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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논란, 역대급 롤드컵 4강... 한 해의 끝에서 '역대급 LCK'를 돌아보다

분전한 담원 기아와 일정 논란, 그리고 스토브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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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철(텐더) 2021-12-24 17:16:04

어느덧 2021년도 단 1주일을 남겨둔 상황,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도 한 해를 마무리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각 팀은 새로운 로스터를 꾸린 채 내년 시즌 준비에 돌입했고 팬들 역시 새로운 LCK에 대한 기대와 전망을 쏟아내고 있죠.


한국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에 있어 2021년은 유독 다양한 일이 펼쳐진 해로 기억될 듯합니다. 담원 기아의 독주가 이어진 가운데 손가락질을 환호로 바꾼 프레딧 브리온과 역대급 이적이 쏟아진 스토브리그 등 수많은 이야깃거리가 가득했으니까요. 올 한 해 디스이즈게임의 <리그 오브 레전드> 콘텐츠를 만든 필자들과 함께 LCK의 2021년을 돌아봤습니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본 콘텐츠는 디스이즈게임과 오피지지의 협업으로 제작됐습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 "다사다난했던 2021 LCK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Q. 디스이즈게임: 2021년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올해 LCK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가장 아쉬웠던 팀을 하나씩 꼽아본다면?

 

A. 이형철 기자: 농심 레드포스를 골랐다. 사실 이 팀은 한계가 제법 뚜렷했다. 특히 상체의 체급 문제는 시즌 내내 농심 레드포스의 발목을 잡았다. 그럼에도 롤드컵 선발전까지 진출한 건 분명 인상적이었다. 성적 자체도 꽤 준수했고.

 

문제는 롤드컵 진출에 실패했다는 점이다. 농심 레드포스에겐 정규시즌이나 선발전 등 자력으로 롤드컵 진출을 확정지을 기회가 꽤 많았다. 그럼에도 그들은 끝내 코인을 잡지 못했다. 성적은 나쁘지 않았지만, 말 그대로 '아쉬움' 남는 한 해였다고 본다.

 

A. 주보국 필자: 동의한다. 농심 레드포스는 서머 시즌 내내 라인전이 약함에도 강력한 한타를 통해 승리를 쌓아 올렸다. 반면, 이러한 장점이 롤드컵 선발전에선 좀처럼 드러나지 않아 아쉬웠다. 팀의 유일무이한 강점이 한타력이었는데... 이게 희미해지니 색깔이 아예 사라진 듯했다.

 

농심 레드포스는 괜찮은 성적을 냈지만, 끝내 롤드컵에 오르진 못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A. 서준호 필자: DRX를 꼽고 싶다. 가감 없이 말씀드리자면 DRX는 스프링 1라운드 이후 너무나 심각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기대를 받았던 '솔카' 송수형을 비롯, 유망주들이 부진에 빠진 게 뼈아팠다. 어느 순간부터는 팀합이나 운영 등 거의 모든 요소에서 문제를 노출했다. 사실 DRX는 스프링 초반 선전한 게 기적에 가까웠다.

 

 

Q. 그렇다면 기대에 부응한 팀은 어디인가.

 

A. 이형철 기자: 담원 기아는 스프링, 서머 우승, MSI, 롤드컵 준우승 등 훌륭한 한 해를 보냈다. 다만, 우리가 담원 기아에 기대하는 건 결국 '국제대회 트로피'인데... 거기서 한 끗 차이로 미끄러진 건 못내 아쉽다. 그래도 한국 최고의 팀이라는 기대치에는 어느 정도 부응한 듯하다. '너구리' 장하권의 공백을 멋지게 메꾼 '칸' 김동하 역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A. 서준호 필자:​ 스프링 시즌 담원 기아는 지지 않을 것 같은 포스를 풍기는 팀이었다. 충분히 기대에 부응했다고 본다. 사실 2021 LCK에서 담원 기아를 제외하면 기대에 부응한 팀이 없는 느낌도 있다. 젠지가 정말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기대 이하였다.

 

A. 주보국 필자: 담원 기아는 지난해 최고점을 찍은 만큼, 올해는 부진할 수밖에 없을 거라 생각했다. 이를 감안하면 경기력 자체는 좋았다고 생각한다. LCK 팬들에겐 '강한 팀을 향한 신뢰' 같은 게 있다. "국제 대회에서 이 팀이 해주겠지"와 같은 느낌이랄까. 그런 측면에서 보면 담원 기아는 제법 잘 해냈다고 본다.

 

담원 기아는 LCK를 대표하는 강팀의 저력을 제대로 보여줬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Q. 2021 LCK는 말 그대로 '롤러코스터'처럼 흘러갔다. 선전하던 팀이 순식간에 추락하는가 하면 예상치 못한 업셋도 발생했었고. 자신의 예상과 가장 달랐던 팀은 어디였는지 알려달라.

