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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채팅 '자동번역'까지 구현한 로블록스, 무얼 노리나

젠 팡 로블록스 인터내셔널 부문 총괄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방승언(톤톤) 2024-02-19 20:29:10
지난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상융합산업진흥법, 이른바 ‘메타버스 진흥법’의 실효성을 두고 논의가 뜨겁다. 이는 국내외에서 산업적, 문화적 탄력을 대거 잃어버린 ‘메타버스 트렌드’의 현주소에 기인한 바가 크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2024년 2월 ‘메타버스’를 향한 전 세계적 관심도는 고점이었던 2022년 1월 대비 94% 하락한 상태다.

그러나 메타버스 트렌드의 급격한 부침과는 상관없이, 꾸준히 활성 유저수 수천만 단위를 기록하며 승승장구 중인 관련 플랫폼들도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로블록스>다. 개발·운영사 ‘로블록스 코퍼레이션’ 스스로는 메타버스 키워드를 내세우지 않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로블록스>는 세간에서 메타버스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가장 많이 소환하던 서비스다.

흔히 게임 플랫폼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로블록스>는 여러 유저가 모이는 가상공간이자 범용 플랫폼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실제로 <로블록스> 유저들이 이용하는 ‘체험’(로블록스 코퍼레이션이 ‘게임’ 대신 사용하는 용어)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개발사는 이렇듯 유저간 만남과 소통을 제공 중인 점에 착안, <로블록스>를 ‘소셜 플랫폼’으로 포지셔닝 중이다.

지난 6일 <로블록스>는 이에 어울리는 새 기능을 선보였다. LLM(대형언어모델)을 접목한 채팅 자동 번역 기능이다. 설명에 따르면 해당 기능은 한국어를 포함, 현재 <로블록스>가 공식 지원 중인 16개 언어 간의 실시간 번역을 지원한다.

대규모 R&D 예산이 투입되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LLM 번역 기능 개발. 로블록스 코퍼레이션이 이를 통해 누리려는 효과와 장기적 비전은 무엇일까?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커리어를 시작, 페이스북에서 13년간 기업 개발 및 전략 담당 디렉터로 일한 뒤 현재 <로블록스>에서 글로벌 시장 내 성장에 주력하고 있는 젠 팡(Zhen Fang) 인터내셔널 부문 총괄과의 대화를 통해 직접 알아볼 기회를 가졌다.

로블록스 합류 전 팡 총괄은 페이스북(Facebook)에서 기업 개발 및 전략 담당 디렉터로 13년간 재직하며 전사 차원의 전략적 이니셔티브를 주도하고 기업의 글로벌 확장 기회를 관리했다. 또한 페이스북 모바일의 개발자 플랫폼 및 제품 관리를 총괄하며 페이스북 플랫폼의 개발과 모바일로의 전환에 핵심적 역할을 수행했다.


Q. 디스이즈게임: 먼저, <로블록스>의 글로벌 성장 전략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A. 젠 팡 로블록스 인터내셔널 부문 총괄: 많은 분들이 <로블록스>를 알고 계시지만, 또한 <로블록스>를 게이밍 전용 플랫폼으로 오해하시는 비율이 높은 것 같다. 하지만 <로블록스>는 유저들을 이어주는 몰입형 플랫폼이다. 게임은 <로블록스>가 제공하는 여러 체험 중 하나일 뿐이다.

우리 스스로는 <로블록스>의 정체성을 그렇게 여기고 있으며, 실제 <로블록스>에 생성된 여러 체험을 살펴보면 이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로블록스>에서는 게임뿐만 아니라 소통이나 쇼핑 등 수많은 활동을 즐길 수 있다.

이것은 미국 등 특정 지역이 아닌 전 세계 유저에게 통용되는 이야기다. 수치와 통계를 통해 살펴봤을 때도, <로블록스> 플랫폼의 성장은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네트워크 규모에 비례해 모객 효과가 강화되는 현상)에 의해 견인된다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난다.

