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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T1이 꿈꾸는 e스포츠의 미래... "제 2의 왕조 구축"

안웅기 COO, 박형준 사업개발팀장 인터뷰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승주(사랑해요4) 2023-12-26 13:37:43
"김정균 감독의 영입은 두 번째 왕조를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2023년 대한민국 e스포츠 씬의 주인공은 'T1'이라 할 만했다. 한국에서 열린 '2023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우승을 통해 T1은 다시 한번 본인들이 세계 e스포츠의 중심에 있음을 증명했다. 수많은 사람이 유일하게 남은 한국 팀 T1을 응원했고 팬을 넘어 관계자들까지 눈물짓게 했다. 우승 후 선수들은 수많은 예능 프로와 인터뷰 스케줄을 소화하며 강한 영향력을 보이고 있다.

반대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e스포츠는 '위기론' 혹은 '과도기'가 대두되고 있기도 하다. 코로나19를 타고 끝없이 성장할 듯했던 e스포츠는 '지속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해외의 '페이즈 클랜' 등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던 몇몇 구단은 e스포츠의 기세가 꺾이자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T1은 어떻게 현 상황을 바라보고 있을까? e스포츠의 지속 가능성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T1 사옥에서 안웅기 COO와 박형준 사업분석팀장에게 구단이 생각하고 있는 미래에 대해 물었다. T1의 흑자 전환, 제 2의 왕조, T1이 생각하는 '새로운 <리그 오브 레전드> 경기 포맷' 등 다양한 키워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왼쪽부터) 박형준 사업개발팀장, 안웅기 COO


# e스포츠 팬층 확대할 수 있었던 2023년

Q. T1이 곧 흑자 전환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습니다. 2023 롤드컵 우승 등 대외적 성과도 좋았습니다. 어떤 노력이 있었기에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나요?

A. 박형준 사업개발팀장: 아시다시피, 저희가 오랜 기간 여러 사업적 확장을 해 왔습니다. T1 베이스 캠프라는 PC방을 오픈하고, T1 브랜드 향수처럼 기존에 e스포츠에서 다루지 않았던 부분을 많이 확장해 왔습니다. 롤드컵 우승 덕분에 성과가 증폭된 것도 있지만, 지금까지 여러 것들을 준비해 왔기에 효과를 최대한 누릴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롤드컵에서도 여러모로 집중했던 부분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진행됐고, 한국은 저희의 홈그라운드라고 할 수 있으니 강남에 위치한 저희 사옥이나 베이스 캠프, T팩토리와 같은 곳에서 오프라인 행사를 많이 진행했습니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팬 분들이 최대한 T1이라는 브랜드를 느끼고 즐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저희가 특히 오프라인에 주목했던 이유는 올해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국가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했기에 한국에서 큰 e스포츠 행사가 진행된다면 e스포츠를 잘 모르는 사람이 새로 유입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e스포츠를 잘 몰랐던 분들이 e스포츠 팬인 친구와 T1 베이스 캠프에 가는 등 이러한 방식으로 더욱 팬층을 늘릴 수 있다고 생각해 오프라인에서도 T1이라는 브랜드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늘리려 노력해 왔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직관을 통해 한 브랜드의 코어 팬층이 되지만, 이런 장소에서도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 새로운 팬층으로 유입된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기존 팬 분들에게는 “나는 T1 팬이다”라고 규정하실 수 있는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이런 온, 오프라인에 대한 여러 자산을 지금까지 준비해 왔기에 좋은 성과를 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홍대에 위치한 브랜드 PC방 'T1 베이스 캠프'


Q. 2023년 여름 경 안웅기 COO님이 "이번 년도에는 거리 응원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실제로 이번 롤드컵에서 거리 응원 행사가 열렸고, T1을 응원하고자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A. 안웅기 COO: 사실 저희가 준비한 것은 아닙니다. 라이엇 게임즈가 거리 응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연초에 상황을 공유해 줬습니다. 저희도 준비 중인 건이었지만 제안을 듣고 라이엇 게임즈도 생각이 같았다는 것을 알고 반가운 마음이 컸습니다.

그러나 거리 응원을 실현하기 위해선 결승전 진출을 꼭 해야 하는 상황이었네요. 선수들의 노력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팬 분들을 넘어 길거리를 지나가시던 행인들도 e스포츠를 접하고, 기성세대가 많이 보는 9시 뉴스까지 나올 수 있게 된 것 같아 굉장히 좋았습니다.


