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던전 크롤러 <다크 앤 다커>. 16명의 플레이어가 던전에 진입해 장비와 보물을 모으고, 전투를 거쳐 던전을 탈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게임이다. 이 게임은 2023년 4월 얼리억세스 출시를 앞두고 있는데, 테스트 단계에서도 동시 접속자 10만 명을 모았다. 게임이 한국 개발사 작품이라는 소식까지 나오자 기대는 더 커졌다.
하지만, 게임이 공개된 직후부터 조금씩 새어나오던 의혹이 있었다. 개발자 중에는 넥슨으로부터 징계해고된 구성원이 있으며, 이들이 넥슨에서 재직시 작업했던 자료와 에셋을 이용해 게임을 만들고 있다는 내용이다. 징계해고는 경고, 감봉, 정직보다 상위에 해당하는 조치로 근로자의 귀책사유에 따라 근로계약을 해지했다는 뜻이다.
디스이즈게임이 취재한 결과 <다크 앤 다커>의 원래 구상과 프로토타입은 사실 넥슨 신규개발본부에서 만들어지던 프로젝트 'P3'였던 것으로 확인된다. 넥슨에서 게임을 만들던 핵심 개발자들이 아이언메이스라는 스타트업을 차려 새 게임을 만들고 있던 것이다.
2021년 8월 5일, 넥슨은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프로젝트 P3'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이 게임은 플레이어가 서로 협력해 중세 판타지 던전을 탐험하는 1인칭 어드벤처였다. 짧게 지나간 영상에서는 잠긴 문을 열어 희귀한 보상을 획득하는 장면이 나왔으며, 플레이어가 서로 협력해 거대 몬스터에 도전하는 등 상호 협동과 탐험이 핵심일 것으로 추측됐다.
당시 넥슨코리아 이정헌 대표는 쇼케이스에서 "앞으로 넥슨을 50년간 지탱해 줄 슈퍼IP 10종 이상을 육성·발굴하겠다"라고 밝혔다. '프로젝트 P3'는 그 중 하나였다.
하지만 프로젝트 'P3'은 'P7'로 피봇(pivot: 방향 전환)됐다. 디스이즈게임이 2022년 3월, 넥슨 신규개발본부 김대훤 부사장과 나눈 인터뷰를 통해 '프로젝트 P3'에 관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김 부사장은 "팀 멤버를 유지한 상태에서 한 차례 피보팅(Pivoting)을 했다. 코드네임은 'P7'으로 바뀌었다. 'P7'에서 우리가 맨 처음 구상했던 것은 PvP와 PvE가 섞여있는 게임이다. (중략) 파밍을 기반으로 PvE를 하지만, 언제든지 다른 플레이어와 경쟁할 수 있고 PvP를 통해서 모았던 자원을 떨어뜨리고 뺏을 수 있는 긴장감이 재밌다"라고 소개했다.
이보다 앞선 2021년 9월, 넥슨은 'P7'의 총기제원 전문 기획자 채용을 공고했는데 주요업무는 "실제 총기 외형, 특징, 사격 자세, 총기 사용법 자료 수집"으로 소개됐다. 이 무렵 해당 프로젝트의 특성이 중세 다크 판타지에서 총기를 쓰는 생존 어드벤처로 변한 것으로 보인다.
오늘(2월 16일)까지 스팀에서 <다크 앤 다커>의 테스트를 진행하는 아이언메이스(대표 박 테렌스 승하)의 법인 설립일은 2021년 10월 20일이다. 넥슨에서는 'P7'를 만들고, 아이언메이스에서는 'P3'를 기반으로 새 게임을 만드는 형국이 됐다.
아이언메이스의 홈페이지의 회사 소개에 따르면, "착취적이고 탐욕스러운 관행에 환멸을 느낀 베테랑 게임 개발자들의 즐거운 밴드(merry band)"로 "한국에서 히트작을 많이 작업한 전문가들"이다. 판교 소재 사무실에는 약 25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첫 게임 <다크 앤 다커>는 스팀 '최다 플레이 게임'과 '트렌딩 게임'에 이름을 올렸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P3'의 핵심 개발자들은 <다크 앤 다커>의 핵심 개발진과 같다. 이 팀은 넥슨의 '빅앤리틀' 기조에 따라 소규모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들은 넥슨 퇴사 이후 'P3'의 핵심을 살려 <다크 앤 다커>를 만들었지만, 이 과정 중에서 비밀유지 및 보안 서약을 위반해 넥슨의 자산을 외부로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과거 이들은 게임의 코드, 리소스, 개발 문서 등의 핵심 자료를 회사 밖으로 반출하려다 적발됐다. P3에서의 부정행위가 적발되어 팀은 해산 직전의 상황까지 놓였고, 관련자는 넥슨에서 징계를 받았다.
징계 이후, 일부 개발자들은 넥슨을 떠났고, 신규개발본부에서는 게임의 핵심 아이디어를 살려서 'P7'를 계속 개발 중인 것으로 종합된다. 모든 인원이 아이언메이스로 떠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이언메이스가 넥슨 직원으로 일하며 짠 코드와 에셋 등을 넥슨 바깥에서 사용했다면, 이는 영업비밀 침해, 비밀유지의무 위반의 소지가 있다. 과거 <테라>를 둘러싼 엔씨소프트와 블루홀의 분쟁, '이야소프트의 '프로젝트 딜라이트'가 라이언게임즈의 <소울워커>가 같은 게임이었다'는 논쟁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아이언메이스는 해외 인터넷 방송인들과 몇 차례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국내 매체의 취재 요청에는 응하지 않고 있다. 아이언메이스는 본지의 취재 요청에 "매체와의 직접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지 않고 있다. 당분간은 조금 더 회사와 게임 양면의 개발에 집중하여 내실을 다지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넥슨은 이 사건에 대한 법적 조치를 검토했으나, <다크 앤 다커>가 스팀에서 인기를 끌자 대응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보인다.
먼저, 프로젝트의 방향성 전환 이전 버전이 많은 유저의 기대를 모으게 됐다. 이는 넥슨 신규개발본부가 'P3' 개발을 계속 추진하지 않은 것이 실수였음을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꼴이 된다. 또, 법적 공방을 시작한다면 근거를 입증할 책임을 가져가야 한다.
뿐만 아니라, 현재 <다크 앤 다커>에 긍정 여론이 우세하기 때문에 넥슨이 대응에 나섰다가 도리어 문제를 자초할 수도 있다. 향후 아이언메이스는 넥슨과 어떤 관계를 설정할지 주목된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그들에게 도의적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언메이스는 "게임 회사가 손쉬운 월급날을 위해 영혼을 파는 방법을 직접 보았다", "게이머에게 기쁨을 주는 대신 카지노처럼 되는 것을 보고 실망했다"는 식의 표현을 동원해 자신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만드는 "동서양의 열렬한 팬을 아우르는 글로벌 게임 프랜차이즈"는 바로 그 게임 회사에서 만들던 프로젝트였고, 그 게임 회사에서 만든 코드와 에셋을 이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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