이는 다시 탁월한 플라이휠(Flywheel·서비스에 만족한 고객이 스스로 모객을 담당하는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로 이어진다. 유저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 많은 유저가 모이게 되고, 새롭게 참여한 이들 중에서 다시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탄생한다. 그리고 크리에이터는 스스로도 즐기고 싶을 만한 새 콘텐츠를 만들어 다른 유저들을 모은다.

일종의 선순환이 이뤄지는 것이다. <로블록스>가 다른 플랫폼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여기에 있다. 선순환의 고리가 성장하면 우리 플랫폼도 함께 성장한다.

<로블록스>는 유저가 만드는 플랫폼이라고 강조한다 (출처: 로블록스 홈페이지)


Q. 네트워크 효과를 노리는 <로블록스>의 성장 전략은 이번 AI 번역 기능의 탄생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줬나?

A. <로블록스>의 비전은 전 세계 수억 유저를 시민의식을 갖춘, 긍정적이고 몰입적인 소통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번역 기술의 개발은 자연스러운 귀결로 볼 수 있다. 비전 달성을 위한 또 하나의 큰 발걸음이다.

우리는 채팅 번역 기능을 통해 유저들이 플랫폼에 더 의미 있고 긴밀하게 관여하고, 그 결과 새로운 유저 및 크리에이터들이 유입돼 더 좋은 콘텐츠가 탄생하길 기대한다. 정리하자면 우리의 성장 전략이란 결국 입소문(viral loop)이란 의미이며, 채팅 번역 기술이 그러한 전략의 핵심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한다.


Q. 지역별 유저를 끌어모으기 위한 별도의 전략을 수립하진 않는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한국에서는 <로블록스>가 전개하는 별도 모객 전략을 만나본 기억이 없다.

A. 지역별 성장 전략으로서 우리는 모든 유저가 <로블록스>를 최대한 자국의 토종(native) 서비스처럼 자연스럽게 느끼도록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로블록스는 단순한 번역 이상의 현지화를 목표로 한다. 많은 미국산 앱이 해외로 나갈 때 간단한 번역만을 거친 채 수출되고는 한다. 물론 일부 유저들은 여기서도 만족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보다 훨씬 나아간 지점을 추구한다. 플랫폼상의 모든 요소가 지역 유저들에게 최대한 자연스럽게 느껴지길 바라고 있다.

이것은 앞서 이야기한 긍정적 선순환에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한국 유저들이 (현지화에 힘입어) 글로벌 유저를 위한 콘텐츠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면, 궁극적으로 그 안에서 같은 지역 유저들에게도 더 매력적인 콘텐츠가 나오게 된다.

(출처: 로블록스 홈페이지)

말씀대로 지역별 대형 광고 캠페인을 진행하거나 했던 적은 없다. 그보다는 입소문을 통한 자연스러운 마케팅이 이뤄져 왔다. 결국 로블록스는 제품 주도 성장 전략을 추구한다. 다양한 콘텐츠 제작 툴을 제공하고, 유저와 닮은 아바타 기술을 도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지역 유저들이 <로블록스> 체험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느끼게끔 하는 데 노력했다.

관련하여 실제로 많은 개선을 이뤄왔다고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체험을 더 강화하려면 이뤄야 할 일들이 남아 있으며 올해 그러한 노력을 계속 경주할 것이다. 한국 유저들이 <로블록스>를 이용하면서 ‘한국어로 번역된 미국 앱’이라고 느끼지 않게끔 하겠다는 목표다. 아쉽게도 뭔가 마법 같은 전략은 없다(웃음). 그저 제품이 훌륭하다면 거기서 선순환 효과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을 뿐이다.


Q. 아까 지역 유저들로 하여금 로블록스를 자연스럽게 느끼게 하고 싶다고 했다. 이번 번역 기능이 그러한 감상에 도움을 주고 있을까?

A. 알다시피 지금은 (반응을 알아보기엔) 아직 매우 이른 단계다(웃음), 아마 출시 이후 열흘 정도 지났을 거다.

다만 우리가 분명히 알고 있는 사실 하나는, 기존 <로블록스> 유저들이 나누는 채팅 중 무려 3분의 1에서 번역이 필요했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여기서 유저들의 체험을 자연스럽게 만들 기회를 포착한 뒤 이번 기능을 개발했다.