Q. 2023년은 e스포츠에 어려움도 많았지만 좋은 일도 많았습니다. 항저우 아시안 게임이 진행됐고, T1의 2023 롤드컵 우승으로 영향력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이전에 박형준 사업팀장님은 강연에서 이런 모습들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A. 박형준 사업개발팀장: 강연에서 했던 말이 e스포츠가 기성 스포츠에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그것보다는, e스포츠가 임요환 선수님이 아침마당에 나가던 시절보다는 더 알려지고 인정받고 있지만 실제로 게임을 하며 경기까지 관람하는 연령은 아직 한정적입니다. 

야구와 같은 경우에는 3대가 같이 한 팀을 응원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이제는 타겟층에서 벗어난 분들도 e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를 지속해서 접할 수 있게 되어 업계에 좋은 일이 된 것 같습니다. 인식이 전환되어야 새로운 층이 e스포츠에 진입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의미가 컸던 한 해인 것 같네요.

그리고 저희가 아카데미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데, 수업을 듣는 것은 학생이지만 다닐지 말지를 정하는 사람은 학부모입니다. 이런 성과들로 인해 기성 매체에서도 e스포츠에 대한 이야기가 알려지는 것들이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네요.

광화문 거리에서 T1을 응원하는 e스포츠 팬들 (출처: LCK)


Q. 국내 팀 중 글로벌 팬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팀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이번 롤드컵 결승 현장에서도 T1을 응원하는 외국인 관람객이 상당했습니다. 글로벌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고, 이런 글로벌 입지를 어떻게 활용해 나가고자 하는지 궁금합니다.

A. 안웅기 COO: 역시 선수분들이 그간 멋진 성과를 내 줬기에 글로벌 팬이 많다고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임요환 선수부터 여러 ‘레전드’라 불릴 수 있는 분들이 T1에서 활동해 왔고, 감독 및 코치친, 구단 직원 분 도한 계속해서 노력해 왔기에 얻을 수 있었던 성과인 것 같습니다.

국제 대회 성적이 좋았던 것이 해외 팬이 많을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제가 직원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습니다. T1이라는 회사는 선수단이 일군 세계 1등의 성과에 걸맞은 일을 해야 한다고요. 선수단이 이룬 성과에 항상 감사하고, 글로벌적으로 이에 걸맞는 사업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A. 박형준 사업팀장: 아카데미와 같은 경우는 이미 해외 구단들이 한국에서 대회가 진행하면 저희 쪽에 부트캠프를 차리곤 합니다. 이 때 저희의 연습 환경이나 시스템에 대해 관계자 분들이 많이 보시고 가는 것 같네요. 

당연히 굿즈 매출은 해외에서도 발생하고 있으니 글로벌하게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멤버십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는 한국어, 영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한국을 넘어, 글로벌적으로 T1이라는 브랜드가 와닿을 수 있도록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 2023년 이후 T1이 꿈꾸는 것은... "제 2의 왕조"

Q. 이번에 T1 <LoL> 팀은 전원 재계약이라는 결실을 맺었습니다. <LoL> 팀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김정균 감독과의 계약까지 성공했습니다.

이전부터 <LoL> e스포츠는 선수진이 계속 바뀌기에 구단보다는 선수 위주로 팬층이 형성되어 있다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e스포츠 실태 조사에서도 비슷한 통계가 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LCK의 각 구단들도 이에 대한 문제를 인지하고 'e스포츠 시청자가 구단의 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도 될까요?

A. 안웅기 COO: 언급하신 선수 개인의 팬이 구단의 팬보다 더 많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습니다. 비단 올해 뿐만 아니라 몇 년 간 계속해서 나왔던 이야기입니다. T1도 이 이슈에 대해 어떤 식으로 구단의 팬덤을 키울 수 있을지 고민하고 계획을 짜고 있습니다. 저희 구단이 가장 팀 팬덤이 크다고 생각하곤 있지만 갈 길은 아직 멉니다.

