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키우기 게임 전성시대다. 지난 1년 사이 모바일게임 매출 순위에는 장르 지각변동의 조짐이 계속 있어왔다. 2023년 6월 <픽셀 히어로>, 9월 <세븐나이츠 키우기>, 12월 <버섯커 키우기>가 출시된 후 마켓 매출 순위 상위권을 계속 넘나들었다.
특히 <버섯커 키우기>의 활약은 주목할 만하다. <리니지M>을 꺾고 3대 마켓 매출 순위 1위를 석권한 이후, 지금까지 이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센서타워 매출 추정치에 의하면 2024년 1월 한 달 동안 <버섯커 키우기>는 약 410억 원, <리니지M>은 약 402억 원의 국내 매출을 기록했다고 한다. 리니지라이크 게임들이 파이 경쟁을 하는 동안 상대적으로 가벼운 <버섯커 키우기>가 정상의 자리를 차지했다.
한편, 조이 나이스 게임즈가 유통하는 <버섯커 키우기>의 흥행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출시 직후의 오픈빨(?)이 조금 긴 것 뿐이라거나, 전방위적인 광고로 인한 유저 유입만 많았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같은 조이 나이스 게임즈의 <개판오분전> 또한 비슷한 마케팅 방식을 활용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산 게임의 국내 시장 잠식에 대한 우려도 존재했다.
그러나 기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아무리 가벼운 게임이라도 이 정도 성적을 유지하려면 '내실'이 있어야 한다. 게임을 직접 플레이해보고, 유저들의 반응을 종합적으로 보고 느낀 점은, 겉보기와 다르게 게임의 구조 자체는 치밀하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버섯커 키우기>는 어떤 차별성을 가지고 있었을까?
<버섯커 키우기>는 게임의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버섯'을 키우는 방치형 RPG다. 게임의 후반부까지 일관되게 요구되는 사항은 결국 캐릭터 '스펙 세팅'인데, 특정 성장 루트까지 도달하는 과정이 다른 게임들과 미세하게 다르다.
일단 메인 캐릭터가 하나다. <세븐나이츠 키우기>, <포트리스 사가> 등 최근 방치형 RPG들이 여러 캐릭터를 수집해 '파티'를 꾸리고 '전략'을 구성하는 것을 내세웠던 반면, <버섯커 키우기>에서는 스킬, 동료(펫) 뽑기는 존재해도 메인 캐릭터인 버섯은 단 하나 뿐이다. 해당 버섯의 전직 루트를 다르게 선택하며 성장시키는 다소 고전적인 구조다.
<버섯커 키우기>는 신규 유저의 진입장벽과 기존 유저들의 불필요한 부담을 없애기 위해 일반적인 RPG의 전형적인 요소들을 상당수 배제했다. 악룡으로부터 세계를 구한다는 것 외엔 스토리도 없고, 게임플레이 초반부에서는 눈에 띄는 장비나 캐릭터도 없다. 그러나 등급의 세분화, 장비의 다양화, 도전 과제 및 이벤트의 양을 통해 성장 경험을 굉장히 촘촘히 배치한 것이 눈에 띈다.
장비 뽑기 과정 또한 (처음에는) 매우 간소화되어 있다. 소원을 들어주는 '램프'를 통해 장비를 얻는데, 기존 보유 장비와 새롭게 뽑은 장비의 스펙을 비교해, 장착 및 판매 여부를 선택하는 일종의 '업 앤 다운'을 반복하게 된다. 성장 방향이 뚜렷하지 않은 초기에는 이 과정이 '선택'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스펙이 더 낮은 장비를 그대로 유지할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단순함'은 진입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하며 광고로 유입된 유저들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밑바탕 위에서, 게임의 중후반부로 진입할수록, '스펙 세팅'은 점점 갈래를 넓혀나가고, 투자할 수 있는 자원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선택의 중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한다. 상대보다 더 높은 전투력 수치를 갖추고 있어도, 스펙 세팅에 따라 PVP에서 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게임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면, 인터페이스, 아트, 사운드 등 플레이어에게 전달되는 '인상'을 좌우하는 요소들은 다소 투박했으나, 게임의 '구조'만큼은 얕지 않았다.
<세나 키우기> 분석 기사에서도 기자는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다수의 방치형 게임이 '플레이어의 실제 시간을 투자해 재화 분배를 하는 타이쿤 시뮬레이션'에 가깝다고, 그러니 '실제 시간' 뿐만 아니라 '실제 재화'까지 게임에 영향을 주게 되는 것도, 장르 전반의 특징에서 동떨어진 발상이 아니라고 언급한 바 있다. <버섯커 키우기> 또한 유저가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상황과 시점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편이었다.
