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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케'는 더빙 갓겜, 그런데 '스텔라 블레이드'는 왜?

캐릭터 음성에 대한 엇갈린 반응... 이유가 무엇일까?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승준(음주도치) 2024-05-03 14:57:31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게임은 단연 <스텔라 블레이드>다. 메타크리틱 유저 평점은 무려 9.3점을 기록하며 그 인기를 증명했고, 많은 사람들이 관련 콘텐츠를 만들었다. 주인공 이브를 포함한 게임의 전체적인 비주얼, 멋진 액션과 OST, 훌륭한 최적화 등 많은 부분에서 호평을 받은 웰메이드 게임이다. 하지만, 다수의 리뷰에서 언급된 <스텔라 블레이드>의 아쉬움이 있다. 바로 캐릭터 보이스, 더빙이다.


시프트업의 <승리의 여신: 니케>가 성우 연기로 호평을 받았던 것과 달리, 같은 개발사임에도 불구하고 <스텔라 블레이드>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자막을 볼 필요가 없으니 환경과 액션에 집중할 수 있다는 한국어 보이스 지원 그 자체의 장점은 누구나 인정한다. 하지만 상당수의 유저들이 '어색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대표적 반응이 "적응하면 몰입할 만하다"는 것이다.


왜 "적응하면"이라는 단서가 붙은 것일까?


심지어 이런 반응은 다른 국가의 음성으로 게임을 플레이한 해외에서도 비슷하게 관찰됐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개별 성우의 연기가 아닌 '디렉팅'이 아쉬웠다는 평가가 공통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왜 <스텔라 블레이드>의 더빙이 어색하다는 반응이 나왔는지, 그리고 왜 '디렉팅'이 아쉬운 점으로 지적 받는 상황인지에 대해 분석·정리하려 한다. 



# 왜 '성우'가 아닌 '디렉팅'이 문제인가?

구매를 고민하며, 또는 화제의 게임이 어떤 평가를 받는지 궁금해 <스텔라 블레이드>에 대한 반응을 찾아보신 분들이라면 공감하실 것이다. 유튜브, 커뮤니티 등지에서 어렵지 않게 '더빙'을 <스텔라 블레이드>의 단점으로 지적하는 콘텐츠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스텔라 블레이드>의 더빙을 언급한 다수의 리뷰 영상, 게시글에서는 '성우' 문제가 아니라는 문장이 함께 등장하곤 했다. 주인공 '이브 07' 역을 맡은 윤은서 성우와 '타키' 역을 맡은 천지선 성우는 모두 시프트업의 게임 <데스티니 차일드>와 <승리의 여신: 니케>에서도 좋은 연기를 보여준 경험이 있다. 


<스텔라 블레이드>에서 '아담' 역을 맡은 정재헌 성우는 애니메이션 <너에게 닿기를>의 '카제하야' 역을 비롯해, 다수의 작품에서 호평을 받은 베테랑 성우다. 요리로 비유를 하자면, 재료가 나쁜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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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텔라 블레이드> 주인공 '이브' 역의 윤은서 성우는 <니케>에서 '루피'와 '프림'을 연기했다. 

<스텔라 블레이드> '타키' 역의 천지선 성우는 <니케>에서 독특한 말투의 '엑시아' 연기를 선보였다. 


이는 영미권에서도 비슷했다. 4월 29일, 레딧에는 "왜 <스텔라 블레이드> 성우에 대한 논쟁이 많을까?"라는 게시글이 올라왔고, 2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 <스텔라 블레이드> 주인공 '이브 07'의 영어 성우 '레베카 핸슨'은 <발더스 게이트 3>에서 '알피라' 역을 연기해 호평을 받은 성우다. 그녀는 넷플릭스 드라마 <위쳐> 시즌 2에서 '미브 여왕' 역을 연기한 배우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스텔라 블레이드> '이브' 역할에 대해서는 평이 엇갈렸다. 아쉬웠다는 의견을 남긴 사람들은 "로봇처럼 들린다"거나 "전투 호흡이 끔찍하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위쳐> 시즌 2에서 '미브 여왕' 역을 연기한 레베카 핸슨(좌, 사진 출처: 레베카 핸슨 인스타그램 ) 
그녀는 <발더스 게이트 3>에서 '알피라'를 연기하기도 했다.(우)


