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피자가 가진 유일한 하와이스러움은 바다에 던져버리고 싶다는 것뿐이다"
파인애플 피자를 싫어하기로 유명한 영국 요리사 고든 램지가 자선 행사에서 파인애플 피자를 먹는 이벤트를 진행하며 했던 멘트입니다. 파인애플 피자를 싫어하는 게 얼마나 소문이 났으면, 기부금이 일정 금액 이상 모이면 파인애플 피자를 먹는 걸 이벤트로 진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을까요? 그랬던 고든 램지도 최근엔 국내에 피자 매장을 열면서 파인애플 피자를 판매하기도 했지만 말이죠.
오늘 소개할 <파인애플 온 피자>는 3월 29일 출시 이후 일주일 만에 스팀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스팀 리뷰 10,221개 중 98%가 긍정 평가인 '압도적으로 긍정적' 게임이죠. 도대체 무슨 게임이길래 이토록 빠르게 입소문을 탄 것일까요? 참고로 이 게임 플레이타임이 10분 밖에 안 되는 무료 게임입니다. 이 짧은 게임에 뭐 그리 심오한 이야기가 있냐 싶겠지만 한번 같이 들여다보시죠.
<파인애플 온 피자>는 어떤 매력으로 이렇게 뜨거운 반응을 얻어낸 것일까요?
# 아무 말도 설명도 필요 없다, 일단 춤부터 추자
게임을 시작하면 아무런 설명도 없이 덩그러니 평화로운 섬에서 주변을 둘러보게 됩니다. 마우스로 고개를 돌리고, WASD로 이동하는 간단한 조작이지만 튜토리얼도 세팅도 따로 없으니 눈치껏 움직여봐야 하는 방식이죠. 그게 불쾌하거나 불편하다는 감각은 크게 없습니다. 일단 신나는 음악과 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주변을 둘러보면 갈색 피부의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무리를 지어 춤을 추는 모습이 보입니다. 음악에 맞춰서 모두 행복한 표정으로 조금씩 다른 춤을 보여줍니다. 말이라도 걸어볼까 싶어서 이런저런 버튼을 눌러봤지만, 플레이어에게 돌아오는 피드백은 춤추는 사람들 사이를 오가다 보면 얻을 수 있는 도전 과제 달성 알림뿐이죠. 평화로운 주민들 사이에서 리듬에 몸을 맡겨봅니다.
주위를 조금 더 둘러봅니다. 섬을 둘러싼 바다엔 상어 지느러미가 보이고, 섬의 한가운데엔 연기가 피어나는 화산이 보였죠. 바다는 들어갈 수 없게 막혀 있으니, 섬 전체를 내려다보기 위해 산 위로 올라가 봅니다.
다들 신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습니다.
섬의 어느 곳에서나 뒤로 화산이 보입니다.
연기가 나던 산 꼭대기엔 예상처럼 분화구가 있습니다. 일단 한번 분화구 안으로 들어가 보면, 그제서야 화산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합니다. 용암은 넘쳐흘러 천천히 섬의 중심에서 바깥으로 뻗어 나갑니다. 유쾌한 음악과 주민들의 행복한 표정들 사이로 비명이 들리기 시작합니다. 섬은 순식간에 불타는 아수라장이 됐죠. 모두가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지만 탈출할 방법은 없습니다. 모두 불타는 섬의 일부가 될 뿐이죠.
용암이 해변에 와서 닿으면 게임의 엔딩이 나옵니다. 카메라가 줌아웃되면서 위에서 본 섬의 모습이 파인애플이 얹어진 피자의 모습으로 오버랩됩니다. 섬은 커다란 도우였던 것일까요? 용암은 토마토소스처럼 섬 전체를 덮고 있었습니다. <파인애플 온 피자>의 스팀 태그에는 다른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블랙코미디'라는 태그가 있습니다. 이게 맛잘알의 위트인 걸까요?
분화구 안에선 연기가 계속 피어오릅니다. 안으로 몸을 던지면
용암이 넘쳐흐릅니다. 비명 소리와 함께 섬은 아수라장이 되죠.
용암이 모든 것을 불태운 후 하늘에서 섬을 보면
파인애플 피자가 됩니다.
