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각), 게임스컴에서 테이크투 초청을 받아 파이락시스 게임즈의 대전략게임 <문명 7>에 대한 미디어 브리핑과 시연에 참석했다. 시리즈의 오랜 팬으로서, 기자는 일곱 번째 '문명'에 대한 걱정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 지금부터 허심탄회하게 <문명 7>에 대한 기자의 사견을 털어놓으려 한다. /독일 쾰른= 디스이즈게임 김재석 기자
현장에서 만난 파이락시스 개발자는 "<문명 7>에서 문명을 바꿀 수 있다"고 소개했다. <문명 7>가 이전 시리즈들과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다. 플레이어는 시대를 거듭하면서 다른 문명을 선택하는 것인데, 하트셉수트가 이집트 문명으로 출발해서 발전에 따라 송가이 문명을 골랐다가, 부간다 문명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자의 짧은 식견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떻게 하트셉수트가 송가이 다른 문명을 지배할 수 있으며, 게임 설계는 어떻게 바뀌는 것인가? 이집트 문명은 이집트 문명이라서 플레이할 가치가 있는 것인데, 그것을 다른 문명과 섞을 필요가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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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셉수트가 송가이 문명을 지도한다고? 이게 말이 되나?
파이락시스 개발자는 "역사의 순환 구조" 때문에 <문명 7>에 시대별 문명 선택이라는 "획기적"인 기능을 도입했다고 소개했다. 역사란 이전 시대를 경유하면서 층층이 발전하고, 쇠퇴하기를 반복하므로 새로운 '문명 '또한 그래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그렇게 다른 문명을 오갈 수 있는 디자인을 만들었다.
게임에서 어떤 당위로 나일강변의 이집트가 서아프리카의 송가이가 될 수 있는지 납득할 수 없었다. 이것은 내가 알던 '문명'이 아니었다. 이 프랜차이즈가 시리즈마다 다른 발전상을 제시하고, 그것이 재미라는 것 쯤은 알고 있었으나, 문명이라는 핵심 콘셉트 자체가 일종의 테크트리로 여겨지는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
실제 세계사 속 여러 문명은 교류하고 충돌하며 생성과 소멸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한나라가 몽골제국이 됐다가 프로이센이 되는 기획은 기자의 상식 바깥에 있는 것이다. 기자의 영어가 짧아서, 주어진 시간이 짧아서 이 이야기를 개발자와 묻고 답하지 못한 것이 한탄스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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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 7>의 로마 도시. 새로운 시대가 되면 아우구스투스는 새로운 문명을 골라야 한다.
이어진 게임 체험은 20분이었다. 고대 문명을 잠깐 체험해보는 수준으로 '문명 교환'의 경험은 해볼 수 없었다. 그러니 아리송함만 커진 상황에서 테이크투 부스를 떠났던 것이다. 추측하건대 현 파이락시스 개발자들은 <휴먼카인드>의 시대 발전에 따라서 바빌로니아, 켈트, 독일 같은 문화를 고를 수 있게 한 '문화의 선택' 요소를 차용한 것 같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문명이 발전하면서 A 문명이 B 문명의 좋은 점을 흡수한 A+B 문명이 될 수 있다는 설명으로 짐작할 뿐이다. 그러나 그마저도 한 문명이 영향을 받는 문명이 1개에서 2개에 한정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고자 함인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었다.
3개의 시대 구분 또한 뒷맛이 개운치 않다. '고대-중세-근대-현대'는 학문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시대 구분이며, <문명> 시리즈에서도 이러한 구조 속에서 게임을 진화시켰다. 그런데 <문명 7>에는 고대, 탐험시대, 현대 3개의 시대만 등장한다. 중세와 근세를 '탐험시대'(Exploration)로 바꾼 것인데, 이 '탐험'이란 당한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다분히 제국주의적 언사가 아닌가 우려가 든다.
매번 전 세계의 문명과 지도자를 소개하며 통섭적으로 세계사를 이해하려던 노력을 보이던 개발진이 도대체 무슨 이유에서 중세와 근대를 '탐험시대'라는 이름으로 합친 걸까? 이전 결괏값과 버프는 어떻게 유지되고, 어떻게 새로운 확장지에 새로운 문명을 적용할 수 있는 걸까?
물론 <문명 7>에 주목할 만한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꾼 유닛이 사라졌으며, 주기적인 클릭으로 영지를 확장하고 다양한 시설을 올리게 바뀌었다. 외교에 영향력이라는 자원이 추가되어, 여러 외교 커맨드에 쓸 수 있다. 과학, 경제, 문화, 군사 4가지 승리 조건은 유지되지만, 건물 디자인은 최신의 기술에 맞게 발전됐다.
그런데 지금 <문명 7>은 <아라: 히스토리 언톨드>의 도전을 받고 있다. 파이락시스 개발자 출신들이 개발 중인 <아라>는 게임스컴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시연되고 있다. <문명 7>은 내년 2월 11일, <아라>는 오는 9월 24일에 출시된다. 두 게임의 대결 결과는 내년 상반기에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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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진지하게 생각을 해봐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