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펼쳐진 T1과 담원기아의 LCK 경기는 각종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최고의 화젯거리였습니다. T1의 서포터 '케리아' 류민석이 눈부신 경기력을 선보였기 때문이죠. 그는 보조군에 해당하는 서포터의 한계를 딛고, 수많은 킬을 만들며 롤드컵 디펜딩 챔피언을 격파하는 데 큰 공을 세웠습니다. 케리아를 향한 팬들의 박수갈채가 유독 뜨거웠던 이유입니다.
그간 LCK는 케리아를 포함, 수많은 스타 서포터를 배출한 '서포터 명가'로 꼽힙니다. 당연히 그들이 보여준 슈퍼 플레이 역시 열 손가락이 모자랄 만큼 차고 넘치는데요, 오늘 디스이즈게임이 준비한 이야기 역시 이들이 선보인 '슈퍼 플레이'에 관한 내용입니다. 그때 그 시절 모두의 가슴을 뛰게 했던 LCK 서포터들의 슈퍼 플레이 속으로 추억 여행을 떠나보시죠.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본 콘텐츠는 디스이즈게임과 오피지지의 협업으로 제작됐습니다.
과거 <리그 오브 레전드>의 서포터는 미드, 원거리 딜러 등 타 포지션에 비해 주목도가 크게 떨어졌습니다. 와드를 사고 팀원을 대신해 죽어야 하는 등 말 그대로 보조 역할에 불과했기 때문이죠. 덕분에 서포터는 일반 랭크 게임은 물론이고 프로 경기에서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매드라이프' 홍민기는 조금 달랐습니다. MIG 소속으로 프로씬에 데뷔한 그는 군중 제어기를 통해 능동적으로 판을 만들며 서포터도 캐리할 수 있음을, '스타 플레이어'가 될 수 있음을 확실히 증명했습니다.
매드라이프가 가장 빛났던 순간은 형제팀 '아주부 블레이즈'와 맞붙은 12-13 윈터 4강이었습니다. 당시 그는 블리츠크랭크를 활용, 4강 내내 마법 같은 그랩을 선보이며 상대의 멘탈을 산산조각냈죠. 맵이 훤환 곳은 물론, 시야가 없는 지점에서도 상대를 끌어오는 슈퍼 플레이가 경기 내내 쏟아졌습니다.
특히 4세트 막바지에 보여준 환상적인 그랩은 지금도 많은 팬의 가슴을 뛰게 하는 명장면으로 꼽힙니다. 당시 블레이즈의 탑 억제기 타워를 공략하던 프로스트는 유리한 상황에도 불구, 조심스레 기회를 엿보고 있었습니다. 글로벌 골드(프로스트 58.4, 블레이즈 49.0)와 타워 개수(프로스트 8, 블레이즈 3)가 앞서긴 하지만, 상대 원거리 딜러 케이틀린을 잡지 못하면 무리한 플레이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죠.
이때 매드라이프는 '빠른별' 정민성이 설치한 빙하 방벽 뒤에 있는 케이틀린을 끌어오며 경기에 실질적인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다리우스의 망토 끝자락을 스치는 환상적인 그랩으로 상대의 핵심 챔피언을 끌어오는, '입롤 슈퍼 플레이'를 선보인 거죠. 당시 경기를 중계한 해설진 역시 "말도 안 된다"라며 찬사를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매드라이프는 모든 서포터의 '첫 번째 롤모델'로 자리매김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 선수에 등극했습니다. 이후 2013~2016 올스타전 출전, 2015 LCK 스프링 3위 등 꾸준히 활약하던 매드라이프는 2016년을 끝으로 LCK를 떠났죠. 현재 홍민기는 한화생명e스포츠 소속 스트리머로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2015년부터 2017년은 T1이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를 지배한 시기로 불립니다. '페이커' 이상혁을 필두로 '마린' 장경환, '듀크' 이호성, '벵기' 배성웅, '블랭크' 강선구, '뱅' 배준식, '울프' 이재완 등 수많은 스타 선수가 폭발적 기량을 뿜어내며 다수의 LCK, 롤드컵 트로피를 수집했기 때문이죠. 덕분에 T1은 다양한 국제대회에서 수많은 명장면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그중 가장 많은 이가 꼽는 명장면이 바로 2017 롤드컵 조별 예선 EDG와의 경기에서 나온 '기적의 한타'입니다. 당시 T1은 EDG와의 경기에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글로벌 골드에서 만 정도의 격차가 벌어졌음은 물론, 팀의 핵심이었던 미드 오리아나마저 0킬 4데스 0어시스트로 크게 말린 상황이었죠. 두 팀 모두 최상위권 전력임을 감안하면 실로 큰 격차였습니다.
