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년을 맞은 BIC(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 10번의 행사를 거쳐오면서 그 규모도 커졌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상도 확보했다. 25세 이하 개발자들의 게임을 '루키'로 분류한 것처럼, '레전드'라는 분류 또한 존재하는 게 눈에 띈다. 단순히 낯간지러운 칭호가 아니라, BIC에서 이전에 수상한 업체들에게 주어지는 영광스러운 이름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BIC에서는 "출품작이 역대급으로 많다"는 게 화두 중 하나였다. 벡스코 1전시장에서 큰 규모로 진행한 덕분에, 레전드에 대한 예우도 갖추면서 루키도 함께 조명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이 공간을 신예들에게 더 할애해야 하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봤는데, 이내 생각을 바꾸게 됐다. 방문하는 게이머들도 마찬가지지만, 루키들은 레전드와 만나며 조언과 영감을 얻었다. 레전드는 루키를 보며 새로운 긴장감을 가졌다. 그 자체로 선순환이다.
<산나비>를 비롯한 이름만 들어도 "아, 그 인디게임!"하는 게임들이 다수 포진해있었기 때문에, 참관객들이 방문할 이유도 더 늘었다. 일종의 팬미팅 현장 같은 분위기였달까. 실제로 싸인을 받아가거나, 굿즈를 사고, 팬심을 전하는 게이머들이 정말 많았다.
비단, 레전드 부스에 한정된 이야기도 아니다. 행사 이전부터 두각을 드러냈던 업체들,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던 게임들이 모두 부산에 모였다. 디스이즈게임이 지금까지 기사로 조명해왔던 게임도 다수 있어, 반가운 얼굴이 많았다. 지금까지의 과정처럼 앞으로의 행보 또한 기대되는 부스들을 이번 기사에 담아본다.
손에 꼽히는 스토리와 눈물을 쏟을 수밖에 없는 엔딩. 화려한 슬링 액션, 조선 사이버펑크라는 독특한 세계관까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산나비>다. 여러 레전드 부스 중에서도 유독 많은 팬들이 방문해 싸인을 받아가고 팬심을 표현했던 게 특징이다.
관련기사: 몰입감 넘치는 스토리가 강점, 조선 사이버펑크 '산나비'
'쥐'에 진심인 카셀게임즈. <래트로폴리스> 외에도 <래토피아> 또한 쥐들이 등장하지 않았던가. 황성진 대표가 입고 있는 티셔츠에서도 쥐를 볼 수 있다. 재밌는 게임은 시간을 타지 않는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 2019년 얼리 액세스, 2020년 정식 출시된 게임임에도 플레이를 해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관련기사: 인디게임 '래트로폴리스'가 스팀 탑셀링 1위가 되기까지
요즘 가장 핫한 게임 중 하나가 아닐까. 일명 한국판 젤다로 불리며 호평을 받고 있는 <오구와 비밀의 숲>도 만나볼 수 있었다. 이모티콘에서 시작된 캐릭터가 멋진 게임성으로도 이어진 사례이기 때문에, 다음 행보 또한 매우 기대되는 이들이다.
관련기사: [방구석게임] 작은 아기 오구의 은밀하고 위대한 대모험! '오구와 비밀의 숲'
<오페라의 유령>과 <페치카>로 다시 한번 시리즈 팬들을 만나기 위해 나온 자라나는 씨앗이다. 신작인 <카프카의 변신> 또한 사전 예약 진행 중이며, 이제 출시를 코앞에 두고 있다. 스토리게임, 임팩트 게임에 대해 알고 싶다면 바로 이 부스다.
관련기사: [인디한잔] 숏폼 전성시대 스토리게임의 생존법은?
소울라이크가 재밌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기존 게임들은 어려워서 손을 댈 엄두가 나지 않았는가? <베다>는 그런 당신을 위한 게임이다. 소울 특유의 손맛은 살리면서 입문은 쉽게 만든 '소울라이크 트레이닝' 게임이다. 트라이펄게임즈 부스 또한 행사 내내 많은 사람들이 방문해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관련기사: [인디한잔] 모바일 엑소더스 그리고 인디 소울라이크
<록맨>, <메탈슬러그>에서 영감을 받은 횡스크롤 액션 게임 <메탈슈츠>. 우리가 기억하던 특유의 손맛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고, 도트 기반 위에서도 화려한 이펙트를 절묘하게 섞은, 말 그대로 멋진 게임이다. 해외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메탈슈츠>의 행보를 기대해본다.