 

A. 이형철 기자: 프레딧 브리온을 꼽고 싶다. 개인적으론 프레딧 브리온이 올해 굉장히 고전할 거로 생각했다. 진에어 그린윙스와 비슷한 행보를 걷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었고. 때문에 프레딧 브리온이 보여준 경기력은 승패나 순위 이상의... 뭐랄까. 일종의 감동이 있었다. 질 때 지더라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 팀이라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너는 능력이 부족해", "너는 할 수 없는 일이야. 너는 절대 못 할 거야"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면 이걸 떨쳐내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잖나. 그럼에도 프레딧 브리온은 수많은 의문부호를 딛고 일어나 멋진 경기를 선보였다. 정말 잘 해냈다.

 

A. 주보국 필자: 한화생명e스포츠(이하 한화생명)다. 말 그대로 예상할 수 없는 느낌이 강했다. 스프링과 서머 시즌 경기력 차이가 지나치게 심했기 때문이다. 결과만 놓고 보면 스프링 포스트시즌 진출, 롤드컵 8강이긴 한데... 결과와 과정이 매치가 잘 안 된 것도 크다. 2021년의 한화생명은 중간이 없는 주사위처럼 보였다. 5와 6은 금박지로 화려하게 칠해져 있지만, 나머지 숫자는 연필로 무성의하게 그어진 느낌이랄까. 정말 예상하기 어려운 팀이었다.

 

A. 서준호 필자: '덕담' 서대길이 선전한 농심 레드포스를 꼽았다. '피넛' 한왕호도 정말 잘했다. 스프링, 서머 시즌 모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도 높게 평가하고 싶다. 반면, 롤드컵 진출 실패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웃음) 혹시 젠지처럼 기대를 받으면 부진하는건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모두가 안 될 거라고 했지만, 멋진 시즌을 보낸 프레딧 브리온 (출처: 라이엇 게임즈)

한화생명은 도저히 예상할 수 없는 한 해를 보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Q.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인가. 롤드컵에서 펼쳐진 명경기나 LCK 순위 다툼 등 수많은 이벤트가 지나갔​는데.

 

A. 주보국 필자: '데프트' 김혁규의 분전을 꼽고 싶다. 한화생명의 영상 콘텐츠를 보면 데프트가 서 있는 장면이 유독 많이 나오더라. 허리 부상 때문인 거로 아는데... 전성기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최상위권 수준의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다.

 

A. 서준호 필자:원 기아가 우승한 서머 시즌 결승이 기억에 남는다. 스코어는 3 대 1이지만, T1이 끝까지 담원 기아를 물고 늘어지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무적함대 포스를 풍겼던 담원 기아가 프레딧 브리온에 패한 경기도 생각난다. 워낙 충격적인 결과였으니까. 사실 KT 팬이라서 특별히 기억하고 싶은 장면이 없다. (웃음)

 

프레딧 브리온이 담원 기아를 잡은 경기는 역대급 업셋으로 꼽힌다  (출처: 프레딧 브리온)

 

A. 이형철 기자:​ MSI를 흔든 일정 조작 논란을 잊을 수 없다. 이건 정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여태까지는 라이엇 게임즈가 특정 국가를 편애한다는 논란에 대해 '모기업이니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겠다'라고 생각했는데... 그 상황은 분명 과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를 진짜 '스포츠'로 만들고 싶다면 이런 부분들은 정말 주의해야 한다.

  

관련 기사: [기자수첩] 라이엇의 '중국 편애 논란'을 보며 한 야구 대회를 떠올리다

 

경기로 따지자면 롤드컵 4강 담원 기아와 T1의 경기를 꼽고 싶다. 내용도 멋졌지만, 열 명의 선수들이 너무나 절실하게 경기에 임하는 게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감정을 이입하게 되더라. e스포츠를 보다가 이렇게까지 주먹을 쥐어본 게 얼마 만인가 싶을 정도였다. 나도 모르게 '이 경기는 승리와 패배가 갈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으니까. (웃음)

 

담원 기아와 T1의 롤드컵 4강은 지켜보는 모든 이를 안타깝게 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 제우스에 달린 T1, 나쁘지 않은 농심 레드포스, 물음표 지워야 할 DRX

 

Q. 스토브리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이번 스토브리그는 말 그대로 '역대급'이었는데. 가장 흥미롭게 느껴졌던 팀에 대한 전망을 부탁한다.

 

A. 이형철 기자: T1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솔로 랭크 포텐'이라는 말을 잘 믿지 않는다. 실전과 솔로 랭크는 분명 다르다. 솔로 랭크를 지배했지만, 실전에서 못한 선수도 적지 않고. 따라서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제우스' 최우제 역시 실전에서 증명할 필요가 있다. 