장비를 얻는 '램프'는 16 레벨 이전까지 자동 점등이 되지 않는다. 16 레벨 이후에도, (세부적인 조건 설정이 가능하지만) 현재 장착하고 있는 장비보다 좋은 장비가 나온다면, 판매 및 장착 여부를 묻는 창과 함께 파밍을 멈춘다. 여기서 문제는 이 게임에서 '경험치'를 얻는 유일한 방법이 램프 점등이라는 점이다. 게임을 꺼둔 채 방치해두면 다른 재화는 쌓이지만, 램프는 동작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성장을 하려면 게임에 오래 체류할 수밖에 없는 디자인이다. 업 앤 다운 방식의 비교적 단순한 장비 선택 과정도 이제 이해가 가지 않는가? 이 행위가 계속 반복되기 때문에 피로도를 낮추기 위함이다.
또한, 캐릭터 레벨과는 별개로 램프 레벨, 스킬 및 동료 뽑기 레벨 등이 있는데, 관련 레벨이 오르면 상위 등급 아이템이 뽑힐 확률이 높아지는 방식이다.(초기에는 상위 등급 뽑기 확률이 0에서 시작된다.) 게임 진행도에 맞춰 확률 또한 변동되는 구조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뽑기 확률 해금 방식은 <세나 키우기>의 뽑기 레벨에서도 볼 수 있었는데, <버섯커 키우기>의 경우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었다. 캐릭터 수집형 게임에서는 (성장 방식이 여러가지로 제시되어도) 최상위 픽업 캐릭터를 뽑는 것이 공동의 목표로 제시되지만, <버섯커 키우기>에서는 스펙 세팅의 과정 정도로 제시될 뿐, 특정 아이템을 꼭 얻어야만 한다는 느낌이 다소 약했다.
각 서버마다 각기 다른 진행도를 가지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서버 오픈 N일차에 해금되는 콘텐츠 및 장비를, 해당 서버 내 인원이 모두 같은 시점에 접근 권한을 갖는다. 참고로 국내 서비스 버전의 서버는 671개까지 열린 상태다.
같은 서버 진행도 안에서 자신보다 더 크게 성장한 다른 유저들을 보며, 다른 게임의 길드에 해당하는 '가문'끼리의 연합이나, 서버 내 플레이어들 전반의 교류와 경쟁이 더욱 활성화된다. 직업마다 스킬 및 스펙 세팅이 다르고 이에 맞는 효율적인 과금 방식도 다르기에 정보 교류를 위한 가문 채팅, 서버 채팅이 꽤 활발한 편이다.
이런 분위기를 가속화시키는 것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까지 폭넓게 구성된 과금 모델이다. 1,200원, 6,000원 단위의 작은 상품들부터, 광고 제거 상품 12,000원, 각종 패스, 과금으로만 구매할 수 있는 재화 및 아이템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인게임에서 기자와 만난 유저들은 대부분 무과금이거나, 많아 봐야 3만 원 이내의 소과금 유저였으나, 기자의 소속 서버가 600번대 이후의 비교적 최근에 오픈된 신생 서버임을 감안해야 한다. 다른 서버에는 몇 백만 원 단위의 과금을 한 유저들도 적잖게 있었다. 각 서버마다 오픈 N일차에 유물 조각, 광석, 태엽 사용 이벤트 등이 열리기 때문에, 이벤트 전후로 과금 경쟁이 더욱 심화된다.
<버섯커 키우기>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유저 사이의 교류를 의도한 콘텐츠가 상당히 많았다는 점이다. 일단 MMORPG에 흔히 있던 경쟁 요소를 캐주얼한 방식으로 차용한 것이 눈에 띄었다.
예를 들어, '버섯 농장' 콘텐츠에서는 자신의 텃밭에 채소를 키우는데, PVP 전투 기반의 '채소 훔치기' 기능을 통해 다른 유저의 텃밭에서 채소를 훔쳐올 수도 있고, 내 채소를 약탈 당할 수도 있다. 반대로 다른 유저의 텃밭에 비료를 주고 오는 긍정적 교류도 할 수 있다. 버섯 농장을 통해 얻는 채소는 '버섯 조각상'에서 스펙 세팅을 하는 중요한 자원 중 하나다.
