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대만 게임업계 1위인 감마니아의 지분 34.6%를 확보했다. 이는 감마니아 알버트 류 대표이사와 경영진의 지분을 합한 약 20%보다 많다. 대만 현지에서는 “감마니아가 한국회사 넥슨의 적대적 인수 위기에 몰렸다”며 격앙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
■ 인수에 반대하는 감마니아, 6월 주주총회
감마니아는 지난 15일 넥슨의 지분 확보와 자사 인수설에 대한 공식입장을 밝혔다. 알버트 류 대표는 “합법적으로 어떠한 국내외 업체와도 협력할 수 있다. 또, 어떠한 형태의 투자도 환영한다. 하지만 독립성을 침해하는 넥슨의 인수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감마니아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감마니아는 다음 달(6월)에 주주총회가 열린다. 이 때 경영권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감마니아 측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넥슨은 대만 매체를 통해 “감마니아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좋은 파트너로서 협력하고 싶다. 최종 목표는 좋은 게임을 대만 유저들에게 서비스하는 것이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인수에 대한 구체적인 발언은 없었다.
■ 넥슨의 오랜 대만 파트너, 감마니아
넥슨은 지난 2005년 감마니아와 협력 관계를 맺기 시작해 2007년 처음으로 감마니아 지분 약 10%를 보유했다. 이후 넥슨의 감마니아 지분율은 오르락내리락했는데, 작년 5월 27%로 높아지더니 올해 들어서 34.6%까지 치솟으며 넥슨이 감마니아의 확고한 최대주주가 됐다.
감마니아는 넥슨의 오랜 대만 파트너다. 지금까지 감마니아는 대만에서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카트라이더> 등을 서비스해왔으며, 지난 3월에는 넥슨의 자회사 네오플이 만든 <사이퍼즈>의 대만, 홍콩, 마카오 서비스 계약을 맺기도 했다.
<사이퍼즈>의 대만, 홍콩, 마카오 서비스 계약식 당시 사진.
대만 게임산업을 대표하는 1위 게임업체 감마니아는 2011년 70억5400만 타이완 달러(약 2,7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4년 연속 최고매출 기록을 경신했다. 2010년에 대비해 20.42% 성장한 수치다. 감마니아는 자체 개발도 강화해 현재 언리얼 엔진 3를 사용한 <코어블레이드>를 비롯해 <랑그릿사 온라인> <드림 드롭스> 등의 온라인게임을 만들고 있다.
■ 넥슨 “감마니아 지분 확보, 합법적으로 진행했다”
대만 업계에서는 넥슨이 감마니아를 적대적으로 인수할 경우 막기 힘들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 현지 언론은 “대만은 미국이나 유럽처럼 법률적으로 악의적 인수에서 기업을 보호하기 어렵다. 이번 일을 통해 대만 산업의 기업 인수 법규가 얼마나 허술한지 알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편, 대만의 한 경제매체는 15일 넥슨의 감마니아 투자가 현지 공평거래법을 위반했을 경우 최대 2,500만 타이완 달러(약 10억 원)의 벌금을 내야 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대만 게임산업진흥회에서 “넥슨의 감마니아 지분 확대는 적대적 인수합병에 해당한다. 당국에 사전신고가 되어 있지 않다면 이는 위법 행위다”고 주장하며 현지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를 접수했다.
이에 대해 넥슨은 “감마니아 지분을 인수할 때 대만 법규를 준수했고, 증권을 주관하는 기관에 신청했다. 또, 그에 상응하는 기관에 상황을 보고했고, 거래 내역을 감마니아에 알렸다. 지분 변동이 발생할 때마다 알렸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국 1위 게임업체가 외국에 인수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대만 현지 분위기는 날이 서 있다. 감마니아의 최대주주가 된 넥슨이 오는 6월 주주총회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넥슨은 올해 2월 말 크라이텍의 온라인 FPS게임 <워페이스>의 퍼블리싱 계약을 맺었다. 넥슨은 <워페이스>의 한국과 대만 판권을 확보했는데, 대만 서비스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