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적 인기]와 같은 단어가 단순 미사여구가 아니라, 실제 지표로 증명되는 게임들이 드물게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올해 상반기를 뜨겁게 달궜던 <팰월드>다. 출시 한 달 만에 무려 2,500만 명이나 즐긴 게임이 아니던가. 모두가 아시겠지만, 절대적으로도 상대적으로도 절대 흔치 않은 성적이다.
이번 지스타에서 G-CON 연사로 선 포켓페어 CEO 미조베 타쿠로. 좋은 기회로 강연 직후 그와 1대1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강연과 인터뷰를 통해, <팰월드>의 흥행을 뒷받침한 포켓페어의 히스토리와 의사결정 과정을 들어볼 수 있었고,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또한 엿볼 수 있었다. 어디서도 듣지 못한 흥미로운 이야기도 많이 있으니, 기대하며 읽어 주셔도 좋을 것 같다.
인터뷰 전문을 보여드리기 전에, G-CON 강연에서 언급된 주요 내용을 몇 가지 소개하는 편이 좋을 듯하다.
미조베 타쿠로 대표는 어린 시절 소위 "엘리트 게이머"였다고 한다. 그의 첫 MMO는 <라그나로크 온라인>이었다고 하며, 학창 시절 베타 버전부터 3~4년을 이 게임만 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하 인터뷰 문답에서도 보실 수 있지만, 그 다음으로 많이 했던 게임이 <마비노기>였고, <붉은보석>, <던전 앤 파이터> 등 한국 MMO를 정말 많이 좋아했다고 한다. 이런 게임 사랑은 그의 입시에도 영향을 줬을 정도라고.
<팰월드>는 우연히 탄생한 게임이 아니다. 포켓페어의 전작들이 거쳐온 도전의 길이 <팰월드>를 개발하는 과정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포켓페어가 게임을 만들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4가지 요소가 있는데, 그 중 첫 번째가 '장르의 선택과 접목'이었다. 포켓페어의 첫 게임 <오버던전>은 <슬레이 더 스파이어>에 영감을 받아 타워 디펜스, 로그라이크 장르를 접목해 만들어졌다. 두 번째 게임 <크래프토피아>는 샌드박스, 오픈월드, 농업, 핵앤슬래시, 서바이벌, 자동화, 헌팅, 판타지, 로그라이크까지 정말 다양한 장르의 특징을 표현하려 했다.
<크래프토피아>에서 컨베이어 벨트를 거쳐 소가 냄비에 들어가는 모습은 당시에도 화제가 됐는데, 이를 기계가 아니라 생명체가 하면 어떨까-라는 상상이 더해져 <팰월드>의 노동 착취(?)가 탄생했다고 한다.
포켓페어가 다음 작품으로 개발 중인 <네버 그레이브> 또한 메트로배니아와 로그라이트를 결합하고 멀티플레이를 섞은 게임이다.
두 번째로 강조된 것은 '혼란의 유발'이었다. 플레이어들의 상상력과 만나 더 재밌는 상황이 나올 수 있게, 자유를 만들어 놀이의 즐거움을 주는 방향성을 말하는 것이었다. 대표적인 예시가, <팰월드>에서 저레벨 유저가 (평상시 그리 위협적이지 않은 아이템인) '덫'으로 (꽤 큰 보상을 드랍하는) '암상인'을 공중에 매달아 불태워 죽이는 플레이였다.
세 번째로 강조된 '투표 문화'가 꽤나 재밌었다. 다른 요소보다 특히 다수의 호감이 필요한 '아트'의 영역에선, 사내 투표를 적극 활용했다는 것이다. 시안 중 하나를 고를 때도 있었고, 투표를 통해 결국 게임에 적용되지 않은 디자인도 있었다. 팰 디자인부터, 캐릭터 의상까지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강조됐는데, 글로벌 시장에선 유튜브 영상의 파급력, 중국 시장에선 빌리빌리 영상의 힘이 컸던 사례가 언급됐다. 유튜브에선 인플루언서들이 17만 개 이상의 <팰월드> 관련 영상을 만들었고 20억 뷰를 기록했다고 하며, 빌리빌리에선 관련 영상이 12억 뷰를 기록했다고 한다. 팰의 안쓰러운(?) 노동에 자신들의 직장 생활을 빗댄 밈들도 언급됐다.
