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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ICD-11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록, 명확한 근거가 아직 없다

게임이용장애 국제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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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주(사랑해요4) 2024-07-05 15:43:36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아직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


7월 5일,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한국게임산업협회 주관으로 '게임이용장애 국제세미나'가 개최되었다. 세미나에 앞서 게임이용장애 관련 동향 및 연구를 주제로 발제자와 언론 간의 간담회가 진행됐다.

간담회에서 도출된 공통적인 견해는 게임이 정신적 문제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는 명확한 근거나 연구 자료가 현재로서는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이에 세미나에 참가한 교수들은 이 주제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더욱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 질의응답 내용을 아래에 요약하였다.




# "명확한 근거나 연구가 아직 없다."

Q. 한국 청소년들은 게임 채팅창을 소통의 장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해외도 같은가?

A. 앤드류 쉬빌스키 교수(옥스퍼드대학교 인간행동기술학): 해외에서도 게임 내 채팅이나 디스코드와 같은 플랫폼을 활용해 활발한 소통이 이루어진다. 비디오게임과 소셜 미디어의 경계가 모호한 시대 같다. 게임을 소통의 창구로 활용하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도 같다.


Q. 질병코드 등재와 관련해 해외에서는 어떤 움직임이나 학계 의견이 있는지 궁금하다.

A. 앤드류 쉬빌스키 교수: 성인 중의 반 정도는 기술에 중독된 시대로 볼 수 있다. 게임, 소셜 미디어, 스마트폰 어느 것이건 포함된다. 그러나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임상 진단을 통해 중독으로 정의되는 것은 다르다. 

영국에서도 게임을 중독 물질이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관련한 중독 센터는 생기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이 있는 것과 하나의 정책으로 발전하는 것은 다르다.

A. 마띠부오레 교수(틸뷔르흐대학교 사회심리학과): 학계에서는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게임에 과몰입하는 것에 대해 질병 코드를 붙이는 것이 긍정적이냐, 긍정적이지 않느냐에 대한 논란이다. 

개인의 입장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치료를 받을 수는 있다. 그러나 질병 코드를 부여하면 매일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과몰입을 하거나 장애가 있는 것처럼 사회적 낙인이 찍힐 수 있다. 굉장히 복잡한 문제기에 학계에서 확실히 결론이 난 상황은 아니다.


Q. 우울증 등의 정신병을 야기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게임이라 볼 수 있나?

A. 조문석 교수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게임이 장애 현상이나 문제적 행동을 발생시키는 직접적인 요인에 되는가에 관해 연구진이 4년 동안 연구했다. 명확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 게임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기보다 심리 요인과 같은 이용자가 처한 환경적인 요소가 선행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주된 결과 중 하나다.


Q. 게임이 문화예술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A. 조현래 원장 (한국콘텐츠진흥원​): 지금도 게임 음악회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그리고 게임은 종합적인 콘텐츠다. 음악, 그래픽 기술, 시나리오, 플레이어와의 상호작용을 위한 첨단 기술 등이 모두 들어간다.

콘텐츠산업은 앞으로 IP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각 산업이 연계되고 있기에, 문화와 산업이라는 콘텐츠산업의 속성이 같이 가야 한다고 본다. 게임 산업도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문화와 산업 두 개의 파트가 같이 발전해야 한다. 그렇기에 문화와 계속해서 결합하고 연계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문화예술법 개정을 통해 법적인 인정을 받기도 했는데, 이를 기반으로 다른 산업과의 협업도 늘어날 것이라 보고 있다.



Q. 한국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관련 논의에서 항상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WHO가 지정했으니 따를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인가?

A. 마띠부오레 교수: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질병 코드 등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좋은 점이라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질병 코드 분류가 '모든 사람들에게 혜택이 될 것이냐?'에 대해서는 여전한 의문이 있다. 개인에게 여러 문제를 만들어 내는 근본적 원인이 게임이냐는 것이 아직 명확하게 연구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A. 앤드류 교수: 저도 건강보건을 공부한 적이 있다. 영국은 ICD를 도입하는 데 있어 긴 시간이 걸린다. 명확한 정의가 아직 내려지지 않았기에 어떻게 탐구하거나 치료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 결과가 필요하다. 연구자의 입장에서는 일단 이런 것들이 먼저라고 보고 있다. 


Q. 해외에서도 흉기 난동 등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 게임을 원인으로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A. 앤드류 교수: 15년 전만 하더라도 그랬다. 그러나, 수십 년 간 계속해서 연구와 조사를 통해 게임이 더 이상 폭력의 원인이 아니라는 합의가 이루어졌다. 특히, 네덜란드에서 진행된 한 연구에 따르면 주말에 게임이 새로 출시되거나 업데이트되면 범죄가 오히려 줄어든다는 결과가 나왔다. 

A. 마띠부오레 교수: 저도 비슷한 의견이다. 여러 사회과학적 연구를 통해 굉장히 연계성이 낮다는 것이 드러났다. 



Q.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등재는 어떻게 될 것이라 보는가?

A. 조문석 교수: 현재 KCD 등록과 관련해 민간협의체가 만들어진 것으로 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ICD에 등록된 질병 코드가 KCD에 빠진 적이 없었다. 과거 추세에 따르면 게임이용장애 등록코드가 KCD에도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A. 조현래 원장: 복지부와 문체부가 민간협의체를 통해 논의하고 있는데, 관련해 내용이 정리되면 실태조사가 실시되지 않을까 싶다. 다만, 콘진원 원장으로써 앞서 두 교수님이 이야기했듯이 엇갈린 의견이 있다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자칫하면 원인과 결과가 뒤바뀔 수 있다.


Q. 디바이스별로 게임이용장애에 대한 논의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A. 마띠부오레 교수: 모바일게임에 대해 장기간 연구한 적이 있었다. 차이가 있긴 했다. 왜 그런지 알아보니, 플레이를 하는 사람이 처한 환경이 다르고, 사람마다 겪어 온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너무 바빠서 대중 교통을 타고 간간히 모바일게임을 하는 사람과 집에서 편하게 콘솔 혹은 PC로 게임하는 사람이 느끼는 감정이나 환경이 다를 수밖에 없다.


Q. 영국이나 네덜란드도 ICD-11를 받아들이는 입장인가? 

A. 앤드류 교수: 제가 보건 의학 전문가는 아니지만, 영국에서는 ICD-10을 도입하는 데 있어 약 20년이 걸린 것으로 기억한다. 한꺼번에 도입이 이루어지지 않고 순차적으로 진행됐다. 논란 없이 도입된 코드가 있었지만, 영국의 의료 체계에 맞춰 적용되거나 도입되지 않은 것들이 있다. 수천 개의 질병 코드가 존재하기에 도입은 정치적인 결정에 따라 이뤄진다.

A. 마띠부오레 교수: 네덜란드에 이주한 지 오래 되지 않아 자세한 상황을 설명 드리기 어렵다. 

하지만, WHO의 결정이 어떻게 내려졌는가에 대해 학계에서 많은 정보를 얻지 못한 상황이다. 왜 질병 코드 등재가 결정됐고, 어떤 연구를 근거로 삼았는지에 대해 학계에 정보가 공유되지 않았다. 그래서 공개적으로 논의를 더욱 많이 해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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