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베타 최대 동시접속자 8만 명 돌파. 서비스 반년 만에 계정 100만 개 돌파. 올 한 해 일본 온라인게임업계를 뜨겁게 휘저어 놓은 <판타지 스타 온라인 2>(이하 판스온 2)가 이번에는 PS Vita에 도전한다. 목표는 PC 버전과의 100% 연동. 이미 테스터를 모집 중이고, 발매일도 못 박았다.
의미가 크다. 일단 PS Vita로 처음 나오는 본격적인 MORPG고, PC 유저와 콘솔 유저가 같은 서버에서 함께 게임을 즐기는 100% 연동을 추구한다. PS Vita에서 부분유료(다운로드와 기본 플레이 무료) 관련 시스템까지 구현해야 한다. 하나하나가 쉽지 않은 도전이다.
디스이즈게임은 지난 21일 일본 세가 본사를 방문해 사카이 사토시 프로듀서에게 PS Vita 버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먼저 <판스온 2>의 PS Vita 버전 영상부터 보자. /도쿄(일본)=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판타지 스타 온라인 2> PS Vita 버전 오프닝 영상
<판타지 스타 온라인 2> PS Vita 버전 홍보 영상
■ PS Vita 버전과 PC 버전의 100% 연동
세가는 지난 12월 4일 <판스온 2> PS Vita 버전의 테스터 모집을 시작했다. 모집 인원은 총 5만 명이며 PC 버전과의 서버 동기화, 액션, 네트워크 환경 등을 점검하는 것이 목적이다.
세가가 <판스온 2> PS Vita 버전에서 내세우는 장점은 PC 버전과의 100% 연동이다. PC 버전에서 키운 캐릭터를 그대로 PS Vita에서 이용할 수 있으며 PC 유저와 PS Vita 유저가 함께 플레이하는 것도 가능하다.
가장 큰 난관인 PS Vita 버전의 채팅도 해법을 찾았다. 지금까지 콘솔용 온라인게임에서는 별도의 키보드로 채팅하거나 미리 입력된 대화를 사용했다. 가상 키보드가 아예 화면을 가리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판스온 2>에서는 화면을 잠시 축소시키고 남은 공간에 키보드를 보여주는 방식을 도입할 생각이다.
자세한 것은 내년 1월에 테스트해 봐야 알겠지만 지금까지는 PC에서 가능한 모든 조작과 콘텐츠를 PS Vita 버전으로 옮긴다는 계획이다.
■ 일부 제약은 다른 혜택으로 보완
물론 PS Vita라는 기기에 따른 한계는 있다. 일단 PC의 키보드나 게임패드에 비해 버튼이 적다 보니 아무래도 일부 조작이 불편해질 수밖에 없고, 동시에 화면에 보여줄 수 있는 몬스터의 수에도 제한이 있다. 화면 크기상 큰 맵이 작게 느껴지는 것도 단점이다.
작은 차이지만 PC 버전을 즐겼던 유저로서는 답답해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유저들 사이에서도 기피 현상이 벌어지기 쉽다. 사카이 프로듀서 역시 전작 <판타지 스타 유니버스>를 통해 PC 유저와 함께 플레이할 때 콘솔 유저가 어떤 차별을 받는지 경험했다.
<판스온 2>에서는 PS Vita 버전에 혜택을 줌으로써 균형을 맞출 계획이다. PC와 PS Vita의 공용 채널을 만들어 무리하게 다른 기종 유저들이 섞이지 않도록 했다. 대신 PS Vita 채널에서는 일종의 보너스 상태인 ‘PS 버스터’가 더 오래 지속된다. 유저가 직접 채널을 선택하도록 함으로써 차별 대신 다양함을 주겠다는 계획이다.
■ <판스온 2>의 흥행비결은 ‘상쾌한 액션’
PC 버전에서 보여줬던 액션도 PS Vita 버전에서 이어 간다. 사카이 프로듀서는 <판스온 2>의 흥행 비결로 상쾌한 액션을 꼽았다. 정확한 타이밍에 발생하는 피격효과와 사운드, 그리고 유저가 느낄 수 없는 딜레이다.
<판스온 2>는 개발 단계부터 개발자들이 직접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이펙트나 사운드가 나올 타이밍을 프레임 단위로 조절할 수 있는 툴을 만들었다. 같은 동작이라도 수 백 번에 걸쳐 사운드와 이펙트의 타이밍을 바꿔 보며 ‘기분이 좋은 타이밍’을 저장해 두고 이후 이를 비교하는 방식이다.
PC 버전에서 호평받은 만큼 PS Vita 버전에서도 액션만큼은 좋은 평가를 받고 싶다는 게 사카이 프로듀서의 바람이다. 다행히 네트워크의 경우에는 PC와 PS Vita의 차이가 거의 없다. 액션 부분에서 문제가 될 일은 없다는 뜻이다.
<판스온 2> PS Vita 버전은 2013년 2월 28일 일본에서 무료 다운로드 방식으로 발매될 예정이다. 아래는 사카이 사토시 프로듀서와의 일문일답이다.
왜 PS Vita 버전을 택했나?
사카이 사토시: 기본적으로 다른 플랫폼을 고민할 때 PC 버전과 똑같은 수준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하드웨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사양이 받쳐 주는 최신 기기가 필요했고 그중에서도 이왕이면 새로운 재미를 줄 수 있는 하드웨어가 필요했다. 결국 PS Vita가 원하는 조건에 가장 잘 맞았다.
PS Vita를 겨냥해 본격적으로 온라인게임을 만든 곳이 많지 않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
PS Vita의 문제라기보다는 게임이 PC에 맞춰져 있는 게 더 문제였다. PC에 모든 것을 맞춘 게임을 콘솔로 옮기는 과정이 생각보다 어렵다. 의외의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전작인 <판타지 스타 유니버스>는 PS2와 PC로 발매됐는데 PS2에서 플레이하는 유저가 동작이 느리고 의사소통도 곧바로 되지 않다 보니 차별을 당하더라.