직관적으로 봤을 때 채팅 자동번역 도입 이후 유저들의 채팅 이용, 그리고 더 나아가 플랫폼 이용량이 늘었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다만 정확한 수치를 알지는 못하는 상태다.

이런 개선 효과가 결국은 영미권 이외 유저 및 크리에이터를 불러 모을 수 있을 것이다. <로블록스>는 처음엔 영어 체험만 존재하는 영미권 플랫폼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한국을 비롯해 다른 문화권 유저들도 늘어난 상황이다.

이렇게 타지역 크리에이터를 늘려나가면서 해당 국가들의 유저들, 그리고 전 세계 유저들에게 유의미한 콘텐츠가 더 만들어지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번역 툴을 통해 이렇듯 새로운 선순환 사이클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우리로서는 가장 기대되는 지점이다.

<로블록스> 내 전체 대화의 3분의 1에서 번역이 필요했다. (출처: 로블록스)

한편 현재 시중의 AI 번역 툴은 대부분 지난 1~2년 사이에 출시된 것들이다. 즉 기술 전반이 발전 중인 상황이고, <로블록스>의 번역 모델 역시 자연스러운 번역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학습을 거듭해야 한다.

예를 들어 번역문이 특정 상황에서 지나치게 격식 있는 말투로 옮겨지거나, 혹은 아예 오역되는 등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 그러면 해당 번역문에 대한 피드백을 학습 모델에 투입해 개선하는 것이 현재의 번역 알고리즘 작동 방식이다.

비근한 예로 우리는 지난해 말에 먼저 (채팅 외) 텍스트 자동번역 기능을 내놓았고, 이를 통해 모든 체험에 대해 16개 언어 자동 번역을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이에 관련해 종료(exit)라는 영어 단어가 독일어 번역에선 ‘나가고 싶다’는 뉘앙스의 어색한 말투로 옮겨졌다는 피드백을 받은 적 있다. 이 경우 다시 번역 모델에 해당 번역에 대한 평점을 입력한다. 평점이 충분히 누적되고 나면, 추후엔 시스템이 더 올바른 번역을 내놓게 되는 원리다.

이런 개선 작업에 있어서는 <로블록스> ‘전용 용어’ 처리에도 신경 쓰고 있다. <로블록스>에는 나조차도 전부 알지는 못할 만큼 유저간 은어가 많다. 시중의 구글 등 번역툴과 달리 <로블록스> 번역툴은 그런 맥락들도 번역할 수 있다.


Q. 언어장벽을 허무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각 지역 유저 간 새로운 갈등이 생기는 등 새로운 문제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 <로블록스>는 어떤 대비를 갖추고 있는지 궁금하다.

A. 아주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외부에는 얼마나 알려져 있는지 잘 모르겠으나 <로블록스> 내부에서는 안전을 정말 많이 논의하며, 늘 우선순위 최상단에 둔다.

모든 신규 기능을 추가하는 데 있어, 언제나 유저 안전과 사생활 보호 정책을 뒤로 미루지 않는다는 의미다. 어린 유저가 많은 편이기 때문에, 안전 수칙은 최초 기획에서부터 가장 먼저 고려한다. 아동은 어른과 남의 달리 말을 걸러 들을 능력이 없지 않나. 제품을 만들 때 항상 이 점을 염두에 두고 가장 어린 유저들이 이용하기 쉽고 안전한 방향이 무얼지 생각한다.

또한 우리 플랫폼은 몇 가지 분명한 금기사항들을 가지고 있다. 모든 사람이 원하는 말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광장(town hall) 개념이 아닌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 플랫폼에서는 17세 이상 유저만 사용할 수 있는 기능들이 있는데, 음성채팅이 여기 포함된다.