관련기사: [인디한잔] 록맨 없는 세상에 남기는 스페이스 존 윅
이미 여러 차례 주목 받은 <안녕 서울: 이태원 편> 또한 이번 BIC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운석 충돌로 종말까지 6개월 남은 서울에서, 삶을 포기하려던 주인공이 우연히 우주 대피에 관한 기밀 문서를 입수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정식 출시가 매우 기대되는 게임이다.
관련기사: 한국을 배경으로, 한국인이 만든, 한국적인 인디 게임
정확한 풀네임은 <키보드 키 캐릭터 키캡>이지만 <키키캐키캡>으로 부르고 있다. 로그라이크 슈팅 장르 게임인데, 모든 키보드 자판을 사용하는 신선한 조작 체계를 선보인 바 있다. 키캡 캐릭터를 선택해 십자키로 움직이고, 화면에 있는 키를 누르면 키캡이 해당 방향으로 공격하는 방식이다.
관련기사: 키보드를 전부 사용하는 인디게임이 있다?
안대를 쓰고, 오직 소리로만 플레이하는 게임 <플로리스 다크니스>다.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모두가 즐길 수 있게 만든 작품이며, 보이지 않는 미로에서 위협적인 요소들을 극복하며 탈출하는 게임이다. 최근에는 튜토리얼 구간을 비롯해 여러 플레이 경험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한다.
관련기사: 안대 쓰고 하는 소문의 그 게임 '플로리스 다크니스'
여러 기사를 통해 언급한 바 있지만, 인디로 한정하지 않더라도 팀 테트라포드의 추리게임 <스테퍼 케이스>는 2023년 최고의 게임 반열에 올라도 전혀 손색 없는 수준의 수작이었다. <스테퍼 케이스>의 스핀오프 후속작 <스테퍼 리본>에서도 멋진 추리를 선보였다. 현재 <스테퍼 스테프>를 개발 중이다.
관련기사: "탐정이지만 사신입니다", 강렬한 스핀오프 '스테퍼 리본'
아구몬과 피카츄의 혼종인 '아구-츄' 도난사건으로 시작되는 추리게임 <There is NO PLAN B>다. 멋진 그래픽, 촘촘한 추리 기믹을 가지고 있는 게임이다. 천재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일반적인 클리셰를 비틀었다. 주변 인물과의 관계 안에서 추리를 이어나가는 방식을 스토리와 연계해 매력을 극대화한 작품이다.
관련기사: "히키코모리에게도 인연이 있고, 무능한 탐정도 성장한다"
<페이크북>은 친언니의 죽음을 널리 알리고 싶은 주인공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른바 '사이버렉카' SNS 계정을 키워나가는 과정을 담은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이다. 영화 <서칭>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가상의 SNS '페이크북' 인터페이스 위에서 모든 행동이 전개된다. AI를 활용한 게임으로도 유명하다.
관련기사: AI로 키운 몰입감?...반지하게임즈의 '리얼한 가짜' SNS 게임
소미(SOMI)는 추리게임 <미제사건은 끝내야 하니까>로 BIC에 찾아왔다. '실종사건'을 둘러싼 수많은 거짓말과 파편화된 정보 사이에서 진실을 찾아나가는 게임으로, 그물처럼 정보를 연결하며 진행되는 독특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캣 소사이어티의 <던전 인>은 지난 플레이엑스포에서도 노랑던전이 꼽은 최고의 게임이었다. 피 튀기는 던전 앞에서 여관을 운영하며, 서로 싸우는 양쪽의 모험가들이 동시에 만나지 않게 만드는 턴제 전략 매니지먼트 게임이다.
싱클코어 게임즈의 <더 길티 하츠>는 추리게임이며, 선택지에서 답을 유추하는 기존의 방식들에서 더 나아가, 증거와 증거를 연결해 답을 찾게 하기 위해 노력한 게임이다. 2025년 1분기 정식 출시 예정이다.
터틀 크림의 <RP7>은 7개의 슬롯 위에서 자동으로 움직이는 캐릭터가 어느 타이밍에 싸우고, 회복할지 슬롯을 돌리며 정하는 게임이다. 슬롯-매니징 게임이라 부르고 있다. 9월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
종합밧데리는 개발 중인 슈팅게임 <스페이스 히어로>를 선보였다. 우측에 크랭크가 달린 플레이데이트(Playdate)라는 게임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크랭크로 캐릭터 이동 조작을 할 수 있다.
관련기사: 유저에겐 종합선물세트, 서로에겐 든든한 '노랑던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