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올해의 인디게임은 무엇이 있을까요?
매년 독창적인 게임 콘텐츠를 소개하는 '글로벌 인디 게임제작 경진대회(이하 GIGDC)가 올해에도 진행되었습니다.
GIGDC는 한국콘텐츠협회와 게임개발자협회가 직접 주관하는 게임 공모전입니다. 수상자에는 '대상'의 수상자에게는 500 만원의 상금과 함께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이 수여됩니다. 그렇기에 이 공모전에서 입상한 게임은 '국가대표 인디게임'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TIG에서는 올해 GIGDC에서 수상한 스무 곳의 개발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오늘 소개할 팀은 '데카트리 게임즈'입니다. 팀에서 1인 개발자로 활동하고 있는 '이도현' 총괄은 텍스트 어드벤처인 <편집장>을 개발하여 GIGDC에서 제작부문 일반부 동상을 받았습니다. <편집장>은 개발이 처음 시작된 2021년부터 국내 다양한 인디게임 전시에 출전하여 게이머들과 직접 소통해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아 전반적인 아트 스타일부터 유저 가이드까지 대대적인 수정을 거쳤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까요? 첫인상은 <페이퍼 플리즈>나 <헤드라이너>와 비슷할 것 같지만, 실제로 플레이해 보면 완전히 다른 게임이라는 평이 많았습니다. 이도현 총괄은 2년이라는 개발 기간 동안 모든 시행착오를 홀로 겪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는데요. 이번 인터뷰에서도 그 고민의 면면을 살필 수 있었습니다.
◎ 게임명: <편집장>
◎ 개발사: 데카트리 게임즈
◎ 장르: 텍스트 어드벤처
◎ 플랫폼: PC
◎ 게임소개: '새벽일보'의 편집장이 되어 신문을 편집하는 게임입니다.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편집장의 루틴에 따라서 매일 오전 아이템 회의를 한 후 오후에는 신문의 1면에 실릴 기사와 기사에 쓰일 사진을 편집해야 합니다. 매일 아침 신문이 발행되며, 점심, 저녁, 밤, 새벽에는 게임 진행 및 선택에 따라 이벤트가 추가로 발생합니다. 어떻게 기사를 편집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서 '새벽 일보'의 신뢰도, 판매 부수, 독립성 등을 평가받습니다.
◎ 수상경력
- 2023 GIGDC 일반부 제작부문 동상
Q. 한국 게임개발자협회: 수상작인 <편집장>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A. 이도현 총괄: <편집장>은 '새벽 일보'의 편집장이 되어서 신문 1면의 기사를 발행하는 게임입니다. 유저는 기사 사건에 대한 정보를 얻은 후 기사 제목, 기사 사진을 직접 편집할 수 있습니다. 발행된 기사에 따라 인게임 내 대중들의 평가를 받게 되며, 이 평가는 이후 사건과 관련된 등장인물들과 신문사의 운명에 영향을 줍니다.
기사 제목은 크게 세 가지 방향 중 한 가지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기사 사진 편집은 기사의 제목에 맞게 확대/축소, 이동을 통해서 프레임안에 배치할 수 있고요. 기사 제목을 일관성 있는 방향으로 선택하고, 그에 맞게 사진 편집을 잘 하는 게 키포인트입니다. 포인트& 클릭이 기본 매커니즘이기에 특별히 어려운 부분 없이 쉽게 진행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에요.
게임의 배경이 되는 '새벽 일보'에는 여러 캐릭터가 일하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는 '새벽 일보'의 창립자이자 편집 방향에 대해 다각적인 질문을 던지는 '구주희', 매사에 열정적으로 진실을 밝히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믿는 '이나경', 베테랑 기자이자 자극적이고 돈이 될만한 이슈를 찾아다니는 '현기준', 제보자의 의견을 존중하며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믿는 '권세원'이 있어요. 이들과 함께 한 국회의원 암살사건에 대해 파헤치는 것이 게임의 주된 목표예요.
Q. <편집장>을 기획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A. 이도현 총괄: <편집장> 개발은 새롭고 참신한 게임을 개발해보고 싶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아마도 많은 분들이 좋아하실텐데요. <편집장>을 초기 개발하던 시절에는 <페이퍼 플리즈>, <오브라딘 호의 귀환>을 제작한 루카스 포프의 인터뷰를 많이 참고했어요. 그래서인지 게임쇼에 전시를 하면 게임의 첫 인상이 <페이퍼 플리즈> 같다고 언급하는 분들이 꽤 계시더라고요. 그 외에도 <디스코 앨리시움>, <언더테일> 등등 훌륭한 게임으로부터 영감을 받았습니다.