하지만 T1은 놀라운 결과를 끌어냈습니다. 한타를 통해 럼블을 제외한 상대 선수 네 명을 몽땅 잡았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 싸움을 시작한 게 '울프' 이재완의 라칸이었습니다. 당시 바론으로 향하는 부쉬에 숨어있던 라칸은 뭉쳐있는 상대를 향해 매혹의 질주, 점멸, 화려한 등장을 모두 적중시켰고, 이는 자연스레 딜러들이 편하게 대미지를 넣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이후 T1은 초가스의 침묵, 트위치의 무차별 난사, 오리아나의 충격파 등 광역 스킬을 연달아 쏟아내며 기적 같은 대승을 거뒀습니다. 많은 사람이 이 한타를 보며 페이커가 사용한 '충격파'에 주목하지만, 실질적으로 그 판을 만들어준 건 울프의 라칸이었던 셈이죠.
하지만 울프는 이듬해부터 조금씩 흔들렸습니다. '에포트' 이상호에게 주전을 내주는가 하면 정글러로 포지션을 변경하는 승부수를 던졌음에도 썩 만족스럽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줬기 때문이죠. 결국 그는 2019년 터키 리그로 이적하며 부활을 꿈꿨지만, 끝내 국제대회 본선에는 오르지 못하며 선수 생활을 마감했습니다. 현재 울프는 T1 전속 스트리머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서포터는 보조군에 해당하는 만큼, 경기에서 한 번에 많은 킬을 먹긴 어려운 포지션입니다. 더블 킬 또는 트리플 킬을 얻는 장면조차 굉장히 귀할 정도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소개할 '맥스' 정종빈의 사이온은 LCK 서포터의 슈퍼 플레이에 있어 엄청난 임팩트를 남긴 사례로 꼽힙니다.
2017 LCK 스프링 73경기, MVP는 강팀 KT와의 일전에 돌입했습니다. 당시 KT는 '스멥' 송경호, '스코어' 고동빈, '폰' 허원석, '데프트' 김혁규, '마타' 조세형 등 슈퍼스타가 즐비한 팀이었습니다. 반면 MVP는 승격한 지 두 시즌도 채 되지 않은 꼬꼬마 팀에 해당했죠. 많은 이가 KT의 승리를 점쳤던 이유입니다. 실제로, KT는 폰의 맹활약 속에 1세트를 가져가며 손쉽게 경기를 따내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MVP는 이에 굴하지 않고 2세트에서 깜짝픽을 꺼냈습니다. 바로 서포터 '사이온'인데요, 팀의 탑솔러 '애드' 강건모의 시그니쳐 픽임에도 불구, 이를 서포터로 돌리는 변칙 전략을 활용한 겁니다. 그래서인지 경기 초반 MVP는 꽤 힘든 싸움을 해야 했습니다. 바텀 라인이 크게 고전했음은 물론 28분까지 글로벌 골드(MVP 43.2, KT 53.7)와 타워(MVP 0개, KT 5개)에서도 뒤처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맥스의 슈퍼 플레이가 튀어나왔습니다.
경기 중반 미드 1차 타워 벽에 붙어 기회를 엿보던 맥스가 사이온의 '대량 학살 강타'로 KT 선수단 전원을 공중에 띄운 것이죠. 군중 제어기를 얻어맞은 채 골목에 갇힌 KT는 노틸러스의 '폭뢰'와 그레이브즈의 '무고한 희생자'까지 얻어맞으며 전원 폭사하고 맙니다. 싸움을 개시한 맥스의 사이온은 LCK 역사에 길이 남을 '서포터 쿼드라킬'을 달성하며 엄청난 임팩트를 남겼죠.
서포터 쿼드라킬의 주인공 맥스는 2019년 한화생명e스포츠에 코치로 입단한 뒤, 올해부터는 챌린저스 팀 코치로 활약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