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작성하고 있는 1월 17일, 서울에는 많은 눈이 쏟아졌다. 추운 겨울이 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게임과 영화들이 있다. 11비트 스튜디오의 <프로스트펑크>나,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가 대표적인 예시다. 지금 언급한 두 작품이 묘하게 섞인 듯한 국산 무료 인디게임이 최근 등장해 스팀 '신규 출시 인기 제품' 목록에 올랐다.
스튜디오(STEWDIO)가 개발한 덱빌딩 생존 게임 <프로스트레인>은 스팀 리뷰 276개 중 94%가 긍정적인 '매우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게임 인재 양성을 위해 진행된 '크래프톤 정글 게임랩' 1기 교육생들이 선보인 6개 게임 중 하나다. 그리고 결론부터 먼저 말하면, 아쉬운 점이 없진 않았으나, 기자 또한 꽤 재밌게 플레이했다.
인디게임들이 흔히 그렇듯 <프로스트레인> 또한 종횡으로 가득 찬 엄청난 볼륨의 게임은 아니다. 하지만, 여러 여러 작품에서 차용해온 특징들과 <프로스트레인>만의 소소한 재미가 섞이면서, 게임의 목적지인 '약속의 땅'을 향해 달리는 시간이 공허하지 않게 느껴졌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게임명: <프로스트레인>
장르: 덱빌딩 로그라이크, 생존, 전략
출시일: 2024년 1월 11일
플랫폼: 스팀
가격: 무료
영화 <설국열차>에선 기상이변으로 인해 지상의 모든 공간이 혹한의 추위로 둘러싸여 있었고, 안전한 공간은 끊임없이 달리는 기차 객실 내부밖에 없었다. 반면, 게임 <프로스트레인>에서 플레이어는 열차의 기관사가 되어 안전한 목적지 '약속의 땅'을 향해 기차를 운행하게 된다. 기차 안의 주민(승객)들의 '행복도'를 관리해 폭동을 막고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달하는 것이 게임의 목표다.
게임에서 지도에 점으로 표시된 작은 도시들을 기차가 지날 때마다 드론 보급을 통해 열차 시설을 추가한다. 폭동이 일어나면 그대로 배드 엔딩이 뜨기 때문에, 카드 형태로 표시되는 기차 칸들을 배치하며, 목적지 도착 전까지 유혈 사태가 벌어지지 않게 잘 관리해야 한다.
지도 위에는 조금 더 큰 보상을 주는 '랜드마크'와 같은 지점들이 있긴 하지만, 목적지 도달 전에 열차가 정지하거나 승객들이 지상에 하차하는 선택지는 없다. 기본적인 추위 외에도, 열차를 뒤따라오는 폭풍, 지역에 따른 오염도, 계속되는 여정으로 인한 주민들의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행복도' 관리는 쉽지 않은 편이다.
<프로스트레인>은 다회차 플레이를 상정하고 있으며, 한 번의 여정은 30분 내외로 그리 길지 않은 편이다. 또한 처음부터 주어지는 2배속, 1회차 클리어 이후 해금되는 5배속 등 배속 기능을 통해 플레이어의 편의성을 고려한 것도 눈에 띄었다.
카드 조합에 따라 '행복도'를 올리는 방식이 조금씩 다른데, 약속의 땅에 도달할 때까지 생존하는 것이 그리 쉬운 편은 아니다. 인게임에서 30~39일차 정도가 되면, 여러 변수로 인해 주민들의 폭동이 일어나곤 한다.
카드 좌우 상단에는 카드군을 표시해주는 키워드가 적혀 있다. 예를 들어, '엔진' 키워드를 가진 카드를 배치하면 기차 '개선도'를 올려 '열차 속도'를 빠르게 만들 수 있다. '총보급관리국' 카드는 '사이클 주기'를 짧게 해준다. '연료와 망치 비밀결사'로 7칸 조합을 완성하면 10배로 행복도를 얻기도 하고, '아카데미' 조합을 완성하면 각 노드마다 '아카데미' 카드를 추가로 얻는다.
