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시험 기간, 자격증 준비 기간에 살 생각조차 하지 마시오", "정신 차리니 아침", "간단한데 왜 신선하지?"
기자는 카드 게임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마니아 중 한 명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포커를 포함한 트럼프 카드 기반의 게임이나, 화투를 활용한 게임들에서는 고전적인 재미는 느껴도, 신선한 감각을 받기 어려워 흥미를 갖지 못하곤 했다. 그런데, 오늘 소개할 <발라트로>에서는 포커 기반의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인 재미를 느꼈다. 첫 문단에 인용한 유저 리뷰들처럼 정말 쉽고 중독적이다.
포커 기반 로그라이크 덱빌딩 게임 <발라트로>는 2024년 2월 20일 출시 이후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스팀 리뷰 8,359개 중 98%가 긍정적인 '압도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은 게임이다. 신선한 카드 게임을 찾아 헤매던 입장에서는 가뭄 속 단비 같은 존재였다.
포커 기반이면 족보가 복잡하거나, 다른 플레이어들과의 기싸움 안에서 압살 당하며 고통 받는 거 아니냐고? 걱정 마시라. 초등학생도 플레이할 수 있을 만큼 쉽다. 또한 스테이지 및 보스 클리어 기반의 싱글 플레이 게임이다. 가격도 저렴하고 플레이에 큰 지장이 없는 한국어 번역도 지원하니, 일단 한 번 해보시라. <슬레이 더 스파이어> 처음 했을 때에 버금가는 재미였다고 하면 믿으시려나.
게임명: <발라트로>
장르: 싱글 플레이, 포커 기반, 로그라이크 덱빌딩
개발사/배급사: LocalThunk / Playstack
플랫폼: PC(스팀), PS4, PS5, 닌텐도 스위치, Xbox
가격: 스팀 정가 16,500원
한국어 지원: O (스팀 페이지에는 한국어 미지원이라고 되어 있으나, 인게임에서는 번역 지원)
만약 당신이 포커 관련 게임을 한 번도 접해보지 않았다고 해도, 이 게임에 입문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다. 게임의 룰은 매우 간단하다. 일명 족보라 불리는 포커 조합에 맞춰 최대 5장까지 카드를 내밀면, 조합에 따른 '배수'에 맞게 곱연산으로 점수(칩) 계산이 된다. 스테이지 또는 보스가 요구하는 최저 점수를 넘기면 해당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보상을 얻는 방식이다.
참고로, 2~10까지의 숫자 카드에는 각 숫자와 동일한 2~10점, J, Q, K카드에는 10점, A카드에는 11점이 부여되어 자동으로 계산해준다. 버리는 횟수와 핸드를 확정해 내미는 횟수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그 안에 조합만 맞추면 된다.
내민 핸드 중 두 장의 숫자가 같으면 페어, 세 장이 같으면 트리플, 문양이 모두 같으면 플러시, 숫자가 연속으로 다섯 장 배열되어 있으면 스트레이트 등 조합도 인게임에서 모두 친절하게 알려주고 게임 플레이 중에 언제든지 볼 수 있다. 요약하면, 플레이어는 [조합에 해당하는 카드 점수의 합] 곱하기 [조합에 해당하는 배수]로 점수를 획득한다.
<발라트로> 재미의 핵심은 스테이지를 진행하며 보상으로 얻거나 구매하는 '특수 카드'들을 활용한 룰의 유동성에 있다.
'조커 카드'는 게임판 상단에 배치된 채, 조건부로 점수 및 배수 연산에 영향을 준다. 소모성 특수 카드인 '타로 카드'는 카드 변경 및 새로운 특수 카드 획득, '행성 카드'는 조합의 배수 연산 자체를 강화하며, 희귀한 '유령 카드'는 덱의 카드 일부를 변경, 강화해준다. 글로 보면 복잡한 것 같지만, 해보면 덱에 맞는 카드를 적용, 획득할 때마다 직관적으로 강해진다.
이런 '특수 카드'들을 통해 '어떤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지 예시를 드는 게 이해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덱의 카드 중 일부를 스페이드로 바꿔, 문양이 같은 조합인 플러시를 더 자주 사용할 수 있다. (A~10에 해당하는) 숫자 카드를 (J~K에 해당하는) 그림 카드로 취급해주는 조커 카드도 있는데, 그림 카드로 조합을 완성했을 때 계산이 유리하게 적용되는 다른 조커 카드도 있어, 함께 배치하면 엄청난 시너지가 나온다.
