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콘텐츠는 디스이즈게임과 오피지지의 협업으로 제작됐습니다.
● 순서와 순위는 무관하며, 필자의 주관적 견해로 꼽은 관계로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 2017 LCK 서머 스플릿, KT VS SAMSUNG
빛과 총알은 화살보다 빠르다. '룰러' 박재혁의 화살을 부러트린 총알과 빛은 데프트의 플레이에 모두 담겨 있었다. 게임 후반 전반적인 분위기가 kt 롤스터로 넘어온 가운데, 레드 진영 협곡을 타고 탑 라인까지 올라온 데프트는 투망을 역으로 던져 과감하게 홀로 라인을 파밍하던 룰러의 애쉬 앞으로 돌진했다.
넥서스 붕괴의 위기를 겨우 넘겼지만 kt에게 장로 버프까지 넘어간 가운데, 스멥의 사이온은 궁극기를 활용해 강력한 이니시 한점돌파를 시도한다. 전선의 저지선이 점차 미드 라인에서 레드 협곡으로 밀리는 와중, 데프트의 강력한 한타 능력이 빛을 발했다.
kt의 모든 선수가 좁은 협곡으로 진입하자, 데프트와 킹존의 동료들은 기다렸다는 듯 스킬을 쏘아냈다. 팀원들이 성장 차이로 인해 하나 둘 씩 쓰러지는 순간에도 데프트의 애쉬는 꾸준히 카이팅을 통해 상대방 딜러진의 체력을 꾸준하게 깎아냈고, 1vs5에 가까운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유지하며 kt의 챔피언을 하나하나 처치했다. '1인 군단'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았던 플레이.
- 2017 LCK 스프링 스플릿, ROX Tigers vs KT
린다랑의 공격적인 뒷텔로 시작된 한타는 kt에게 불리해 보였지만, 데프트는 역으로 상대 탱커진이 후방에 있다는 것을 활용해 앞으로 파고들었다. 과감한 앞점멸로 '성환' 윤성환의 그레이브즈를 교전 이탈 시킨 데프트는 자신을 노린 애쉬의 수정 화살과 신드라의 적군 와해까지 절묘한 무빙으로 흘려냈다.
이윽고 합류한 스맵의 마오카이와 함께 데프트는 비전 이동을 사용해 재차 전투의 한복판으로 들어섰다. 이 순간, 뽀비의 궁극기가 데프트에게 적중했다. 스코어의 엘리스까지 사망하며 졸지에 세 챔피언에게 포위된 상황. 데프트는 역으로 락스 타이거즈의 공격을 흘려내고 트리플 킬을 기록하며 길었던 싸움에 종지부를 찍었다.
오로지 이즈리얼만을 노린 상대방의 CC기와 공격 스킬이 어우러지는 등 혼란스러웠던 전장이었지만, 데프트는 아랑곳하지 않고 절묘한 스킬 사용을 통해 완벽한 독무대를 선보였다. 박물관에 보존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던, 완벽한 이즈리얼 플레이.
- 2020 LCK 스프링 플레이오프, DRX vs 담원 게이밍
포위된 상황에서도 패배하지 않는 방법이 있다면? 손자병법 병세 편에 "의견이 분분하듯이, 전투가 혼란해져도 아군은 혼란스럽지 않다. 혼돈스럽게 적의 진형에 포위되었어도 패배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다. 데프트는 위기를 기회로 바꿔내며 포위망을 벗어나는 방법을 보여줬다.
2020 LCK 스프링 PO 1라운드 5세트, 담원 게이밍과의 결전에서 데프트의 플레이는 손자병법을 통달한 듯한 플레이의 정수였다. 풀숲에서 순간이동을 통해 기다리고 있던 '너구리' 장하권, 그리고 미니언을 등에 업고 라인을 조여오던 '고스트' 장용준의 미스 포춘을 마주한 데프트의 판단은 단순했다. 바로 정면 돌파. 미스 포춘이 마나가 부족하단 사실을 파악한 데프트는 반월검을 들고 미스 포춘만을 집요하게 노리며 1vs2를 단숨에 1vs1로 만들어 내는 기지를 보여줬다.
미스 포춘이 사망하며 오로지 데프트를 처치하기 위해 점멸까지 소모한 너구리의 구상이 무너져 버리자, 담원의 초반 게임은 말 그대로 꼬여버렸다. 순간의 기지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꿔낸 데프트스러운 플레이 그 자체였다.
- 2018 LCK 서머 결승전 / 그리핀 vs kt
소위 ‘슈퍼팀’으로 모두의 기대를 모으며 출범했던 kt 롤스터의 스타 군단, 딜러진의 핵심은 데프트였다. 하지만 기대와 다르게 중요한 순간에 휘청이는 팀의 행보에 팬들은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고, '슈퍼팀'이라는 별명은 어느 순간 '대퍼팀'으로 바뀌었다. 2018년 서머 스플릿 결승전은 kt 롤스터에겐 팬들의 의구심을 떨쳐낼 마지막 기회나 다름없었다.
패기로 가득 찬 '18 그리핀'을 상대로 관록을 보여줘야 했던 kt는 첫 세트를 내주며 "올해도 설마...?"라는 의문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심지어 유리했던 게임을 내줬기에 의문 부호는 커져만 갔다. "혹시"가 "역시"로 바뀌어나가기 시작한 순간, kt에는 데프트가 있었다.
골드 수급과 용 버프 모두 kt에게 웃어주는 상황이었지만 바론 앞 한타에서 그리핀의 연이은 포킹 성공으로 한타 구도는 삽시간에 3vs5로 기울어졌다. 탱커였던 스맵 역시 3vs1 구도를 버티지 못하고 쓰러진 가운데, 데프트는 궁극기와 점멸의 적절한 조화로 '바이퍼' 박도현의 바루스를 끊어내고 체력 상황이 좋지 못했던 '타잔' 이승용과 '쵸비' 정지훈을 정리하며 분위기를 완벽히 반전시켰다.
이에 바론 둥지 바깥에 얽매여 있던 스코어가 솔방울탄으로 합류해 데프트의 곁에 서자, '소드' 최성원의 오른마저 개입할 수 없는 형세가 되며 한타는 데프트의 독무대로 마무리됐고, 바론 버프는 자연스레 kt의 차지가 됐다.
앞서 언급했던 '대퍼'란 단어는 당시 시간이 흐를수록 집중력이 떨어져, 크나큰 실수를 연발하는 kt의 모습을 보며 붙여진 <롤> e스포츠의 신조어다. 하지만, 환골탈태한 모습과 함께 데프트는 결승전 내내 후반 교전을 이끌며 원딜의 정석을 보여줬다. 끝내 kt는 상암에서 열리는 마지막 LCK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그 중심에는 데프트가 있었다.
2,000킬이라는 행보를 빛냈던 수많은 플레이와 스토리가 고작 다섯 손가락 안에 담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살아있는 전설을 조그마한 그릇에 온전히 담아낼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쉬울 따름이다. 우리에게 데프트의 존재는 기쁨이자 행운이다. 여전히 그의 플레이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쁨이며, 마침표가 아직 멀게 느껴질 만큼 그의 날 선 모습을 마주하고 있기에 행운이다.
여전히 든든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탱하고 있는 ‘데프트' 김혁규의 플레이가 3,000킬을 넘어, 4,000킬까지 꾸준하게 전진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