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정치인 "날씨가 쌀쌀하군요. 지구 온난화가 좀 더 진행됐으면 좋겠네요"
백악관 "해수면 상승은 걱정거리가 아니다"
정치인 B "무지가 지식보다 낫다"
과학을 무시하는 국가와 권력자. 가짜 뉴스가 헤드라인에 오르는 세상. 잘못된 정보에 현혹된 시민들은
강력한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뒤덮어 죽음을 앞에 둔 상황에서도 현대 의학이 아닌 오로지 뱀 기름, 은행나무 추출물과 같은 대체 의학에 의지한다.
과학에 대한 시민들의 의심이 점점 커지자 과학을 혐오하는 무리까지 등장했으며, 급기야 정부는 과학자들을 국가에서 추방한다. 쫓겨난 과학자들은 자신들만의 피난처를 만들고 세계를 구할 백신을 연구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자신들이 구하려던 시민들에 의해 백신이 파괴되고 세상은 멸망하고 만다.
유저들은 물었다.
"바이러스를 퍼트려 세계를 멸망시키는 게임에 백신을 피하는 시민들이라니 게임을 쉽게만 만드는 업데이트 아닌가요?"
조금은 이상한 이 업데이트의 시작은 수 만명의 분노가 담긴 청원에서 시작됐다
"인류가 9년 전 해결한 질병이 돌아왔다"
"작년보다 발병자 비율이 30% 늘었다. 약 600만 명이 감염된 것으로 파악되며 11만 명의 어린이가 '홍역'으로 목숨을 잃었다" WHO
2000년대 초, 인류가 정복했다고 여겼던 질병 '홍역. 하지만 이상하게도 많은 국가가 홍역 퇴치를 선언한 후 전세계 홍역 환자 수는 되려 꾸준히 늘고 있다.
이 기묘한 현상의 근원지는 20년 전, 어느 영국 의사가 공개한 어처구니없는 논문 하나.
"백신은 자폐증을 유발한다"
물론 이 논문은 전문 매체에 의해 의학적 근거 없이 조작됐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거짓 논문이 만든 백신에 대한 공포는 단번에 사라지지 않았다.
"자폐아 비율이 치솟고 있는데 오바마 행정부는 왜 의사가 주사로 주입한 자폐증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않느냐" - 트럼프 대통령, 2012년 트위터
"수두 백신은 위험하다. 차라리 어릴 때 수두를 앓으면 평생 항체가 생긴다. 마음 같아서는 전국민 수두 파티라도 했으면 좋겠다" - 안아키' 김효진 한의사, 2017년 중앙일보 인터뷰
정치, 의학계 등 권위있는 위치의 사람들에 의해 사실인 양 퍼져나가는 왜곡된 정보.
이탈리아 야당 정부 '아동 백신 의무화 반대'
프랑스 극우 정당, '백신 접종 의무화 반대'
방역 선진국이라 불렸던 유럽 국가들의 백신 거부 공론화. 작은 논문에서 시작된 근거 없는 공포가
20년에 걸쳐 전염병처럼 퍼져나가 전 세계를 위협하게 된 것이다.
WHO가 발표한 2019년 인류를 위협하는 10대 위험 중 하나 '백신 기피 현상". 사그라들지 않는 백신 찬반 논란에 분노한 유저들은 이를 <전염병 주식회사>에 도입하길 요청했고, 실제 사회에 퍼진 질병과 감염 사례를 게임에 녹여 사회적 운동에 앞장선 <전염병 주식회사> 역시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렇게 청원이 올라간 지 2일 만에 목표 인원을 달성해 게임에 추가, 업데이트가 끝난 현재까지도 백신 반대론자 추가 패치를 청원하는 인원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염병주식회사>는 단순히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게임은 아닙니다. 우리를 위협하는 질병들이 어떤 이유로 어떻게 퍼져나가는지 그 과정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습니다" <전염병주식회사>를 만든 영국 게임 개발자 제임스 본.
또 다른 세상을 통해 즐거움을 주고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게 하는 것 역시 게임의 역할. 하지만 그런 게임이 우리의 현실과 맞닿은 문제를 알리고 미래에 대한 경고를 던질 수 있을 때 재미 이상의 가치 역시 담을 수 있을 것이다.
"과학은 사실의 집합이다. 집이 돌로 지어지듯 과학 역시 사실로 이뤄진다. 그러나 돌을 쌓아 올렸다고 해서 집이 되는 것은 아니며 사실을 모았다고해서 과학이 되는 것은 아니다" - 앙리 푸앵카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