사실 <편집장>을 만들면서 장편 시나리오를 처음 써봤어요. 그래서 시나리오를 만들기 위해 '신문사'와 관련된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를 많이 봤어요. 장편 시나리오를 어떻게 써야할지 연구하면서 참고한 게임은 <파이널 판타지14>예요. 스토리의 평가가 좋은 '칠흑의 반역자'를 분석해서 시나리오를 다듬을 수 있었어요.
기사 제목을 결정하거나 사진을 편집하는 부분은 <편집장>의 오리지널리티라고 할 수 있어요. 기본적으로 제가 생각한 것을 구현한 다음에, 전시회에서 유저 피드백을 바탕으로 수정하다 보니 지금과 같은 방식이 되었거든요.
Q. '편집장'을 개발하면서 일어난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A. 이도현 총괄: 앞서 말했듯이 신문사를 배경으로 결정했지만 관련된 경험이 없었어요. 그래서 여러 콘텐츠를 많이 조사했어요. 한참을 찾다보니 기자들의 특징 같은 게 느껴졌고, 그러한 요소들을 모아서 <편집장>의 스토리, 등장인물, 배경 설정을 했어요. 요즘에는 각종 OTT와 유튜브로 쉽게 찾을 수 있더라고요.
그러나 다른 콘텐츠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다면, 주인공이 '편집장'이라는 점 같아요. 보통 기자들이 주인공인 작품이 많은데, 신문 기사 제목을 결정하고 사진을 편집해야 하다보니 선택에 더욱 무게감을 느낄 수 있도록 주인공을 보다 높은 직책인 '편집장'으로 만들어야 했거든요.
Q. 몰입감이 뛰어나다는 유저 평가가 있었습니다. 그 요인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이도현 총괄: 그래픽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집장으로서 하루 일과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플로우를 구성했어요. 직접 기사 제목을 결정하고, 사진을 편집하는 과정, 그리고 발행된 신문에 따라 대중들과 경영진의 평가를 받는 부분이 몰입감을 주는 것 같아요. 더불어, 배경과 상황에 어울리는 음악과 효과음, 캐릭터 성우 음성이 몰입감을 한 층 더 높여주고요.
Q. <편집장>은 텍스트 어드벤처 장르입니다. 이 장르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이도현 총괄: 신문을 편집하고 발행, 평가 받는 매커니즘이 먼저 결정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해당 시스템이 가장 돋보이면서 스토리도 함께 진행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다보니 텍스트 어드벤처 장르가 되었습니다.
텍스트 어드벤처 장르는 특성 상 다회차 플레이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요. 그런 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메인 기사의 방향에 따라 스토리에도 분기점이 생기게 구성을 했어요. 개인적으로는 모든 분기점을 플레이하면서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등장인물들의 운명, 신문사의 상황 등을 즐겨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Q. 1인 개발을 하다보면 프로젝트 관리가 중요하잖아요. 본인 만의 프로젝트 관리 비법이 있나요?
A. 이도현 총괄: 아무래도 점점 규칙적으로 시간 계획을 세우게 되더라고요. 최근에는 개발 일지의 일부를 펀딩 페이지에 공개하기도 했는데 반응이 괜찮았어요. 그래서 제가 활용했던 방법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다들 그렇듯이 한달 동안의 개발 목표를 잡고, 그것을 다시 주단위로 나누고, 다시 일단위로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계획은 항상 밀리기 마련이어서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나중에는 작업 하나하나 걸리는 시간을 넉넉하게 할당하는 방향으로 진행했어요.
<편집장>의 기획할 때에는 조사한 콘텐츠들과 기획서를 '컨플루언스'에 작성했습니다. 그런 다음 전체적인 틀이 나올 때까지 계속 다듬었던 것 같아요. 프로토타입을 만들 수 있을 만큼이요. 여가 시간에 아무런 부담 없이 '이렇게 해볼까?'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고민했던 기억이 나네요. 개발을 시작한 이후에는 다른 방식의 정리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프로토타입을 만들기 위해서 엔진을 붙잡고 기능을 구현하면, 곧바로 기록으로 남겼어요.
그렇게 기획한 내용을 하나하나 구현한 후에, 챕터 1을 첫 전시에서 공개했어요. 그렇게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아가면서 엔딩까지의 구현을 마무리한 후에 게임이 완성되었답니다.
Q. <편집장>의 개발 기간이 길어지면서 게임의 방향성과 맞지 않아 수정된 기능이 많다고 들었어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A. 이도현 총괄: <편집장>을 기획할 때 예상 개발 기간은 1년이었어요. 그런데 혼자서 개발을 하다보니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네요. 이미 기능을 구현해 두었지만, 나중에 보니 마음에 들지 않거나 게임 방향성과 달랐던 경우가 여러 번 있었어요. 두 가지 정도가 특히 기억에 남네요.