밖에서 바라봤을 땐 저연령 유저에게 음성 채팅을 허락하지 않는 정책이 의아하게 여겨질 수 있다. 또는 음성 채팅을 모든 유저에게 허용하면 플랫폼 이용률을 올릴 수 있으리란 생각도 많이들 할 것이다. 게다가 유저들은 실제로 텍스트 채팅만 하기보다는 음성 채팅도 함께 쓰길 원한다.

(출처: 로블록스 홈페이지)

하지만 우리는 안전장치를 마련해 두고 싶었다. 로블록스는 지원 언어 모두에 대해서도 AI 기반으로 모니터링 하는 24시간 관리팀(moderation team·중재팀)을 운영하고 있다.

만약 새로운 언어를 지원해야 한다면, 일단 관리팀 마련이 우선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정해진 방침으로, 태국어, 베트남어 등 언어 역시 관리팀을 신설한 다음 지원을 시작했다. 이것이 유저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로블록스>의 차별성 중 하나라고 여기고 있다.

더 나아가 자녀 보호 기능도 제공한다. 유저 부모는 이 서비스를 이용해 자녀의 소통 대상을 제어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자녀와 친구 등록을 마친 유저, 혹은 부모가 확인한 특정 유저 대상으로만 대화하게끔 설정할 수 있다.

이처럼 안전은 우리 기업이 이미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사안이지만, 또한 지속하여 발전시켜야 할 부분이기도 하며, 계속 노력하고 있다.


Q. 한국 게이머 상당수가 <로블록스>의 게임 외적인 부분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 그간 <로블록스>의 체험을 확장하기 위해서 어떤 도구와 기술을 만들어 왔는지 설명해 줄 수 있나?

A. 흥미로운 사실은 (로블록스에선) 게임과 비(非)게임의 경계가 분명치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로블록스>의 기술은 유저가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걸 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블록스>에선 가상 사무실이나 교실을 만들 수도 있고, 교육, 사교 목적의 체험이 정말 많이 존재한다. 단적인 예로 ‘알로 요가’(미국의 요가용품 기업)는 <로블록스>에서 현재 명상 체험을 운영 중이다.

인기가 높았던 ‘미션 투 마스’라는 교육용 체험도 있다. 또한 온라인 음악 콘서트와 같은 소셜 체험도 있다. 2020년에는 릴 나스 엑스 콘서트가 정말 크게 열렸고, 작년에는 트와이스 팬 체험을 포함한 여러 K팝 체험도 성공적으로 출시했었다.

K팝 스타들과 주기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체험이 많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한 K팝 그룹은 <로블록스>를 통해 팬 미팅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아티스트 및 다른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되는 체험이 많다.

지난해 <로블록스>에는 블랙핑크 팬들의 소통 체험 <블랙핑크 더 팰리스>가 출시되기도 했다

어제(15일)는 도쿄시가 도쿄 관광을 홍보하는 체험을 제작하기도 했다. 메타버스 공간에서 이뤄지는 쇼케이스에 해당하며, 일반적으로 도쿄를 덜 방문할 만한 인구집단을 타게팅하고 있다. 그 외에도 싱가포르 창이 공항, 한국의 에버랜드, 이탈리아의 구찌 가든 등을 구현한 공간형 체험들도 <로블록스>에 많이 존재한다.

이렇듯 <로블록스>는 순수하게 게이밍만을 위한 플랫폼은 아니다. 물론 이런 체험들에도 게임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것을 두고 전통적 의미의 게임이라고 말하긴 힘들 듯하다.

한국의 경우 전 세계에서 4번째로 큰 게이밍 시장이고, 게임에 대한 관심이 매우 크다. 따라서 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로블록스> 체험은 게임이 조금 더 많을 수 있겠다. 하지만 <로블록스>의 인기가 한국에서 더욱더 많아진다면 앞서 말한 게임 이외 체험들도 인기를 끌고 그러한 체험을 제작하는 크리에이터도 더 많아질 것 같다.