영어 더빙에 대해 찬반이 엇갈리자, 영미권에서는 한국어 음성으로 플레이하는 게 게임의 몰입에 도움이 된다는 팁이 외신 기사나 포스팅을 통해 공유되기도 했다. 외국어임에도 불구하고 타 국가 성우들의 연기에서 감정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연기력'은 좋았는데, 정작 모국어로 플레이할 때 다수가 만족하긴 어려웠던 더빙 퀄리티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른 작품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성우들이, <스텔라 블레이드>에서 이렇게 엇갈린 평가를 받게 된 이유로, 많은 사람들은 '디렉팅'을 지적하고 있는 상황이다. '디렉팅'은 게임 녹음에 있어 어느 정도 중요한 위치에 있을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게임 녹음 환경을 어느 정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레딧에서 많은 화제를 모은 <스텔라 블레이드> 영어 더빙에 대한 게시글

# 일반적인 게임 녹음 환경

국내외를 막론하고 많은 게임들은 일반적으로 외주 스튜디오에 의뢰를 맡겨 음성 녹음 작업을 진행하곤 한다. 스크립트가 확정되고, 캐스팅이 완료되면 성우들과 스케쥴을 조율해 녹음이 시작된다. 같은 개발사의 게임도 어떤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하느냐에 따라 녹음 퀄리티가 크게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게임의 규모나 분량, 성격에 따라 제작 방식은 조금씩 다른 편이다. 엑셀 시트에 정리된 대사를 개별적으로 하나씩 채워 넣는 방법을 주로 사용하고 있고, 시네마틱이나 동작이 많은 게임의 경우 영상을 보면서 더빙을 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디렉팅'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캐릭터와 어울리는 연기자를 매칭하는 캐스팅 작업을 하고, 캐릭터와 상황에 대한 세밀한 설정을 반영해야 한다. 따라서 연기자와 소통, 조율하는 과정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게임 녹음의 경우 개발사의 의도에 맞게 연기가 전달될 수 있도록, 원하는 연기를 함께 찾아 나서고 만들어가는 탐색자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연기를 잘 이끌어내는 동시에, 어울리지 않는 연기를 잘 걸러주는 작업을 해야 한다.


코로나 19 이후로, 많은 성우 녹음이 단체 녹음이 아닌 개별 녹음으로 진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디렉터는 따로 녹음된 연기가 하나의 씬 안에서 어우러지는 호흡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한 공간에서 단체 녹음을 하는 때에도 마찬가지로, 전체적인 조화와 연출 의도를 생각해야만 한다. 



# 왜 "적응해야" 좋게 들린 것일까?


스포일러 없이 <스텔라 블레이드>의 이야기를 해보자. 일단, SF 설정답게 등장하는 인물들은 트레일러나 데모에서부터 평범한 인간으로 보이지 않았다. 또한 강하부대 지휘관 타키, 주인공 이브 모두 임무를 수행 중인 전투 요원이라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감정 표현을 하기는 하지만 표정도, 말투도 다소 절제되어 있는 캐릭터들이 극의 서사를 이끌어 간다. 


국내에서는 '타키'의 음성이, 영미권에서는 '이브'의 음성이 딱딱하게 들렸다는 평가가 많았다. 아마도 이런 설정을 반영해 달라고 요청한 '디렉팅'의 각기 다른 결과물로 보인다. 서사적으로도 위기 상황에 더욱 깊숙이 들어가고, 감정이 격해지면서 점점 더 인간성과 자연스러운 감정이 드러나는 과정을 원했을 수 있다.