'용병 숙소'에서는 용병을 관리하게 되는데, 다른 캐릭터를 플레이어를 용병으로 데려오려면, 고용주로 등록된 플레이어와 싸워 이겨야 한다. 반대로 자신의 용병 또한 다른 플레이어의 도전에 의해 언제든지 빼앗길 수 있는 구조다. 탈것을 주차하는 '머쉬룸 주차 공간'에서는 주차 공간 경쟁을 통해 오래 주차할수록 더 큰 보상을 얻고, 아레나에서도 전투 순위 통해 재화를 얻는 등 경쟁 콘텐츠가 많은 편이다.
또한 이렇게 전투를 치른 상대와의 전적을 채팅에 올릴 수도 있고, 상대의 프로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등 게임 시스템 자체가 경쟁적 교류를 권장하고 있다.
서버마다 분위기가 조금씩 다르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게임 내 전반적인 분위기는 반대로 화기애애한 편에 가까웠다. 타 게임의 길드에 해당하는 가문 구성원들끼리 서로 돕기도 하고, 성장 팁에 대한 공유 외에도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었다.
게임 안에는 기본적인 텍스트 채팅 외에도 사진과 간단한 글을 올릴 수 있는 '머쉬홈'이라는 커뮤니티 기능이 있다. 불건전한 사진이나 대화도 존재하긴 했으나, 적잖은 유저들이 이 공간을 인스타그램처럼 활용하는 것이 눈에 띄었다. 셀카나 일상 속 풍경 외에도 자신이 키우는 동물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마냥 방치할 수 없는 게임 구조에 의해 체류 시간이 길어져서 생긴 현상으로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클로버게임즈가 2023년 7월에 선보였던 <잇츠미>가 떠올랐다. 게임 퀄리티는 <버섯커 키우기>보다 <잇츠미> 쪽이 압도적으로 좋았으나, 인게임 커뮤니티 공간을 하나의 SNS 플랫폼처럼 만들고자 했던 방향성 자체는 결이 같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버섯커 키우기>의 사례에서도 느꼈지만 이런 공간은 지속적인 관리가 어렵다는 문제를 항상 안고 있다.
<버섯커 키우기>의 일부 기간 한정 이벤트는 '협업'을 요구하고 있었다. 발렌타인 한정 이벤트에서는 파트너 1명을 지정해, 일정 수량 이상의 장미꽃과 초콜릿(인게임 이벤트 재화)을 서로 주고 받는 것이 목표로 주어졌다. 이벤트 기간 중에 플레이 진도를 맞출 수 있거나, 함께 과금할 파트너를 찾는 사람들도 있었다.
광고로 신규 유저를 끌어오면서 시간과 금전에 대한 투자 시기를 적절히 조절하고, 인게임 커뮤니티 베이스의 소통 기반을 갖췄기 때문에 <버섯커 키우기>가 모바일게임 국내 매출 1위를 기록하는 게임체인저가 된 것일까? 아마도 개발사의 의도와 상황적 우연이 함께 겹쳤을 것이라 예상한다.
<버섯커 키우기>가 엄청난 재미나 탁월함을 가진 게임이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아니었다. 지금의 흥행가도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으나, 비록 완성도가 낮을지라도 이 정도 성적을 기록한 게임에게서 배울 점이 있다면, 이 게임만의 특징에 관심을 갖는 것이 옳은 자세라고 생각한다.
한편, 업계에서는 <버섯커 키우기>의 고객 응대 및 운영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환불 요청을 했는데 계정이 정지됐다거나, 상품 1개를 구매했는데 비용이 두 배로 청구됐다는 등의 사례들이 적지 않게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버섯커 키우기> 운영진은 공식 라운지를 통해 "고객센터가 아닌 스토어를 통해 결제 취소 및 환불을 진행하시는 경우에는 게임 및 계정 이용이 제한될 수 있다"며 계정 정상화를 위한 재결제 안내를 하기도 했다.
최근 1년 사이 방치형이라는 장르 전반이 시장의 파이를 늘리는 동시에, 전에 없던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방치형에 기존에 섞이지 않았던 새로운 장르를 더하려는 기획도 일부 국내 개발사들이 진행 중이다. 앞서 <픽셀 히어로>, <세나 키우기>, <버섯커 키우기>가 3개월 주기로 모바일게임 매출 순위 최상위권에 진입했던 것처럼, 3월에도 새로운 인기 방치형 게임이 혜성처럼 등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