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실시간으로 '괄목상대' 중인 그림 인공지능(AI) 기술.
게임 업계는 티저 이미지는 물론 인게임에도 AI로 빚어낸 일러스트 결과물을 쓰기 위해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의 1세대 원화가로 유명한 시프트업의 김형태 대표. 자신의 페이스북에 AI를 활용한 본인의 작업물을 게시하면서 "사용할 때마다 참 복잡한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듯"이라고 쓰기도 했다.
그림 인공지능의 도입은 원화가들에게 엄청난 화두로 떠올랐다.
3월 28일 김형태 대표가 페이스북에 올린 AI 일러스트. "Stable diffusion과 제 자가 학습모델을 이용한 AI작업물"이라고
2.
대만의 레이아크(RAYARK), 리듬게이머라면 모를 수 없는 이름이다.
레이아크는 <사이터스>, <디모> 등 감성적이면서도 독창적인 리듬게임을 만들어 흥행에 성공했다. 작은 스타트업이었던 레이아크는 자사 리듬게임의 연이은 성공으로 임직원 250여 명의 중견 기업으로 거듭났다. 이들의 곡은 물론 감성적인 일러스트는 팬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나 <디모>에서 이들이 보여준 동화 같은 일러스트는 하나의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하다.
어느 게임사나 그렇겠지만, 레이아크와 일러스트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기자가 연초 찾은 레이아크의 본사 1층 카페에서도 마스코트 '만도라'를 비롯한 여러 캐릭터들의 일러스트 원화와 관련 굿즈가 전시 중이었다.
2013년 출시된 <디모>의 피아노 선율만큼 중요했던 것은
서정적인 일러스트였다.
3.
그런데 레이아크가 <디모 2>와 <사이터스 2>의 일러스트에 AI를 사용했고, 그 수준이 조악해서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4월 20일 한 트위터 유저는 "레이아크는 최근 업데이트에서 AI 아트를 사용하기 시작했다"라며 사진 4장을 올렸다. 펜을 바로 쥐고 있지 않거나, 어색한 자세로 컵를 쥐고 있는 등 손의 정밀한 마감이 주요한 문제로 보였다. 레이아크는 AI 일러스트를 사용했다고 밝힌 적 없지만, AI 일러스트가 보여주는 '전형적인' 실수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유저들은 AI의 사용을 의심하고 있다.
최근 게시된 <디모 2>의 3.0 버전 티저 이미지에서는 인물의 손가락이 6개로 보이는 이미지가 공개되기도 했다. 레이아크에서 <사이터스 2>의 아트디렉터를 맡았던 칭예(Ching Yeh).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가 한 모든 노력과 품질 관리가 조잡한 AI 똥 덩어리(bullshit)로 변하는 것을 보니 조금 역겹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후 문제의 손가락은 5개로 리터칭 되었지만, AI 일러스트 도입에 대한 팬들의 레이아크에 대한 실망은 가시지 않고 있다.
손가락이 6개로 나왔던 문제의 일러스트 (클릭 시 확대)
이후 5개로 수정됐지만, 이전 본이 널리 퍼진 이후의 일이었다
4.
이미 게임업계에서는 AI 일러스트의 도입을 검토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저작권 갈등을 비롯한 첨예한 문제를 피해서 특정 게임, 특정 캐릭터의 일러스트를 강화 학습하는 자가 모델을 도입하는 쪽으로 갈피를 잡고 있다. 바로 오늘(25일), 위메이드플레이(구 선데이토즈)는 자체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그린 <애니팡> 캐릭터를 상용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미 판교에는 'AI 일러스트를 유저들에게 일반 일러스트처럼 공개했다'는 후문까지 들려온다.
그런데 우리가 계속 해야 할 "복잡한 생각" 중에서 중요한 게 있다. AI를 통한 일러스트 생성 프로그램을 쓴다고 하더라도, 손가락이 6개로 노출되는 초보적인 실수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간 쌓아온 일러스트와 세계관, 유저와의 신뢰 관계를 "조잡한 똥 덩어리"처럼 보이지 않도록 세심한 작업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