2023년 자료에 따르면 여전히 선수 응원층의 비중이 높다.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이런 것들을 위해서라도 선수단의 전원 재계약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습니다. 김정균 감독님에 대한 계약은 롤드컵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고, 대회 결과와 상관없이 꼭 모시고 싶었습니다. 첫 T1 왕조를 세우신 분과 다시 왕조를 세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타 스포츠 사례를 보면 개인 팬덤과 팀 팬덤의 차이는 어쩔 수 있는 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NBA에서 ‘르브론 제임스’라는 선수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렇기에 르브론이 팀을 바꾸면 따라가는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 그리고 NBA는 글로벌적으로 인기가 있는 스포츠이기에 해외 팬들도 많겠죠. 해외 팬들이 연고지의 팬이 되기는 어렵기에, 어떻게 보면 해외 팬일수록 더욱 선수의 개인 팬이 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글로벌 팬덤에서도 선수보다 구단을 좋아하는 사람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MLB로 예를 들면 양키즈를 좋아하는 해외 팬들도 있겠죠. 시애틀 매리너스라는 구단을 응원하는 팬 클럽도 한국에 있습니다. 이 분들은 ‘스즈키 이치로’의 존재 덕분에 응원을 시작했을 수 있지만, 이치로가 은퇴했다고 응원을 멈추시지는 않습니다. NBA에는 레이커즈가 인기가 많죠. 중요한 것은, 이런 인기 있는 구단들은 대부분 압도적인 성과를 장기간 유지하면서 왕조 구축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T1은 <스타크래프트> 시절부터 ‘황제 라인’을 구축했던 경험이 있고,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도 첫 왕조를 김정균 감독님이 만드셨죠. 두 번째 왕조를 만들고자 김정균 감독님과 ‘페이커’ 이상혁 선수를 포함한 전원 재계약에 집중했습니다.

말 많은 사람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선수단의 양보도 있었고, 단장님도 굉장히 고생하셨고, 김정균 감독님도 많은 노력을 하셨습니다. 저희 구단의 오너인 터커 고문님도 많은 결단을 내려 주셨습니다. 타 스포츠에서의 왕조 사례를 분석하기도 했고, 반면교사도 배우기 위해 정말 노력했습니다.

가령 NBA에서 시카고가 마이클 조던이 활동하던 시기에는 인기가 많았지만 지금은 예전 같지 않습니다. 조던이 떠난 이후로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내거나 구단이 발전하는 모습이 적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이클 조던이 시카고를 떠난 후 다른 팀에서(위싱턴 위저즈) 잠시 활동하기도 했고, 선수를 은퇴한 후에는 구단주로 활동했는데 시카고의 구단주는 아니었죠. 이것이 저희가 반면교사로 삼는 부분입니다.

왕조 구축도 중요하고 팀 팬덤을 갖추기 위한 하나의 조건이긴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팀의 레전드인 임요환 선수와 계속해서 관계를 이어 나가는 것처럼, 페이커 선수에게는 아시다시피 스톡 옵션도 부여하는 등 선수 생활 이후에도 관계를 이어나가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이클 조던이 시카고에 계속 남아 구단주로 활동했다면 어땠을까요? 이런 그림을 선수와 같이 그려 나가고 싶습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Q. 라이엇 게임즈 e스포츠가 2022년 별도의 기고문을 통해 구단의 자생력과 수익에 더욱 신경 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롤드컵에서는 몇몇 시스템이 시범 활용되기도 했고요. 

A. 안웅기 COO: 체감되는 부분은 분명 있습니다. 변화가 느껴지고 있어 감사하게 생각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긴 합니다. LCK나 라이엇 게임즈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할 일이 있으니 같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여러 지표를 통해 e스포츠 산업이 침체되고 위기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저는 아직 정말 기회가 많다고 보고 있습니다. 모두가 노력하고, T1 역시 계속해서 변화하고 개선한다면 생태계까지 개선할 수 있으리라 믿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T1의 흑자 전환도 멀지 않은 미래라 할 수 있고요.


Q.  LCK는 이번에 지속 가능성을 위해 샐러리 캡(균형지출제도)를 도입했습니다.

A. 안웅기 COO: 도입이 된 것은 무효로 할 수 없고 거스를 수 없는 하나의 일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찬성’ 혹은 ‘반대’로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분위기와 여러 구단의 사정, 라이엇 게임즈의 분석과 판단에 의해 도입된 제도고, 이미 LPL에서는 도입되어 있으며 다른 지역의 리그에서도 논의 중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많은 사람이 바라고 필요하다는 제도가 생태계에 도입되었기에,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은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싶습니다. 장점이라면 구단의 지출에 어느 정도 제한이 생겨 생태계가 조금 더 균형적으로 발전할 수 있단 것입니다. 단점을 보면 선수들이 이전과 같은 연봉 인상을 바라기 어렵다는 것이겠죠.

개인적으로는 이런 제도가 도입된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모든 구단이 흑자 전환을 할 수 있었다면 필요하지 않았던 제도겠죠. 이런 근원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더욱 노력하고 싶습니다. 구단과 팬 모두가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수익성을 극대화해 제도가 원래부터 필요 없었던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선호하는 방향성입니다.


