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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 아스트리스, 턴제의 탈을 쓴 ARPG

독특한 '실시간 턴제' 전투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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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현(춘삼) 2024-02-28 18:59:58
<엑스 아스트리스>, 재밌다.

<엑스 아스트리스>는 <명일방주> 개발사 하이퍼그리프가 27일 출시한 모바일 패키지게임이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한 번 구매하면 추가 결제를 요구하지 않는 B2P(Buy to Play)방식으로 판매한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막상 게임을 플레이해 보니, 전투가 재밌다.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다. <슈퍼 마리오 RPG>에 최초로 도입되어 <씨 오브 스타즈> 등 많은 SRPG(전략 RPG)에 영감을 준 '액션 커맨드'와 유사한 시스템을 탑재했지만, 액션성을 극도로 강화했다. 오히려 SPRG보다 ARPG(액션 RPG)에 가깝다고 느껴질 정도다.

'지루하다'는 평을 듣기도 하는 턴제 시스템이지만, <엑스 아스트리스>의 전투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엑스 아스트리스>가 턴제 전투에 ARPG의 재미를 녹여낸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전투 시스템을 집중적으로 살펴 봤다. /디스이즈게임 안규현 기자



# 턴제 게임에서 콤보를 깎게 될 줄이야

전투 화면 UI

<엑스 아스트리스>의 전투는 공격과 수비 차례로 나뉘어 있지만, 그 과정은 실시간으로 진행된다. 공격 차례에 플레이어는 3명의 캐릭터 스킬을 조합해 콤보를 사용해야 한다. 각 캐릭터는 사전에 스킬을 최대 3개까지 장착하며, 화면 우측 하단의 캐릭터 아이콘을 누르면 장착된 스킬을 각각 순서대로 사용한다.

행동력은 턴마다 2개가 주어지며, 각 캐릭터는 행동할 때마다 1의 행동력을 소모한다. 하지만 스킬 연계에 따라 추가 행동력을 얻을 수 있다. 적을 쓰러뜨린 후 '넘어진 상태 추격' 효과가 있는 스킬을 사용하면 추가로 행동할 수 있는 식이다. 

같은 대상에게 3번의 추격 공격을 성공하면 '격파' 상태가 되어 받는 피해가 큰 폭으로 증가한다.

하지만 플레이어 차례라고 해서 느긋하게 어떤 스킬을 추가로 사용할 것인지 고를 수는 없다. 한 번 공격을 시작했다면, 추가 조작에 시간제한이 존재한다. 공격한 후 약 1초가 지나면 행동력이 남았더라도 차례가 넘어가 버린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사용할 콤보를 미리 '깎아' 두고, 각 상황에 따라 올바른 순서로 캐릭터 아이콘을 눌러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마치 격투게임에서 상황에 맞는 스킬의 '커맨드'를 입력하듯이 말이다. 넘어진 적에겐 맞지 않는 상단 스킬, 공중에 뜬 적에게 맞지 않는 하단 스킬 등 격투게임에서 익히 보이던 요소가 많다. 

하단 판정의 추격기지만 사용하면 적을 공중에 띄우는 스킬(...)도 있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마치 <철권>이나 <데빌 메이 크라이>를 플레이하는 것처럼 다양한 콤보를 구상하고 시도하게 된다. 턴제 전투 기반 SRPG에선 느끼기 어려운 감각이다.

스킬을 제대로 연계해 사용하는 것에 대한 보상도 확실하게 설정되어 있다. 적의 체력 밑에 하얀색으로 표시되는 균형을 모두 감소시키면 보너스 타임이 적용되는데, 보너스 타임에는 행동력 소모와 횟수 제한 없이 적을 공격할 수 있다. 

캐릭터들은 커맨드를 입력한 순서에 따라 움직인다.


# "막고, 막고, 구르고"... 턴제에서 느껴지는 익숙한 이 감각

<엑스 아스트리스>의 액션성이 가장 빛나는 부분은 의외로 공격이 아닌 수비 차례다. 특히 보스와 마주하게 될 경우 더욱 그러하다.

