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데믹 시대의 일기 같은 <유 윌 (낫) 리메인>
최근 스팀에 출시되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유 윌 (낫) 리메인>(You Will (Not) Remain). 어렵지 않게 엮은 게임으로 해볼 가치가 충분하다. 호주 멜버른에 위치한 베드타임 포비아가 개발한 2D 스토리 어드벤처로 현지에서 열린 '우먼 게임 잼'에서 불과 48시간 동안 만들어졌다.
<유 윌 (낫) 리메인>은 일기 같은 게임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관상용 식물에 물을 주고, 커피를 마시고, 밥을 차려먹고, 옆집에서 주워온 유기견에게 밥을 주고, 그 강아지랑 함께 옥상으로 올라가 공놀이를 하는 게 전부다.
주인공은 모든 행동 중에 외로운 독백을 늘어놓고, 플레이어는 그 모습을 감상하면 끝이다. 8비트 음악과 2D 픽셀 그래픽은 주인공이 처한 고립감을 더한다. 제목 <유 윌 (낫) 리메인>은 안노 히데아키가 <에반게리온> 극장판에 (not)을 쓴 것을 빌려온 듯하다. 두 작품 모두 파멸적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유 윌 (낫) 리메인>은 스팀에서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큰 어려움 없이 플레이할 수 있다. 영어 이외에 다른 언어를 지원하지 않지만, 주인공의 고독한 셀프 선문답 외에 특별한 기믹은 없기 때문에 영어에 능통하지 않아도 무리는 없다.
노골적으로 정치적인 메시지를 던지지는 않지만, 이 게임은 코로나19 판데믹으로 집에 머물며 거리두기를 하게 된 사람의 고독을 그리고 있다. 게임 속 지구는 크나큰 위기를 겪고 있다. 흑백 세계에서 하늘에는 위기를 나타내는 보라색 구름이 드리웠고, 정부는 라디오 방송을 통해 밖에 나가지 말 것을 요구한다. 코로나19 전파 초기 '락 다운'을 전개한 몇몇 국가가 떠오른다.
주인공은 아무도 없는 아파트에 홀로 남겨져 매일같이 우울한 꿈을 꾼다. 하늘에 뜬 구름은 왠지 모르게 판데믹(Pandemic)처럼 읽힌다. 이 게임에서 주인공은 반복적이고 통제된 일상이 무의미하다고 여긴다. 끝내 밖에 나갈 준비를 해도 좋다는 방송을 들은 주인공은 마침내 반려견이 된 친구와 함께 탈출을 시도한다. 과연 그는 <김씨표류기>의 '여자 김씨'처럼 자신의 집을 벗어나 세상으로 나갈 수 있을까?
# '1982680일 째 사회적 거리두기 중'과 <백년의 고독> 실전 압축판
언젠가 카카오톡에서 '1982680일 째 사회적 거리두기 중'이라는 이모티콘을 보고 씁쓸한 웃음을 지은 기억이 있다. '이제 그만 좀' 싶더라도 '22,907'이라는 신규 확진자 수를 보면 지레 겁을 먹는다. 누구나 마찬가지로 이 질병은 되도록이면 피하길 원한다. 코로나19는 <오버워치> 같은 게임의 상대방 스킬처럼 즉각적으로 보고 피할 수 없기 때문에, 그저 조심하는 게 상책이다.
(출처: 네이버, 카카오톡)
우리 모두 2020년부터 지금까지 지긋지긋한 거리 두기를 하고 있다. 그 덕에 (진지하게) 사회적 삶을 강제받지 않아도 되어 좋다는 주장도 있지만, 모쪼록 우리 모두 거대한 루프물의 주인공이 된 듯하다. 또 백신 주사를 맞고, 또 변이가 나오고, 또 이상한 사람들이 뛰쳐나와 비과학적인 이야기를 하고, 또 집단 감염이 발생하고 있다. 어느 가문의 고독한 일대기를 그린 대하소설 <백년의 고독>을 압축하면 딱 이런 느낌일까?