핸드로 내밀어서 조합에 사용하는 것이 아닌, 내밀지 않고 보유하고 있거나 손에서 버려야 점수나 자원 관리 측면에서 유리하게 적용되는 카드들도 있다. 대표적인 예시가 카드 앞면에 특정 색상의 인장을 남기는 것이다. 보라색 인장을 남기면 해당 카드를 버릴 때 타로 카드를 얻는 식이다.
카드 재질을 바꾸는 기믹도 있다. 글래스 카드는 확률적으로 강력한 점수를 내주는 대신, 점수 계산 이후 파괴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이점이 적은 대신 리스크 없이 안정적으로 점수 계산에 도움을 주는 기믹들도 많다.
카드 뒷면 색상으로 표현되는 '덱'마다 플레이 패턴이 또 다르다. 버리기 횟수, 조합을 내미는 핸드 횟수를 늘려주는 덱도 있고, 특수 카드를 구매하는 '초기 보유 금액' 또는 '획득 금액'을 늘려주는 덱도 있다. [점수] 곱하기 [배수]라는 간단한 로직 안에서도 다채로운 도전 경험이 있어, 쉽게 질리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다양한 변수를 통해, 덱 구성 자체를 특정 전략에 맞춰 변형하는 것도 가능하다. 가령 원래의 트럼프 덱이라면 Q가 각 문양마다 한 장씩 총 4장 있어야 정상이지만, Q를 다섯 장 이상 덱에 넣을 수도 있다. 기존 포커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룰 파괴'에 가까운 수준이다. '사기 포커'라는 별명을 가진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발라트로>는 또한 저점과 고점의 차이가 매우 큰 게임이다. 처음에는 몇 백, 몇 천 점을 넘기는 것도 아슬아슬하지만, 룰과 전략에 익숙해지면 몇 만 점을 넘기는 것은 예삿일이다.
한 번의 도전 안에서 뒤로 갈수록 더 강력한 보스들이 등장하는데, 보스는 플레이어에게 '제약'을 걸어둔 채로 승리하라고 요구한다. 단 한 번 핸드를 내미는 것으로 특정 점수를 넘기라거나, 일부 카드는 점수 카운트에서 제외시키고, 카드를 뒷면으로 손에 쥐어줘 운 또는 암기력을 활용한 수싸움으로 이기라고 강요하기도 한다. 처음엔 부당하다 싶을 정도로 강력해 보이지만, 강한 덱을 맞추는 것으로 이길 수 있다.
로그라이크 게임답게 여러 차례 반복 도전을 하는 구성을 갖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매 도전마다 여러 특수 카드가 해금되어 다음 도전에서는 새로운 카드를 시도해보는 재미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수 카드의 종류가 꽤나 많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직전의 도전과 겹칠 일이 없다. 카드 해금을 통해 '성장'한다는 감각을 매우 직관적으로 전달해준다.
강력한 선택지가 해금된 이후에도, 해당 선택지가 필요한 순간에 운 좋게 상점에 뜨거나, 구매할 수 있는 여건이 되어야 한다는 조건은 다른 게임과 비슷하다. '운'이 작용하지 않는 게임은 아니다. 하지만 한 번 한 번의 도전이 가볍고, 전략마다 밸런스가 잘 잡혀 있어, 의도치 않게 다른 전략으로 흘러가도 큰 불쾌함이 없다.
게임의 이름인 <발라트로>는 (어원은 불분명하지만) 라틴어로 '어릿 광대'를 뜻한다. 게임에서 핵심적인 '특수 카드'로 등장하고, 플레이어 옆에서 말을 거는 '조커'를 지칭한다. 포커, 트럼프 베이스 게임답게 다른 게임들에 비해 화면 연출만 놓고 보면 다소 평범하다고 느낄 수 있으나, 겉모습에 실망하지 말고 직접 한 번 플레이해보면 왜 이 게임이 다수의 유저들로부터 호평을 들었는지, 금세 알 수 있을 것이다.
<발라트로>는 "족보와 카드를 강화하고, 덱을 수정해서 사기 도박하는 게임", "출근해야 하는데 큰일 났다", "이건 '포커 2'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등의 평가를 받았다. 기자 또한 한 동안 이 게임으로 스트레스를 풀 예정이다. 만약 당신이 어렵지 않은 카드 게임, 확실하고 다양한 성장 경험, 운적인 요소를 포함한 강력한 도파민을 찾는다면, 이 게임을 강력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