Q. T1의 <LoL> 관련한 아카데미 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 말해도 될 것 같습니다. '제오구케' 모두 T1 아카데미 출신입니다. 최근에는 유럽의 유명 선수 '레클레스'가 게임을 배우고자 T1 2군으로 넘어왔습니다.

A. 박형준 사업개발팀장: 휴가 기간에 잠시 참여하시는 분들도 있고, 소수지만 아예 게임을 배우고자 한국으로 넘어온 분들도 계십니다. 해외에서 LCK 직관을 위해 혹은 한국 서버 경험을 위해 오시는 분들도 있는데, 이런 수요들을 잘 살리면 좋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e스포츠를 테마로 한 여행이 됐건, 게임을 배우기 위한 캠프 참여가 됐건, 장기 체류를 하건 이런 분들을 타겟할 수 있는 기획을 준비 중입니다. 

레클레스의 T1 2군에서의 도전은 e스포츠 팬들에게 큰 화제가 됐다 (출처: T1)


A. 안웅기 COO: 뭐든지 처음 설립하면 근간이 되는 이념이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설립 당시의 이념이 항상 지켜지냐 하고 되물으면 그렇지 않은 사례들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극단적인 논리가 될 수도 있죠. 가령 수익성이 한 쪽에 있고, 그 반대에 학생 개인에 대한 투자나 교육이 있을 수 있습니다. 양립하는 것이 좋겠지만, 때로는 한 쪽으로 치우쳐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T1 아카데미가 처음부터 염두에 둔 것이 있습니다. 은퇴한 프로게이머들에게 존경받을 수 있는 커리어 옵션을 주고 싶었습니다. 두 번째는 다음 세대 프로게이머와 e스포츠 종사자가 하나로 어우러지게 하고 싶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e스포츠 인프라를 잘 만들어 운영해야 하죠.

그러나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하고, 운영을 위한 수익이 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앞서 말한 문제입니다. 단적인 예로 한 수업에 학생을 얼마나 배치할 것이냐는 문제가 있죠. 많이 배치해 수익성을 올릴 것인가, 더욱 좋은 학습 경험을 유지하기 위해 학생을 덜 받을 것인가의 기로에서 선택해야 합니다. 고민이 많지만 결국에는 설립 이념에 맞춰 과정과 인프라를 잘 갖추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나아가 e스포츠 생태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하나의 인프라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희의 경험에 맞춰 비유할 수도 있겠네요. 저희가 준우승을 많이 했습니다. 선수단도 힘들었을 것이고, 저에게도 힘들었던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선수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생길 때마다 항상 이런 말을 했습니다. "좋은 과정이 있다면 결과는 반드시 따라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 롤드컵 우승이라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죠.

T1 아카데미도 당장은 수익성이 흔들릴 수 있어도 좋은 과정과 방향성이 있다면 결과적으로 수익은 따라온다고 믿고 있습니다. 실제로 월 매출 기준 7배 이상 성장했고, 원생도 양적으로 성장했습니다. 롤드컵 우승 후에는 아카데미 사이트에 사람이 몰려 잠시 마비되기도 했습니다. T1이 전개해 나가는 모든 것들은 제가 있는 한 이런 방향성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T1 아카데미 (출처: T1)


Q. 국내 e스포츠는 특정 종목에 크게 편중되었다고 하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T1 역시 여러 종목에 대해 공격적으로 팀을 늘려갔는데, 지금은 상당히 축소됐네요.

당시 다른 팀들도 여러 종목에 공격적인 확장을 이어갔지만 지금은 이런 모습이 없어진 듯한 느낌입니다.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믿고 투자할 수 있는 종목에서 확실한 성과를 내겠다는 기조인가요?

A. 안웅기 COO: 축소의 배경은 아무래도 재무적으로 흑자 전환이 가장 큰 과제였기에 비용 절감 및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종목에 집중하기 위해서입니다. 다만, 흑자 전환 이후에는 다른 종목 진출을 다시금 고려할 생각이 있고, 실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반드시 PC 게임이 아닌 차세대 e스포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모바일이나 VR 분야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국내 구단의 경향은 종목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해외는 그렇지 않습니다. 유럽의 G2만 보더라도 수많은 팀이 있습니다. <카운터 스트라이크>, <로켓 리그>가 있고, 이번에는 <발로란트>에도 진출했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팬분들에겐 ‘G2는 유럽의 맹주’라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그런데, <발로란트>는 북미 팀을 인수했습니다. <로켓 리그> 팀도 미국에 있죠. 최근에는 <도타 2>에 진출했는데 중국의 EDG와 합작해 팀을 만들었습니다. 팀 리퀴드는 북미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발로란트> 팀은 유럽 소속입니다.