수비 차례에 플레이어는 '패링'을 해야 한다. 정확히는 패링과 회피, 두 가지의 선택지가 있다. 적이 공격하는 타이밍에 맞춰 버튼을 누르는 것에 성공하면 데미지를 입지 않고, 패링의 경우 적의 균형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패링에 성공한 모습. 왼쪽 하단에 있는 버튼을 타이밍에 맞춰 눌러야 한다.
우측 하단의 캐릭터 아이콘을 누르면 공격을 받아낼 캐릭터를 내보낼 수 있다.


패링에 리스크는 없다. 실패하면 데미지를 입지만, <다크 소울> 시리즈처럼 패링에 실패했다고 해서 추가 데미지를 입는 등의 패널티가 주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패링에 성공해서 균형을 모두 깎으면 수비 차례에도 딜 타임을 잡을 수 있다.

물론 '수비 차례엔 타이밍에 맞춰 버튼을 누른다'는 단순한 방식에 그쳤다면 금새 지루해지고 말았을 것이다. 하이퍼그리프는 영리하게도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플레이어에게 두 가지의 선택지를 부여했다.

앞서 언급한 회피의 경우, 성공했을 때 패링과 똑같이 데미지를 입지 않고 적의 균형도 감소시키지 않는다. 그렇다면 회피의 존재 가치가 없지 않은가. 대신 반드시 회피해야만 하는 스킬이 존재한다. 반대로 반드시 패링해야만 하는 스킬도 존재한다. 

특정 행동을 요구하는 기술은 시전 직전에 색상으로 알려준다. 
붉은색은 회피, 파란색은 패링을 요구하는 기술이다. 
물론 적에 대해 충분히 파악하면 모션으로도 알 수도 있다.

그리고 전투에 참가한 각 캐릭터는 패링과 회피, 둘 중에 하나만 사용할 수 있다. 수비 차례에 플레이어는 적이 사용하려는 스킬을 확인하고, 그에 맞는 방어를 할 수 있는 캐릭터를 내보냄과 동시에 타이밍에 맞춰 버튼을 눌러야 한다. 

마치 소울류 게임에서 구르기로 피해야 하는 공격과 패링이 가능한 공격을 구분해 행동해야 하는 것과 유사하다. 격투게임과 비교하자면 '이지선다'에 당하는 느낌이다. 플레이어가 다양한 기술을 섞어 콤보를 사용하듯이, 적도 패링해야 하는 기술과 회피해야 하는 기술을 섞어서 사용한다. 공격과 수비 차례 모두 끝나기 전엔 눈을 뗄 수 없는 이유다.

적들도 광역 공격, 연속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공격해 온다. '엇박' 패턴도 쓴다.


# 턴제 전투지만, SRPG보단 ARPG 애호가에게 '추천'



결과적으로 <엑스 아스트리스>는 턴제 게임이 주는 '전략'의 재미는 대부분 전투를 벗어난 상황으로 밀어냈고, 전투 중에는 즉각적인 판단이 요구되는 '액션'의 재미를 강조했다. 

턴제 전투를 채택함으로써 ARPG의 재미를 재편해 모바일 환경에 구현했다는 인상이다. 만약 전략게임과 액션게임을 양 극단에 두고 <엑스 아스트리스>가 어디에 더 가까운지 묻는다면 액션게임에 한 표를 던지겠다.

다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 다양한 시스템이 있는 만큼 게임이 '어렵다'는 것이다. 전투 중에 장착한 스킬의 효과를 확인하기는 불편하고, 효과를 전부 외우지 않는 한 실시간으로 결정을 내리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스킬은 게임 진행에 따라 해금된다.


물론 난이도 구성의 측면에서 <엑스 아스트리스>는 유저에게 충분한 학습의 기회를 준다. 튜토리얼은 친절하고, 게임이 진행됨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스킬 및 적이 가하는 공격의 종류가 조금씩 늘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엑스 아스트리스>가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아님은 분명하다. 반응 속도, 일명 '피지컬'의 장벽이 가장 크다. 보스전에서 순간의 실수로 풀피였던 캐릭터가 빈사 상태가 되는 일이 부지기수다. 패턴을 익히고 다시 도전하는 것에 부담은 없지만 말이다. 

ARPG를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엑스 아스트리스>를 충분히 권할 수 있겠다. JRPG를 즐긴다면 더욱 그렇다. 14,000원이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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