이번 PS Vita 버전에도 그런 문제가 있나?
다른 기종, 그것도 PC에서 콘솔로 게임을 옮기면 생각할 수밖에 없는 부분들이다. 일단 큰 규모의 맵도 PS Vita에서는 작게 보이고 동시에 화면에 나오는 몬스터의 숫자도 조금 적다. ‘긴급상황’도 조금 덜 발생한다.
그래서 PC 전용 채널을 두고 PS Vita와 공유할 수 있는 채널을 따로 만들었다. 일종의 공유 채널이다. 대신 공유 채널에서는 PS 버스터가 더 오랫동안 지속된다. PC 유저로서는 지금까지 해오던 곳에서 그대로 플레이할지, 공유 채널에서 PS Vita 유저들과 혜택 및 페널티를 받으며 플레이할지 선택하게 되는 셈이다.
온라인게임의 콘솔 버전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채팅이 문제가 된다.
PS Vita에서 기본적으로 지원하는 키보드를 활용해서 채팅을 진행할 생각이다. 그럴 때마다 화면을 가리는 키보드를 어떻게 할지가 문제였는데 <판스온 2>에서는 게임 화면을 잠시 축소시키고 키보드가 올라오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 채팅 중에도 자신의 플레이와 주변 상황을 볼 수 있을 것이다.
3G 버전도 지원하던데 네트워크 문제는 없나?
일단 3G만으로 플레이하면 문제가 조금 있을 듯하다. 개발팀에서 확인한 결과 3G에서 일반적인 플레이는 문제가 없지만 12명이 넘는 인원이 화면에 나오면 슬슬 버거워지더라. 그래서 기본적으로는 Wi-Fi로 플레이하는 걸 추천한다.
PS Vita여서 생기는 네트워크 문제는 없다. 오히려 PC 버전에서 유저마다 천차만별로 다른 네트워크 속도를 맞추는 게 더 어려웠다. 너무 느리거나 너무 빠른 유저들이 많아서.(웃음) Wi-Fi 환경이라면 PC 버전과 똑같은 속도로 플레이할 수 있을 것이다.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액션에서는 호평을 받았다. 비결이라도 있나?
상쾌함이다. 세가의 액션은 언제나 상쾌함을 추구한다. 예를 들어 온라인게임에서 적을 때렸을 때 정확히 반응이 오는 게 아니라 0.5초든 0.05초든 딜레이가 생기게 된다. 근데 유저가 이 딜레이를 느끼기 시작하면 손맛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액션게임을 만들 때마다 고민하는 부분이 딜레이를 얼마나 줄이고, 유저가 얼마나 딜레이를 덜 느끼게 만드냐는 것이다.
딜레이를 막으려면 결국 서버가 아닌 유저의 PC에서 많은 계산을 해야 하는데 그럼 또 해킹 문제가 생기게 된다. 이 둘 사이를 어떻게 조절해서 상쾌함을 유지하는지가 세가 액션게임의 노하우라고 생각한다.
그럼 그런 상쾌함을 어떻게 확인하나?
몇 번씩 다시 만든다. 이게 기본이다. 우리 팀의 경우 일단 디자이너가 액션에 이펙트와 사운드를 붙이면 이후 다른 개발자들이 이펙트와 사운드를 프레임 단위로 조절할 수 있는 툴을 만들었다. 같은 액션을 여러 개발자가 열심히 반복하면서 일일이 이펙트와 사운드를 바꿔 보고, 그러다 기분 좋은 타이밍이 나오면 그 부분을 저장하고, 다시 저장한 부분을 모아서 비교한다.
지금의 <판스온 2>에 대한 판단은?
액션에 대해서는 내부에서도 평가가 좋다. PC에서 이 정도까지 액션을 만드는 건 쉽지 않았으니까. 두 번째는 캐릭터 제작인데 유저들 평가도 좋다. 다양하고 어지간한 건 다 만들 수 있고 편하다. 세 번째는 ‘무한의 모험’이라는 메인 콘셉트인데 이 부분은 아직 콘텐츠의 볼륨이 부족하지 않나 싶다. 이제 반년 정도 지났으니까 업데이트로 볼륨을 계속 늘려 나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콘솔게임 개발과 온라인게임 개발을 모두 해보니 어떤가?
지금은 <판타지 스타> 시리즈의 콘솔 버전을 따로 만들지 않고 있다. 일단 팀 전원이 온라인 버전을 만들고 있다. 지금은 계속 만들어 가야 하는 상황이어서 다른 프로젝트까지 신경 쓸 틈이 많지 않다. 콘솔은 출시되고 나면 재정비할 틈도 있는데 온라인은 그런 게 없다 보니 끝도 없이 계속 개발해 나가는 느낌이다. 다행히 순조롭고 결과도 좋아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만들고 있지만.(웃음)
한국에서 만든 액션 MORPG에서 참고한 점들도 있나?
일단 한국에서 나온 웬만한 게임은 다 해봤다. 그런데 <드래곤네스트>와 <마비노기 영웅전>을 보니 게임의 연출 부분에 굉장히 많이 신경을 쓰더라. 일본에서는 콘솔게임도 많이 만들었으면서 정작 온라인게임 연출에는 무심하지 않았나 싶었다. 그래서 <판스온 2>에서는 이런 부분을 적극 강조했다.
지난 22일 도쿄 아키하바라에서 열린 PC게임 행사 ‘게임 페스타’ 세가 부스에서
<판타지 스타 온라인 2> PC 버전을 즐기는 관람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