제가 G2나 팀 리퀴드의 대표와도 인연이 있어 질문을 많이 합니다. 이야기를 들어 보면 (해당 팀의 구조는) 저희의 구조와 상당히 다릅니다. 각각 장단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흑자 전환이 이루어지면 그 모델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전개해 나갈지, 아니면 이들과 비슷한 모습으로 전개해 나갈지, 혹은 저희만의 독자 노선을 만들지 고민을 많이 할 것 같습니다.

현재 T1은 종목을 줄이고 <LoL>과 <발로란트> 그리고 콘텐츠 크리에이터에 집중하고 있다. (출처: T1)


# T1이 생각하는 새로운 <리그 오브 레전드> 경기 포맷

Q. T1이 생각하는 e스포츠의 미래가 궁금합니다. e스포츠 산업이 더욱 긍정적인 방향으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나요? 

기성 스포츠로의 진입, 시청자층 확대, 선수의 마케팅 효과에 대한 보다 과학화된 분석, 팬과 구단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새로운 수익 창출원(BM) 등이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A. 박형준 사업개발팀장: 주어진 기회를 잘 살려 구단의 위상이 더 올라가고, 많은 방식으로 기업들이 타겟팅하는 저희 팬층을 만족시킬 여러 수단을 만들 수 있다면 스폰서십 쪽으로도 규모 면에서 확장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 LCK 팬 분들이 이미 각 구단들의 재정 상태나 리그의 분위기는 인지하고 계셔서, 수익 창출에 대해서는 싫어하시지 않고 이해해 주시는 분위기로 바뀐 것 같기도 합니다.

저희 같은 경우에는 최대한 선수단이 본질인 우승을 향해 도전하고 노력하는 것들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나아가고자 합니다. 고객과 팬 분들이 원하는 것들 제공하는 것이 결국 수익 창출이라 할 수 있기에, 팀의 경기력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제공할 수 있는 것들을 다각화해야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 수 있으리라 보고 있습니다.


Q. 최근 중동이 e스포츠 산업에 대한 집중 투자를 발표하고 e스포츠 월드컵 계획까지 언급했습니다.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A. 안웅기 COO: 제가 초청을 받아 그 발표 현장에 있었습니다. 크리스타이누 호날두가 현장에 오는 등 여러모로 신경 쓰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비전 2030’을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는데, 그 축의 하나가 e스포츠라는 점은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다만, 중장기적인 전략에 대해서는 아직 공부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중동의 투자가 들어간 유럽 축구나 골프 등등의 사례를 참고해 업계에 분명 좋은 방향으로 나아갔는지, 장단점은 무엇이었는지 등과 같은 것들을 판단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희는 사우디 현지에도 파트너가 있어 협력은 이미 시작했습니다. 확실한 것은, 사우디의 자본이 유입된다고 해서 한국이 e스포츠에서 가진 주도권을 빼앗기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e스포츠 시장에서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구단으로써, 책임감을 가지고 많은 것들을 고민해 나가고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다면 서로가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석유 고갈 이후의 산업 육성에 집중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역대급 상금 규모로 2024년 여름 'e스포츠 월드컵'을 진행할 것이라 밝혔다 (출처: Gamer8)


Q. 지역연고e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도 다시 나오고 있습니다.

A. 박형준 사업개발팀장: 처음에 3세대 응원 문화를 이야기했습니다.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장기적으로는 좋은 방향으로 갈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여러 문제가 있습니다. 가령 연고제가 도입된다면 당연히 많은 구단이 서울에 남고 싶어하겠죠. 특정한 구단이 지방의 연고 팀이 되었을 때 기존 팬들이 납득을 할 수 있느냐는 문제도 있습니다. 