# 대재앙을 겪고 난 뒤...
게임은 자연스럽게 다시 시작 페이지로 돌아갑니다. 엔딩을 한번 봤지만 다른 엔딩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아직 도전 과제도 달성 못 한 게 있으니 다시 한번 스타트를 눌러봅니다. 어차피 10분짜리 게임이니까 부담도 크게 없죠.
2회차 플레이에서도 똑같이 섬을 돌아봅니다. 아까 보이지 않던 디테일이 보입니다. 솟아 있는 바위 중에 그림이 그려진 바위가 보이네요. 위에서 아래로 순서대로 그림을 해석하면 과거에 화산이 터진 이후로 사람들이 춤을 추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춤으로 화산을 잠재운 걸까요?
사람들이 계속 춤을 추는 이유는 화산을 잠재우기 위해서일까요?
1회차 플레이에서 봤던 돛단배를 타고 탈출한 주민들이 떠오릅니다. 이번엔 화산이 터지고 난 후에 배로 달려가 자리를 잡았죠. 1회차 때도 화산에서 떠나는 배를 향해 날아온 커다란 돌이 있었던 것 같지만, 직접 올라타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죠. Escape라는 도전 과제는 얻었지만, 역시나 이내 날아온 화산탄에 배는 가라앉고 맙니다.
3회차, 이제 남은 도전 과제도 얼마 없습니다. 이때부터 이 상황이 쓸쓸해지기 시작합니다. 모두가 행복하게 춤만 추는 섬에서 재앙이 올 거란 걸 아는 사람은 플레이어뿐이니까요. 이젠 화산이 터지는 걸 막을 방법이나 사람들을 구할 방법을 궁리해봅니다. 그러나 돌아오는 건 모두 불탄 후 파인애플 피자가 되는 엔딩뿐이죠.
1회차 때 돛단배를 타고 떠난 사람들이 생각났습니다.
주민들과 함께 배를 타고 탈출을 해봤습니다.
어김없이 화산에선 돌이 날아오고
또 다시 파인애플 피자 줌아웃 엔딩입니다. 피할 수 없죠.
이쯤 되면 주민들의 춤사위가 서글프게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 "광기와 예술은 한 끗 차이"
"그래서 도대체 이게 뭐죠?"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정상입니다.
모두가 즐겁게 플레이했다고 추천을 남긴 스팀 리뷰에서도 다들 "뭐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임?"이라거나 "정신 나갈 것 같아"라는 반응이 줄을 잇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동시에 "2023 GOTY 우승 후보", "이제 세상 모든 것을 알게 됐어요", "엔딩 보고 울었습니다", "내 인생 최고의 10분", "행복한 게임, 행복한 사람들, 맛있는 피자" 등의 리뷰들도 굉장히 많았습니다.
파인애플 피자에 대한 생각도 동일한 것 같습니다. "피자 위에 올라간 파인애플을 싫어하든, 좋아하든 자유니까 논쟁은 그만하고 즐기자"는 분위기가 이 게임의 스팀 리뷰 안에서 펼쳐지고 있었죠.
<파인애플 온 피자>를 개발한 Majorariatto는 사람들에게 골프공 게임 <골핑 오버 잇>으로 잘 알려진 게임사입니다. 국내에서도 스트리머들이 항아리 게임과 더불어, 이 골프공 게임에 많은 고통을 받았었죠. <파인애플 온 피자>도 김도, 수탉 등의 스트리머들이 방송을 해 시청자들과 함께 즐겼습니다.
개발사 Majorariatto는 <파인애플 온 피자>를 이렇게 소개합니다.
"비디오 게임으로도 맛을 전달할 수 있을까요? 피자를 먹는 것은 입안에 파티를 여는 것과 같지만, 만약 피자에 파인애플이 있다면 그 파티는 어떤 기분일까요? 춤추는 사람들로 가득한 섬에서 파티를 망칠 방법을 찾아보세요."
<파인애플 온 피자>의 개발사 Majoraritto는
일명 골프공 게임으로 알려진 <골핑 오버 잇>의 개발사입니다.
"행복한 게임, 행복한 사람들, 맛있는 피자" 무료 인디게임 <파인애플 온 피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