자, 이제부터 미조베 타쿠로 대표와 나눈 1대1 인터뷰 전문을 소개한다. 짧은 시간 진행된 인터뷰였지만, 흥미로운 답변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Q. 디스이즈게임: 한국에서도 굉장히 많은 유저들이 <팰월드>를 즐겼는데, 지금 시점에서 돌아보면 가장 결정적인 인기 요인이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시나요?
A. 포켓페어 CEO 미조베 타쿠로: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게임 자체가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니크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재미에 큰 영향을 줬을 것입니다. <팰월드>는 오픈월드, 크래프팅, 서바이벌, 오토메이션(자동화), 몬스터 테이밍 같은 경험이 합쳐져서 유니크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었던 게 큰 요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 스팀을 포함한 여러 플랫폼에서 많은 신작이 나오고 있는데, <팰월드> 같은 게임은 생각보다 잘 없는 편입니다. 창작, 제작 과정에 있어서 어떤 차이가 있었다고 보시나요?
A. 인디 기업이고 대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게임 개발 경험이 적은 사람들이 만들었기 때문에 오히려 새로운 것이 나올 수 있었다고 봅니다. 디자인 결정 프로세스에서 사내 투표로 결정해나간 것도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던 환경 중 하나였습니다.
Q. 미디어 믹스 전략에 있어 앞으로의 주요 마일스톤이 있나요?
A. 구체적으로 지금 시점에서 말씀드릴 수 있는 내용은 없지만, 앞으로 팰월드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발신해나갈 예정입니다.
Q. 모바일 출시가 인기 견인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시나요? PS5 버전 출시 이후 반응을 예시로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A. 모바일 버전의 성공은 <팰월드> IP가 해나갈 수 있는 큰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크래프톤과 모바일 버전 작업을 함께 할 예정인데,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가 걸어온 길 또한 PC에 이어 모바일도 인기를 끌어, 더 큰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PS5로 나온 뒤에도, 지금까지 어필할 수 없던 유저들에게도 <팰월드>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었고, <팰월드>의 층을 넓힐 수 있어서 성과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Q. 구체적으로 PS5 버전의 성과를 소개해주실 수도 있을까요?
A. 이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발표를 하진 않았는데, 올해 10월 한 달 동안 일본 PS 스토어에서 <팰월드>가 판매 1위를 하기도 했습니다.
Q. 사실 모바일게임 잘 하는 회사는 크래프톤 외에도 꽤 많은데, 여러 회사 중 크래프톤과 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나요?
A. 여러 곳과 이야기를 나눠봤지만, 그 중에 크래프톤이 굉장히 우호적이었고, 여러 의논을 해나감에 있서 신뢰할 수 있는 상대라고 생각해서 크래프톤과 함께 하게 됐습니다.
Q. 포켓페어라는 회사를 바라볼 때, <팰월드> 다음 행보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신작 <네버 그레이브>나 다른 신작의 개발 예정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앞으로 저희가 신작을 만들어갈 예정은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팰월드>가 아직 얼리 액세스 단계다 보니, 일단은 <팰월드>에 집중하려 하고 있습니다.
Q. <팰월드>에 신규 팰, 신규 섬을 추가하는 것을 주요 마일스톤으로 강연에서도 소개해주셨는데요. 신규 콘텐츠 추가가 잠시 쉬고 있는 유저들의 복귀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준다고 보시나요?
A. 지금 <팰월드>를 즐기는 유저들이 좋아해 주실 콘텐츠를 제공해드리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아무래도 처음 출시 직후 인기가 너무 컸기 때문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걱정되는 부분도 있습니다만,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실 수 있도록 콘텐츠를 열심히 개발해 나갈 것입니다.
Q. 한국 게이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저는 일본 게임도 많이 했지만, 한국 MMORPG에 정말 큰 애정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가장 많이 했던 게 <라그나로크 온라인>이었고, 두 번째로 많이 한 작품이 <마비노기>였습니다. 한국 게임을 정말 좋아하는 저에게 있어서는, 한국 유저분들이 <팰월드>를 좋아해주시는 것이 정말 기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