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C에서 선정한 올해의 수상작이 모두 발표되었다.
일반부문의 대상인 ‘그랑프리’는 단겐 엔터테인먼트의 <던전 드래프터스>가 수상의 영예를 얻었고, 루키부문의 대상인 ‘라이징스타’에는 흥도르흥돌의 <세그먼트 트윈즈>가 이름을 올렸다.
BIC 조직위에 따르면 일반부문·루키부문에서 총18개 부문에서 선정된 수상작들은 심사위원들의 전문적인 판단과 빅커넥터즈의 대중적인 의견을 결합하여 선정되었다. 또한, 모든 일반부문 심사위원 30여 명과 루키부문 심사위원 20여 명은 각 부문의 최종 선정 결정하기 위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고 전해진다.
그렇다면 이 수상작들은 어떤 심사 과정을 거쳐 선정되는 것일까? BIC의 심사위원들을 대표하는 이득우 심사분과위원장을 만나 자세한 내막을 들었다. 올해의 심사 기준부터, 생성형 인공지능에 관한 대책, BIC의 글로벌 전략까지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다./ 디스이즈게임 신동하 기자
시상자를 호명하는 이득우 심사분과위원장
# "참신성 50%, 상업성 50%" … 올해의 심사 기준은?
Q. 올해 선정작들의 전반적인 후기와 행사장을 벡스코로 옮긴 소감이 궁금하다.
A. 이득우 심사분과위원장: 많은 작품들이 출품이 되었고,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심사과에 소속된 분들의 고민이 많았다.
전체를 심사할 사람들만 모아서 어워드 여부를 우선결정을 한다. 이 과정에서 올해 처음으로 '빅 커넥터즈'가 관여하기도 했다. '빅 커넥터즈'란 더 많은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20대 젊은 친구들을 모은 일종의 커뮤니티다. 많은 집단들이 관여하게 되면서 우여곡절도 여럿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 알찬 게임들을 걸러내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심사 경향은 작년과 재작년에 이어졌다. 행사를 개최한지 9년이 지났다. 그 시간 동안 인디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많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메커니즘의 참신함과 실험성에 기반하여 심사가 진행되었지만 이젠 그런 것들이 익숙한 시대가 되었지 않나. 이 익숙함을 가지고 좋은 게임이 무엇인가 고민하는 데에 시간을 많이 들였다.
행사장을 옮기면서 'BIC'가 이제는 게임 생태계의 일원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개발자들의 문화같은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산업의 일부분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Q. 심사를 하면서 상업성과 창작성의 균형이 필요할 것 같다. 그 비율을 숫자로 말한다면?
A. 이득우 심사분과위원장: 작년에는 참신함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참신함을 70퍼센트 비율로 두고 평가했다. 그러나 올해는 참신함과 상업성을 반반 정도의 비율로 맞췄다. 출품된 게임들 중 대부분이 요즘 유행하는 '뱀서류'라든지, '덱빌딩' 장르였기 때문이다. '로그 라이크'는 말할 것도 없다.
이제 어떤 메카닉을 쓰는지를 논의하는 것은 트렌드와 맞지 않는 것 같다. 결국 사람들은 어떤 문법이냐 어떤 메카닉이 사용되었는지 보다는 '이런 메카닉을 사용해서 어떤 메세지를 전달하냐'가 더 궁금한 것 같다. 이제는 특이한 메카닉보다는 새로운 콘텐츠와 IP를 만드는 것이 시대의 흐름에 더 맞지 않을까.
Q. 인디게임이 발전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어쩌면 내년 심사 기준이 바뀔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A. 이득우 심사분과위원장: 심사 기준이 급진적으로 바뀌기는 힘들다. 심사분과를 운영할 때, 심사위원이라고 더 큰 권한이 있는 것은 아니다. BIC의 조직위는 사단법인인 만큼 모든 위원들은 1/n 만큼의 권한을 가지고 수평적이고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나는 대표로서 인터뷰를 하는 것이지 더 권한이 있는 것은 아니다.
행사를 개최한지 9년이 지났지만 좋은 게임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집단지성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게임을 자발적으로 많이 플레이했고, 나와 같은 사람들과 여러 논의를 하고 있다. 이제 나이가 점점 들어가니 새로운 시선도 필요할 것 같아서 20대 초반인 빅 커넥트들도 영입했다.
Q. 상이 조금 적다는 개발자들의 의견이 있었다. 향후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상을 수여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A. 이득우 심사분과위원장: 매년 심사가 끝나면 항상 이런 저런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 행사 기간에 개선점을 계속 수집하고 내부적인 회의를 거친 다음 규정을 개정한다. 이후 다음 년도 행사에 반영하는 것이 하나의 프로세스다. 그렇기에 매년 심사 규정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그렇다고해서 급진적으로 바꿀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총회 때도 여러 의견을 종합하는 자리가 있다. 여러 채널로 개발자들이 목소리를 내준다면 기꺼이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
BIC 어워드 시상식 장에서 이득우 심사분과위원장이 '저리 프라이즈'의 수상자들과 포토타임을 가지고 있다.
# 인공지능과 관련된 규정은 아직 … "논의 후 따로 발표할 것"
Q. 인디게임 심사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표절과 장르의 유사성을 구분하는 것이다. 표절에 대한 기준들은 어떻게 처리되고 있나.
A. 이득우 심사분과위원장: 단순한 인상만으로는 오마주인지 표절인지 알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해 보이지만 막상 플레이해보면 다른 메카닉들도 있기 때문이다. 우선은 게임을 많이 해온 심사위원들이 심사를 진행하면서 메모를 남기도록 조치되고 있다. 이후 심사평을 취합할 때 그것을 보고 다시 한 번 검토하는 식이다.