Q. 현재 존재하는 여러 플랫폼 중, 다양한 소셜 기능과 함께 제대로 된 실시간 번역 기능까지 제공하는 플랫폼은 없는 것 같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에 <로블록스>에 도입된 번역 기능이 조금 더 실용적인 활용을 원하는 유저층을 키울 수 있다고 보나?

A. 물론이다. 실제로 기업 내에 그러한 비전을 가진 사람이 많다. 우리 같은 연령대의 유저들이 <로블록스> 안에서 사업 미팅이나 면접 등을 진행하는 미래를 꿈꾸는 것이다. 더 나아가 한국어 화자와 영어 화자가 동시에 대화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상황까지 상상해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소통의 장벽이 무너지고 최종적으로는 세계가 서로를 이해하면서 조금 더 가까워지는 날이 찾아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으로도 번역 기능을 더 많은 나라 언어로 출시할 예정이기 때문에, 얼마든 실용적인 용례들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Q. 한국의 <로블록스> 크리에이터의 커뮤니티는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거나 활동이 뜸할 것도 같다. 이번 번역 기능이 더 많은 한국 크리에이터를 끌어들일 수 있을까?

A. 사실 이 질문을 보고 나서 나도 궁금해서 찾아보았는데, 알고 보니 한국 <로블록스> 크리에이터 커뮤니티가 활발하더라. 당연히 미국 크리에이터 커뮤니티보다 규모가 더 크지는 않지만 그건 <로블록스>가 미국에서 훨씬 더 오래 운영됐으니 당연하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로블록스> 체험 중 상당수는 한국 크리에이터 작품이다. 또한 한국 내 일일활성유저수 상위 10개 체험 중 절반 정도는 한국 크리에이터가 만든 것들이다.

한국 크리에이터 커뮤니티의 규모 자체는 어쩌면 작을 수도 있다. 한국 크리에이터의 정확한 수나 다른 지역과의 차이 등도 정확히는 모른다. 하지만 한국 유저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는 성공적 한국 <로블록스> 크리에이터가 많다고 생각된다. <로블록스>가 한국에서 꽤 인기가 많은 것 또한 이들 덕분이라고 여겨진다.

(출처: 로블록스 홈페이지)

한편 이번 번역 기능은 세계적으로 더 많은 <로블록스> 유저들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고, 따라서 결과적으로 크리에이터 수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로블록스> 체험을 이용해 본 뒤 스스로 체험을 창조해 보고 싶은 생각에 크리에이터로 전환하는 유저들이 분명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한국 유저 풀 역시 커지다 보면, 다음번에 우리가 다시금 대화를 나눌 때쯤엔 한국 내 상위 10개 체험 중 6개~9개를 한국 크리에이터 작품이 차지할지도 모른다. 멋진 일이 될 것 같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일하는 동료에게 듣기로 한국에서의 상위 10개 체험 리스트는 항상 글로벌 탑10과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Q. 작년에 에픽은 <포트나이트>의 UGC(유저제작콘텐츠)를 언리얼 엔진과 연동시키겠다고 밝혔다. 계획이 완료되면 <포트나이트>의 UGC를 스탠드얼론 게임으로 발매하거나, 외부 에셋을 손쉽게 UGC에 포함시킬 수 있게 된다. 상대적으로 닫힌 생태계를 지닌 <로블록스>에게는 다소 불리한 일이 될 수도 있을 듯한데, 대책이 있는지?

A. 좋은 질문이다. 여기에 답변하기 위해선 <로블록스>의 크리에이터 커뮤니티가 다른 일반적 개발자 커뮤니티가 어떻게 다른지 다시금 설명해야 할 것 같다.

물론 내가 여기서 에픽이나 에픽의 계획을 대변할 수는 없다. 하지만 <로블록스>의 경우 매우 활성화된 크리에이터 커뮤니티를 가지고 있으며, 크리에이터를 확실히 대우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오늘 인터뷰에서만 크리에이터라는 말을 십 수 번은 꺼낸 것 같은데, 그것은 크리에이터가 곧 우리의 유저이기도 해서다. 지난해에 우리는 수익 분배만으로 7억 4,000만 달러(약 9,882억) 이상을 크리에이터 커뮤니티에 지원한 바 있다.

