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는 글귀로 시작하는 유명한 '싸이월드 허세' 글이 있었다. 해당 글에 등장한 사람의 사진은 도용인 것으로 알려졌고, 지금은 아는 사람마저 적기에 한참은 지난 유행이지만 한 때는 많은 사람들을 웃겼던 문구다. 반대로 영화 <아저씨>의 원빈 사진을 놓고 저 글귀를 적어 놓으니 "이외로 멋지다"는 반응도 있었다.
뜬금없이 낡은 유머를 언급한 이유는 <칠드런 오브 선>이 그런 게임이기 때문이다. 1인 개발자 'René Rother'가 만들고 디볼버 디지털이 유통한 이 게임은 부모를 해친 사이비 교단에 복수를 결심한 한 소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복수에 필요한 것은 많지 않다. 총알 단 한 발이면 족하다.
본 리뷰의 플레이 기종은 PC입니다.
그 대신 주인공이 가진 초능력을 사용해 적을 '연속해서' 처치할 수 있다. 총알을 적에게 맞추면, 적을 죽인 그 자리에서 총알을 다시 발사할 수 있다. 총알만 계속 적중시킬 수 있다면 마치 한붓그리기를 하듯이 스테이지에 존재하는 적들을 청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주인공이 발사한 총알의 궤적을 그려서 보여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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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 조준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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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 죽인 그 자리에서 다시 총알을 발사하는 식으로 나아갈 수 있다.
대신 빗나가는 순간 끝이다.
그렇다고 <칠드런 오브 더 선>이 직선만 그리는 단순한 한붓그리기 게임은 아니다. 스테이지를 진행하면 적은 주인공에게 대응하기 위한 방패를 들고 나오며, 총알의 궤적을 막을 수 있는 지형지물이 다수 추가되기에 적을 계속해서 맞추는 방식으로는 게임을 플레이하기 어려워진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주인공에게도 여러 능력이 주어진다. 발사 후 약 60도 정도의 각도로 총알의 궤적을 수정하거나, 밝게 빛나는 적의 '약점'을 두 번 이상 맞추면 발사 이후에도 원하는 타이밍과 위치에서 '재발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덕분에 게임 초기 한붓그리기처럼 직선으로 적 사이를 오가는 총알은 스테이지를 거듭할수록 마치 마법의 화살처럼 곡선을 그리며 움직인다. 중무장을 해서 총알이 통하지 않는 적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충분히 거리를 벌린 후 총알을 가속시켜 방탄복을 관통해 사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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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지를 진행하면 방패를 들거나 방탄복을 착용한 적도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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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시스템이 추가되는 만큼, 총알의 동선은 갈수록 복잡해진다.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욘두 우돈타'가 조종하는 원격 화살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게임으로 비유하면 2011년 출시된 FPS <블렛스톰>을 생각나게 한다.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블렛스톰>에는 저격총을 발사한 후 총알의 궤적을 플레이어가 조종해 적을 해치우는 시스템이 있었다.
총알을 다시 발사하기 위해 적을 꼭 죽일 필요는 없다. 스테이지에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나 주차된 자동차 같은 오브젝트가 존재한다. 지나가는 새를 맞추거나, 자동차의 연료통에 총알을 넣어 파괴시켜도 그 자리에서 다시 발사가 가능하다. 이를 통해 조금 더 창의적인 각을 만들 수 있다. 적과 적 사이가 막혀 있을 때, 보통 하늘 위를 바라보면 새가 날고 있다.
덕분에 <칠드런 오브 선>은 겉으로는 슈팅 게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퍼즐 게임처럼 진행된다. 정찰을 통해 맵에 위치한 적들의 위치를 확인하고 마킹한다. 마킹을 하면 머릿속에 짠 계획에 따라 적을 순서대로 처치하면 된다. 적을 빠르고, 어렵고, 멋지게 처치할수록 점수 보너스를 받으며, 이를 통해 다른 게이머들과 스코어를 겨룰 수도 있다. 실패하더라도 R버튼 하나만 누르면 스테이지 시작부터 다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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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을 쏘기 전에 적을 마킹할 수 있다.
재시작하는 경우에도 처치했던 적은 자동으로 마킹해 준다.
