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출시작들에 대한 전반적 평가는 지난해보다는 다소 혼란상을 보인다. 예상치 못하게 메이저 씬으로 올라선 작은 작품들이 있는가 하면, 오랜 기대 끝에 출시했으나 호불호 갈리는 요소들로 인해 절반의 성공만 거둔 대형 게임들도 있다.
1분기 출시작 중 주목할 만한 반응을 얻었던 작품들을 모아봤다. 어떤 게임들이 찬사와 혹평을 받았는지, 각각의 이유는 뭔지 살펴보자.
2024년 1분기에는 ‘작은 게임’들의 반란이 벌어졌다. 그중 최대 화제작을 꼽는다면 <팰월드>를 빼놓을 수 없다. <팰월드>는 일본의 인디 개발사 ‘포켓페어’가 만든 크리처 수집형 오픈월드 생존 게임이다. 출시 이후 스팀 플랫폼 기준 최대 동시접속자 역대 2위에 등극하고 2,000만 장 이상 판매고를 올리는 등 진기록을 세우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팰월드>의 성공 요인으로는 여러 인기 게임의 독창적 시스템을 한데 모아 서로 시너지를 이루게끔 한 게임 디자인이 꼽힌다. 가령 <포켓몬>처럼 다양한 크리쳐를 포획할 수 있는 시스템에 <아크 서바이벌> 처럼 몬스터를 직접 부릴 수 있는 시스템을 결합함으로서 몬스터 수집물로서의 재미를 전투 이상으로 확장했다는 평가다.
이를 통해 다양한 취향의 게이머를 폭넓게 섭렵할 수 있었다. 또한 크리쳐들의 귀여운 외형과 심플한 게임 콘텐츠, 코옵 기능 역시 게임의 접근성을 대폭 올려준 요소들이다.
두 번째 예시는 핀란드의 소형 개발사 ‘에로우헤드’ 스튜디오가 소니의 지원을 받아 개발한 <헬다이버스 2>다. 단일 정부로 통합된 미래 인류가 ‘민주주의 전파’를 빌미로 외계 생명체들을 침략해 이익을 취한다는 블랙코미디적 설정을 가지고 있다.
<팰월드>가 다른 여러 게임의 장점을 하나로 엮어냈다면, <헬다이버스 2>는 개발사가 전작에서 확립한 독자적 요소를 대규모로 확장하면서 대중성을 획득했다는 데 차이가 있다. 가차 없는 아군 오사 시스템, 어려운 난이도, 긴장되면서 우스운 게임플레이 등은 그대로계승되었다. 여기에 똑똑해진 적 AI, 물리학 시스템, 화려한 시청각 연출 등을 더하면서 강한 몰입감을 자아낸다.
유저들의 종합적 전투 성과가 실제 전장 상황에 직접 반영되는 TRPG 스타일의 시스템도 그 독창성으로 호평받고 있다. 그러나 잦은 버그, 엉성한 최적화, 서버 크래시 문제는 출시 초부터 현재까지 잘 고쳐지지 않고 있다. 스팀 기준 게임의 최대 동시접속자 수는 약 46만 명을 기록했다가 현재 30만 명 수준을 유지 중이다.
1분기에 출시한 <페르시아의 왕자: 잃어버린 왕관>(이하 ‘잃어버린 왕관’)과 <스컬 앤 본즈>는 ‘도전정신 부족’으로 오래 비판받고 있는 유비소프트의 명과 암을 나란히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먼저 <잃어버린 왕관>은 실로 오랜만에 유비의 명예를 회복해 준 작품이다. 유비가 그동안 도전한 적 없었던 메트로베니아 장르라는 점에서 이미 화제를 모았다. 소울라이크, 핵앤슬래시 스타일에 고유의 ‘시간 조작’ 요소까지 더해 만든 고유한 전투 시스템은 차별화된 재미를 준다.
반복적이지 않고 다양하게 펼쳐지는 여러 유형의 적, 지형, 함정, 비밀장소 등에서는 유비소프트 게임에서 한동안 보기 힘들었던 창의적 노력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다소 난해하고 몰입하기 어려운 스토리만큼은 아쉬운 점으로 꼽혔다.
그런데 <잃어버린 왕관>으로 조금이나마 회복됐던 유비소프트의 명예는 <스컬 앤 본즈>로 인해 다시금 실추되고 말았다. 2018년부터 약 6년의 출시 연기 끝에 비로소 정식 출시했지만, 대부분의 인게임 요소에서 혹평을 받고 있다.
<페르시아 왕자> IP를 공유할 뿐 대부분의 시스템에서 새로운 시도에 나선 <잃어버린 왕관>과는 상반되게도 <스컬 앤 본즈>는 처음부터 <어쌔신 크리드: 블랙 플래그>의 해양전 시스템을 상당 부분 활용하겠다는 기획 의도를 밝히면서 불안을 안겼던 바 있다.
끝내 출시한 <스컬 앤 본즈>는 코어 메카닉인 해상 전투와 그래픽에서는 호평받았다. 그러나 지루한 이동 시스템, 선상 백병전 등 몇몇 중요한 장르적 로망의 생략, 부족한 콘텐츠 등은 전반적 혹평의 원인이 됐다.
라이브 게임인 만큼 콘텐츠 추가와 시스템 개선을 통해서 평가가 반전될 확률은 존재한다. 그러나 7만 4,000원의 정가로 판매되는 게임인 탓에 ‘미완성 게임을 고가에 팔았다’는 비판에서 이미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장수 IP의 팬들에게 실망을 안기고 만 작품들도 발매됐다.
