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사람과 게임을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두근거렸어요."
한국 게임 1세대를 다룬 최초의 다큐멘터리 영화, '세이브 더 게임'의 두 번째 이야기인 '온 더 라인'에 등장한 한 게이머는 <바람의나라>에 대한 추억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15일, 지스타 2024가 열린 '벡스코' 근처에 위치한 부산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2관에서는 '온 더 라인'의 상영회가 열렸다. '온 더 라인'은 한국 온라인 게임 산업의 태동부터 이어진 성장 과정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로, 인터넷이 보급되던 시절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던 여러 개발자들과 이를 접했던 게이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금이야 '온라인'이나 '멀티플레이'에 대한 개념은 지극히 익숙하고 당연하지만, 당시 좁디 좁은 PC방에서 처음 마주한 온라인 세계는 사람들에게 이전에 없던 두근거림과 충격을 줬다. 다큐멘터리는 세계 최초의 그래픽 온라인 게임으로 여겨지는 <바람의나라>가 게임 산업에 미친 영향, 1999년 출시된 <퀴즈퀴즈>가 한국 게임 산업이 불러온 혁신적인 변화 등 여러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조망하며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다.
단순한 추억의 조망 뿐만 아니라, 다큐멘터리는 당시 게임을 개발하던 개발자, 상당한 개발비를 사용했던 게임의 실패, 라이브 서비스를 위한 개발자의 고군분투, <퀴즈퀴즈>를 추억하며 개발자에게 "돈을 많이 써도 좋으니 게임을 다시 한 번 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 등 게임을 매개로 만들어진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결국, 게임은 일시적인 즐거움을 넘어 장기적으로 세대 간에 문화적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소통과 연결의 장임을 다큐멘터리는 보여주고 있다. 가상 현실 속이라도, 게임을 이루는 주체는 사람이다.
상영 이후 현장에서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한 넥슨재단 김정욱 이사장은 "한국 게임산업 30주년을 맞아 그 과정 속에서 수많은 일을 해 왔던 인물들을 기록하고, 그 의미를 스스로 한번 조명해 보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박윤진 감독은 "2000년대의 온라인 게임이 단순히 이랬고 저랬다는 그런 결과의 나열 대신 '그 시절의 온라인 게임이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가'를 조명해 보고 싶었다. 처음으로 온라인에서 다른 유저와 연결되고, 같이 게임을 만들기도 하고, 사람을 만나는 그런 소중한 연결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온 더 라인'은 총 3부작으로 이루어진 게임 다큐멘터리 '세이브 더 게임'의 두 번째 이야기다. 첫 번째 이야기인 '세이브 더 게임'은 지난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상영돼 세 차례의 상영이 모두 매진을 기록했던 바 있다. 박윤진 감독은 "국내 게이머의 이야기를 다룬 3부가 편집 마무리 단계에 있다. 공개에 대한 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최대한 많은 분들이 접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이야기했다.
- 게임 다큐멘터리 '세이브 더 게임'
넥슨재단이 넥슨 그룹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2021년 9월 영화사 '사이드미러'에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을 의뢰하면서 만들어졌다. 총 3편으로 제작됐고, 부산국제영화제에서 1편 시사회, 지스타 2024 현장에서 2편의 시사회가 진행됐다.
3편은 현재 편집 중에 있으며, 한국 온라인게임 유저 특유의 게임 문화를 조명할 예정이다. 전편 공개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