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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긴데 어렵다! 흥행 예상되는 웰메이드 타워 디펜스 게임

팀 사모예드 스팀 신작 '키친 크라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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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석(우티) 2024-04-05 11:10:48
주방은 지옥이다. 

'좀 하는' 식당에서 여러 사람이 하나의 요리를 내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을 여러 미디어에서 만날 수 있다. FX 드라마 시리즈 <더 베어> 속 셰프들은 날카로운 칼에 손이 베이고, 냉동창고에 갇히고, 괴성을 지르고, 졸도하고, 구토하고, 급기야 헛것까지 보면서 요리를 만든다. 그래서인지 이 드라마는 '절대로 요리사에게 보여주면 안 되는 영상'으로 알려졌다. 

유명 요리 유튜버 '승우아빠'의 영상에도 주방이라는 곳이 얼마나 정신없이 돌아가는 곳인지 알 수 있다. 모르긴 몰라도 멋진 셰프를 꿈꾸는 이들에게 그런 영상을 보여주면 적어도 절반은 도망 갈 것이다. 먹을 때나 좋았지, 주방이 이렇게 무서운 곳이었단 말인가? 알려진 정보를 종합하면, 고든 램지의 서바이벌 요리 프로그램 '헬스 키친'은 틀린 제목이다. '헬'과 '키친'은 같은 뜻이기 때문이다.

게임도 그 지옥도를 곧잘 묘사하는 편이다. 기자가 아는 한 커플은 닌텐도 스위치로 <오버쿡드!>를 하다가 드잡이 직전까지 갔다. 그렇게 곰살맞을 수 없는 두 사람이 자기 레스토랑에 몰려든 손님과, 주방에 펼쳐진 개판을 보고 "니가 잘못했잖아", "아니, 니 잘못인데?"를 연발했다.

<쿠킹 시뮬레이터>도 요리를 만드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과장된 동작으로 연출한다. 밀려드는 주문을 처리해야 하는 나는 국물 한 국자도 제대로 못 뜨고 벌벌 떨어야 한다. <팀 파이트 매니저>를 개발한 한국의 인디 개발사 '팀 사모예드'의 신작도 그런 게임이다. 

주방에서 일어나는 지옥도를 주제로 디펜스 게임으로 출시했다. 이름하여 <키친 크라이시스>. 게임 이름부터 '재앙'이다. 설정은 총체적 재앙에 가깝다. 
어느날 갑자기 외계인들이 방바닥에서 배 긁던 자취생을 붙잡아간다. 그러더니 갑자기 맛있는 것을 만들지 않으면 네 놈을 잡아먹겠다고 협박한다. 대관절 이런 경우가 다 있나? 자취생은 죽음보다 삶을 선택하고 죽음 같은 부엌으로 걸어 들어간다.



# 로그라이크+디펜스+요리의 결합

게임의 설계는 간단한 듯 복잡하다. 필드 위에서 진주(進駐)하는 외계인에게 음식을 먹여서 순순히 돌려보내는 것이다. 

외계인들이 배를 못 채운 채 목표 지점에 도달해 본진의 HP가 0에 도달하면 게임은 종료된다. 포만감이 다 찬 외계인은 만족하며 맵에서 사라진다. 플레이어는 최소 16번의 웨이브를 막아내고, 레시피를 강화해서 더 배가 차는 음식을 내놓고, 여러 레시피를 선택해 게임을 승리로 가져가면 된다. <키친 크라이시스>에는 일종의 음식 테크트리가 존재한다.

생고기, 면, 쌀, 당근, 양상추, 빵 등등 열거하기만 해도 배가 고파지는 식재료들을 조합해 요리를 만드는 게 플레이어의 일이다. 그리고 이들 식재료는 서로 다양한 변주를 만들어 낸다. 예를 들어 감자는 찐감자가 될 수도 있고, 감자튀김이 될 수도 있으며, 그라탕이나 가니쉬로 쓰일 수도 있다.

로그라이크 요소를 차용해 랜덤하게 주어지는 레시피를 바탕으로 테크트리를 키워 나가 더 효율화된 푸드 체인(원래는 이럴 때 쓰는 용어가 아니다)을 만드는 것이 주요 목표다.

