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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의 ‘게임 확보 전략’, 어떻게 흘러가고 있나?

주춤하는 라이브서비스 계획, 다시 힘쓸 세컨드파티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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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언(톤톤) 2024-04-01 18:57:07
“올해는 주요 시리즈의 신작이 나오지 않을 예정이다.”

지난 2월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SIE·이하 소니)가 실적발표에서 밝힌 사실이다. 잠시 ‘쉬어가는 해’를 선언한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돌이켜보면 <데스니티 가디언즈> 개발사 ‘번지’의 인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소니의 차기 콘텐츠 확보 전략에 관한 잡음이 발생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이런 현상은 특히 지난 2021년 소니가 ‘새 먹거리’를 찾아 콘텐츠 전략을 변경한 이후 눈에 띄는 중이다. 뛰어난 싱글게임 개발사(혹은 산하 스튜디오)로부터 ‘대작’을 공급받던 종래의 타이틀 수급 방식에 소니가 한계를 느꼈다는 관측이 제시된다.

그렇다면 현재 소니의 게임 확보 전략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흘러가고 있을까? 그동안 공개된 정보들을 한 자리에 정리해 보았다.



# ‘PS 스튜디오스’의 역사

플레이스테이션의 글로벌 제품 전략을 담당하고 있는 조직은 ‘PS 스튜디오스’(Playstation Studios)다. 조직의 시발점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SCE)’였던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가 산하 모든 스튜디오를 통합, ‘소니 월드와이드 스튜디오스’ 부서를 만들면서부터다.

소니 월드와이드 스튜디오스의 목적은 소니가 소유한 모든 스튜디오를 관리하는 한편, 이들이 만드는 게임 타이틀 전반의 방향성 또한 주도하는 것이었다. 처음 부서를 맡은 건 구글, MS 부사장직을 역임했던 영국 기업가 필 해리슨이었으나 2008년 회사를 떠났고, 이후로 PS 하드웨어의 탄생을 도운 요시다 슈헤이가 10여년 간간 조직을 이끌었다.

뒤이어 2019년부터는 게릴라 게임즈 스튜디오 출신의 허르만 헐스트가 부서를 담당하고 있다. 2020년에 접어들어서는 연말에 출시할 PS5의 출시에 맞춰 조직 이름을 현재의 명칭인 ‘플레이스테이션 스튜디오스’로 리브랜딩하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 유서 깊은 세컨드 파티 전략

‘퍼스트 파티 스튜디오’ 혹은 ‘서드 파티 스튜디오’는 소니나 Xbox 등 게임 플랫폼에 입점하는 게임 개발사들을 서로 구분하는 용어다. 개발사와 플랫폼 홀더 사이의 구체적인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쓰인다.

플랫폼 홀더 기업이 직접 소유하고 있는 게임 스튜디오는 통상 ‘퍼스트 파티 스튜디오’로 일컫는다. <갓 오브 워> 시리즈를 만든 소니의 산타모니카 스튜디오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서드 파티 스튜디오’란 플랫폼에 입점했을 뿐, 플랫폼 홀더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독립적 게임사들을 말한다.

한편 ‘세컨드 파티 스튜디오’는 앞선 두 가지보다 조금 더 복잡한 개념이다. 특정 플랫폼을 대상으로 독점 출시 계약을 맺었지만, 해당 플랫폼 홀더에게 소유되지는 않은 독립된 스튜디오를 말한다.

독점 계약은 플랫폼 이용자를 유의미하게 증가시킬 만한 ‘킬러 콘텐츠’를 만들 줄 아는 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것이 이상적이다. 그러나 제품의 실제 성공 여부를 미리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잠재력 높은 제품과 기업을 알아보는 역량이 플랫폼 홀더들에게 중요한 이유다.

소니는 이 지점에서 오랜 세월 안목을 뽐내 왔다. 입지적 이점을 살려 일본 내의 유망한 스튜디오들과 관계를 유지했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 먹힐 만한 기업들의 발굴, 협업에도 일찍부터 강한 관심을 두고 다양한 성과를 이룩한 바 있다.

그중에서도 뛰어난 PS 독점 작품을 내놓은 세컨드 파티 개발사들을 인수함으로써 콘텐츠 공급 파이프라인을 꾸준히 강화해 온 것이 특징이다. 2000년대부터 이를 꾸준히 지속한 결과 소니는 이른바 ‘대작’을 내놓는 스튜디오를 다수 거느릴 수 있었고, 이는 MS 등 경쟁사와의 대결에서 아직도 저력을 발휘할 수 있는 근간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표적 예시로는 <사이폰 필터>, <데이즈 곤>의 벤드 스튜디오, <크래시 벤디쿳>, <언차티드>의 너티 독, <킬존>, <호라이즌> 시리즈의 게릴라 게임즈, <리틀빅플래닛>의 미디어 몰큘, <슬라이 쿠퍼>, <고스트 오브 쓰시마>의 서커 펀치 프로덕션, <라쳇 & 클랭크>, <마블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인섬니악 게임즈 등을 꼽을 수 있다.



# 달라진 인수 대상

그런데 PS5 출시 이듬해인 2021년부터 SIE의 기업 인수 전략이 이전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띠기 시작한다. ‘싱글 대작’을 내줄 게임사를 종종 인수하던 이전과는 달리, 급격한 속도로 새로운 사업 분야를 도와줄 기업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인수했던 것. 이러한 변화의 배경은 소니가 같은 해 5월 돌입한 ‘비욘드 콘솔’(콘솔을 넘어서) 전략에서 찾을 수 있다.