시장의 일반적 개발사가 선택할 수 있는 플랫폼은 실로 다양하다. 특히 자원을 많이 가진 대형 스튜디오라면 원하는 대로 어디든 선택해서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소규모 크리에이터, 혹은 인플루언서 등이 자기 아이디어를 그러한 일반 플랫폼들에서 실현하고자 한다면, <로블록스>와 비교해 다소 버겁게 느낄 수 있다.

왜냐하면 <로블록스>의 경우 개발 과정이 종적으로 통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로블록스>에서는 프로그래밍 지식이 없어도 첫날부터 튜토리얼 영상만 참고해 드래그&드롭으로 월드를 만든 뒤 체험을 런칭해서 바로 유저를 모으기 시작하거나 친구들을 체험에 초대할 수 있다.

이것이 <로블록스>의 강력한 무기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앞으로도 사업 운영 효율을 향상하고, 이를 통해 절약한 모든 자금을 크리에이터 커뮤니티에 투자할 예정이다.

크리에이터야말로 우리 사업의 심장이기 때문이다. <로블록스>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회사가 아니라 크리에이터들이며 이 또한 우리 기업의 독특한 지점이다. 크리에이터들의 창작에 더 많은 수익을 배분하는 것이야말로, 그들이 더 흥미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더 다양한 유저를 끌어모으게 하는 원동력이다.

이런 선순환 구조야말로 <로블록스>를 흥미롭고 독보적으로 만들어주는 요소다. 물론 다른 플랫폼들이 틀렸다는 얘긴 아니다, 서로 접근법이 다르다는 얘기다.

한국 크리에이터들이 만든 체험이 한국 유저들 사이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Q. 마지막으로, 한국 시장과 한국 유저들에 대한 시각을 공유해줬으면 한다. 어떤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하나?

A. 한국은 정말로 흥미로운 시장이다! 크리에이터, 브랜드, 유저 등 모든 면에서 거대한 잠재력을 품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전 세계가 한국 콘텐츠를 사랑한다. 지난 20여 년 동안 한국 콘텐츠는 세계를 점점 잠식하면서 막대한 수요를 만들어냈다.

예를 들어 지난해 트와이스, NCT 127, 블랙핑크 등 K팝 그룹들의 체험을 런칭했을 때, 나는 한국 아티스트들인 만큼 주로 한국에서 인기를 끌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남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유럽, 사우디아라비아 등지에서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다. 그 영향력은 할리우드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비단 아티스트들뿐만 아니라 한국의 의류, 가전, 콘텐츠 등 일반 브랜드 역시 <로블록스>를 통해 Z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정말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에는 이미 <로블록스> 크리에이터들이 있으니, 이들이 해당 브랜드들의 체험 제작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유저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유저들은 기술의 첨단을 달린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가장 먼저 사용해 본 뒤 즉각적 피드백을 내놓는다.

현재 <로블록스>는 채팅 번역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멋진 기능 업데이트를 제작 중이다. 이를테면 올해 말까지는 음성 채팅 번역 기술을 런칭해 더 많은 유저를 유치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아바타 외형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이전보다 동아시아적 외모를 더 잘 구현할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다. 따라서 한국 유저들도 <로블록스> 안에서 자신을 더 잘 표현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여기에 어울리는 아이템을 더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마켓플레이스 기능도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이런 모든 변화들을 통해 한국 시장에서 <로블록스>가 더 많은 유저를 유치하게 되고, 한국 브랜드들 역시 <로블록스>를 전 세계의 청중에게 도달하기 위한 도약대로 삼길 기대한다. <로블록스> 사업에 있어 한국 시장에 대한 큰 기대와 낙관적 전망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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