어떻게 진행되는지 자세히는 알고 있지 않지만, 직책을 떠나 한 명의 e스포츠 팬으로 말씀드리면 쉽지 않은 길일 것 같습니다. 팬들의 납득 여부도 있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행할 것이냐에 대해서도 그렇습니다. LPL의 경우에는 이미 활용하고 있기에 불가능한 모델은 아니라 생각하지만 한국은 수도권에 인프라가 밀집되어 있기에 도입이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A. 안웅기 COO: 쉽지 않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해 볼 만은 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무조건 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인 것도 아니고, 여러 의견이 전개되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LPL의 경우에는 제가 직접 가서 봤는데 모든 구단이 전용 경기장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몇몇 구단은 공용 경기장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같은 날 여러 경기가 진행되면 중계를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가 있죠. 제가 본 바로는 구단별로 방송 시설을 갖추고 송출에 있어서는 LPL측이 담당하고, 중계진은 메인 방송 시설해서 중계하는 구조로 보였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구단이 기관의 협조를 필히 받아야 합니다. 저희는 이미 이를 염두에 두고 여러 기관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고, 만약 진행될 경우를 대비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습니다. 프랑스에 카르민 코프란 구단이 있는데, 여기서 KCX(카르민 코프 vs 월드)라는 행사를 합니다. 저희가 독일에서 진행한 이벤트 매치와 비슷한 대회인데, 여기에 저희 <발로란트> 팀이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는 친선전의 형태였지만, 지난 KCX는 여러 종목의 정규 시즌 매치를 별도로 이벤트로 가져와 홈그라운드 경기를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가 보니 열기가 정말 어마어마했습니다. 3만 석이 매진됐고, 관람객이 모두 카르민 코프의 팬들입니다.

KCORP VS THE WORLD (출처: 카르민 코프)

저는 한국에서도 이런 것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T1은 준비가 되어 있고, 여러 기관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2024년 비슷한 행사를 진행하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이번 거리 응원처럼 실현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능성을 두고 있고, 라이엇과도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꼭 해보고 싶습니다.

구상하는 바를 조금 말씀드리면, LCK와 VCT 경기를 같은 날에 하고, 한 경기만 하면 수지타산도 안 맞고 관람객도 아쉬울 수 있으니 3판 2선승으로 진행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최소 4경기에서 최대 6경기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벤트는 팀 팬덤 형성에도 도움이 되는데, KCX의 관람객들은 특정한 선수만 응원하지 않고 모든 종목에 있어 카빈코프를 응원합니다. 자신이 모르는 종목이 나와도 열광적으로 응원하죠. 팬덤 자체가 크고 강력한 것입니다. 정말로 할 이야기가 많지만 줄이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방식으로 진행하면 최소 경기수가 확보되기에 대관료 이슈도 해결되고, 저희 <리그 오브 레전드> 팬덤과 <발로란트> 팬덤이 합쳐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내부에서는 조금 다른 의견도 있지만 일단 제 생각으로는 그렇습니다. 규모가 큰 행사장에서 이런 콘텐츠를 진행하면 굉장히 멋지고 재미있는 그림이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약간 재미있는 상상을 더하자면 한국이 K-POP을 필두로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는 굉장히 강하잖아요? 가령 응원봉도 굉장히 발전했는데, 이것을 e스포츠에 도입하면 바론을 먹었을 때 진동이 오거나 불빛이 나오는 같은 것도 상상할 수 있겠죠. 구상하고 있는 것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VR 기술도 있고 4D 기술도 발전하고 있는데 안 쓰면 아깝죠. e스포츠는 이런 기술 발전의 수혜를 잘 누릴 수 있는 종목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면 핸드폰으로 관람하는 것보다 경기장에 와서 직접 관람하는 것이 훨씬 더 재미있을 수 있겠죠. (e스포츠가 오프라인보단 온라인 관람 비중이 훨씬 높은데, 이런 기술을 적극 활용하면 오프라인 관람의 메리트를 높일 수 있다는 이야기로 들립니다.) 그렇습니다.


Q. 2024년 그리고 그 이후까지, T1은 어떤 구단이 되고자 하는지 궁금합니다. 역시 '믿고 응원할 수 있는 세계 최고의 e스포츠 팀'일까?

A. 안웅기 COO: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A. 박형준 사업개발팀장: 롤드컵 기준으로는 오랜 기간 우승을 못해 팬 분들이 인내하셔야 하는 시간이 길었던 것 같습니다. 선수들도 마음 고생이 많았을 것 같고요. 

이번 우승을 통해 혈이 크게 뚫린 것 같습니다. 선수들의 마인드셋이나 재능, 실력도 여전히 의심할 나위 없이 최고 수준이고요. 이번에 김정균 감독님도 새로 모셨고 선수들의 재계약에도 성공한 만큼 이를 바탕으로, 이번 우승이 단순한 '한 번'이 아니라 이후까지 좋은 성적을 이어갈 수 있는 T1 제 2왕조의 시작점이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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