로그라이크 게임에서 본 듯한 팝업을 여기서 만난다. 랜덤한 성장 요소를 선택할 수 있다 (출처: 팀 사모예드)

<키친 크라이시스>는 이러한 공정을 효율화하는 게임이라고 이를 수 있다. 좁은 맵에서 요리를 위한 도마, 튀김기, 조리대를 설치하고 재료박스를 배치하고 유닛들의 동선을 구성하는 것이 이 게임의 핵심이다. 스테이지가 진행될 수록 제약은 강화되고 이것을 극복하는 재미 또한 배가된다.

요컨대 <키친 크라이시스>는 꽤 준수한 레벨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타워 디펜스의 문법을 제대로 수용하면서도, 요리를 만든다는 설정을 도입해 재미를 배가했다.


식재료도 많고, 조리도구도 많고, 레시피도 많다. (출처: 팀 사모예드)


# 공간 창출 못하는 내가 너무 미워


요리를 만드는 사람, 또는 적어도 기자처럼 요리 영상 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레스토랑의 거의 모든 것이 동선 관리라는 사실을 알 것이다. <키친 크라이시스>는 '재난'을 관리하는 게임이다. 요리 공간 구성의 어려움을 게임 속에 탁월하게 담아냈다. 공간은 언제나 한정되어 있고, 주문은 언제나 밀려있다. 까다로운 손님을 만족시키는 것은 게임의 난도가 올라갈 수록 쉽지 않다.


기존의 타워 디펜스 게임은 심시티(동명의 게임에서 비롯된 용어로 전략 게임에서 플레이어에게 유리한 구조로 건물과 장애물을 배치하는 행위를 일컬음)를 잘 하면 포탑이 알아서 포탄을 쏘기 때문에 설계까지의 과정이 중요하다. 이후에는 포탑을 강화시키는 요소만 남는다.

그런데 <키친 크라이시스>는 포탄을 자신이 고르게 만드는 한편, 그 과정을 '요리'로 만들어 재미를 끌어올렸다. 유닛들이 만들어서 쏘는 공정을 관리하게 만듦으로써 전략적으로 접근하게 된다. 그래서 이 게임의 공간 창출은 여타 다른 타워 디펜스와 다르다.


그래서 <키친 크라이시스>는 '꽤 어렵다'라는 인상이 들었는데, 그런 점을 의식해서인지 게임 안에는 재료가 모자른지, 동선은 적절한지 점검할 수 있도록 미리 시뮬레이션하는 기능을 제공된다. 캐릭터가 주는 버프보다 다음 스테이지에서의 어려움이 더 크게 다가왔다. '이 정도면 되겠지' 싶어서 손님을 받으면 꽤 자주 시뮬레이션이 틀렸다. 바로 이런 이유로 '지금 당신은 모자르다', '이만하면 됐다' 정도의 힌트를 지속해서 UI 상에서 제공하지 않는다는 부분이 아쉽게 다가온다.


<키친 크라이시스>는 동선을 관리하는 게임이다 (출처: 팀 사모예드)


# "라고 할 뻔"


― 라고 썼는데, 이것은 어떻게 보면 현실에서의 장사를 반영한 것 아닐까? 듣기로 장사를 하면 별 희한한 일을 다 겪는다. 직원들 전부 돌려보내고 혼자 마감 치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운동부 손님이 단체로 찾아와 1인 3메뉴를 '때릴' 지도 모른다. 반대로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준비해서 오픈했는데 손님 하나 없이 파리만 날릴지도 모를 일이다. 심지어는 뺨을 맞기도 한다.


자영업은 도처에 자신이 통제 불가능한 변수로 가득하다. 해보면 알겠지만, 이 게임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식당 + 타워 디펜스의 주제 선정은 대단히 탁월하다. 심지어 <키친 크라이시스>는 게임을 클리어하지 못하면 플레이어 캐릭터를 잡아먹어버린다.

기자는 이것이 한국에서 자영업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은유하는 것인가 싶어 아찔했다. 
모쪼록 이 자리를 빌려 전국의 수백만 요식업 종사자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출처: 팀 사모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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