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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게임

이 게임은 '전체이용가 포커'일까? 청소년 이용불가 판정받은 인디게임 이야기

"하스스톤은 되는데 왜 우리 게임은 안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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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석(우티) 2022-02-09 14:05:53

"왜 <하스스톤>은 되고 우리 게임은 안 되나요?"

 

반지하게임즈가 만든 <도토리카>는 구글 인디게임 페스티벌에도 선정된 게임이지만, 이제 이 게임을 플레이할 길은 없다. 구글, 애플 양대 앱마켓에서 자취를 감추었기 때문이다. 왜 애써 만든 게임을 마켓에서 내려가도록 놔둔 걸까? 개발사 측은 "게임물관리위워회가 우리 게임(도토리카)를 청소년 이용 불가 게임으로 보고 있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도대체 게임물관리위원회와 반지하게임즈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2021년,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관위)는 애플과 구글에게 <도토리카>의 등급을 '17+'로 올릴 것을 요청한다. 애플은 1개월 내에 변경하지 않으면 게임을 스토어에서 내려야 한다는 통지를 받았고, 같은 내용을 개발사 측에 전달한다. 반지하게임즈가 직접 이의를 제기한 것은 2021년 10월 경인 것으로 확인된다.

 

10월 26일,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도토리카>의 등급 재분류를 지시한 근거를 밝힌다. "베팅과 배당이 존재하고 우연적인 방식으로 게임의 결과가 결정되는 포커 및 고스톱류를 모사하거나 유료 게임머니를 구매하는 등의 내용이 '사실적인 사행행위 묘사'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해당 게임을 게관위가 직접 심의해야만 한다는 설명이다.

 

현행 등급분류 제도에 의하면, 구글과 애플이 한국에서 앱 제공자가 해당 앱의 자율등급분류를 설문형으로 진행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다. 그렇지만 청소년이용불가 등급 게임과 아케이드 게임에 한해서는 게관위의 직접 심의를 진행한다. 따라서 <도토리카>에 설문식 자율등급분류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 게관위 측의 입장. 

 

반지하게임즈 측은 게관위 결정을 납득할 수 없었다. <도토리카>는 공개된 네 장의 카드와 덱 맨 위에 가려진 카드, 총 다섯 장의 카드 중에서 원하는 카드를 골라 자신의 패로 가져오는 게임이다. 포커류 카드게임의 룰을 취하고 있지만, 세부적인 룰은 <스플렌더>와 유사점이 발견된다. 서로의 패를 공개하면서 족보를 완성시키는 게임으로 '사실적인 사행행위 묘사'가 없다는 게 반지하게임즈의 주장이다.

 

 

게관위는 <도토리카>의 족보가 포커의 그것을 모사한 것이라며 '사행행위 묘사'라는 점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게임에는 베팅과 배당이​ 존재하지 않으며, 승자가 족보 달성시 확정적으로 도토리를 얻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게임은 완성시킨 족보의 강함의 세기에 따라 한 라운드의 등수가 결정되고, 상위 2명은 하위 2명에게서 점수를 빼앗아온다. 이때 점수는 자신이 완성시킨 족보에 따라 다르다. 아무리 강한 족보를 완성했다고 하더라도, 많은 점수를 얻기 위해선 상대방을 견제하고 상대방보다 높은 족보를 완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포커나 마작 등의 보드게임에서 착안한 게임적 요소는 분명해 보이지만, '베팅과 배당'은 없다.

 

반지하게임즈 측은 이의신청을 보냈지만, 게관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개발사는 이 결정에 항의하며 게임이 앱마켓에서 내려가도록 놔두었다. 반지하게임즈는 똑같은 카드게임으로 배당과 베팅이 없는 <하스스톤>이 12세 이용가를 받은 사례를 언급하며, 자신들의 게임도 비슷하게 다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오고간 정식 문서는 개발사의 이의신청서 뿐이다. 2017년 <단간론파> 등급 분류 거부 사건에서 알 수 있듯 게관위는 사행성, 선정성 여부 판단 기준 및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는 편이다. 적지 않은 심의가 전문위원의 의견 개진과 나머지 위원들의 만장일치 동의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도토리카>가 그런 전철을 밟은 것인지 알 길은 없다.

 

반지하게임즈 이유원 대표는 "처음 게임 제작을 시작했을 때 어린 창작자의 발목을 잡은 것은 '주전자닷컴' 사태 등에서 볼 수 있는, 게임 창작 실정과 떨어진 게관위 태도였다. 더 좋은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 창작자들에게 등정적인 동기를 부여하는 게관위가 되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했다. 

 

반지하게임즈가 게관위에 낸 이의신청서


 

 

# 게관위 "분명한 고포류 모방, 게임법에 따라 심의해야"

 

이번 사건은 대선 정국에 다시 언급됐다. 1월 19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캠프 측은 인디게임 지원을 위한 간담회를 주최했고 이 자리에 배석한 반지하게임즈 이유원 대표가 <도토리카> 사례를 발표하며 게관위의 행정 절차에 불만을 제기한 것이다. 

 

이 대표는 "플랫폼의 역할이 강화되고 있는데 현행법상 개발자에 대해 별도의 공문 없이 게관위의 일방적인 연락 한 통으로 플랫폼에서의 게재 중단이 이뤄지는 것은 실정에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의견을 냈고, 함께 배석한 더불어민주당 측 이도경 보좌관(이상헌 의원실)은 "해당 이슈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는데, 한 번 확인해보겠다"라고 응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본지는 게관위에 '<도토리카>가 고포류(고스톱 및 포커류) 게임의 사행성을 모방하는 근거와 회의록을 비롯한 의결 과정' 등을 물었다. 9일, 게관위는 "다른 사람과 겨루어 이기면 게임머니를 가져가는 웹보드게임 형태"로 "<도토리카>는 고포류의 모방이 맞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이 게임에서는 스킨을 사면 게임머니를 얹어준다"라며<도토리카>가 일종의 간접 충전 방식을 사용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게관위 담당자는 <도토리카>가 "(루미큐브처럼) 필드를 보고 자신의 패를 맞추어 내려놓는 게임이 아니라, 포커와 유사하게 게임머니를 걸고 높은 족보를 완성시키는 게임으로 일반적인 보드게임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서 "이용자 리뷰에도 '전체이용가 포커로 보인다'는 유의 댓글이 많이 달렸으며, apk 파일 내부에도 '애니멀포커'라는 단어가 등장한다"면서 <도토리카>가 포커를 모방할 의도를 다소 분명히 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서 현행 게임법에 준하는 조치를 해야만 한다는 결론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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