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콘텐츠진흥원이 외주용역을 통해 '지역 e스포츠 상설경기장 파급효과 및 성과지표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2019년부터 시작된 '지역거점 e스포츠 경기장'에 대한 현황 및 성과 및 향후 과제를 담은 보고서다.
2023년 8월 기준 국내에서 운영 중인 지역거점 e스포츠 경기장은 총 3개소다. 대전, 광주, 부산에 각각 위치해 있다. 지금까지 수도권에 집중된 e스포츠 인프라 확산 및 지역 접근성 재고를 위해 설립됐다. 지난 3년간 각 경기장은 소기의 운영 성과를 거뒀지만, 여러 어려움에 직면한 상태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지역거점 e스포츠 경기장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이런 경기장에서 진행되는 지역 개최 대회는 아마추어∙풀뿌리 대회 참가자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종목사 연계를 통해 프로 대회가 개최되는 경우도 있다. 지역별 주요 장르와 종목에는 차이가 있는데, 공통적으로 <리그 오브 레전드>와 <카트라이더>가 가장 많이 활용됐다.
각 지역e스포츠 경기장은 브랜딩을 구축하고자 각자의 대회에 집중하고 있다. 대전은 <이터널 리턴>에 집중하고 있으며, 관계자는 "이를 위해 <이터널 리턴>의 경기장 이용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고 보고서에서 언급했다. 광주는 글로벌 대회 '광주 e스포츠 시리즈'(GES), 부산은 T.E.N이라고 불리는 <철권> 대회와 지역의 입지를 살려 각종 글로벌 대회를 유치하고 있다.
그 외에도 지역거점 e스포츠경기장은 지자체 주관 행사, 학술 대회, 팬덤 행사, 뷰잉 파티 등의 용도로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지역거점 e스포츠 경기장에서 꼭 대회만 열리는 것은 아니다. (출처: 대전e스포츠경기장)
이처럼 지역거점e스포츠 경기장은 3년 간 운영되어 오며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각종 대회 유치를 통해 노하우와 인프라를 일부 확보했으며, 대전과 광주는 지금까지 만 명 이상의 오프라인 관람객을 유치했다. 가장 수요가 높은 부산 e스포츠경기장에서는 <리그 오브 레전드> 국제대회 '2022 MSI'의 경기 일부가 진행되기도 했다.
각 지역 경기장 모두 지역 연고 e스포츠 구단을 보유하고 있어 구단과의 연계 행사가 가능해졌다는 점도 용이하다. 광주는 'CJ 쉐도우', 대전은 '대전하나 CNJ', 부산은 '리브 샌드박스'가 있다.
먼저, 지역거점 e스포츠 경기장의 가동률이 낮은 상황이다. 전국 주요 경기장의 가동률은 약 40% 내외다. 대전에서는 e스포츠 대회보다 학술 강연 및 지방 행사의 비중이 더욱 높다. 게임사가 e스포츠 관련 행사를 잘 진행하지 않거나 대행사를 선정해야 하는 기간(1, 2, 3월)에는 가동률이 더욱 낮아지기도 한다.
지역거점 e스포츠 경기장에서 진행하는 대회의 한계도 존재한다. 관객 동원력이 높은 인기 종목은 제한적이고, 아마추어 및 풀뿌리 대회는 개최는 용이하나 온, 온프라인 관람객 확보에 한계가 존재한다. 보고서를 살피면 소규모 대회의 오프라인 관람객은 약 200명 전후로 나타났다.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풀뿌리 e스포츠 대회는 현장 관람객이 100명 내외다.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또한, 인기 e스포츠 종목 대회의 지방 유치는 유치비용과 지역 간 경쟁 심화 현상을 겪고 있다. 보고서에서 한 관계자는 "(유망 종목의) 대회 유치는 경기장 측에서 돈을 주고 유치하는 것이다. 서울과 달리 지역에서 대회를 하게 되면 숙박료 등의 비용을 모두 지역이 부담해야 한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지역 예산이 없다면 큰 대회 유치는 불가능하다. 이 경우 이득을 보는 것은 종목사다"고 했다.
각 경기장의 SNS에 대한 관심도와 e스포츠 경기장의 인지도에 대해서도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체로 공식 유튜브 및 SNS의 조회수는 저조한 편이며, 부산시의 경우에는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으나 온라인 타겟층의 호응이 아쉬운 상황이다. 또한, 상설 경기장의 인지도를 묻는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10%~15%만 자신의 지역에 e스포츠 경기장이 있는 것을 안다고 답했다.
각 경기장이 설정한 성과지표의 목표도 모호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성과의 원인 파악이 가능한 과정상의 성과지표 역시 부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 외에도 보고서에서는 지역거점 e스포츠 경기장과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의 미흡, 인력 부족 문제 및 불안정한 구조로 인한 과도한 업무 등이 지적됐다.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연구진은 ▲경기장 브랜딩 강화를 위한 마케팅 전략 ▲e스포츠화 가능 종목 발굴 및 동반 성장을 통한 저변 확대 ▲차기 구축 경기장을 포함한 공동 산업 추진 및 신설 경기장의 활로 탐색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신기술 활용 및 차별화된 서비스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한 형태로 변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가령 종목 발굴 부문에서는 유망한 종목에 대한 지원 및 대회 유치를 통해 종목사와 경기장의 동반 성장을 도모하는 한편, 드론 레이싱과 심 레이싱 등 VR/AR 기반의 게임에 대한 미래형 e스포츠 육성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대학과 연계한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에도 더욱 연구 및 사례 분석이 필요하다고 봤다.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지역거점 e스포츠 경기장은 앞으로도 늘어날 전망이다. 연구진이 11개의 지역거점기관에 문의한 결과 4개 지역(강원, 충북, 전북, 전남)이 지역 e스포츠경기장 구축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진행되는 구축 계획도 있다. 현재 경남 진주시에는 경상국립대 칠암캠퍼스 내에 2023년 경기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충남에는 KTX 천안아산역 인근에 2025년 개장을 목표로 경기장 구축 계획이 수립된 것으로 알려졌다.
풀뿌리 e스포츠 대회는 관람객이 100명 내외다.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