원래는 무사히 기사를 발행하게 되면, 게임을 진행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능력을 배우게 하고 싶었어요. 마치 로그라이크 게임처럼요. 매번 플레이할 때마다 성장을 달리 하게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전체 콘텐츠를 구상하다 보니 재미있고 특색 있는 능력을 만들기 까다롭더라고요. 그리고 기사를 만들 때 기사의 좋고 나쁨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성장에 유리할지만 고민하게 될 것 같아서 빠지게 되었어요.
두 번째로는 각 등장인물과 대화할 때 선택지나 행동에 따라 호감도가 증감되고, 이후 스토리에 분기점이 생기도록 만들고자 했었는데요. 시간이 넉넉하지 않은데 혼자서 개발하다보니 감당이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기사 방향에 따라서 분기점이 생기도록 간소화했어요.
Q. 개발 기간 동안 여러 게임쇼에 참여하며 유저들과 직접 소통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유저들의 피드백이 반영된 부분이 있나요?
A. 이도현 총괄: 혼자 개발을 하다보면 온·오프라인 전시회의 피드백이 큰 도움이 돼요. 전시회를 관람하러 온 분들은 아무래도 게임에 대한 관심이 누구보다 많으시니까요. 진중하고 합리적인 피드백을 많이 주시고, <편집장>의 개발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편집장>은 작년 버닝비버 때 챕터 1을 처음으로 공개했어요. 출시 직전인 지금 살펴보면, 그때 버전이랑은 차이가 제법 많이 나요.
가장 큰 변화는 아트 톤의 변화예요. 초기의 <편집장>은 흑백 신문 느낌이 나도록 흑백의 색만 사용하고 망점 필터를 적용했어요. 이러한 컨셉을 좋아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몇몇 분들은 공포스러운 느낌이라고 하더라고요. 그 부분은 저의 의도와 많이 달라서 현재에는 온화한 톤으로 색을 조정했고, 망점 필터는 제거하게 되었어요.
게임쇼에서는 유저들이 플레이하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유저들이 플레이 하다가 막히거나 헷갈려햐는 부분을 관찰해 두었다가 자연스럽게 진행할 수 있도록 가이드나 안내 메세지를 배치했어요. 다른 사람들이 보면 굉장히 소소하고 별 거 아닌 작업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요. 이를 개선하고 난 뒤에 더 많은 유저들이 데모 버전인 챕터 1을 처음부터 끝까지 플레이하게 되었고, '몰입감이 좋다'는 평을 해주셨어요. 혼자 플레이했을 때는 발견하지 못했던 버그들도 여럿 찾을 수 있었고요.
Q. 수상 이후 근황 및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A. 이도현 총괄: 얼마 전 <편집장>의 펀딩이 마무리되어 출시를 준비하고 있어요. 다행히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목표 금액을 달성할 수 있었어요. 후원자 분들께 정말로 감사하고, 출시일이 결정되면 제일 먼저 알려드리려고 해요. PC로 우선 추시될 예정이고요. 이후 닌텐도 스위치, 모바일 등 다른 플랫폼으로 순차적으로 이식하려고 해요.
차기작은 아직 구상 단계인데요. <편집장>의 엔딩 이후 이야기 혹은 액션 장르의 완전히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려고 해요. 둘 중 무엇이 되든 직접 조작이 가능한 캐릭터와 월드를 추가하는 것이 제 개인적인 목표예요.
Q. 10월 중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는데요. 기분이 어때요?
A. 이도현 총괄: 본의아니게 <편집장>을 2년 동안 개발 하게 되었는데요. 홀가분하면서도 불안한 마음이 듭니다. 무엇보다도 유저들이 재미있게 즐긴 다음 좋은 평가를 남겨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편집장>이 차기작을 만들 수 있을 만큼 판매가 되면 소원이 없겠고요. 현재 마케팅 예산과 계획이 부족해서 홍보가 힘드니 입소문도 많이 내주시고요.
Q. 마지막으로 내년 GIGDC를 기다리고 있는 예비 참가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A. 이도현 총괄: GIGDC에서 수상하면 상금뿐만 아니라 여러 부상이 주어져요. 저는 그 중에서도 도쿄게임쇼 참석 기회를 주는 게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항공권과 숙박비까지 지원해주기 때문에요. 지금처럼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게임을 홍보할 수도 있고요. 인디게임을 개발하고 있다면 GIGDC에 꼭 참가해서 좋은 결과를 얻으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