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의 PvP 멀티플레이어 FPS <콘코드>가 서비스를 종료한다.
8월 23일에 출시되어 9월 6일에 문을 닫으니 출시 2주 만의 진기록이다. 소니 산하 파이어워크 스튜디오는 "보다 완성도 높은 게임 경험을 제공"하겠다며 개선된 버전의 <콘코드>를 개발할 것을 시사했지만, 지금으로서는 4만 원 짜리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풍 PvP FPS에 '실패'라는 평가를 내리는 게 적합할 듯하다.
<콘코드>의 개발 기간은 무려 7년이다. 번지의 <데스티니> 시리즈 개발자들이 주축으로 설립된 스튜디오는 <콘코드>의 기획, 개발, 폴리싱, 그리고 현지화에 막대한 공을 들였다. 이 게임에는 한국어 음성이 포함되어 있다. 그렇게 공을 들인 게임의 스팀 최고 동시접속자는 단 한 순간도 700명을 넘지 못했다. "게임을 유료로 판매한 것이 패착", "룩앤필이 유저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는 냉혹한 평가가 나온다.
파이어워크 스튜디오는 무려 7년 동안 만든 게임의 전액 환불을 결정했다. 파이어워크 스튜디오의 재무제표를 뜯어보지 못했지만, 궤멸적 손해를 입은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게임 시장은 이미 할 만한 게임으로 넘쳐나고 있고, 투자 회수에 대한 압박은 강해지고 있다. 그렇게 '빨리 접기'는 업계의 씁쓸한 관행이 된 지 오래다. <언리얼>과 <기어스 오브 워>를 만들었던 업계의 전설 클리프 블레진스키는 넥슨 미국 지사와 손잡고 <로우 브레이커즈>를 출시했지만 2018년 출시 1년 만에 서비스를 접었다. 블레진스키는 배틀로얄 게임 <레디컬 하이츠>로 재기를 노렸지만, 이마저도 실패했다.
아마존은 2020년 <파크라이 2>와 <포탈> 개발자를 영입해 무료 TPS <크루시블>을 출시하며 게임 산업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이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2020년 5월 북미 시장을 노리며 출시된 게임은 혹평을 받자 클로즈 베타로 출시 형태를 변경했고 그 길로 개발이 중단됐다. 천하의 밸브도 'TCG의 아버지' 리처드 가필드를 영입해 <아티팩트>를 만들었으나 모객에 실패했다. 지금 <아티팩트>는 스팀에서 사실상 방치 중이다.
성공한 게임을 기억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실패한 게임의 이름을 기억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이들 게임은 대체로 조용히 물러나므로 그 이름을 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렇게 내로라하는 게임사들이 <앤썸>으로(EA), <파라곤>으로(에픽게임즈), <싱크드>로(텐센트) 고배를 마셨다. 라이브게임을 특정 궤도에 올려놓는 것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시장 환경은 점점 더 보수적이 되고 있다.
그리고 오늘날 소니 진영의 <콘코드>가 2주 만에 앞선 게임들의 전철을 밟는 듯하다. 지금 게이머들은 신작 중에서 <콘코드> 대신 <퍼스트 디센던트>나 <데드록>을 선택했다.
<노 맨즈 스카이>처럼 각고의 노력으로 게임을 부활시킬 수도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희망이 잘 보이지 않는다. 유저가 수용할 수 있는 게임보다 더 많은 수의 AAA 라이브게임이 출시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이 정체를 극복할 방법은 차라리 게임을 만들지 않거나, 그들과 다른 게임을 만드는 것이다. 개발력을 PvP 라이브게임이 아니라 다른 데 쓰는 것이다. 당장 <검은 신화: 오공>이 잘 보여주고 있지 않나? 압도적으로 많다는 중국 매출을 제외해도 이 게임은 전 세계에서 수백만 장 넘게 팔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