 

탑을 제외한 T1의 라인은 어느 정도 계산이 가능하다고 본다. 서머 시즌 후반이나 롤드컵을 통해 가진 기량이 확실함을 증명했으니까. 따라서 올해 T1의 성적은 제우스에 달렸다고 본다. 실전에서 잠재력을 폭발시킨다면 더할 나위 없이 이상적이지만, 팀의 엔진에 가속도를 달아줄 수 있는... 평균 정도만 해줘도 충분히 힘을 보탤 수 있을 거다. 만약 제우스가 잘 해낸다면 오랜만에 T1이 최상위권에서 우승 경쟁을 펼칠 시즌이 되지 않을까.

 

제우스가 포텐을 터뜨린다면 T1 역시 대권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T1은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중심을 잃지 않고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A. 서준호 필자: 농심 레드포스를 꼽았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여러 잡음이 있긴 했지만, 피넛으로 '비디디' 곽보성을 트레이드해온 건 정말 과감한 선택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비디디가 피넛보다 절대적 가치가 높다고 본다. 하지만 피넛의 현재 가치가 높다 보니 구단도 트레이드를 단행한 느낌이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거 자체가 굉장히 스마트했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농심 레드포스가 'LCK에서는 미드 육성이 불가능하다'라고 판단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실제로, 솔카나 '고리' 김태우, '베이' 박준병, '제트' 배호영 등 2021 LCK에 출전한 신인 미드 라이너들은 하나같이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전체적인 로스터 밸런스도 괜찮은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드레드' 서진혁이 굉장히 뛰어난 선수라고 본다. 고점이 터졌을 때 보여준 경기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비디디, '고스트' 장용준, '에포트' 이상호 등도 어느 정도 계산이 서는 선수들이다. 좋은 성적을 내리라 본다.

 

A. 주보국 필자: 결과만 놓고 보면 괜찮은 스토브리그를 보냈다. 특히 경기에 미치는 영향력이 가장 큰 미드 라이너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해당하는 비디디를 데려온 건 상당히 크다. 다만, 드레드는 잘 모르겠다. 관계자 평가가 좋은 건 이해하지만, T1을 제외한 강팀을 상대로는 좋은 경기를 보여주지 못했으니까.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건 드레드가 강력한 미드 라이너와 시즌을 소화한다는 점이다. 그간 드레드는 '유칼' 손우현, '플라이' 송용준 등 리그 최상위권이라 부르기엔 무리가 있는 선수들과 호흡을 맞춰왔다. 반면, 이번에는 최고의 미드 라이너 중 한 명인 비디디와 함께하게 됐다. 어떤 시너지를 낼지 궁금해진다.

 

A. 이형철 기자:​ 피넛 - 비디디 트레이드는 정말 놀랍게 느껴졌다. 당시 피넛은 농심 레드포스의 코어였으니까. 기둥뿌리를 뽑아서 팀의 약점을 메꾸는 선택을 한 건데... 이건 기성 스포츠에서도 보기 힘든 트레이드다. 예를 들어 롯데 자이언츠가 마무리가 약하다고 해서 선발 투수 에이스 박세웅을 보내고 조상우를 데려오진 않지 않나. 농심 레드포스의 성적에 따라 평가도 달라지겠지만, 굉장히 과감한 선택이었다.

 

완성된 로스터만 놓고 보면 결코 나쁘지 않다 (출처: 농심 레드포스)

 

A. 주보국 필자: DRX를 기대하고 있다. 요즘 유튜브를 보면 혹독한 수련을 겪은 수료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특수부대 예능'이 많다. 다른 라인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묵묵히 중심을 지킨 '킹겐' 황성훈과 '표식' 홍창현 역시 이러한 부류라고 생각한다. 내년 시즌엔 데프트, '베릴' 조건희, '제카' 김건우가 합류하면서 전력이 크게 상승했으니 성적이 바닥을 칠 것 같진 않다. 그래서 조금 더 기대된다.

 

약점이라면 팀에 의문 부호가 있다는 점이다. 처음 LCK를 경험하게 될 제카도 그렇고... 표식 역시 좋았을 때의 폼을 찾지 못하면 팀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고 본다.

 

A. 이형철 기자: 개인적으로는 담원 기아를 떠난 베릴의 경기력에 대한 기대가 크다. 베릴은 담원 기아에서도 팀의 확실한 조타수 역할을 잘 해낸 바 있다. 탑과 정글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 한 포스트시즌까지는 갈 수 있지 않을까.

 

A. 서준호 필자: 베릴이 DRX에서도 자신의 '오더력'을 증명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프로씬의 오더가 얼마나 영향력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게다가 좋은 오더를 내리는 선수 못지않게 각을 함께 봐줄 수 있는 다른 선수들의 존재도 중요한데, 베릴은 담원 기아에선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최고의 '크랙'들과 함께 했다. 만약 베릴이 DRX로 이적한 뒤에도 비슷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 그가 지닌 오더의 가치도 제대로 드러날 거다.

 

DRX로 둥지를 옮긴 베릴 (출처: 라이엇 게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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