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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G룩백] "새는 알에서 태어나기 위해 투쟁한다"

자라나는씨앗 포스트모템 ② MazM의 방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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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나는씨앗(자라나는씨앗) 2024-10-11 17:04:44

급변하는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파악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TIG 룩백' 코너에서는 업계 전체에 도움이 될 만한 경험과 인사이트를 가진 개발사들의 발자국을 톺아보며, 그들의 등 뒤에 남겨진 살아있는 이야기들을 전해드리려 합니다.

지난 1편에선, '자라나는씨앗이 고전문학을 게임으로 만들게 된 과정'과 'MazM이라는 브랜드가 어떻게 시작될 수 있었는지' 소개했다. 좋은 취지와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낸 작품들도 있었지만, MazM이 걸어온 길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많은 기업들이 그렇듯 고민의 시작은 '수익'이었다. 그 과정에서 MazM은 보편적으로 타당해 보이는 도전을 거듭했지만 실패의 쓴맛을 맛봐야 했다. 무엇이 문제였던 것일까. 결국 활로는 어디에서 시작됐을까. 이 방황의 시간은 선명한 교훈을 남겼다. 


MazM이 전면에 내세워야 할 '키워드'가 무엇인지, 그 어느 때보다 명확해졌으니까. /기고=자라나는씨앗 김효택 대표, 편집=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TIG룩백 자라나는씨앗 포스트모템 5부작]
① MazM의 탄생-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꿈" (바로가기)
② MazM의 방황- "새는 알에서 태어나기 위해 투쟁한다" (현재 기사)
③ MazM의 자아발견- "이처럼 음악 소리에 감동을 느끼는데도, 내가 벌레란 말인가" (
바로가기)
④ MazM의 실험-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바로가기)
⑤ MazM의 비전- "진정한 기사도를 찾아서" (바로가기)



▲ 자라나는씨앗이 2022년 출시한 스토리 기반의 탄막 슈팅 게임 <다이 크리쳐> 트레일러


# "새는 알에서 태어나기 위해 투쟁한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하나의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1919, <데미안>, 헤르만 헤세]


MazM은 <페치카>를 개발하던 2019년부터 한 가지 고민을 안고 있었다. <지킬 앤 하이드>, <오페라의 유령>으로 글로벌 팬덤을 만들고 유명세를 타고 있었지만, 충분한 수익을 얻고 있지는 못했기 때문이었다. 회사가 겨우 돌아가기에도 빠듯한 수익으로는 지속 가능한 경영을 기대한다는 것은 언감생심이었다.


회사가 아무리 좋은 목적과 비전을 가지고 있다 한들, 기업이 수익을 충분히 내지 못하면 의미가 없었다. 이에 수익성 강화를 위한 대안에 대해 골몰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모바일게임이 프리 투 플레이(F2P) 방식으로 수익을 올리려면 반복 결제가 가능한 수익 모델의 개발이 필수적이었다. 당시 대부분의 모바일게임 수익 구조는 누구나 무료로 즐길 수 있도록 하되, 1~2%의 유저가 반복 결제를 통해 충분한 수익을 벌어주는 구조였다.


하지만 MazM 게임은 스토리게임으로 스토리 콘텐츠를 판매하는 방식이었기에, 형식은 인앱 결제 게임이었지만, 사실상 유료 패키지 게임에 가까운 형태였다. 생존을 위해서는 아주 많은 다운로드를 기록해야 했지만, 광고비를 넘어서는 수익성을 내기 힘들었기에, 유료 광고 집행도 못 하고 자연 유입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페치카>를 만들던 시기 '수익'에 대한 고민은 현실로 다가오고 있었다.


2019년 말부터 MazM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새로운 시도를 했다. 하나는 모바일게임에 적합한 수익 구조를 장착한 스토리게임을 시도하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패키지 게임 형태로 스팀에 PC 게임으로 도전하는 것이었다.


지극히 타당한 판단이었다. 스토리를 여전히 중시하고 있었고, 단지 게임성을 높이거나 수익성을 높이려는 시도를 했던 것뿐이었다. 다른 회사들은 모두 하는 시도였고, 안 하는 것이 더 이상한 그런 방향의 노력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두 가지 도전은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실패는 고스란히 회사에 커다란 대미지로 돌아왔다. 시간은 3년이나 훌쩍 지나버렸다. 물론, 어떤 도전이든 실패할 수 있다. 실패가 있어야 성공도 따라오는 법이니까. 실패의 원인도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고, 결국 '실력 부족'이라 판단하면 무난한 판단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한 실패의 핵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나는 모든 다른 회사에게 적합해 보였던 그것이 MazM에게는 바른 도전의 방향이 아니었다는 점을 주목했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우리 회사의 정체성 문제였다.


스토리 기반은 유지하며 보드게임 플레이 스타일을 사용해 새로운 수익 구조를 시도해봤던 모바일게임 <하이드 앤 씨크>


탄막 슈팅과 접목해 새로운 시도를 해봤던 PC(스팀) 게임 <다이 크리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이다. 내가 무엇을 위해 살고, 어떤 것을 지향하며, 어떤 가치를 꿈꾸며 살아가는지-가 중요하다. 그것이 나의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내가 돈을 많이 벌고 성공하는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 정체성을 발현하면서 살아가고 있는가-하는 것이다. 나의 존재의 의미를 드러내며 사는 것은 어쩌면 인생의 가장 큰 목표일 수 있다.


