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작은 게임 개발사. 인지도도, 흥행작도 없는 그들의 두 번째 게임은 소수의 마니아만 찾는 게임이었습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였죠. 하지만 이들의 게임을 진심으로 애정하고, 더 많은 이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은 한국 모바일시장에 큰바람을 몰고 오게 됩니다. / 디스이즈게임 김지현 기자
중국의 어느 작은 게임 개발사가 있었다.
12명 남짓 되는 인원. 스튜디오 인지도는 바닥이었고, 처음 만든 게임의 평가는 미미했다. 야심 차게 준비한 차기작 역시 100위권을 오가는 수준으로 머물렀으며, 대중적인 관심은 받지 못했다.
하지만 턴제 특유의 전략을 구상하는 재미, 수려한 일러스트와 탄탄한 스토리로 적게나마 마니아층을 확보하기 시작했고, 한국에서도 이들의 게임을 인정하고, 애정을 가지기 시작한 유저들이 생겨났다.
“중국 게임인데, 의외로 퀄리티가 좋은데?”
“과금 유도도 적고, 결제 없이도 충분히 재밌네.”
하지만 게임을 즐기면서도 한국 유저들에게는 남는 여러 아쉬움
“한국어로 게임을 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편할 텐데.”
“중국어를 못하는 사람들도 함께 즐길 수 있다면…"
좀 더 편하게 게임을 하고 싶다는 욕심과 더 많은 이들과 함께 즐기고 싶은 순수한 마음. 이러한 아쉬움이 모이자, 마음이 맞는 유저들은 손을 잡고 함께 게임을 번역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스크린샷 위에 자막을 얹는 미미한 수준으로 시작됐지만 체계적인 게임 가이드를 연재하거나
웨이보에 2차 창작물을 올리면서 점차 커뮤니티의 파워를 키워나갔다. 그중에는 중국어를 전혀 못 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돕고자 하는 마음 하나로 중국어를 배우면서 함께 참여했던 유저들도 있었다.
커뮤니티의 힘이 강해지고, 어느 정도 번역팀이 꾸려지자 그들의 열정은 한글 패치를 제작하는 것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그들의 이러한 노력은 바다를 건너 개발사의 귀에까지 전해졌다.
누군가의 강요로 움직이는 게 아닌 오롯이 다른 이들과 게임을 함께하기 위한 해외 유저들의 열정과 애정. 개발사는 한국 유저들의 행보에 감탄했고 이전에 없던 놀라운 결정을 한다.
“<소녀전선>의 비공식 한글 패치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겠습니다.”
대부분의 중국 게임들은 비공식 한글 패치를 철저히 금지했고, 이러한 제약으로 인해 국내에 존재한 중국 게임의 커뮤니티가 무너지는 일은 빈번했다. 하지만 <소녀전선> 개발사는 자신들의 게임을 순수하게 즐겨주는 한국 유저들을 위해 패치를 허용했고
이에 열의에 찬 유저들은 며칠 밤을 새우면서까지 번역에 박차를 가했다. 패치는 인터페이스뿐만 아니라 스토리부터 캐릭터의 대사까지 뻗어 나갔고, 그들의 열기를 몸소 느낀 개발사는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던 큰 결단을 내린다.
비공식 한글번역팀을 번역 담당으로 고용해 함께 한국 서비스를 준비하자는 것. 또한 개발사는 퍼블리셔부터 운영 전반에 대한 유저의 애정 어린 충고와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고자 했다.
진정으로 게임을 아꼈던 유저들의 열정과 그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귀담아듣고 소통한 개발사. 그리고 그로 인해 한국 서비스를 진행할 수 있었던 <소녀전선>
사전 예약 20만이라는 미약한 숫자로 시작한 게임은 개발사도 상상하지 못했던 결과를 가져온다.
캐릭터 유료 뽑기, 행동력 제약, 유저 간의 경쟁. 한국 모바일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던 피로감 주는 요소가 전혀 없는 게임.
과금과 시간 투자가 노골적으로 강요되는 게임에 지친 유저들은 <소녀전선>을 통해 신선한 느낌을 받았고, 게임은 출시 일주일 만에 구글 플레이 인기순위 1위. 한 달 만에 국내 유저 100만 명을 돌파한다.
한국 게임 시장의 상식을 벗어난 대성공과 폭발적 호응.
이 게임의 성공은 다른 무엇도 아닌, 유저들의 작은 애정과 열의로 인해 시작될 수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