우선 <수어사이드 스쿼드: 킬 더 저스티스 리그>(이하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2020년 첫 공개 이후 ‘아캄’ 시리즈 팬들의 기대와 우려를 한 몸에 받았던 게임이다.
개발사 락스테디는 <배트맨 아캄 어사일럼>, <배트맨 아캄 시티> 등 싱글플레이 게임으로 슈퍼히어로 게임 장르에 중요한 전기를 마련한 스튜디오로 평가된다. 한편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같은 ‘아캄버스’ 세계관을 공유하지만 온라인 루트 슈터 장르 게임으로 개발되기 때문에 개발사의 본 실력이 발휘되지 못하리란 관측이 많았다.
우려대로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IP 팬과 루트 슈터 장르 팬 모두에게 뚜렷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 채 잊힌 작품이 됐다. 개연성이 부족한 일부 스토리 역시 비판의 대상이 됐다. 모회사 워너브라더스는 실적 발표에서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기대 이하의 성적을 냈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골수팬들에게 실망을 안긴 두 번째 게임은 <얼론 인 더 다크>다. 인지도는 다소 낮은 편이지만, 원작 <얼론 인 더 다크>(국내 출시 명 ‘어둠 속에 나 홀로’)는 <바이오하자드> 초기 작품들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잘 알려진 호러 생존 장르의 고전이다. <바이오하자드>가 장르 내에서 중요한 레퍼런스로 자리 잡은 것을 고려할 때, 장르의 시초격 작품으로도 바라볼 만하다.
이렇듯 역사적 의의가 큰 타이틀인 만큼 리메이크 소식이 들려왔을 때 많은 장르 팬이 기대를 걸었던 바 있다. 특히 이미 지난 2008년에 출시한 후속작이 혹평받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오길 희망하는 팬들이 많았다. 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로 인기 대열에 오른 데이비드 하버를 캐스팅하면서 추가적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의 <얼론 인 더 다크> 역시 고배를 마셔야 했다. 생존 호러 장르가 그동안 발전을 거듭해 온, 반면에<얼론 인 더 다크>는 이러한 최신의 스탠더드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이 주된 혹평 요인이다. 특히 장르의 핵심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 호러와 액션 모두에서 어색한 퀄리티를 보여주면서 실망을 안겼다.
마지막 3월 말에 출시한 <드래곤즈 도그마 2>는 팬들 사이에서 크게 평가가 갈리고 있다. 12여년 전 출시한 전편은 인공지능 동료 ‘폰’과 함께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몬스터를 상대하는 전투 콘텐츠로 마니악한인기를 얻었던 바 있다. 2편의 전투도 이러한 코어 시스템을 계승하면서 몬스터와의 상호작용을 더 리얼하고 박진감 있게 강화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
반면 크게 부족한 최적화, 잦은 버그 등의 기본 퀄리티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더 나아가 빠른이동 제한, NPC에게 발병하는 역병 ‘용내림’, 하나 뿐인 저장 슬롯, ‘다시 시작’ 미지원 등 개발진의 성향이 반영된 의도적 요소들 역시 게임플레이를 지나치게 불편하게 만든다는 평가다.
그뿐만 아니라 이런 의도된 불편사항을 극복할 수 있는 인게임 아이템을 소액 과금 상품으로 내놓으면서 비판은 더 커지고 있다. 특히 <드래곤즈 도그마 2>는 현재 시중의 풀프라이스 게임 대다수보다 비싼 9만 1,400원에 판매 중인 제품이어서 특히나 완성도 부족과 과금 유도를 용납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나온다.
개발사의 노하우를 잘 계승해 팬들의 호응을 얻은 타이틀도 여럿 있었다. 먼저 용과 같이 스튜디오의 <용과 같이 8>은 ‘시리즈 사상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팬들에게 좋은 평가를 얻었다.
기존보다 발전된 전투, 확장된 월드, 더 다양한 콘텐츠 등 <용과 같이> 시리즈를 꾸준히 즐겨온 유저들이 반길 만한 계승과 발전을 이뤘다는 평가다. 동시에 인기 캐릭터의 서사를 충실하게 마무리 짓는 스토리텔링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용과 같이 8>과 같은 날 출시해 역시 호평받은 <철권 8>의 사례도 눈길을 끈다. 전에 비해 충실해진 스토리 모드 콘텐츠, 발전된 그래픽, 풍부해진 초기 로스터 등에 힘입어 시리즈 중 최고 수준의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격투 게임 장르의 고질인 높은 진입장벽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들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 튜토리얼 시스템은 더 풍부해졌으며 전편의 초보자용 조작 체계를 강화한 ‘스페셜 스타일’ 역시 여러 유저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파이널 판타지 7 리버스> 역시 원작의 감성과 매력 포인트를 현대적 ARPG 메카닉으로 재해석하면서 전편인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 이상 가는 호평을 받았다. 특히 전편의 선형적 게임 진행에서 벗어나 오픈월드를 도입, 더 다양한 콘텐츠를 도입한 점이 주된 개선 사항으로 꼽힌다.
또한 시리즈 팬들이 중요시하는 요소 중 하나인 주력 캐릭터들의 매력적 연출에도 다시 한번 성공했다는 평가다. 반면 알맹이 없는 메인 스토리 전개, 때로 너무 과도해 게임 흐름을 끊는 미니게임에서는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