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혁: 국내뿐 아니라 해외 게임회사와 작업을 많이 하는 편이다. 우리가 하는 작업의 30% 이상이 해외 쪽이다. 중국 쪽에서는 텐센트와 넷이즈, 알리바바 등이 있고, 일본의 캡콤과 그리, 그 밖에 유럽 업체들이 있다. 최근에는 텐센트 작업의 비중이 상당히 높았다.
지난해에는 텐센트 음악상까지 받았다. 텐센트와 음악작업을 많이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양승혁: 양방언 감독이 한국에서 게임음악을 하게 된 것과 비슷하게 생각하면 된다. 과거 한국 게임들이 해외 뮤지션이나 오케스트라와 작업을 한 경우가 많았다. 마케팅 측면에서 이슈를 만들 수 있었으니까. 중국 쪽에서도 처음에는 그런 측면에서 외국 음악감독을 찾았을 것이고, 나와 연결된 것 같다.
4년 전 텐센트의 선전(Shenzhen, 심천) 개발 스튜디오에서 연락이 왔다. 해외 음악가를 찾다가 우연히 연락이 닿아 시작하게 됐다. 우리와 작업하는 것에 만족했는지, 그 후 꾸준히 작업을 많이 해왔다. 80개 이상의 게임에 참여했다. 덕분에 중국에서는 내가 좀 유명인사가 됐다. (웃음)
양 감독은 텐센트의 모바일게임 플랫폼 '위챗'에 들어있는 텐센트 자체 개발 게임 50여 개의 음악을 대부분 다 작업했다.
양승혁: 게임음악만 전문으로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우리처럼 CF나 영화, 드라마음악 등 영상음악을 작업하는 스튜디오들이 게임까지 다룬다. 메이저 스튜디오는 3군데 정도 있고, 작은 업체나 개인들이 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양승혁: 예술 부분을 전공해야만 잘 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음악 전공자들로만 구성됐다. 학사, 석사, 박사까지 고루 분포돼 있다. 영상음악을 작업하는 스튜디오 중에서 우리가 전공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요즘은 학교들이 많이 생겨서 전공자들이 많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양승혁: 게임음악이라고 해서 특별히 다른 점은 없다. 다만, 다른 음악 작업보다 다양성을 느끼면서 할 수 있는 게 좋다. 게임에는 여러 장르가 있어서, 질리지 않게 할 수 있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기타리스트 김세황이 연주를 한 <던전앤파이터> 게임음악. 도마는 한창 <던전앤파이터> 음악을 많이 만들 무렵 1년에 40곡 정도씩 제작했다.
양승혁: 중소 규모의 업체는 대부분 아웃소싱을 한다. 음악팀(또는 오디오팀)이 있는 큰 업체의 경우, 절반 정도 아웃소싱에 맡기는 것 같다. 마케팅 이슈도 있을 것이고, 효율성을 차원에서 그렇게 한다. 사운드 이펙트만 몇 천 개 들어가는 경우도 있으니, 직접 다 처리하기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음악을 만드는 작업을 우리가 하고, 그것을 게임에 앉히는 작업을 내부 팀에 하는 경우도 많다.
양승혁: 우리 회사의 철학 같다. 투자자가 계셔서 가능하겠지만, 돈을 벌기 위해 작업하기보다 음악이 좋아서 작업한다. 인터뷰여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것은 정말 행복한 것 같다. 그 안에서 포텐셜이 터지고. 그런 것이 우리의 경쟁력이 아닐까.
양승혁: 음악은 언어도 아니고, 눈에 보이는 이미지도 아니어서 소통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또 '무서우면서도 가벼운 사운드' 같은 애매한 것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요즘은 바로 음악을 찍어서 보내줘버린다. 그에 대한 피드백 받아서 만들면 된다. 아예 스카이프챗 같은 것으로 주고받으면서 작업하는 경우도 있다.
양승혁: 급하게 음악부터 작업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좋은 음악이나 사운드보다 '오디오 디자인'이나 '오디오 연출'이 훨씬 중요하다. 이것을 처음에 확실히 잡고 가지 않으면, 나중에 다 바꿔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마지막에 바꿔달라고 해서 속상한 경우가 좀 있었다.
마지막에 만들어서 때려 박은 적도 했는데, 이제 그런 식으로 작업하면 안 되는 시대가 됐다. 최근 <최강의 군단>과 일을 했는데 오디오 담당자와 충분히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기획의 중요성을 잘 알고 와서 무척 즐겁게 작업했다. 기대가 많이 된다.
양승혁: 한국은 요즘 모바일이 많아졌다. 여전히 북미 콘솔 쪽에서는 대작 게임이 나오고 있다. 그런 게임의 음악을 맡아서 해보고 싶다. 나도 음악에 미쳐있는데, '크레이지 가이들'끼리 모여서 작업을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혼을 바쳐서 만들고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