이쯤 되면 느끼시겠지만, 단순한 '행복도' 관리 외에도 전략과 변수가 더 있다.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면 어느 정도 직관적인 이해가 가능한 영역도 있지만, 용어 설명이 아주 친절한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게임플레이에 큰 지장이 없었던 것은, 클리어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파라미터가 '행복도'와 '열차 속도' 2개로 압축되기 때문이다. 화면 좌측에 <롤토체스>(TFT, 전략적 팀 전투)처럼 배치한 카드의 시너지 현황을 나열해준 인터페이스도 파라미터 관리를 도와줬다.
다만, <롤토체스>식 시너지 표기 방식에는 함정이 있다. 기물 또는 카드가 많은 상황에서 시너지 현황을 한 눈에 볼 수 있고, 다른 메인 시너지로 전략을 선회할 때는 큰 도움이 되지만, 정작 전략 유동성이 큰 의미를 갖지 못하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프로스트레인>에서는 여정이 진행될수록 차량을 배치할 수 있는 칸이 늘어나는데, 이 칸이 넉넉하지 않아 카드 시너지를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다. 카드 시너지마다의 밸런스 차이도 한몫을 해서, 자연스럽게 더 효율적인 조합을 선호하게 됐다. 플레이 패턴이 조금씩 달라질 뿐, 약속의 땅으로 가는 지도 위에서의 여정 자체는 대동소이해서 다회차 플레이에 대한 유도가 약한 것도 다소 아쉬웠다.
이에 개발팀은 1월 16일 카드 시너지 및 열차 밸런스 패치를 진행했고, 새로운 기관사를 추가했다. 예를 들어, '최순자' 캐릭터는 드론 보급에서 주어지는 카드 선택지가 2장으로 줄어드는 대신, 최대 열차 칸이 두 칸 더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다. 배치 측면에서는 카드 시너지를 더 유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조미미' 캐릭터는 드론 보급에서 카드 선택지가 4장으로 늘어나는 대신, 더 많은 행복도를 소모한다.
기관사 캐릭터를 얻는 방식도 플레이를 거듭함에 따라 해금되게 하여 다회차 플레이에 대한 보상 및 유인책도 어느 정도 마련했다.
사람들은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를 왜 좋아했을까? 사회의 계층 구조를 열차 칸마다 다른 환경 속에 사는 인간군상으로 보여준 표현력, '바퀴벌레 양갱'으로 대표되는 강렬한 이미지, 탄탄한 연기력으로 입체감을 얻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긴장감 있는 내러티브 안에서 모두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프로스트펑크>는 어떨까? 단순한 생존이 아닌 '선택'이 중심에 있는 게임이다. 공동체를 위한 개인의 희생, 생존을 위한 존엄성의 포기 등 추위보다 더 혹독한 선택을 통해 이야기의 갈래를 따라간다.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생존의 이유와 가치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된다.
반면 <프로스트레인>에서는 특정 지역 진입, 주민 폭동 등에 의한 이벤트가 일부 있지만, 전체적으로 고정적인 내러티브를 따라가며 세계관에 대한 디테일도 다소 약한 편이다. 또한 전략적인 카드(열차) '선택'은 있지만, 서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선택'은 없는 편에 가깝다.
한편, 이런 특징은 무거운 고민 없이 가볍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라는 장점으로 이어졌다. 또한 크래프톤 정글 게임랩이 22주(약 5개월) 합숙을 통해 예비 게임 개발자들의 게임 개발과 론칭을 도왔다는 것을 감안하면,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의 윤곽이 나왔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만약 당신이 추운 겨울에 어울리는 캐주얼한 스팀 무료 게임을 찾는다면 <프로스트레인>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다만, 많은 유저들은 스팀에서 게임을 고를 때, 개발자가 주니어인지 시니어인지 구별하며 소비하지 않는다. 그런 측면에서 <프로스트레인>의 업데이트 방향과 차후 스튜디오(STEWDIO) 팀이 보여줄 게임들에 지금보다 매력적인 시도가 담겨 더욱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