회사에도 회사의 정체성이 있다. 회사의 설립 목적이 있고, 지향하는 바가 있다. 지난 글에서 나는 자라나는씨앗이 '게임'과 '교육'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로운 도전을 하던 당시의 MazM은 회사의 본연의 창립 목적을 잃어가고 있었다. 방향을 잃어버린 회사는 자신이 가야 할 길과 가면 안 되는 길을 구분하지 못한다. 매 순간 1도씩 옆으로 걷다 보면, 어느덧 이미 벌어진 큰 간극을 마주하는 것이다.


MazM의 방황은 3년 정도였지만, 회복에는 큰 대가가 필요했다. 다시 모든 것을 새롭게 추스르고 명확히 정립해야 했다. 2023년 5월 5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상황을 해제했다. 그와 비슷한 즈음 MazM도 방황의 한가운데에서 조금씩 벗어나 바른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우리는 목표를 다시 명확히 했다. 구체적으로는 '게임'과 '교육'이라는 키워드를 다시 전면에 내세웠다.


<다이 크리쳐> 스크린샷. 이때의 경험들로 우리가 전면에 내세워야 했던 게 무엇인지 명확해졌다.


# '생각하는 힘'은 '문학'에서 나온다

MazM이 말하는 교육은 무엇을 말하는가? '게임으로 하는 교육'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거기에서부터 다시 정리하기 시작했다.


최근 콘텐츠와 관련한 세상의 관심은 모두 AI로 쏠려 있다. 그만큼 AI의 폭발적 성장은 놀랍다. 세상이 급격히 바뀌고 있다. AI가 대중화되는 세상은 도대체 어떻게 바뀔 것인가? AI 전문가는 아니지만 직접 사용해보며,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확인하며 깨달은 바가 많다.


산업화 시대에는 기계가 인간의 체력을 대체했고, 정보화 사회가 되면서 컴퓨터가 인간의 정보처리 능력을 대체했다. 이제 AI 시대가 열리면서 지식과 스킬로 대표되는 '지성'이 점체 AI를 통해 대체될 것이다. 단돈 몇 만 원의 구독으로 박사급 전문가를 곁에 두고 일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이때부터 사람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지식과 스킬이 아닌 지정의(知情意) 중에 정(​)과 의(​)에 해당하는 것들로 바뀔 것이다. AI는 가질 수 없는 감성, 관계, 신뢰 같은 정(​)과 의(​)를 기반으로 한 의도, 맥락, 의지, 비전 같은 것들이다.


따라서 미래 교육의 핵심은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는 것이다. 기능적 인간을 중시하던 산업화 시대의 패러다임을 버리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가진 인간이 되도록 가르쳐야 한다. 생각하는 힘의 원천이 바로 '읽기'와 '쓰기'에서 나온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며, 이를 위해 문학, 역사, 철학으로 일컬어지는 인문학은 다시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이 중에서도 '문학'은 특별히 큰 역할을 한다. 여기서 문학의 중요성을 다 언급할 수는 없지만, 문학이 주는 가장 큰 가치는 '삶에 대한 통찰'을 키운다는 점이다. 문학을 통해 '삶'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은, 문학에는 상상할 수 없이 다양한 '인생'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것이 재미있는 이야기로 전달되지 않는가.


다른 인생을 ​살아보는 것은, 그것이 간접적인 경험일지라도 소중하다. 다른 인생을 경험하며 우리는 나 자신에 대해 돌아보고, 인간에 대해 이해하며, 함께 살아가는 것을 배운다. 또한 인생을 '확률'에 의존하며 살지 않고 '확신'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게 돕는다. 이는 문학을 통해 우리가 '불확실함을 견디는 힘'을 키울 수 있다는 뜻이며, 인생에 대한 통찰과 직관을 얻는다는 말이다. 우리는 이런 훌륭한 교육을 다음 세대에게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MazM은 게임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문학'을 접하는 통로를 제공하고 싶다. 게임으로 좋은 문학 작품을 소개하고, 게임에서 시작된 관심이 원작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책을 더 이상 읽지 않는 세대에 게임으로 책을 소개하고 '문학'의 매력을 알리려고 한다. 다행히 최근 해외에서 다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책을 읽는 문화가 생기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워낙 디지털 콘텐츠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보니, 오히려 책을 읽는 것이 힙하다는 의미에서 '텍스트 힙'이라는 해시태그가 유행하고 있고, 책읽기의 매력을 공유하는 문화가 Z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문학이 필요한 시대다.


MazM은 스토리게임으로 고전문학을 더욱 적극적으로 소개해 나갈 것이다. 그러기 위해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그것은 다양한 '고전문학' 라인업을 갖출 체계가 필요하다. 또한 보다 빠르게 '차기작'을 유저에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의미 있는 이유는 내부 데이터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지킬 앤 하이드> 출시 후 약 4개월 후 <오페라의 유령> 1부가 출시되었고, 그때가 유저들의 리텐션과 외부 유입이 MazM 역사상 가장 높고 많았다. 하지만 그 이후 유저들은 MazM의 다음 게임까지 매번 1년 반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우리는 지난 몇 년간 겨우 4편의 고전문학 작품을 출시했을 뿐이었다.


MazM의 첫 방황은 끝났다. 하지만, 다시 정비하고 새롭게 한 걸음을 내딛기까지 몇 배의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이제 2막이 끝난 것 같다. (3편에 계속)


작품과 작품 사이의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안 된다는 결론 또한 도출됐다.
최근 출시한 <카프카의 변신> 이후로는 더 빠르게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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