 맞붙는다면 어떤 식으로 경기가 흘러갈 것 같으신가요?
A. 장동찬 분석가: 양 팀의 스타일이 다른 만큼, 일방적인 경기가 될 것 같진 않습니다.
담원기아는 강력한 미드-정글의 힘을 바탕으로 게임을 풀어가요. 강력한 라인전을 펼치는 미드를 정글이 도와주고, 이를 토대로 정글 또는 미드가 빠르게 성장한 뒤 타 라인을 지원하죠. 또한, 정글이 직접 교전을 여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정글을 지원하기 위해 서포터가 동행할 때도 있고요.
반면 RNG는 바텀 라인에 힘을 주는 팀이에요. 최대한 바텀 라인을 밀어 넣은 뒤, 발이 풀린 서포터가 정글러와 함께 타라인에 개입하는 게 RNG의 운영이죠. 서포터가 타 라인에 개입하는 걸 즐기는 건 비슷하지만, 방식은 조금 다른 셈입니다. 라인별 포인트가 다른 만큼, 서로의 패를 어떻게 받아치느냐가 관건이 될 듯합니다.
Q. RNG외에 담원기아를 위협할만한 팀이 있다면 어디가 있을까요? 혹시 유독 고전할 것처럼 느껴지는 팀도 있습니까? 과거 T1과 G2의 관계처럼요.
A. 김진일 대표: 사실 RNG외에 담원기아를 위협할 만한 팀은 딱히 없습니다. 플레이스타일이나 수치적으로 볼 때, 그나마 RNG가 담원기아와 비슷하면서도 뚜렷한 개성을 갖고 있었거든요. 반면 타 팀은 '색깔'이라고 부를만한 개성을 찾기 힘들었습니다.
Q. 그렇다면 MSI 우승이 유력한 팀은 '담원기아'겠군요.
A. 김진일 대표: 네. AI를 통해 10만 번 정도 시뮬레이션을 돌린 결과, 56.8%의 확률로 담원기아가 2021 MSI를 차지할 거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담원기아가 우승하지 않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