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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5월 3일 - 2010 세계 3대 게임강국 실행전략 발표

이후 2014-05-04 15:17:06
2006년 5월 3일 한국에서 '2010 세계 3대 게임강국 실행전략'이 발표됐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그 전해인 2005년 6월 게임회사 CEO들과 정책간담회를 가졌다. 11월에는 '2010 게임산업 전략위원회'(이하 전략위원회, 위원장 오지철)라는 거창한 이름의 조직이 발족했다. 업계와 학계, 유관 기관, 정부가 공동으로 만든 위원회였다. 이 위원회가 이듬해 5월 3일 '2010 세계 3대 게임강국 실행전략 보고회'를 서울 그랜드 힐튼호텔에서 가졌다.

 

2010년에 세계 시장에서 한국 게임이 차지하는 비율을 10%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 국내 시장 규모를 10조 원으로 키우고, 36억 달러가 수출목표액으로 잡혔다. 보고회에 참석한 김명곤 문화부 장관은 "게임이야말로 무한대로 큰 영역을 개척해나가는 분야이며, 게임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예술성, 창의성,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게임의 긍정적인 효과가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모두가 함께 협력해나갔으면 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전략 발표까지 일은 착착 진행됐다. 문화부 차관 출신의 오지철 위원장(현 TV조선 대표)은 각종 매체와 인터뷰에서 포부를 밝혔다. 발표 5일 전에는 게임산업진흥법까지 공포됐다. 게임과 관련돼 민관이 협동하며 무언가 일이 되어가는 분위기였다.

거기까지였다. 전략위원회는 이 발표 이후 이렇다할 활동을 보여주지 못한 채 흐지부지 없어져버렸다.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2005년 8조 6,000억 원에서 2006년, 2007년 계속 추락했다. 게임산업이 끝났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렸다. 바다이야기 사건이 가장 큰 이유였다.

조폭의 자금줄 추적으로 시작된 사행성 게임장 수사는 바다이야기라는 커다란 문제를 끌어올렸다. 분위기가 순식간에 180도 바뀌었다. 게임에 대한 인식은 급속도로 안 좋아졌다. 사행성 게임에 대한 언론의 비판이 쏟아졌다.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게임은 모두 바다이야기 같은 것으로 생각해버렸다. 정부에서도 '게임산업 육성'을 이야기하기 어려워졌다. 극단이 극단을 불렀다.

실행전략에 나왔던 1,000억 원 지원은 말로 끝났다. 오히려 기존에 있던 지원들도 없어졌다. 국가 지원으로 이루어지는 많은 행사가 재원 부족으로 없어지거나 축소됐다. 중소기업들을 지원한다고 했지만, 중소기업들의 큰 회사에 인수되거나 도산되는 처지에 더 많이 노출됐다.

까다로운 게임 심의로 중소기업은 게임을 개발하기 더 힘들어졌다. 2008년부터는 셧다운제를 도입하려는 시도가 시작했다. 몇 차례 시도 끝이 2011년 강제적 셧다운제를 포함한 법안이 결국 국회를 통과됐다. 전략위원회가 나왔을 때 이미 게임산업은 돈보다는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언급이 있었다. 일률적으로 강화된 규제는 작은 게임회사들이 살아남기 더 힘들게 만들었다.

2007년까지 하락한 시장 규모는 2011년이 되서야 2005년 규모를 회복했다. 2012년 국내 게임백서에 의하면 2012년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9조 7,525억 원, 세계 시장 점유율은 6.3%로 추정됐다. 수출 현황을 보면 2007년 7억 8,000 달러에서 2012년 26억 달러로 네 배로가 훌쩍 성장했다.

우리나라 게임시장은 2013년 10조 원에 도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바다이야기와 그 이후 불어닥친 과도한 역풍이 없었다면 더 일찍 이런 성과를 냈을 지도 모르겠다. 

8년 전 민관 합동의 거창한 발표는 바다이야기 암초에 걸려 용두사미가 됐다. 요즘 게임을 4대 중독으로 모는 법안을 보면, 더더욱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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