게임의 콘셉트와 시스템에 걸맞게 <칠드런 오브 더 선>은 힙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게임 내에 텍스트는 거의 등장하지 않으며, 스토리는 대사 일부와 컷신을 통해 은유적으로만 보여 준다. 게임 시스템 역시 간단한 튜토리얼을 제외하면 많은 것을 알려주지 않는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이라면, 플레이어가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는 힌트나 도전 과제도 비유만으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가령 첫 스테이지에는 '놈들의 머리에는 바이러스가 산다'는 도전 과제가 주어지는데, 스테이지에 등장하는 적을 모두 헤드샷으로 처치하면 완수할 수 있다. '연료 탱크는 세상을 환하게 불태운다'라는 문구가 있으면, 차량의 연료 탱크를 활용해 각을 만들면 쉽게 풀어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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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통해 이루어지는 스테이지 공략이 <칠드런 오브 더 선>의 묘미다. 그리고 전체적인 틀에서는 결국 비슷할지라도, <칠드런 오브 선>은 스테이지 공략법이 정해져 있지 않다. 개발자가 정해 놓은 답만을 따라가는 게임이 아니다. 도전 과제도 굳이 완수하지 않아도 된다.
총알의 궤적을 일정 각도까지는 실시간으로 수정할 수 있다는 것과, 적의 약점을 노리면 재발사를 할 기회가 계속해서 주어진다는 것을 잘 응용하면 정말 다양한 각을 만들어 내 적을 죽일 수 있다. 한 명의 적을 죽이기 위해, 맵 끝자락까지 총알을 발사시킨 뒤 '재발사'를 통해 먼 거리에서 적을 죽이는 것도 가능하다. 다소 비효율적이지만 재미있으면 그만 아니던가.
총알의 각도 조절을 통해 오브젝트 사이를 억지로 빠져나오도록 해 불가능해 보이는 각도의 적을 죽일 수도 있다. 굳이 할 필요는 없지만, 주인공에게 총알을 되돌아가도록 해 게임 오버 화면을 볼 수도 있다. 적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일부러 하늘 저 멀리 총알을 발사해 위치를 확인한 후, 재시작을 통해 본격적으로 스테이지 공략을 시도하는 것도 가능하다. 기자가 자주 써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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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 따위는 포기하고 억지 각을 만드는 식으로 스테이지를 쉽게 돌파할 수도 있다.
여기에 맛을 더해주는 정적인 연출도 있다. <칠드런 오브 더 선>은 상당히 조용한 게임이다. 적을 처치할 때마다 나는 희미한 진동 소리와 피가 튀는 연출은 과하지 않으면서도 게임의 매력을 잘 살려준다.
적을 사살하거나 발견할 때마다 번호를 마킹할 수 있도록 해 편의성도 놓치지 않았다. 가끔 혼자 남은 적의 위치를 찾지 못해 짜증 날 때가 있는데, 재시작할 때마다 마킹 시스템이 없어 모든 적의 위치를 일일이 기억해야 했다면 정말로 답답했을 것이다.
많은 분량과 플레이어의 머리를 싸매게 하는 어려운 스테이지를 기대하면 실망할 수 있다. 가끔은 지나치게 어두운 색감을 추구한 나머지 표적이 안 보여 곤혹스러울 때가 있다. 스토리 컷씬의 진행이 빠르고 많은 것을 알려주지 않아 미니멀리즘을 추구한 나머지 이야기의 틀마저 빈약해져 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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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1인 개발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칠드런 오브 선>은 1인 개발 인디 게임에 게이머가 바라는 것을 충분히 준비해 놓은 게임이다.
그래픽은 굉장히 투박하지만 강렬한, 연출과 색감으로 투박하다는 점이 신경쓰이지 않도록 했다. 게임 시스템과 스테이지 기믹이 무릎을 탁 칠 정도로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무조건 개발자가 정한 '풀이 방법'에 따라 퍼즐을 푸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조금이나마 창의적인 각을 스스로 만들어 볼 수 있도록 시스템을 준비했다.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을 만든 개발자가 "재밌는 것을 만드는 대신,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게 하는 시스템을 만들라"고 강연에서 말했던 것이 기억난다. <칠드런 오브 더 선>은 독보적이거나 엄청나지는 않을지라도, 작은 시스템에서 '재미있는 일'을 플레이어가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한 인디 게임이다.
[평가]
- 점수: 8.0/10
- 평가 요약: 흥미로운 콘셉트의 인디게임. <스나이퍼 엘리트>와 같은 슈팅이 아니라 '퍼즐 게임'인 것은 명심해 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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