물론 진전이 없진 않았다. 이제 사람들은 조금씩 여행도 가고, 백신은 물론 치료제까지 개발되었다.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되면서 치명률도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드리운 판데믹의 그늘은 아직 완전히 걷히지 않았다. 판데믹이 얼마나 치명적이었는지 조사한 정밀 데이터는 다른 곳에서 잘 정리가 되어있을 것이니, 2020년부터 현재 진행형인 이 재난이 개인의 생애에 안긴 상처를 짧게 언급해보려 한다.
기자가 아는 아무개는 횟집을 한다. 연말 대목을 노리고 광어며 우럭이며 방어를 잔뜩 시켰는데, 위드코로나를 해제하고 다시 거리두기를 선언해버리는 바람에 문자 그대로 말아먹었다. 공과금 같은 운영 비용은 그대로 나가고 있다. 손실보상금을 받아도 그대로 밀린 월세 내는 데 쓰이게 생겼다. '착한 임대인'은 없었다.
전문대에 진학한 다른 아무개는 동기들이랑 술 한 잔 못해보고 졸업장을 받았고, 등록금은 그대로 냈다. 그 학교는 '사이버 대학교'가 될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고, 그에 따른 전환 비용이 적지 않게 발생했으므로 돈은 그대로 걷어간다고 학교 측은 설명했다. 그는 하릴없이 학자금을 갚기 위해 전공과는 전혀 상관 없는 음식 배달을 하고 있다.
# 우리는 만나야 한다
플레이 타임이 1시간도 넘지 않는 <유 윌 (낫) 리메인>을 하면서 '우리는 온라인에서 오프라인만큼 얽힐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품었다. 게임에는 의도적으로 라디오와 TV 같은 오래된 미디어가 등장하고, 스마트폰은 나오지 않는다. 단방향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미디어 도구밖에 주어지지 않은 셈인데, 그래서 주인공은 어느 곳과도 연결되어있지 못하다.
그런 그에게 스마트폰이 있었다면 지옥 같은 거리두기가 조금은 괜찮아졌을까? 그렇게 보지 않는다. 주인공은 재난의 초창기에 '그녀'와 작별했다는 설정이고, 그 트라우마로 우울과 악몽을 겪는다. 주인공에게 필요한 것은 실제적인 만남이나 '바깥 세상은 어떨까'라는 호기심이지 '메타버스' 미팅 같은 게 아니다.
정말 메타버스는 '기회의 땅'이 될까? (출처: 메타)
온라인은 오프라인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 아무리 게임이 좋고 메타버스가 좋아도 우리는 만나야 한다. 플라스틱 용기에 꽁꽁 담겨 배달되는 배달 회는 여전히 맛있지만, 당최 재미가 없단 말이다.
작년 초, '힙'했던 어플리케이션 '클럽하우스'에서 친해진 사람들끼리 무엇을 하나 봤더니, 실제로 만나서 뭔가 마시면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클럽하우스'라는 유행마저 요즘은 전보다 뜸해졌다. 기자는 이 사례가 '그냥 만나서 떠드는 것이 낫다'는 교훈을 준다고 믿는다.
온라인이 몰가치하다는 것이 전혀 아니다. 코로나19가 끝나면 사람들은 메타버스만 찾는 게 아니라, 유튜브로 좋아하는 가수 뮤직비디오도 보고, 실제 콘서트도 찾으리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코로나19 판데믹은 '메타버스'로의 이행을 앞당긴 것처럼 묘사하지만, 우리에게는 메타버스라는 유행어(hype)로는 막을 수 없는 만남의 욕구가 있다.
그것은 스마트폰도, 비슷한 지향을 가진 사람들끼리 뭉친 페이스북 그룹도, 이따금씩 내 피드를 습격해 영양제를 선전하는 '인플루언서'도 온전히 해결해줄 수 없다. 메타버스는 궁극적으로 우리가 '코로나 블루'라고 부르는 우울을 없애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단 한번도 메타버스에서 휴가를 보내지 않았을) 기업인과 투자자들은 이미 메타버스를 진짜로 만들기 위해 뛰어들었다. 이 기사에서 오늘(4일) 메타 주식이 어떻게 됐는지는 말하지 않겠다.
무지막지한 돈의 질주 와중에, 스팀의 어느 무료 인디게임은 진솔하게 판데믹의 외로운 공포를 전해주고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흥미로운 대비 아닐까? ― 라며 홀로 연휴 동안 구조화를 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