게임은 영상 매체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눈으로만 보고 심사하는 것보다는 직접 플레이한 이후 심사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과정에도 빅 커넥터즈와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Q. 생성형 인공지능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인공지능으로 생성된 그래픽와 애셋은 어떤 기준으로 관리되고 있는가.
A. 이득우 심사분과위원장: 인공지능 애셋을 사용한 게임은 출품 때 따로 자율적으로 밝히도록 하긴 했다. 그러나 따로 규제를 하는 규정은 없었다. 인공지능이 화제가 된 것은 매우 최근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에 대한 규정은 이번 행사가 끝난 후에 논의하고 따로 발표해야 될 주제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인디게임 개발자에게 인공지능은 양날의 검인 것 같다. 소규모로 개발할 때도 퀄리티를 높힐 수 있지만 게임의 아이덴티티를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행사에는 인공지능으로 만들었다고 추정되는 게임들도 있었다. 그 게임들에 대해 따로 이야기는 하지 않겠지만 인공지능이 만드는 게임들은 아주 초보적인 단계에 그치고 있어 심사하는 과정에서 바로 티가 났다.
# "'멀티플레이 게임'에도 주목해야" … 한국 인디게임이 나아가야 할 길
Q. 오랫동안 BIC에서 주축이 된 만큼 국내 인디 시장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 것 같다. 현재 국내 인디 시장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A. 이득우 심사분과위원장: 예전에는 '인디'하면 보통 스팀게임들을 많이 떠올렸다. 그러나 지금은 스팀게임들도 워낙 다양해지다 보니 '스팀'이라는 단어 하나로 설명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서 더욱 다양한 종류의 게임들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령 지금은 싱글 플레이 게임이 주로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멀티 플레이처럼 조금 더 다양한 종류의 플레이가 나와야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지금같은 경우에는 싱글 플레이가 많지만 멀티 플레이같은 장르들로 확대할 수 있다. 앞으로 발전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고 기술들이 좋아질 것이기 때문에 행사와 개발자가 산업적으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올해를 기점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특히 이번 BIC에서는 루키 부문의 약진이 있었다. 많은 작품들이 수집되었고, 꽤 잘 만들었다. 기술의 발전이 창작자의 연령대를 계속 낮추고 젊은 창작자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만드는 데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기조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BIC가 지향해야 할 방향인 것 같다.
Q. 몇몇 서버 엔진 개발사들이 BIC에 스폰서로 참여했다. 이들이 앞으로 국내 인디가 멀티 플레이 게임을 육성할 수 있도록 협력할 수 있을까.
A. 이득우 심사분과위원장: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기술 자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멀티플레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이전에는 화려한 그래픽을 자랑할 수 있는 게임 엔진들이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현재는 게임 엔진과 함께 서버 기술들이 굉장히 많이 발전해서 소규모의 인디게임 제작사들도 멀티 플레이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기업 쪽 이야기를 들어봐도 소속이 대기업일 뿐이지, 막상 개발하는 팀은 5명에서 6명 정도로 시작한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인 <배틀 그라운드>가 그렇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BIC의 조직위나 서버 관련 스폰서들이 인디게임 개발자들을 기술적으로 도울 수 있으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BIC의 오프라인 행사에서는
스폰서로 참여한 서버 엔진 제작 회사 '프라우드넷'의 강연도 만날 수 있었다.
# 9년 맞이한 BIC … 앞으로 맞이할 새로운 미래는?
Q. 2015년부터 시작해서 9회를 맞이했다. 처음 시작했을 때와 명성과 규모 면에서 큰 차이가 있을 것 같다. 과거의 BIC와 현재의 BIC를 비교했을 때 어떤 부분에서 가장 큰 발전이 있었고,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궁금하다.
A. 이득우 심사분과위원장: 2015년 BIC를 처음 만들었을 때 슬로건이 '인디 개발자들의, 인디 개발자들에 대한, 인디 개발자들을 위한‘이었다. 인디 개발자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행사를 개최하겠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젊은 분위기를 내기 위해서 컨벤션을 기피하고 야외에서 진행하곤 했었다. 그러나 태풍이 크게 온 이후에는 부산항만공사로 이전했다. 그런데 올해는 열일곱 군데의 기업들이 행사를 후원해주었고 벡스코에 둥지를 틀게 된 것이다. 그만큼 BIC가 인디 생태계에 자리매김 하면서 기업들의 시선이 달라진 것 같다.
어린 친구들이 계속해서 개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미국의 경우에는 개러지 문화가 발달했고, 북유럽은 사회 보장이 잘되어 개발자들이 개발에 집중할 수 있겠더라.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그런 기반이나 제도가 없어 많이 힘들었다. 이제 인디 개발자들이 더 어린 인디 개발자들을 끌어줘야 하는 시점이 되었다.
앞으로 나아갈 길도 인디게임이라는 창작에 더욱 큰 관심을 가지고 이 혁신을 가질 수 있게 좋은 말을 하고 격려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벡스코에 들어온 것 자체가 인디게임이 주류 문화로 들어온 것이나 다름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에 맞는 인디게임 생태계를 새로운 콘텐츠 발굴을 위해 더욱 관심을 가져달라.
Q. 글로벌화에 대해 이야기를 자주하는데 BIC의 글로벌 전략은 어떻게 되는지.
A. 이득우 심사분과위원장: 올해는 게임스컴과 겹쳐서인지 해외 개발사들이 많이 적다. 그러나 앞으로 계속 진정성있는 행사를 개최하고 성과를 만들다 보면 해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이라고 믿는다.
BIC 2023 일반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한 단겐 엔터테인먼트 <던전 드래프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