실제 게임플레이를 봐도, 초반부의 더빙 퀄리티보다 중후반부의 더빙이 상대적으로 더 자연스러운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초기에) 적응하면 할 만하다"는 국내 유저 의견들이 나온 것이다.​ 깊은 감정이 나올수록 나아지긴 했으나, 전체적으로 보면 더빙 퀄리티가 균일하지 않아, 아쉬운 캐릭터나 씬을 잘 잡아내지 못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상업 예술은 대중의 평가에 의존한다. 다소 딱딱한 캐릭터 표현이 시프트업의 의도였다 하더라도, 다수의 유저들이 이를 '의도'나 '연기의 방향성'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어색함'으로 먼저 받아들였다면, 의도 전달에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다.  


기자의 경우 <스텔라 블레이드>의 캐릭터 연기에서 아쉬움만 느끼진 않았다. 릴리는 귀여웠고, 이브의 차분한 느낌도 <스텔라 블레이드>가 보여주고 싶어하는 분위기로 느껴져 좋게 들었던 편이다. 다만, 고유명사가 많고 문장이 긴 대사가 등장할 때 이를 소화하는 방식이나, 감정이 절제된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나온 딱딱한 말투는, 사람들이 흔히 더빙의 "어색함"이라 부르는 요소로 다가왔다는 점에 동의한다. 



▲ <스텔라 블레이드> 도입부 컷씬을 편집한 영상이다. 어투, 녹음 음질, 표정과 입모양 등을 주목하자.

캐릭터와 구간마다 편차가 있었지만, 본격적인 서사가 시작된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어색한 더빙이 줄어든 편이었다. 


# 언어별로 맞춘 입모양이었지만...

<스텔라 블레이드>에서 음성이 화면과 잘 안 붙는다고 느낀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정도가 있었다.


일단, 기본 설정을 기준으로 다른 효과음이나 음악에 비해 캐릭터 보이스가 전면에서 들리는 느낌이 아니었다. 상대적으로 작거나, 멀리서 늘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편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다소 딱딱한 표정 묘사였다. 주요 장면에서는 눈과 눈썹, 입 등 얼굴 전체가 상황, 감정에 맞는 표정을 짓고 있으나, 적잖은 경우에 표정이 경직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목이나 몸을 조금씩 움직이며 말하는 모션 캡처와 맞물려, 자연스러운 발화보다 '연극'을 한다는 느낌을 주는 씬도 일부 있었다. 비슷한 지점에서 문어체에 가까운 일부 대사들도 표정 및 음성 연기와 잘 어우러지지 않았다.


고무적인 측면은 <스텔라 블레이드>가 각 언어의 발음에 맞춰 입모양을 조정하는 기술을 사용했다는 것이었다. 다만, 입의 움직임 자체가 아주 자연스럽지는 않았고, 미세한 싱크가 맞지 않는 구간이 많아 아쉬움이 남았다.  



# 더빙은 앞으로 나올 게임들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작년부터 국산 콘솔 게임이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낸 사례가 이어졌다. <데이브 더 다이버>와 <P의 거짓>에 이어 <스텔라 블레이드>까지, 모두 각자의 개성과 게임성, 매력을 앞세운 게임들이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데이브 더 다이버>의 음성은 '멈블'에 가까웠고, <P의 거짓>은 한국어 음성 지원을 하지 않는 게임이었다. <스텔라 블레이드>의 '더빙'은 그래서 더욱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이번 <스텔라 블레이드>의 사례를 통해서, 모국어 음성을 들으며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만으로도 더 다양한 인게임 요소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느낀 유저들이 많을 것이다. 동시에, 특히 시네마틱이 많은 3D 게임에서, 모국어 사용자에게 만족감을 줄 정도의 더빙 작업물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많은 노하우를 요하는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을 것이다. 


세상에 완벽한 게임은 없다. 다만, 개발사들은 더 나은 게임을 향해 나아갈 뿐이다. 앞으로 나올 국산 콘솔 게임들이 더 많은 유저들을 설득할 수 있는, 지금보다 더 높은 '더빙 퀄리티'를 보여줄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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