‘비욘드 콘솔’은 새 먹거리 확보를 위해 신규 플랫폼 및 서비스로 PS 브랜드 사업을 전방위 확장하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소니는 PS 게임의 저변을 넓혀 줄 PC 포팅 전문 기업, VR 게임 기업, 모바일 게임사 등을 인수하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소니는 ‘라이브 서비스 게임’ 사업 강화도 함께 선언했다. 싱글게임에 비해 제작비 대비 수익성이 월등한 라이브게임의 시장 퍼포먼스를 몸소 확인한 결과다. 당시 IR에서 소니는 ‘PS 스토어 매출의 25%가 F2P 라이브게임에서 나온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노선 변경을 대중에게 강렬하게 각인시킨 사건은 바로 2022년 1월 있었던 <데스티니 가디언즈> 개발사 번지 인수다. 36억 달러에 달하는 거액에 번지를 인수한 소니는 같은 달 IR에서 ‘2026년까지 10개 이상의 라이브게임을 서비스하겠다’고 발표, 온라인 중시 기조를 뚜렷하게 밝혔다.

여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되는 또 하나의 요인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싱글 AAA 게임들의 제작비다. 지난해 12월 말에 벌어진 인섬니악 스튜디오 내부 자료 해킹 사건을 통해 유출된 자료에 따르면, <마블 스파이더맨 2>의 제작에는 3억 1,500만 달러(약 4,259억 원)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니는 스스로 느끼고 있는 막대한 ‘비용 압박’을 간접적으로 알리기도 했다. 지난 2월 27일 소니는 PS 사업 부문 전체 인력의 8%에 달하는 900여 명의 정리해고 사실을 발표하면서, 온라인 게임의 비중 확대 계획을 넌지시 드러냈다.

당시 허르만 헐스트는 “플레이스테이션 스튜디오즈는 몰입적이고 내러티브 중심적인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퀄리티 기준을 만족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운영 방식을 일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셜 온라인 경험을 전달하고 유지함으로써 PS 게이머들이 세계를 새로운 방식으로 모험하도록 하는 것, 동시에 게임을 PC, 모바일 등 새로운 플랫폼에 출시하는 것에는 새로운 접근과 새로운 (인적) 자원을 필요로 한다”고 전했다.



# 주춤하는 ‘라이브서비스 계획’, 다시 힘쓰게 될 세컨드 파티 게임들

다만 라이브 서비스 전략에 힘을 준 지 약 3년째에 접어들었음에도 아직 이렇다 할 ‘중간 결과’가 노출되지 않는 상황은 다소의 우려를 안긴다.

예를 들어 2023년 11월에 소니는 기존의 라이브서비스 게임 개발 계획을 축소했다. 본래 2026년까지 12개 라이브서비스 타이틀을 선보일 예정이었지만, 절반인 6개 규모로 줄어들었다.

다행히 다른 6개 게임이 완전히 취소된 것은 아니다. 토토키 히로키 소니 사장은 “중장기적으로 소니는 라이브서비스 게임 확장을 원한다. 이는 변함없는 회사 정책”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소니 라이브서비스 최전선에 놓인 번지의 <데스티니 2>는 다소의 수익 악화를 기록했다. 번지가 새롭게 개발 중인 익스트랙션 슈터 <마라톤>은 아직 구체적인 게임 디테일이 드러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원작 <마라톤>의 콘셉트와 ‘익스트랙션 슈터’ 장르의 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한 너티독이 개발 중이던 <더 라스트 오브 어스> 멀티플레이 타이틀 역시 전면 취소됐다. 2월 구조조정으로 인해 취소된 몇 개의 프로젝트 중에도 <트위스티드 메탈> 등 라이브게임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와중 지난 2월 공개된 소니의 재무회계 보고서에서는 소니가 2025년 3월까지 ‘퍼스트 파티’ 스튜디오의 주요 시리즈 신작을 내놓을 계획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해당 보고서에서 소니는 “퍼스트파티 소프트웨어와 관련해서, 자사는 높은 퀄리티의 작업물들을 만들고 라이브 서비스 게임을 개발하는 것에 집중하고자 한다. 그러나 주요 프로젝트들이 개발되는 동안,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나<마블 스파이더맨>과 같은 기존 프랜차이즈의 새로운 주요 타이틀의 출시는 다음 회계 연도에 예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그 원인으로는 코로나 팬데믹 여파, 짐 라이언 CEO의 은퇴, 해킹 피해로 인한 일정 차질 등이 꼽히고 있다. 이렇듯 소니의 퍼스트 파티 진영이 라이브 서비스와 싱글 대작 양쪽에서 주춤하는 사이, 다시금 소니의 전통적 세컨드 파티 전략이 소니의 매출을 책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초 출시한 소니 퍼블리싱 타이틀 <헬다이버스 2>는 PS5, PC로 출시했으며, 소니의 스팀 게임 중 최고 초기 성적 기록을 갈아치우며 소니의 숨통을 얼마간 트여줬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외 <드래곤즈 도그마 2>, <라이즈 오브 더 로닌>, <파이널 판타지 7 리버스> 등 최근 출시 작품들의 매출 반영 결과도 기대해 볼 만하다.

더 나아가 국내 최초 PS5 독점 타이틀인 <스텔라 블레이드> 역시 출시를 앞두고 있다. 성적 매력을 강조한 주인공 캐릭터의 디자인을 두고 다소 논란이 일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최근 공개된 데모 버전에 만만치 않은 긍정 반응이 나오면서 시장 성과에 대한 기대를 끌어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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