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자전거를 활용한 광고로 인기를 끌었던 의류 브랜드가 있었다.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있는 브랜드 로고를 모티브로 ‘그녀의 자전거가 내 마음 속에 들어왔다’는 카피를 내세웠다. 자전거를 탄 상대에게 첫 눈에 반한 것을 마음 속으로 들어왔다고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그보다 먼저 마음 속의 자전거를 이야기한 사람이 있었다.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1980년대 전후, 컴퓨터를 ‘자전거’에 비유하곤 했다. 얼마나 자전거라는 개념에 빠져 있었는지 매킨토시에 ‘bicycle’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싶어했다. 직원들의 만류로 이름은 포기해야 했지만 대신 1984년 애플 컨소시엄(Apple University Consortium, AUC) 캠페인에서 자전거 이미지와 ‘wheels for the mind’라는 문구를 내세우는 집요함을 보이기도 했다.
자전거에 대한 잡스의 관심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에 실린 연구 보고서를 보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1973년 듀크 대학(Duke University)에서 발표한 이 보고서는 1km를 이동할 때 소비하는 칼로리를 바탕으로 종 간의 이동 효율성을 연구했다.
연구에서 주목할 만한 결과는 자전거를 탄 사람이었다. 자전거를 탄 사람은 말이나 연어보다도 그리고 헬리콥터, 심지어는 제트기보다도 높은 효율성을 보였다. 걷는 사람을 기준으로 보면 1km를 이동하기 위해 약 75kcal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자전거를 타는 순간 필요한 열량은 5분의 1 수준인 약 15kcal로 줄어들어 동일한 에너지로 훨씬 멀리 이동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인간이 스스로의 잠재력을 더 확장하고 더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도록 번거롭고
We think we’re basically fashioning a 21st century bicycle here which can amplify inherent intellectual ability that man has and really take care of a lot of drudgery to free people to do much more creative work.
우리는 인류의 진화가 도구를 통해 이루어졌다고 배웠으나 한편에서는 인류가 아니더라도 도구를 사용하는 종이 매우 많다는 점에서 이러한 주장이 설득력을 잃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도구는 인류라는 종의 특징을 결정하는 주요한 요소이고, 이는 도구의 ‘사용’보다 ‘발명’이라는 관점의 변화로 이어진다. 도구를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류를 ‘호모 아티펙스(Homo Artifex)’라 부른다. 아티펙스는 라틴어로 창의성을 의미한다. 즉, 인간은 다른 종과 비교했을 때 실제로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능력보다 무언가를 창조해내는 점에 있어서 특별하다는 것이다.
‘마음의 자전거’가 갖는 의미는 단지 개인용 컴퓨터가 도구로서의 효용성을 넘어 우리 스스로가 필요로 하는 도구를 발명하고 이를 발판삼아 더 많은 창의적인 일들을 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 있다. 그리고 그 시작에는 누구나 마음의 자전거를 가질 수 있도록 컴퓨터에 대한 접근성을 높였던 애플 I(Apple I)과 같은 초기 개인용 컴퓨터가 있었다. 이후 컴퓨터는 반세기의 시간 동안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하고, 변화하며 지금도 인간의 상상력을 현실로 구현하는 역할을 계속해오고 있다. 우리가 타고 있는 마음의 자전거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일까?
*넥슨컴퓨터박물관은 <Apple I, a bicycle for the mind>라는 타이틀로 대표적인 소장품인 애플 I을 더 다양한 방식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새롭게 리뉴얼 했다. 작동 가능한 상태로 보존하고 있는 오리지널 소장품과 함께 스티브 워즈니악(Steve Wozniak)의 친필 서명이 기재된 복각 케이스 그리고 당시의 컴퓨팅 환경을 그대로 재현한 레플리카와 홀로그램 영상 등을 통해 애플 I의 역사적, 기술적 특징과 함께 박물관의 소장 및 복각 과정까지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